박정희 전 대통령의 34주기를 맞아 도를 넘어선 찬양과 미화 발언들이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더욱 도드라지는 박정희 미화 움직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살아있는 권력에 편승한 독재 미화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해칠 뿐이다.
서강대 총장까지 지낸 손병두씨의 박정희 추도사는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다. 그는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의 심기가 불편하실 걸로 생각한다” “조국 근대화의 길로 질주하는 따님의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었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하나같이 시대착오적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듯한 발언들이다.
 
손씨 발언은 한마디로 독재 시대로의 회귀를 부추기는 것이다. 헌정을 유린한 5. 16 쿠데타와 유신체제가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낫다는 것이다. 총칼로 반체제 세력을 때려잡은 박정희 시대로 돌아가자는 식이다. 나치를 찬양하는 독일의 극우 파시즘 행태를 보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간첩이 날뛴다는 표현도 억지춘향식 해석이다. 지금처럼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세력이 남한 내에서 고립된 적이 없다. 먹고살기 바빠 서민이 독재를 그리워한다는 식의 발언은 서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적 소양을 폄훼하는 것이다.
경북 구미에서 열린 추도행사에서도 정치인들은 “구국의 결단” “아버지 대통령 각하” 등의 단어를 써가며 미화를 넘어서 권력에 아부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에서는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라는 생뚱맞은 행사까지 열렸다. 34년이 지난 지금에야 첫 추모예배를 했다니 무슨 곡절인지 알 수 없다.
 
지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움직임은 상당부분 권력에 편승해 무언가 득을 보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정희를 추모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공과를 가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나라 경제를 일으킨 그의 업적을 부인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렇다고 유신 독재까지 미화해서는 곤란하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유신이 더 좋았다는 식으로 마구 달려들면 본래 공적까지도 훼손될 수 있다.
박정희 미화 움직임이 증폭되는 저변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아버지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박 대통령의 모습이 우리 사회 전체를 과거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부터 아버지를 어떻게 모시는 것이 제대로 된 길인지 곰곰이 따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