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행운을 낚으려면

● 칼럼 2014. 1. 13. 19:57 Posted by SisaHan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한 새해 되세요.’ 연초에 나누는 동서양 대표적인 덕담이다. 두 덕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좀 다르지만 자신들의 삶에 복이 함께 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은 동서양 모두 같은 모양이다. 복의 사전적 의미는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거기서 얻는 행복을 뜻한다.’고 되어있다. 우리들의 삶속에 조그만 행운이라도 함께 한다면 행복은 당연한 수순이니 올해는 행운 낚기에 심혈을 기울일 일이다. 하지만 행운이 원한다고 낚여지는 것일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큼 꽤 괜찮은 행운을 잡은 여인을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나름대로 갖게 된 확신이 있다.

지난해 어느 날 아침, 가게 도우미로 부터 매장에서 빙고가 터졌다는 연락이 왔다. 한 사람의 인생을 역전 시킬 만큼 엄청난 액수는 아니었지만 단돈 3불짜리 티켓으로 보통 직장인의 연봉에 버금가는 5만 불에 당첨됐으니 보통 행운은 넘었다. 무엇보다 내 영역 안에서 그런 행운이 터졌다는 게 신기하여 주인공의 신상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인근 법원의 여 판사라는 것이었다. 그의 이력을 듣는 순간 ‘이미 부자인 그 사람 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돌아갔으면 좋았으련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가진 자에게 더 몰아주는 불공평한 인생사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을 확률보다 더 낮다고 한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임에도 요행을 바라며 매일 거금으로 지극정성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생계비 조달이란 원초적 목적을 위해 매달리는 하루살이 인생도 부지기수다. 그런 간절한 바람들을 외면하고 파적(破寂) 삼아 던져 본 낚시에 덥석 걸려든 행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그 비법이 궁금하여 행운의 주인공을 만나보길 원했으나 쉽지 않더니 몇 달 만에 그 기회가 찾아왔다.
 
어느 날 나는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데 건강미가 넘치는 한 중년 여인이 벙글거리며 다가왔다. 그는 느닷없이 내손을 잡더니‘덕택에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왔노라’며 힘껏 흔드는 것이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이해한다는 듯, 복권 공사에서 붙여 준 ‘WINNING 티켓 판매 업소’사인을 손짓했다. 그제야 내가 만나고 싶었던 행운의 주인공임을 알아채고 그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늘씬한 키에 검고 탄력 있는 피부, 상큼한 미소의 소유자인 그는 어디를 보나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자신감은 당연히 판사란 자신의 직책에서 왔을 것이다. 누구나 오르기 어렵다는 그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난관과 좌절을 극복하며 인고의 세월을 버티어 냈음은 불 보듯 뻔한 사실 아닌가.
 
건강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그를 보며, 만약 내가 행운을 관장하는 여신이라면 목전에서 무조건 달라고 애걸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사람에게 먼저 반응을 보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목적하는 바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꾸준히 최선을 다 해 밀고 나아가다 보면 좋은 결실은 물론 행운의 여신도 손짓하리라는 확신을 그에게서 터득했다. 
갑오년 새해가 폭설과 한파 속에서 시름하고 있다. 청마의 솟아오르는 기운으로 역동적인 한 해가 되리라는 예상도 무색하게 정초부터 만물을 혹한에 가두고 있는 지금, 강하게 만들기 위한 담금질 과정이란 사실을 인지하며 기꺼이 참아 낼 일이다.

<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