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 같은 가전쇼

● 토픽 2014. 1. 19. 17:30 Posted by SisaHan

LG전자가 CES 2014에 전시한 세계최대 105인치 곡면 울트라 HDTV.

IT 기술력 융합된 스마트카 주무대 등장

한·중·일 업체가 첨단기술 각축
IT 융복합 기술 전산업으로 확장
자동차 9개 업체 ‘웨어러블’과시

도박과 향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한켠에서 매년 1월 전 세계에서 20여만명이 찾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14’가 7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1967년 뉴욕에서 시작된 CES가 라스베이거스로 옮겨온 것은 1995년, 올해로 만 20년째다. CES는 해마다 번창해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3천2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때 첨단 IT산업을 대변하던 전시회인 컴덱스가 PC 산업의 정체로 문을 닫으면서 CES는 전 세계 IT·가전 산업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전자쇼’로 자리매김했다.
CES는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전산업을 대표하는 미국가전협회(CEA)가 주관하는 행사지만, 실상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려는 해외 기업들의 잔치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GE와 월풀은 이번 CES 전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GE는 아예 참가하지 않았고, 유럽의 가전업체들도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참가 규모나 전시한 제품들로 보면 CES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하이얼 등 한·중·일 3국의 IT·가전업체들이다. 삼성·LG전자는 리모컨으로 곡률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Bendable)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고, 소니는 기발한 웨어러블 기기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CES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올해는 벤츠, 베엠베(BMW), 아우디, 크라이슬러, GM, 도요타, 기아차 등 유수한 자동차업체들이 참가해 첨단 텔레매틱스 기술과 스마트카를 선보였다. CES의 또 다른 주인공은 자동차였다. 크게 세개로 나눠진 전시장 가운데 북쪽 홀은 마치 모터쇼장을 방불케 했다. 자동차는 부품의 3분의 1이 전자장치로 200여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아우디의 한 임원은 “현재 개발 중인 혁신기술 중 90%는 전자장치”라고 털어놨다. 
BMW의 직원이 손목에 찬 갤럭시 기어에 대고 “벨라지오 호텔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자, 곧바로 전기차 ‘아이(i)3’의 내비게이션 화면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떴다. 알람을 클릭하니, 내비게이션은 곧바로 현재 위치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벨라지오 호텔로 가는 길을 화면에 표시했다. 삼성전자와 BMW가 공동 개발한 갤럭시 기어 전용 ‘아이리모트’ 애플리케이션으로 i3를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대한 시범으로 자동차와 전자가 융합되는 현장을 연출해냈다. 특히 올해에는 스마트 기기와 자동차의 연결을 넘어 웨어러블(착용 가능) 기기와 융합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루퍼트 스태들러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던 아우디다. 아우디는 롱텀에볼루션(LTE)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 들고 다니다가 바로 차량에 연결할 수 있는 태블릿 ‘아우디 스마트 디스플레이’ 등 여러가지 신기술을 선보였다.
차량이 운전자의 일정을 알려주고 주변 교통상황을 파악해 가장 최적화된 길을 추천하는 등, 사용자의 ‘비서’ 역할을 하는 스마트 기능을 여러 업체들이 선보였다. 웨어러블 기기와의 연결은 BMW, 벤츠, 현대차 등 여러 브랜드들이 집중한 주제다. BMW는 갤럭시 기어와 연결돼 문 개폐 여부, 충전량, 가까운 충전소 등의 정보를 전해주는 한편 차량 내 에어컨이나 히터를 조작하는 등 기본적인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또다른 스마트워치인 페블과 짝을 이뤄 차량의 주차 위치나 주유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는 부스를 열지는 않았지만 개막 하루 전에 따로 행사를 열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블루링크가 구글글래스와 연결되는 기능을 자랑했다.
자동차 업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가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기사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보인다. BMW, 아우디, 보쉬 등은 CES에서 무인자동차를 선보였다. 아직까지 시중에 판매되기는 이르지만, 시범에 나선 차량들은 상당한 운전실력을 보여주며 무인자동차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스마트 자동차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 안드로이드 연합이 꾸려진 점도 흥미롭다. 아우디,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현대차 등은 구글과 함께 ‘오픈 오토모티브 연합’을 꾸렸다고 CES 현장에서 발표했는데,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차량간, 또는 차량과 스마트기기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역시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애플과의 격돌이 예상된다.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가전은 생활 속의 사물들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혁신이 IT 융복합 기술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빅뱅’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적용 영역이 무궁무진한 IT 융복합 기술은 PC나 TV 등 전통적인 전자산업의 정체로 교착상태에 빠진 세계 IT•가전 산업에 돌파구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 CES는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평가된다. 
< 라스베이거스=이형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