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팽창의 증거: 약138억년 전 우주 대폭발 직후 빛보다 빠른 속도로 공간이 팽창하는 급팽창 단계를 거쳐 현재의 우주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도.
급팽창 시기·규모도 규명… “우주탄생 증거” 과학계 흥분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발표
우주는 거시 구조로 볼 때 왜 이토록 균일할까? 그러면서도 왜 물질이 이리저리 한곳에 모여 은하, 항성, 행성을 이룰까? 그것은 우주 대폭발(빅뱅) 직후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공간이 팽창한 이른바 ‘급팽창’(인플레이션)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 우주론의 오랜 설명이다.
이런 급팽창 시기에 중력 요동으로 생성된 중력의 물결인 중력파의 원시 흔적이 정밀한 우주 관측을 통해 처음 검출됐다. 이는 태초에 급속 팽창의 단계를 거쳤기에 지금처럼 균일하고 평탄한 우주 공간이 이뤄졌다는 오랜 급팽창 이론을 확인해주는 강한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CfA)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극에 설치한 전파망원경 시설 ‘바이셉2’(BICEP2)를 통해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인터넷으로 세계에 생중계됐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빛의 특정한 편광 성분(‘원형 편광’)을 매우 넓은 우주 공간에서 관측해냈다. 이 편광은 중력파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연구팀은 이런 편광의 우주 분포와 패턴을 관측하고 원시 중력파의 흔적만을 걸러내 이를 급팽창의 증거로 제시할 수 있었다.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138억년 전 우주가 뜨거운 대폭발 이후 팽창하며 점차 식어 대폭발의 흔적이 매우 미미한 복사열로 전 우주 공간에 배경처럼 퍼져 있는데, 이번 관측에선 중력파에 의해 생기는 빛의 편광 패턴을 그런 우주배경복사에서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런 편광 패턴을 분석해 급팽창이 대폭발 직후 10의 마이너스 37승 초 동안에 10의 16승 기가전자볼트(GeV)의 에너지 규모에서 일어났음을 보여주었다.
여러 과학매체는 이번 발견을 주요 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찾지 못했던 중력파의 존재를 보여준 가장 직접적인 증거”라고 보도했다.
1980년 급팽창 가설을 처음 제시한 앨런 구스 교수(미국 매사추세츠공대.물리학)는 “급팽창의 그림과 맞아떨어지는 완전히 새롭고도 독립적인 우주론 차원의 증거”라며 환영했다.
이번 연구는 전자기력, 약력, 강력과 더불어 우주의 기본 힘이면서도 여전히 수수께끼에 싸인 중력의 성질에 관해 더욱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단서를 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석천 한국 고등과학원(KIAS)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선 무엇보다 대폭발 우주론에서 급팽창이 언제 어느 정도의 에너지 규모에서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라고 말했다.
▶우주배경복사=우주가 팽창하면서 점차 식어 우주 전체에 남아 있는 우주 빅뱅의 흔적으로 ‘우주의 온도’라고 할 수 있다. 전 우주에서 고르게 관측되는 우주배경복사는 영하 270도(절대온도 2.7K)지만 국지적으로는 매우 미세한 차이가 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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