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한국은 여러가지 사건들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사람에 따라 관심사가 달라, 무엇을 더 관심있게 지켜보았는지가 다를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역사교과서’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국사교과서이다. 그 단어가 주는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 나라의 국사라면, 국민에게 정체성과 자부심을 불어 넣어주는 역사여야 한다. 한마디로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라는 것이 자기 나라 역사교육의 목표다.
나는 한 때 역사를 좋아해서 이곳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역사를 전공하느냐 문학을 전공하느냐 를 놓고 망설인 적이 있었다. 결국 역사는 부전공이 됐지만…더욱이 내가 주로 공부했던 분야는 한국, 중국, 일본의 근현대사였다. 그리고 가능하면 힘이 들지만, 이왕 밖에 나와서 서양교수 밑에서 공부하는 것, 객관적으로 보는 눈으로 공부하려 노력하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교학사 교과서를 직접 구해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올라 온 것을 보며,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친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독립된 한 나라의 국사 교과서에서 식민지 시대를 통해 근대화가 됐고, 더 잘 살게 됐다는 이론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일본이 한국에 철도를 놓아줌으로 인해, 한국 사람들은 먼 곳으로 여행도 가능하게 됐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정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때 배운 서양역사 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한국은 일본의 심장을 겨누는 단검이다.” 아마 그는 한국이 놓여있는 지정학(Geopolitics) 때문에 그런 말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한국은 중국에게 있어 ‘등을 노리는 단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반도, 중국은 대륙, 일본은 섬이다. 이 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이 근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몽고의 일본 침략과 임진왜란을 제외하고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조 말에 들어와서,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 동양 3국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일본이 대륙을 침략하려면, 반드시 한국을 거쳐야 한다. 러시아가 대양으로 뻗어나가려면 또 한국을 거쳐야 한다. 해방 후에는 미국과 소련까지 합세해, 보이게 보이지 않게 한국을 사이에 두고 영향력을 행세하려 한다. 오늘날 중국과 미국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또 중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에 철도를 놓은 주된 이유가 자신들의 대륙 침략에 군인을 이동시키고 공급선을 만들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한국사람들의 먼 곳으로의 여행을 위한 것일까? 지도를 보아도 일본이 왜 철도를 놓았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만주로 가는 최단거리로 철도가 놓여있다. 그리고 당시에 대한민국 국민의 몇 퍼센트가 한가롭게 기차를 타고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었는지, 그 때의 상황에서 보았을 때 몇 명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일본식민지가 됨으로서 빨리 근대화가 되고 더 잘 살게 되었다는 논리에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아프리카는 어떠한가? 영국의 식민지가 됨으로 근대문명을 접하게 되었고, 더 잘 살게 되었다면, 그들은 계속 영국의 식민지로 남아야 할까? 한국이 일본이 없었다면 근대화가 될 수 없었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요지다. 당시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노리고 있었고, 그 밖의 나라들이 러시아를 막기 위해 노리고 있지 않았는가? 한국의 경제 발전도 그렇다. 일본은 인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이 넉넉한 나라가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미국과 전쟁을 치르기에 초기에 기습적 공격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장기전으로 계속 전쟁을 수행하기에 국가적으로 인적 물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나라다. 자신들 능력이상으로 벌려 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으로 강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쟁말기의 우리의 경제는 그들의 전쟁 물자를 보급하는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식민통치 기간에 한국의 경제가 발전했다는 한국사 학자를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일본의 국사학자라면 모를까? 또 일본의 적지않은 일본사(국사) 학자들은 지금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식민 통치기간이 있어 한국이 근대화 되었다고.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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