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중앙교회 1명 등 한인 3명 사망… 줄이은 순례에 우려도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성지순례 중이던 진천중앙교회 김홍열 권사(64)와 현지 여행업체 대표 제진수 씨(51), 가이드를 하던 김진규 목사(36) 등 한국인 3명과 이집트인 운전사, 자폭테러범으로 보이는 1명 등 모두 5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고로 시나이반도의 치안이 극히 불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지 성지순례에 들어갔거나 계획 중인 교회들의 순례길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토론토에서도 19일 D교회 36명의 성도가 10박11일 예정으로 성지순례에 나서는 등 각 교회의 성지순례 계획이 줄이은 가운데 일정과 코스를 재점검하는 등 불안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사고는 현지시각 16일 오후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타바시에서 창립 60주년 기념 성지순례에 나선 진천 중앙교회 성도 31명과 가이드 2명을 태운 대형 버스가 이스라엘로 국경을 넘기 위해 출국심사를 하고 수속을 밟는 중 자폭테러범 1명이 버스에 접근해 던진 폭탄이 폭발해 앞부분이 완전히 날아가며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일행은 전날 밤 10시경 시내산에 도착해 2시간여 수면을 취한 다음 시내산을 오르다 악천후로 다시 내려온 뒤 이날 오전 이스라엘로 출발해 오후 2시경 사고를 당했다. 타바시는 국제공항이 있는 작은 휴양 도시로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3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어 주로 홍해 관광을 위해 찾는 곳이며, 성지순례를 나서는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시나이반도는 의미 있는 성지 코스의 하나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의 추격을 뿌리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향해 나아가는 지역으로 모세가 하나님에게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도 있다. 그러나 이집트의 군부 쿠데타 이후 과격 이슬람 무장 단체의 테러가 빈발하면서 위험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10일에는 한국인 여행객 3명이 이 지역에서 무장 세력에 피랍되었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사건이 발생, 외교부가 시나이반도를 ‘여행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다. ‘여행 제한’은 위험 수준과 그에 따른 안전 대책 기준을 토대로한 여행 경보 제도의 4단계 ‘여행금지’ 바로 전 3단계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교인들의 무모한 성지순례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오 모씨는 “여행 제한구역 지정을 무시한 한국 교인들의 집념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매년 1~2월이 성지순례 성수기로, 이번에도 진천중앙교회뿐만 아니라 많은 교인들이 다녀갔다”고 했다. 현지 여행관계자들은 타바 사건은 한국인을 특정한 폭탄 테러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시나이반도로 성지순례를 오는 나라는 한국인들 뿐이라며 이번 시즌에도 하루 평균 30명 수준, 모두 2천명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한인회의 이 모 목사는 “많은 한국 교인들이 출애굽 코스를 따라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오고 있는데,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시나이반도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 씨는 “한국인들 안전 의식이 다른 나라 여행객들보다 부족하고, 가이드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로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성지순례 여행객이 아니라 끔찍한 테러를 일으킨 범죄 집단과 이를 막지 못한 이집트 정부라는 목소리도 있다. 여행객에게 안전 유의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여행사와 한국 정부의 책임도 지적하고 있다.
진천중앙교회 교인들과 같은 코스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고 밝힌 김희석 교수(총신대)는 이번 테러로 한국교회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은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시나이반도의 위험한 지역에서는 이집트 경찰이 호위대로 따라붙어 안전하다고 했다. 사고가 난 타바 지역은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국경 지대로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은 아니라고 했다. 이번 사고는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불의의 사고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