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캐나다 FTA, 철저히 검증해야

● 칼럼 2014. 3. 15. 15:16 Posted by SisaHan
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1일 두 나라 정상회담을 통해 타결됐다. 두 나라 협상 대표들끼리는 무려 9년 가까이 밀고 당기는 지루한 협상이 진행되었다는데 정작 중요한 국내 의견수렴 절차는 거의 밟지 않았다. 경제적 영향 분석작업은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앞뒤 순서가 뒤바뀐 졸속타결이다.
한-캐나다 협정의 의의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두 나라 간 무역 및 투자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가 누리집에 올린 설명 자료는 사뭇 다르다. 구체적인 근거와 추정모형까지 제시하며 경제적 기대효과를 자세히 설명한다. 우리 정부는 2009년 4월 중단했던 캐나다와의 협상을 4년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갑자기 재개했다. 이후 공식 실무협상은 단 한 차례 열고 협상을 타결했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 등 국민 의견 수렴 절차는 생략했다.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국회 보고도 없었다.
 
정부가 캐나다와 협상을 서두른 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TPP 협상에 대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관심 표명’을 선언했으나 아직 협상 상대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TPP 협상 당사국들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서둘러 맺어 지지세력을 넓히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석 달여 만에 캐나다와 협상을 타결했으며 뉴질랜드와도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TPP 협상은 우리 정부 의지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단계까지 이미 진행됐다. 당사국들 간 개별 협상은 거의 마무리됐으며, 협상 타결 여부는 사실상 이를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에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TPP 참가를 추진하려면 국내영향 분석이나 의견수렴 절차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졸속 타결된 한-캐 협상이 바로 그 방증이다.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 사이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 장벽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분야의 법과 제도까지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경제와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우리나라는 헌법에 따라 협정을 특별법으로 인정하는 만큼 수십 가지 법령까지 자동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협정을 정부의 밀실 협상으로 마무리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비준 동의안이 넘어오기 전에라도 국회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재협상도 요구할 수 있어야 통상주권을 가진 나라의 국회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