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형제와,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 동료들 등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성장하면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부모의 곁을 떠난다. 평생을 함께 지내야 할 관계를 맺을 배우자를 찾는 일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임은 두말할 것이 없겠거니와 근래에 들어 진실된 사랑을 바탕으로 짝을 찾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고 선남선녀들이 잘 포장된 상품처럼 결혼 시장에 나와 서로의 이해타산을 따지고 거래를 통하여 혼인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마저 든다. 로미오도 줄리엣과 결혼했다면 나중에 이혼했을지 누가 아느냐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사랑도 절대선이 아니라고 한다면 평생을 함께 할 반려를 구하는 일이니 물론 자신과 맞나 여러모로 잘 따져보고 결정하는 일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서로 과대 포장한 조건만을 앞세워 속임수도 마다않는 장사 속으로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공연히 걱정이 앞선다.
최근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참가자가 촬영장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이 머릿기사로 보도되어 우리를 경악시킨 바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람의 생명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며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이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국의 오늘의 세태를 돌이켜보며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나 심각하게 반성하게 한다.
주위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무조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주의,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멀쩡한 한 사람을 따돌려 바보로 만드는 왕따주의, 이러한 오늘의 한국의 사회환경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패배자로 낙인을 찍어 우울하고 비참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요소들일 것이다. 또한 사람들을 일정한 환경 안에 몰아 넣고 오직 시청률과 흥미 위주로 참가자들의 privacy 나 입장을 고려 않고 인격을 모독하는 상황의 연출도 서슴지않는 TV 프로그램들, 몰모트처럼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구경하는 voyerism 을 즐기는 대중들, 과장된 머릿기사로 범죄사건•스캔들•가십, 성문제, 연예 오락관계 기사를 선정적이며 흥미본위로 다투어 싣고 대중의 잘못된 여론에 편승하거나 오도하는 yellow paper 적인 성향의 한국의 언론들, 인터넷 매체들의 비윤리성, 이런 모든 것들을 돌아다 보고 이제는 한국사회가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지 않는지 우리 모두가 반성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에게 흥미위주의 오락처럼 어떤 사람의 적나라한 삶을 몰래 훔쳐볼 권리가 있는가? 선정적인 것들은 자주 접하다 보면 더욱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아무리 자극적인 것도 더 이상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의 상실에 이르게 되고 도덕적 불감증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마치 사회 전체가 자신을 팔기 위하여 짝을 찾으러 허둥대며 중매시장에 나선 사람들 같다. 자신이 인격적으로 얼마나 소중하고 훌륭한 사람인지, 그 절대적인 가치는 잊어버리고 겉 모습만 잘 포장하여 오직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받아들여지고 선택 받을까를 안절부절 걱정하는 사람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보여질까를 걱정하는 ‘남에게 보여지는 삶’ 을 살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삶’ 을 살아야겠다. 자신이 돌아다 보았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남들이 무엇이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라는 배짱과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주위의 편견과 시기에도 떳떳하고 인터넷 댓글 따위에 고민하고 신경을 쓰지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하여, 시원하고 속이 꽉 차있는 사람이 되어 남에게 인정받기를 열망하기보다 자신에게 인정 받도록 스스로 준비하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도록 노력하라고 충고한다면 사람들은 또 무슨 헛소리냐고 아우성 칠 것인가?.
< 김영제 - 시인 / 시.6.토론토 동인 >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대안은 ‘브로큰 잉글리시’ (0) | 2014.03.23 |
---|---|
[한마당] ‘건국’논란, 근거와 논리 대라 (0) | 2014.03.23 |
[한마당] 조국에 꿈은 있는가 (0) | 2014.03.15 |
[칼럼] 대한민국 먼저 통일하세요 (0) | 2014.03.15 |
[사설] 국정원 철저 수사만이 검찰이 살 길이다 (0) | 2014.03.15 |
[사설] 한-캐나다 FTA, 철저히 검증해야 (0) | 2014.03.15 |
[1500자 칼럼] 봄은 오는가? (0) | 2014.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