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의 파장이 길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12일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점검했다. 최윤희 합참의장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 회동했으며,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다음주 서울 방문 때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의 동향을 엄중하게 분석하고 대응책을 점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행동을 과대해석하는 일부의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북한 군사동향의 실체와 의도를 냉정하게 읽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확 쏠려가는 것은 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시험발사는 실제 미사일이 아니라 모의탄을 물 위로 150미터쯤 솟구치도록 한 사출시험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 전력화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시간도 꽤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미국의 여러 군사전문가도 모의탄 1발 쏜 것을 두고 실전 배치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다.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한계에 부닥쳤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성급하다. 상황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


일각에선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시험했으니 우리도 잠수함 전력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대잠수함 헬기를 대거 확충하자거나, 심지어 우리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맞서자고 한다. 북한이 위협을 늘린다면 우리도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특정한 무기체계를 갖고 시위를 벌인다고 그때마다 북한이 손가락질하는 방향으로 춤을 추어선 안 된다. 안보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막대한 군사비만 낭비할 따름이다. 어느 나라든 미사일 같은 군사자원 개발은 숨기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북한은 설익은 기술 수준에서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아마도 무력 과시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거나 북한 주민들의 자신감을 고취하는 등의 대내외적 선전 의도가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난 몇년 새 북한이 이런 식으로 도발적 행동을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 사출시험을 두고 갑자기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면 북한 강경세력의 무력시위 의도에 말려드는 효과만 가져올 수도 있다. 최고의 안보전략은 역시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되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현안들이 풀려나간다면 북한도 군사적 위협 필요성을 덜 느낄 것이다. 6.15 공동행사를 비롯해 남북 사이에 약간의 사회문화 교류가 움트려는 참이다. 나아가 경제협력과 정치·군사적 주제로까지 남과 북이 대화 범위를 넓히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