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4일 발표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성과감사 결과로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던 ‘자원외교’의 생생한 민낯을 거듭 확인한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1984년 이후 해외자원 개발을 위해 투자한 돈은 모두 169개 사업 35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만 28조원이 투자됐다. 투자 규모에 비해 성과는 극히 미미했다. 석유의 경우 실제 도입 실적은 우리가 손에 쥔 지분의 0.4%(220만 배럴)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3차례 시범 도입한 물량일 뿐이다. 더욱 심각한 건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설령 사업성이 떨어져 손실을 입었더라도 마음대로 중단할 수조차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앞으로도 46개 사업에 46조6천억원이 추가로 투자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4월 예상했던 추가 투자금액 34조3천억원보다 12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당장 2019년까지 필요한 추가 투자규모만 22조원이 넘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 이보다 더 딱 들어맞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


나랏돈을 생짜로 허공에 날려버린 것도 원통한 마당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 어깨로 옮겨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추가 투자액 대부분을 부채로 메워야 할뿐더러 사업을 진행한 자원 공기업의 재무위험 증가는 결국 미래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각각 221%와 220%인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은 2019년 320%, 692%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정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특히 이명박 정부가 철저한 준비나 투명한 절차 없이 실적 보여주기식 국책사업으로 해외자원 개발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이 제일 크다. 부실투성이 사업을 4조5천억원을 들여 덜컥 인수했다가 손실 확정액만 이미 1조5천억원을 넘긴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겉으로는 자원 공기업의 의사결정이라는 모양새를 띠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와 정권 실세가 모든 과정을 쥐락펴락한 정황은 충분히 드러난 상태다.


한때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군 무상급식 재정은 연간 2조원 남짓이다. 무책임한 정권이 날려버린 나랏돈 수십조원에 견줄 때 새발의 피에 불과한 액수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단순한 정책 실패 사례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