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맹 비난 " 압수수색 시간을 미리 알고 취재진에 안내까지"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사실상 사전에 고지하고 짜고 치는 ‘부실 압수수색’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검찰독재대책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이날 오후 내놓은 논평에서 “국민의힘 관계자가 ‘검찰이 (오후) 1시에 온다고 했다’고 압수수색 시간을 미리 알고 취재진에게 안내까지 했다. ‘시간 예고제’ 압수수색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대상이 국민의힘 당사와 국회 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사무실이므로 당연히 동시 압수수색 했어야 하는데, 오전에 국민의힘 당사, 오후에 국회 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사무실로 시간차 압수수색을 했고, 오후에 할 압수수색 대상을 노출했다”며 “공천 관련 생생한 증거를 다 빼돌릴 시간을 준 셈”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검찰의 강제수사가 2022년 민주당에 대한 수사와는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장동 사건 수사 때 민주당 당사와 국회 본청 내 민주당 대표 비서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던 것과 분명히 다른 조치”라며 왜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세게 압수수색 하지 않고 봐주기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냐”고 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압수수색이 검찰의 주특기인 ‘꼬리자르기’ 꼼수를 위한 ‘보여주기 쇼’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가 휴대전화를 바꾼 것을 두고도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건희에게 불리한 증거는 다 없애버리는 증거인멸을 위한 압수수색이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의 방향을 정해놓고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국민 눈가리기용으로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에서 국가형벌권(검찰권)은 정적을 치는 몽둥이로 전락했고, 살아있는 권력은 치외법권처럼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법 집행을 무기화해서 정적만 처벌하고 자기편을 보호하는 행태는 독재정권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압수수색 국힘, 공천 개입 의혹 자료 상당수 폐기…강제수사 실효성 의문
명태균씨를 구속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서울 여의도 당사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핵심 자료들 상당수가 폐기된 탓에 강제수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쪽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증거인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관련 문서의 상당수는 별도의 보존 규정이 없어 이미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민의힘 당사 내 조직국과 의원회관 내 기획조정국에서 이뤄진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의 압수수색은 자료 제출 문제로 검찰과 국민의힘 사이에 사전 소통이 이뤄진 탓인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기획조정국 압수수색을 참관한 김상욱 원내부대표는 절차가 마무리된 뒤 기자들과 만나 “2022년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검찰이 요청한 자료 중 공개된 자료들 위주로 임의제출을 했다”며 “공천 관련 자료는 계속 보관을 하지 않다 보니 없는 자료들이 많이 있다. 없는 자료는 저희가 협조해서 제출하고 싶어도 제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당이 협조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최대한 협조했다. 당의 기본 방침은 수사권에 있어서는 여야 없이 다 공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법적이고 공정한 수사 요구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공천 관련 서류는 ‘선거 후 폐기’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한 당직자는 “공천 자료에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수 담겨 있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폐기하는 게 맞다”고 했다.
검찰은 2022년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에 공천과 관련해서 오간 메신저 소통 내용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도부와 유관 부서의 컴퓨터와 전산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그 사이 당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의 다수가 이미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 관계자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일부러 바꾼 건 아니고, 당사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너무 낡아서 일괄적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기획조정국 등 국회 공간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국회 사무처가 사용 연한이 지난 것들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4시50분께 기조국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은 국민의힘 당사로 다시 이동해 당 전산 자료를 들여다봤다. 김 원내부대표는 “압수수색 대상에 예전 당대표 등이 내부 메신저로 주고받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손현수 기자 >
당 압수수색에도 느긋한 친한동훈계…공천 개입 의혹 크게 손해 볼 거 없다?
“검찰에서 면밀하고 공정하게 하려고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검찰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국회 내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작한 직후 김상욱 원내부대표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당원 명부와 선거 관련 자료 등 핵심 내부 문서를 취급하는 사무 공간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임에도 그의 말에선 어떤 긴박감이나 위기의식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이날 국민의힘에선 당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어나기 마련인 지도부와 당직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아예 없었다.
한동훈 대표는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진행된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난 한 대표는 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이다. 정치활동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응하겠다는 관련 부서 보고를 받았다”고만 했다. 당 사무를 총괄하는 서범수 사무총장 등이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당사를 찾기는 했지만 아무런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과거 사례에 견줘 매우 낯설다. 2021년 9월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막아서 11시간 대치 끝에 압수수색을 중단시켰다. 같은 해 10월 공수처가 정점식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도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급히 현장을 찾았다.
국민의힘의 느슨한 분위기엔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미 예고됐던데다 상당 부분 ‘임의제출’ 방식으로 이뤄진 탓이 커 보인다. 검찰은 앞서 국민의힘에 재보선 공천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대외비 문서를 그냥 내줄 수 없으니 영장을 가져오라’는 답을 들었다. 다만 친한동훈계 지도부의 느긋한 태도는 ‘명태균씨가 주로 친윤석열계와 접촉해온 만큼 검찰 수사로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 때문일 수 있다. 검찰이 집중적으로 살피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도 친한계는 거의 연루되지 않았다. < 한겨레 김남일 손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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