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재판관 임명 않고 무작정 깔아뭉개기

'헌법 지킬까 말까' 두고 국무위원 '의견 청취'
국힘은 '단식쇼'…박수영 "건강 치명타" 병원행
정부‧여당 헌정질서 파괴 행위 중심에 최 대행

전략적 인내해왔던 민주당에서도 "탄핵" 분출
법률위원장 이용우 "정치적 고려할 때 아냐"
전현희 "탄핵 카드 만지작, 최고위 분위기 고조"

실력 행사 나선 비상행동 "법적 책임 물어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을 방문해 상황실 근무자에게 대응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2025.3.6. 연합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고도 무려 1주일이 지났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배 째라'는 식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해석과 관련한 최상위 사법기관이고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함에도 최상목 대행은 추가적인 '의견 청취'와 '숙고'가 필요하다는 제멋대로의 사유를 들며 법치주의를 깔아뭉개고 있다. '헌법을 지킬까 말까'를 두고 지난 4일 오전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는 '윤석열의 친구' 이완규 법제처장을 비롯한 참석자 대부분이 "현 시점에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릴레이 '단식쇼'를 벌이다 박수영 의원이 닷새 만에 "건강에 치명타"를 입었다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마 후보자 임명 저지를 위해 난동에 가까운 생떼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여당의 이 모든 무도한 헌정질서 파괴 행위가 최 대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 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뿐만 아니라 대법관 후보자도 마음대로 임명하지 않았고, 법률상 '지체 없이' 해야 하는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도 두 달 넘게 방기해왔다.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남발과 같은 대통령의 적극적‧공격적 권한 행사는 하면서 국회 의결을 따르면 그만인 소극적‧형식적 권한 행사는 온갖 궤변을 동원해 무한정 미루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표현대로 '불법‧위헌을 밥 먹듯이' 하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선두에서' 헌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산 방문에 반대하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부축을 받아 일어서고 있다. 2025.3.6.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 인내를 해왔던 민주당에서도 '최상목 탄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글에서 "국회는 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이 최 권한대행의 손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했다는 국무위원들도 모두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공직자는 누구든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를 할 때가 아니다. 탄핵 사유가 있다면 탄핵당해야 한다. 공직사회에 확실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전날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대행으로서는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무소불위의 거부권을 행사하고 위헌‧위법 사유가 너무나 쌓여 있어서 저희들이 탄핵 카드를 이제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다. 오늘도 사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가 있었다"며 "(최고위원) 대부분이 최상목 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 탄핵을 하는 것이 정무적으로 맞느냐는 부분에 있어서 판단이 좀 나뉘었는데 점점 그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민주당 지도부의 기류를 전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등 2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비상행동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등 2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비상행동

 

그럼에도 아직 최종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가 최 대행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대행과 국무위원 등 2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날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최 대행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거부 또는 보류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위반함과 동시에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헌법 파괴 행위다. 행정권력이 최고규범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반헌법적 권한 남용"이라며 "헌법 파괴자 최상목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헌재의 결정까지 나온 상황에서 헌법에 따른 작위의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최상목에게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단언했다. 또 "재판관 임명을 보류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온 국민의힘의 압박에 국무위원들은 최상목을 앞세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종잇조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수사기관은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무관용으로 최상목과 국무위원들을 입건하고 압수수색 등 신속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2025.3.4. 연합
 

비상행동이 고발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다.

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2.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3.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4. 조태열 외교부 장관
5. 김영호 통일부 장관
6.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7.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8.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9.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10.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11.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2.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3.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14. 김완섭 환경부 장관
15.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6.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
17.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18.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9.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20.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21. 이완규 법제처장
22. 기타 2025년 3월 4일 국무회의 참석자 전원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