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헌법주석 “민주적 정당성 없어…임시적”
“적극적 권한행사 가능” 법무부·국힘 주장과 배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4월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 참석 뒤 전시물 관람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

 

법제처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국무총리가 새로운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상유지에 그쳐야 한다”고 해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대통령 궐위의 경우 국무총리가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것과는 다르다.

 

법제처가 2010년 발간한 헌법주석서를 보면, 헌법 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조항을 설명하며 “직무대행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대통령 권한의 전반에 미칠 것이나, 그 임시적 성질로 보아 현상유지적인 것에 국한된다고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서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주석서는 “(권한대행의 직무가) 현상유지적일 수도 있고, 현상변경적일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들이 새로운 정책 결정을 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기에 현상유지에 그친다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인다”고 명시했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처의 이런 해석은 전날 김석우 직무대행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대통령 (사고가 아닌) 궐위 시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면서 ‘월권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직무대행은 “(대통령) 궐위와 사고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사고의 경우에는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므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적극적 권한 행사를)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다만 궐위의 경우는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학설상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는 질병·요양·탄핵소추에 의한 권한 정지 등으로 일시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고 ‘궐위’는 파면·사망·사임 등으로 대통령직이 비어있음을 뜻하는데, 김 대행은 사고와 궐위를 구분해 궐위 시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이 더 넓다고 주장하며 법제처 주석서와 반대되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와 비슷한 논리를 제시하며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옹호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대통령이 직무 정지 아닌 궐위 상태라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데 논란의 소지가 없다”고 했다. < 신민정 기자 >

 

국회 입법조사처 “한덕수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위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위헌·위법이라는 의견이 헌법학자 사이에서 압도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에 관련 서류가 도착하는 대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10일 입법조사처에서 “헌법학계와 전문가 등을 상대로 의견을 두루 들은 결과, 압도적인 다수로부터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권한을 넘어선 위헌·위법 행위라는 의견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는 우 의장이 입법조사처에 한 권한대행의 인사청문회 요청이 적법한지 유권해석을 의뢰한 데 따른 답변이다.

 

입법조사처는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만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상 유지를 위한 소극적 권한 행사에 그쳐야 하는 권한대행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이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이를 접수하지 않고,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자격 없는 자(한 권한대행)가 요청한 인사청문회이므로, 국회의 인사청문권과 인사청문회에서 이뤄지는 국회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는 11일 인사청문요구서를 국회로 보낼 가능성이 큰 걸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여러 시민단체에서 헌법소원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만큼 당 차원의 법적 대응은 일단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한 권한대행 재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 재탄핵) 가능성은 열려 있다. 탄핵 여부 결정은 다음 주에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채운 기자 > 

 

헌재, 한덕수 헌법재판관 지명 위헌 심리 착수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지정하는 등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다. 오는 18일 재판관 2명의 퇴임을 앞둔 만큼 헌재가 판단을 신속하게 낼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김정환 변호사가 지난 9일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에 대해 “청구인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을 10일 오전 주심 재판관에게 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심은 전자배당을 통해 무작위로 이뤄졌고 공개는 되지는 않는다. 아울러 헌재는 이날 오전 재판관 평의를 열어 관련 논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심 재판관이 소속된 지정재판부로 사건이 넘어가면 헌재는 30일 안에 사건이 적법요건을 갖췄는지 등을 판단해 각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각하되지 않으면 사건은 전원재판부로 넘어가 재판관 9명이 참여하는 평의에서 논의 후 결론이 나게 된다.

 

가처분 신청은 헌재가 본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일정 기간 효력을 정지하는 처분이다. 헌재가 김 변호사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막을 수 있다.

 

헌재의 판단이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전에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는 7인 체제로 운영된다. 헌재법에서는 사건 심리가 가능한 재판관 정족수를 7명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두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아도 심리와 선고가 모두 가능하다.

 

앞서 김 변호사는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서에서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고유권한이기에, 이 사건의 지명과 인사청문요청 등 일련의 과정은 모두 한 대행의 권한 없는 행위이며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서 위헌·무효”라고 주장했다.  < 오연서 기자 >

 

박찬대 “한덕수, 대통령 꿈 깨라…헌재 장악 제2 친위쿠테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0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항간의 소문대로 대통령 꿈을 꾸고 있다면 헛된 꿈이니 얼른 꿈 깨시라”고 말했다.

 

박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 국민이 또다시 망상에 빠진 헌법 파괴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거대한 착각”이라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 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권한 없는 자가 자행한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이자 내란수괴 윤석열의 지령에 따라 헌법재판소를 장악하려는 제2의 친위 쿠테타”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이 아닌 임명직 총리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헌법재판소와 국회 입법조사처, 헌법학자들이 이미 말했다”며 “그럼에도 이완규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내란수괴 대리인을 알박기해 12·3 내란을 연장하겠다는 불순한 음모”라고 했다.

 

박 직무대행은 또한 “이완규 법제처장은 내란방조 피의자인데 헌법 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지명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한 총리는 오늘 당장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내란수괴 대행의 책임을 묻겠다”며 “국민 명령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한 총리는 120년 전 을사오적처럼 역사의 죄인으로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기민도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