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총선 이후엔 거의 매일 비상사태 였다” 회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권한대행을 맡을 박찬대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대표직에서 사퇴하며 2년8개월의 민주당 사령탑 역할을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3년 간 당대표로서 나름 성과 있게 재임할 수 있던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국민들께서 과거의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디엔에이(DNA)를 발휘해서 빠른 시간 내에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길 바라고 저도 그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끝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 대표는 회의 막바지에 10분 넘게 지난 2년8개월 임기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이 대표는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겠지만,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을 생각해보면 사실 소설 같다. 엄청나게 긴 시간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거의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돌이켰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을 맡고 연임하는 동안 흉기 테러와 단식 농성,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총선 압승과 내란, 현직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곡예에 가까운 부침을 겪어왔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해 4월 총선 이후엔 “거의 매일 비상사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휴회도 거의 없었고 늘 비상대기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최선을 다했고 3년간 당대표로서 나름 성과있게 재임할 수 있던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로 위기를 겪긴 했는데 역시 위대한 국민들 힘으로 다시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며 “다 국민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당내를 향해서도 “출발할 땐 험했는데 그래도 퇴임하는 상황에선 출발할 때보단 상황 좋은 거 같다. 모두 여러분 덕분이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 대표의 마지막 인사에 최고위원들은 “폭싹 속았수다(‘무척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전현희 의원), “그동안 많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현명히 당을 진두지휘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모두에게 큰 힘이 됐다”(김병주 의원)고 화답했다.

 

이 대표의 사퇴로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라 직무를 대행해 민주당을 이끌게 됐다. < 엄지원  김채운 기자 >

 

개헌 선 그은 이재명…“필요하나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

우원식 의장발 개헌 동력 약화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전날 제안에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일부 비이재명계 대선 주자를 제외한 당내 여론이 빠르게 ‘개헌 시기상조론’으로 기울고, 야권의 ‘최대 주주’인 이 대표마저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론’과 신속하게 거리를 두면서 ‘우원식발 조기 개헌론’은 동력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게 더 긴급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4년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도입, 결선투표제, 기본권 강화 이런 것은 논쟁의 여지가 커서 결과는 못 내고 논쟁만 하는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복잡한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국민에게 약속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공약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법상의 난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현재 국민투표법에선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본투표만 할 수 있고 사전투표장에서는 할 수 없다. 이러면 (개헌 투표 참여자가 국민의) 과반수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최선을 다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해보겠다”면서도 “일부 정치세력이 기대하는 것처럼 개헌 문제로 논점을 흐리고 내란을 덮으려는 시도는 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방안이나 계엄 요건을 강화해 함부로 군사 쿠데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돼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우 의장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우 의장은 이 대표의 개헌 관련 발언 뒤 입장문을 내어 “국회 양 교섭단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번 대선에서부터 개헌이 시작될 수 있도록,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서두르자”고 했다. 이 대표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거나 계엄 요건을 강화하는 개헌에 긍정적 반응을 나타낸 것을 고리 삼아 개헌 논의를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기민도 신민정 고경주 기자 >

 

이재명-국힘 후보 양자대결, 지지율 15%p 이상 격차 벌어져 [갤럽]

이재명, ‘30%대 지지율’ 국힘 후보들에 앞서
‘vs 오세훈’ 15%p~‘vs 한동훈’ 21%p 격차
‘당내 지지도 2위’ 유승민만 이재명 과반 저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쪽 대선 후보들과 양자 대결에서 모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

 

뉴스1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5.5%,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 결과를 보면, 이 대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55%를 얻어 김 장관을 20%포인트 앞섰다.

 

이 대표는 오세훈 시장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52%를 얻어 오 시장(37%)을 15%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31%)와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양재 대결에서도 각각 21%포인트, 1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양자대결에서만 과반 득표를 얻지 못했다. 이 대표는 유 전 의원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49%를, 유 전 의원은 32%를 얻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김문수 전 장관 16% △유승민 전 의원 15% △한동훈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 각 11% △오세훈 서울시장 8%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7% 순이었다.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28%였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김문수 24% △홍준표 14% △오세훈 14% △한동훈 13% △안철수 5% △유승민 4%로 집계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은 43%, 국민의힘 지지율은 31%로 나타났다. 이어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2%, 진보당 1% 순이었다. 한국갤럽의 지난 1~3일 정기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41%, 국민의힘 35%로 오차범위 내 지지율을 보였지만, 윤 전 대통령의 파면 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특히 보수·중도층에서 이탈이 두드러졌다.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이들 가운데 민주당 지지는 16%, 국민의힘은 65%를 기록했다. 중도층에선 민주당이 47%, 국민의힘이 19%로 각각 나타났다. 지난 1~3일 정례 여론조사에서는 보수층에서 민주당 13%, 국민의힘 74%를 기록했고,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45%, 국민의힘 23%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