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고통받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요? 당연히 위로와 격려, 희망의 말을 해주어야겠지요. 베드로전서는 로마 제국으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던 초대 교회 성도들, 특히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 지역에 흩어진 성도들을 위해 쓰인 서신서입니다. 따라서 이 서신서의 내용이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베드로전서를 찬찬히 읽어보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도 베드로는 위로와 격려보다는 도전과 명령의 메시지를 더 많이 전합니다. 믿음의 행동을 취하여서 행진하고 싸우라는 강한 도전의 언어가 주를 이룹니다. 그 당시 성도들은 극심한 핍박 하에 있었기에 위로와 격려를 받아도 버텨내기 힘겨웠을 상황인데, 행진하고 싸우라는 도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니 너무 냉정하고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죠. 하지만 진정한 위로란 때론 따뜻한 말보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강한 도전의 말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실망하고 낙담할 때, 상처 받고 두려울 때, 본능적으로 내 자신만을 챙기고 싶은 생각, 내 문제만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시야가 좁아집니다. 사도 베드로는 이러한 연약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단순한 위로에 그치지 않고 성도들에게 고난을 견디며 나아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위로 대신 강력한 도전을 통해 성도들에게 믿음의 길을 걷도록 이끌었어요.
베드로전서 1:17입니다. “외모로 보시지 않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이를 너희가 아버지라 부른즉 너희가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 위로의 말로 전혀 느껴지지 않지요. 도전과 명령으로 읽혀지잖아요. 그렇다면 사도 베드로가 말하고자 하는 두려움은 무엇이겠어요? 단순히 무서워하는 공포심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향한 깊은 존경과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경외심이예요. 사랑과 존경심을 동시에 품는 마음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존경심이 없으면, 그 사랑은 참된 사랑이 아니지요.
또한 존경심 없이 사랑하는 것 역시 참된 존경심이 아닙니다. 사랑과 존중은 함께 있어야 해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마음대로 밀어붙이시는 사랑인가요? 예수님을 십자가에 내어주실 정도로 희생하셨으니까, 잔말 말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라고 우리에게 강요하시는 사랑입니까? 아니지요. 하나님은 우리를 존중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오래 참으시는 것은 능력이 없으셔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빚지셨기 때문도 아닙니다. 우리를 인격체로 존중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을 열고 그 사랑을 받아들일 때까지 오래 참으시며 기다리시는 거에요.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사랑으로 하나님을 존경하고, 존경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순종하기로 결심하는 것, 쉽지 않은 선택 앞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고 마음 먹는 것, 이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사도 베드로가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고 도전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께 순종하며 살아가기를 권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도전으로 우리는 위로 이상의 힘과 용기를 받는 것이예요. 힘들때 때로는 우리에게 위로보다 도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