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강행 의지에 영남 주류세력들 격렬 반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놓고 국민의힘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당내 찬반 논쟁도 8일 격화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쪽은 영남권에 바탕을 당의 주류세력들이다. 전날 친박근혜계’ 5선인 서병수 의원이 페이스북에 지금은 당 내외 세력들을 한데 모으고, 당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5선인 조경태 의원도 보궐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생뚱맞다. 강행하려면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개인 자격으로 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강행처리 등 정부·여당의 강공이 이어지는 와중에 먼저 무릎을 꿇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추미애 갈등에 공수처법 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왜 (사과)하겠다는 건지. 폭주 정권에 맞서 똘똘 뭉쳐도 힘겨운데라며 “‘2차 탄핵이니 부관 참시’ ‘정치 패륜이니 굳이 이런 시기에 이런 논란들을 사서 일으킬 필요() 있을지라며 사과할 시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배현진 의원도 문재인 정부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의 귀태(鬼胎)”로 규정하고, “잘못된 역사를 연김 위원장 본인부터 사과하라고 이틀째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서울·충청권 중진들과 상대적으로 전 정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초선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5선인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당 대표의 사과와 반성은 그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더 가열찬 전진과 반격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이라고 밝히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4선 박진 의원도 과거에 대한 반성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길이라며 정치적 논란을 떠나 우리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사법 판단을 거쳐 영어의 몸이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은 보수의 참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초선인 조수진 의원은 2007년 정권을 잃은 뒤 스스로를 폐족이라 칭한 친노무현세력의 선언문 전문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처절한 반성, ‘신 폐족 선언9월 정기국회 전에라도 했어야 했다지금도 지나치게 늦었다고 적었다.

이런 당내 갈등 상황에도 김종인 위원장은 9일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이날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국민 마음을 우리 편으로 돌려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이 나라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냐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내년) 4·7 보선과 관련해서 당의 혁명을 경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절대로 멀어져서 안 된다. 저는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목표한 바를 꼭 실행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으시더라도 당이 국민 마음을 어떻게 하면 다시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해 다 같이 협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내년 4월 보궐선거의 승리를 위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10여명은 김종인 위원장을 찾아 대국민 사과의 시기와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들 대다수는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김 위원장 생각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자리를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맡겨 달라고 했는데, 전직 대통령 두 명의 과오에 대한 사과가 아니고, 현재 반민주적인 정부를 초래한 데 책임이 있다는 차원의 폭넓은 말씀을 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 노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