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상고 이유 없다고 판단…국정농단 진상규명 달성"
‘실익없다’ 판단 이재용, 만기 출소땐 내년 7월까지 복역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고 판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변호사는 25일 "이 부회장이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도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인정된 범죄사실과 양형 기준에 비춰 가볍지만, 상고 이유로 삼을 위법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밖에 다른 적당한 상고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상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검은 또 "승마·영재센터 지원 뇌물 사건과 정유라 입시비리, 비선진료 사건이 마무리됐고 블랙리스트 사건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며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는 특검법의 목적이 사실상 달성됐다"고 했다.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은 상고 기간이 끝나는 이날 밤 12시를 기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날 때까지 1년 동안 복역해 남은 형기는 약 1년 6개월이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내년 7월 만기 출소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이 298억원, 건네기로 약속한 금액이 213억원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89억여원을 뇌물 액수로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유죄 액수가 36억원으로 줄어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10월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가량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대로 총 86억원을 유죄로 인정해 지난 18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던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법정 구속됐다.
한편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과 최씨도 각각 올해 1월과 작년 6월 대법원에서 중형을 확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0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징역 2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이재용, 고심 끝 판결 수용…'실익 없다' 판단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실형 판결을 수용키로 한 것은 재상고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이인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형사소송법상 재상고가 가능한 마지막 날이다. 1주일에 걸친 재상고 기간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 재상고해도 판결 뒤집힐 가능성 낮아
실제로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이미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건을 파기환송 할 때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재상고심에서 달라질 여지가 크지 않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의 유·무죄보다 양형, 즉 형벌의 정도를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 심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파기환송심에서 선고받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상고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형사재판에서 징역 10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는데,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마지막까지 무죄를 주장한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대국민 사과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던 점도 재상고 포기의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임으로써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을 재확인하고 삼성을 둘러싼 논란이나 비난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최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가 재점화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으로서는 재상고를 포기하고 하루빨리 판결을 확정받아 사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실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 확정되면 내년 7월 만기 출소…사면여부 주목
만약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이날 재상고를 포기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고, 이 부회장의 신분은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바뀐다. 이 부회장은 남은 형기는 약 1년 6개월로, 변수가 없으면 내년 7월 만기 출소한다.
2017년 2월 구속된 이 부회장은 이듬해인 2018년 2월 파기환송 전 항소심의 집행유예 판결과 함께 석방될 때까지 약 1년을 복역했는데, 이 기간은 남은 형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물론 감형 또는 사면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재계 주요 인사에 대한 사면은 과거 여러 차례 반복됐고, 이 부회장 일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회장은 2009년 8월 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을 확정받았다가 4개월 만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단독 사면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재계와 체육계 건의에 힘입은 결정이었다.
이 부회장의 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했다가 이듬해 재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된 직후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재현 회장은 오래 지병을 앓은 점과 사회·경제·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이 사면에 고려됐다.
‘국정농단 뇌물’ 처벌하되 최소 형량… “재벌개혁 계기로”
재판부, 삼성 준감위 ‘경영 불법’ 통제 역부족 판단 엄벌하며 감경
“준감위 본질 감형 아닌 위법 예방” 선제적 대비·감시책 미흡 해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른 것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도입을 권고한 준법감시제도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삼성 쪽에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도입을 제안하며 희망에 부풀게 했지만, 18일 최종 결론은 실형 및 법정구속이었다.
■ “준법감시 본질은 감형 아니다”
“준법감시제도 본질은 위법행위 예방에 있는 것이지 감형에 있는 것이 아니다. 피고인(이재용)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그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감위 활동을 양형사유로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준감위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여기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과 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불거진 대외후원금 형태로 지출하는 방식의 위법행위에 대한 대비책도 미흡하다고 봤다. 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평가받는 사업지원티에프와 같은 컨트롤타워 조직에 대한 감시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재의 준감위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도 삼성 쪽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재판부는 현재 준감위와 협약을 맺은 7개 관계사 외에도 “최고 경영진의 위법행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생 사건 당시 이 기업이 비상장기업이었고,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분식회계나 증거인멸 등) 다수 형사사건이 발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꼬집었다. 또 검찰이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추가 기소한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과 관련해서도 “준감위 출범 전 사안이라거나, 1심 판결이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준감위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과거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했던 허위 용역 계약 방식을 ‘법적 위험’ 요소로 보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 등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며 “과거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방법을 삼성이 스스로 분석해 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재판부, ‘작량감경’ 거쳐 실형 선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의 성격 또한 양형 판단의 핵심 요소였다. 이 부회장 쪽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특검은 이 부회장 역시 승계 작업을 위한 청탁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며 감형이 아닌 ‘가중’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긴 하지만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이 부회장의 ‘수동적 공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삿돈으로 뇌물을 조성한 횡령 혐의에서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라는 양형 가중 사유를 더했고, 뇌물공여 혐의에서도 △적극적 증뢰 △청탁 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를 가중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고 △업무상횡령 피해가 전부 회복된 점 △대통령의 뇌물 요구 거절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 등을 감형 사유로 인정했다. 이를 모두 종합한 대법원 양형기준의 이 부회장 양형 권고 범위는 징역 4년~10년2개월이었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그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이는 법관의 재량에 따라 형을 절반으로 깎아주는 ‘작량감경’을 적용한 결과다. 이 부회장의 경우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어서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해야 했지만, 작량감경을 거치면서 최종 형량은 징역 2년6개월로 줄었다. 장예지 기자
삼성 총수 부재에…“‘뉴삼성’ 투자 차질” “재벌개혁 출발점”
“옥중경영 제한적, 기회손실 클 것” “전에도 경영공백 없어”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법정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법원이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하면서,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를 맞아 비상경영에 들어가게 됐다. 일각에선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삼성과 국내 재벌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 “‘뉴삼성’ 투자 차질?” vs. “재벌개혁 출발점”
18일 법원의 법정 구속 결정으로 그동안 ‘뉴삼성’을 기치로 내걸어온 이 부회장은 또다시 ‘옥중 경영’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총수 부재 속에 기업집단 삼성의 59개 계열사에서는 그룹 사장단 회의가 줄어들고 한동안 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사장 정현호)가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그룹 전반을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태스크포스가 사실상 옛 미래전략실의 부활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있는 터라, 적극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의 별세 뒤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삼성’으로 변화하는 중이었던 점에서, 삼성 내부에선 그룹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대규모 인수·합병이 벌어지고 자동차 배터리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에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인으로서 역할은 제한받게 됐고 일반 면회가 하루 10분뿐”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2월~2018년 2월까지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돼 있던 때도 경영 공백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 삼성 계열사들의 실적이 말해준다. 특히 올해는 전기차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호황이 예상되는 등 경영 여건도 더없이 좋은 상황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총수가 구속된다고 경영에서 큰 공백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며 “삼성이 내부에 태스크포스를 꾸려서 총수 없는 새로운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재벌 개혁 역사에서 굵은 획을 긋는 출발점이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사람도 아무리 재계에서 선처를 요청하고 ‘경영 공백’ 공포 마케팅을 해도, 죄를 지으면 구속되는 걸 다른 기업들도 이번에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창민 교수는 “최고 경제권력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니까 재벌 개혁에서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여전히 경영에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한다 해도 장기간 감옥에 가 있게 되면 전문경영인들한테 더 권한이 갈 것이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체제가 좀 더 강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 ‘취업제한’ 거취 논란 불거질 듯
이 부회장이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조항은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제사범 가운데 범법 금액이 5억원 이상일 때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징역형의 경우 형 집행 기간은 물론 집행 종료 혹은 사면 그 이후 5년까지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어, 이 부회장 측이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으면 직을 유지할 수 있다. 법무부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승인 신청을 하면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장관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 부회장의 경우 승인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에서 재상고를 할 경우에는 형이 확정되지 않아 취업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계완 송채경화 기자
박영수 특검팀 4년2개월 ‘고난의 행군’…“개인적으로 안타깝다”
100명 중 15명 남아 양재식 특검보, 허진영 특별수사관 맹활약
지난 2016년 12월21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박영수 특검팀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윤석열 수사팀장, 양재식 특검보, 박충근 특검보, 박 특검, 이용복 특검보, 이규철 특검보, 조창희 사무국장.
2017년 2월28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의 종무식이 열렸을 때였다. 박영수 특검은 팀원들을 한명씩 단상으로 불러 일일이 악수를 하며 표창장을 건넸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종무식에 참석했던 특별수사관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흐른 1월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박영수 특검팀에 남은 15명의 특별수사관들은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 90일(준비기간 20일 포함)의 1차 수사기간이 끝날 무렵 박영수 특검은 당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수사 연장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박 특검은 2017년 3월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정된 수사기간으로 수사가 절반에 그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특검은 수사 착수 때 파견검사와 수사관(변호사)들에게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 여러분은 수사에만 전념하라”고 말했다. 이 말은 특검팀에 파견된 수사 경험이 전무한 ‘초짜’ 변호사뿐 아니라 수사 경험이 많은 파견검사들한테도 큰 힘이 됐다. 당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경제지 등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협박에 못 이겨 최순실을 지원했을 뿐인데 쓸데없이 왜 수사를 하느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앞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많이 확보돼 있었다. 검찰 수사기록은 이 부회장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도록 작성돼 있었다.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라고 만든 특검인데, 혐의가 명백한 사안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당시 특검팀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특검팀의 최대 위기였다. 삼성 수사팀에 배속된 수사관들한테는 더욱 큰 충격이었다. “영장실질심사 당일(2017년 1월19일)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한 팀원들은 거의 없었죠. 그래서 이 부회장의 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집행조’에 지원해서 영장심사 결정문을 받으러 법원 당직실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날 새벽에 나온 결정문에 기각 도장이 찍혀 있는 거에요.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함께 간 팀원들 모두 아무 말도 못했죠. 법원에 제출했던 수사기록을 여행용 가방에 주섬주섬 챙겨 담는데 기분이 정말 참담했어요.”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의 말이다. 박 특검은 그날 새벽 영장 기각을 보고 받자마자 삼성 수사팀 전원에게 하루 동안 강제 휴식을 ‘명령’했다. 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조처였다.
삼성 수사팀은 곧바로 재청구 작업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보강 조사를 거쳐 이 부회장의 영장을 재청구했다. 재청구된 영장은 2월17일 새벽에 발부됐다. 팀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수사관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구시대의 병폐인 정경유착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 씁쓸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초반에 파견검사 20명, 파견공무원 40명을 합쳐 수사 인력만 100명에 이르는 대규모 특검이었다. 특검 생활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아침 9시 출근-밤 1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주말 근무는 필수였다. 압수수색이 있는 날에는 새벽 5시에 출근해 압수수색을 한 뒤 다음날 새벽 4시에 특검 사무실로 복귀했다. 몸이 아프지 않은 팀원들이 없었다. ‘몸을 갈아가면서 일을 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팀원들은 수사할 때는 정작 아픈 줄도 몰랐다고 한다. 수사기간이 끝난 뒤에야 너도나도 병원으로 향했다.
특검 생활은 ‘보안’의 일상이기도 했다. 박영수 특검은 유독 수사보안을 강조했다. 섣부른 ‘언론플레이’는 상대에게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탄핵은 당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태극기 부대는 연일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 수사 규탄 시위를 벌였다. 특검팀은 내부 감찰팀을 구성해 팀원들의 수사기밀 유출 여부를 감시했다. 또 ‘적법절차’와 ‘인권보호’ 지침을 지키도록 독려했다. 특검 수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했다. 파견검사와 수사관들은 자기 사건이 아니면 수사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수사의 큰 그림은 박영수 특검을 비롯한 수뇌부가 그렸다.
2018년 2월5일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 특검팀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최순실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보지 않았다. 박근혜, 최순실 재판에서는 뇌물로 인정된 것이었다. 특검팀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었다. 재판 진행 상황을 왜곡하는 몇몇 언론들을 보면서 삼성의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특검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특검 원년 멤버 중 끝까지 남은 양재식 특검보와 허진영 변호사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 결과 최종 승리는 박영수 특검팀의 몫이었다. 선고 결과를 듣고 박영수 특검은 “개인적으로는 국가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특검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춘재 기자
[칼럼] 이재용 실형, ‘정경유착 흑역사’ 종지부 찍자
안재승ㅣ논설위원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정준영 재판장의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 진행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이 부회장은 끝내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결했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관련해선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이 부회장 형량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으나,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최대 재벌의 정경유착에 단죄를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결탁해 서로 부당한 이익을 주고받는 정경유착은 부정부패의 근원이다. 그리고 최고 정치권력인 대통령과 최고 경제권력인 삼성 총수가 거액의 뇌물과 경영권 승계를 주고받은 이 사건은 정경유착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정경유착의 중심에는 늘 삼성이 있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5·16 쿠데타 직후 ‘부정 축재자 1호’로 지목돼 구속될 처지에 놓였으나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을 만나 협조를 약속하고 한국경제인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 전신)를 만들었다. 그 뒤로도 이병철 회장의 전두환 뇌물 제공, 이건희 회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 뇌물 제공,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로펌 수임료 대납 등으로 정경유착은 끊이지 않았고, 종국에는 이 부회장의 박 전 대통령 뇌물 제공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80여년의 삼성 역사에서 총수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다. 이번 판결이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하며 재벌 총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대원칙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법치주의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이번 판결이 지니는 의미를 다른 모든 재벌 총수들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스스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도 총수의, 총수를 위한, 총수에 의한 ‘황제 경영’에서 비롯됐다. 누군가 옆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말렸다면 이 부회장이 법정에 서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일사불란하게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작업을 처리했다. 이 부회장이 재판부의 권고로 뒤늦게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준법경영을 선언했으나 너무 늦었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삼성 총수들의 불법과 비리를 감시·비판하지 않았다. 아니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합리화했다. 삼성 총수들이 사법적 단죄를 받게 될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기업하는 죄’ ‘삼성 역할론’ ‘경제 위기론’ 등을 내세워 호위무사 노릇을 했다.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더 이상 재벌 총수와 기업을 동일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삼성 역시 이 부회장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오늘날의 삼성은 수많은 임직원과 주주, 협력사 등의 땀과 눈물이 모아져서 이뤄진 결과물이다.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는 관계없는 개인 문제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자산 수백조원의 거대 그룹을 대물림하려는 데서 비롯된 범죄 행위다. 실형을 선고 받은 건 이 부회장과 측근들이지 ‘기업 삼성’이 아니다. 재벌 총수가 구속됐다고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은 적도 없고 재벌 총수가 풀려났다고 한국 경제가 살아난 적도 없다. 언론들이 더는 황당한 주장으로 국민들을 오도해선 안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실제로 회사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직 인정받거나 자랑할 만한 변화는 아니지만 이제 시작이고, 과거로 돌아갈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제가 책임지고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를 만들도록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면서 한 발언이지만, 실형을 받았어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이 부회장 자신과 삼성을 위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법원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충족 못해…양형에 참작 부적절"
최지성· 장충기 등 前임원들, 징역 2년6개월 선고받고 법정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회삿돈으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법정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업무상횡령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새로운 삼성준법감시제도가 그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에서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러한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이재용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 준법감시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행위 유형에 대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활동까지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총 298억원의 뇌물을 건네고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2017년 2월 구속기소 했다.
파기환송 전 1심은 전체 뇌물액 중 정씨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총 89억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액수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36억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형량도 대폭 낮아져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가량은 유죄로 인정된다며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재용 국정농단 재판 4년…사실상 마무리
특검과 악연 속 2차례 청구 끝에 구속…'세기의 재판'으로
재상고해도 확정될 가능성 높아…'불법승계' 재판은 별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의혹으로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지 4년여 만에 파기환송심 판결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 1·2심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포함하면 이번 사건에 관한 선고는 4번째다.
특검과 이 부회장이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할 경우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되지만, 이미 1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거친 만큼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국정농단 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이다.
◇ 특검과 두 번째 악연…특검 "`세기의 재판' 될 것"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관해 진술하기 위해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2016년 11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삼성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건넨 출연금이나 각종 지원의 대가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은 다른 그룹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참고인 신분이었다.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은 2주 뒤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씨를 지원한 것이라고 보고 2017년 1월 12일 첫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
이 부회장은 2008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의혹 이후 두 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것도 조준웅 특별검사의 수사팀이었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특검의 악연이 9년 만에 재연됐다는 말이 나왔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 끝에 두 차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고, 이 가운데 두 번째에 끝내 구속영장을 받아낸다. 수사 기간이 끝나는 2017년 2월 28일 특검은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
당시 박 특검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박근혜·최서원 모두 선고받았는데…7개월 재판 중단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씨는 비슷한 시기에 기소됐다. 최씨가 가장 먼저 검찰에서 기소됐다가 특검 출범 이후 추가 기소됐고, 이 부회장이 다음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어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기소됐다.
하급심까지는 각각 판결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대법원은 사건의 연관성 등을 고려해 전원합의체가 일괄적으로 모든 사건을 심리한 끝에 2019년 8월 세 사람의 재판을 모두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같은 날 판결을 받은 세 사람은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시 다른 길을 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각각 파기환송심을 거쳐 판결을 확정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 후 반 년 넘게 재판이 중단되면서 가장 늦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양형에 반영한다는 뜻을 밝히자 특검이 반발하며 2019년 2월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고, 이에 관한 판단이 7개월가량 소요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재판이 지연된 결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시점부터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기까지 1년 5개월가량이 소요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년 넘게 이어진 심리 끝에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 판결 확정될 가능성 높아…'불법 승계' 재판은 별도
이 부회장과 특검은 각각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는 내용이 있으면 다시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상고심에서 판단이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앞서 판결이 확정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모두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된 점에 비춰볼 때 이 부회장 역시 파기환송심 판결이 사실상 최종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별개의 사건인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재판은 계속된다. 이 부회장은 작년 9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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