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 정의용,…문체 황희· 중기부 권칠승 의원
문체부·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재선 정치인 깜짝 발탁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새 외교부 장관에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왼쪽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을 내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출범부터 함께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명하는 등 추가 개각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권칠승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고 20일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정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 인사 관련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는 평생을 외교·안보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라며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 전문성 및 식견, 정책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임으로는 재선의 권칠승 의원을 지명했다. 권 후보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정 수석은 “정부, 지방의회, 국회 등에서 쌓아온 식견과 정무적 역량 및 업무 추진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경영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등을 속도감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도 재선의 황희 의원을 발탁했다. 황 후보자는 민주당 홍보위원장, 국회 국방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정 수석은 “기획력과 업무추진력,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체육·관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포츠 인권 보호 및 체육계 혁신, 대국민 소통 강화 등 당면 핵심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서영지 기자
친문 ‘부엉이 모임’ 출신 3명…임기말 국정 관리용 ‘친위 내각’
‘리더’ 전해철에 황희·권칠승 가세, 임기말 국정관리 전념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개각을 단행하며 ‘친문재인계’ 인사 3명을 동시에 장관으로 발탁했다. 임기말 안정적 국정관리를 위한 사실상의 ‘친위 내각’을 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고 각각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으로 지명된 황희·권칠승 후보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친문·참여정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황 후보자는 숭실대 경제학과 86학번, 권 후보자는 고려대 경제학과 84학번이다. 참여정부 시절 황 후보자가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권 후보자는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권 후보자가 민정수석실에 근무할 당시 민정비서관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두 후보자는 지금은 해체된 ‘부엉이 모임’ 회원으로 함께 활동한 이력도 있다. ‘부엉이 모임’은 2017년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계파조직으로 현직인 전해철 장관도 이 모임 소속이었다. 청문회를 앞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부엉이 모임 소속은 아니었지만 친문으로 분류된다. 퇴임 시점이 가까워오면서 내각에 측근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네 사람 모두 노무현 정부 출범 뒤 현장 실무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동지적 관계’다. 누구보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를 잘 알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임기 안에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권 초기보다 입각 희망자들이 적어 측근들을 전진 배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했던 점도 이들의 동시 입각을 가능하게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개각으로 정치인 출신 장관(후보자 포함)도 대폭 늘어났다.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앞에 언급한 부엉이 모임 등 친문 출신 4명을 포함해 7개 부처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여기에 속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1대 국회 임기가 3년이나 남았고 여당의 의석수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인 출신 장관 발탁은 당과 정부의 협력에 바탕해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북-미 조율사’ 정의용, 바이든 시대 대북정책 돌파구 찾나
2018년 북미 ‘싱가포르 회담’ 관여 한반도 비핵화 등 대북정책 꿰뚫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1월25일 오전 부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태국 양자회담에 참석해 회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정의용 외교부 장관 카드’를 뽑아 들었다. 2018년 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을 일궈냈던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재기용해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라는 난제 해결을 맡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정 후보자 지명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 설명대로 정 후보자는 2018년 3월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4시간12분 면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한 뒤, 이 사실을 미국에 전해 그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정 후보자가 그해 3월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어둑해진 백악관 앞뜰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알린 순간은 한국 외교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18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2018년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출발점 삼아 대화를 재개하길 바란다고 밝힌 만큼, 회담의 ‘산파’였던 정 후보자에게 다시 한-미 간 대북정책의 조율을 맡긴 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트럼프식 ‘톱다운’ 부정적
하지만 정 후보자 앞에 가로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 후보자의 대화 상대(카운터파트)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등 미국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대북 접근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데다 ‘싱가포르 선언’에도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블링컨 지명자는 19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한·일 등 동맹국과 상의하면서 북한에 대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 등에 ‘검증된 동결’을 하는 대가로 ‘제재 완화’를 하는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문제는 더 나빠졌다. 우리가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는지, 북한에 압력을 증가하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데 효과적일지, 다른 외교적 계획이 가능할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국인 “한·일과 긴밀히 상의하겠다”는 평소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대북 인도지원과 관련해선 “우리는 단지 방정식의 안보적 측면만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측면도 유의하고 있음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앞서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악의 독재자와 연애편지를 주고받았고, 준비 없는 텅 빈(empty) 세번의 정상회담을 했다”고 꼬집으며 “우리는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긴밀히 연대하고,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도록 요구해 북한을 교섭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톱다운’ 방식의 양자대화보다 착실한 실무 검토를 통한 ‘보텀업’과 한·중·일 등과 협력하는 ‘다자적 접근’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길윤형 기자
황희·권칠승, ‘부엉이모임→민주4.0’ 거친 친문재인 핵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취재진에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지명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여당 소속 재선 국회의원이다. 해당 부처와 관련한 정치 이력이 뚜렷하지 않지만 ‘친문재인 핵심 그룹’이라는 공통된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다. 지금은 해체된 당내 친문계 의원 모임인 ‘부엉이모임’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문화·체육 관련 이력 없으나…“소통·기획능력 고려”
문체부 장관에 발탁된 황희 후보자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노무현·친문재인’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들어왔고, 2003년부터 4년간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2017년 대통령선거 때는 문재인 캠프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친문계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간사를 맡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민주정부 4기 어젠다를 준비하겠다”며 당내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을 주도적으로 기획해 출범시켰다. 당 안팎에선 ‘당내 최대 친문 모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도시공학 전문가인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관광 분야와는 인연이 없는 편이다. 황 후보자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출마해 당시 새누리당 이기재 후보를 꺾고 당선됐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재선 의원이 됐다. 황 후보자는 당선된 이후 민주당 부동산 안정 및 서민주거복지 티에프(TF) 위원,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위원 등을 맡으며 도시계획 분야에서 활약했다. 상임위원회 활동 무대도 국토교통위원회와 국방위원회였다.
청와대는 이날 문체부 쪽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황 후보자의 경력보다는 ‘소통능력’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황 후보자가 당의 홍보위원장을 했고,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하면서 정책·소통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도시재생 뉴딜 관련 정책을 많이 했는데, 그 부분이 문화예술, 관광 등과 접목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 관련 사업들이 어려운 점이 있어서 이런 기획력과 소통능력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21대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황 후보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두둔하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처음 공개한 당직 사병의 실명을 거론하며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실명 공개와 ‘단독범’ 표현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를 지우고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허종식 의원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노조·지방의회 거친 권칠승 후보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지명된 권칠승 후보자도 중소·벤처기업 관련 분야에 뚜렷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청와대·지방의회·국회를 두루 거친 정무 능력과 업무 돌파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게 청와대 쪽 설명이다.
경북 영천 출신인 권 후보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 뒤 동부화재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후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기획단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 민정비서관이었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일한 바 있다.
권 후보자는 2010년 경기도 도의원에 당선됐고, 2016년 총선에서 경기 화성병에 출마해 국회에 들어왔다. 지난해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권 후보자는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부엉이 모임’을 거쳐 ‘민주주의 4.0’에도 참여하고 있다.
청와대는 권 후보자가 “정부, 지방의회, 국회 등에서 쌓아온 식견과 정무적 역량 및 업무 추진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경영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등을 속도감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지혜 서영지 기자
이런 ‘외교장관 존재감’ 처음… 강경화, 3년7개월 만에 퇴장
‘비주류’ 인권전문가, 역대 외교장관 중 대중·국제 인지도 최고
2018년 5월22일 백악관에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한국대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화하는 모습.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20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발탁된 최장수 각료인 강경화 장관이 물러나게 됐다. 3년 7개월 전 무명에 가까웠던 ‘비주류’ 여성 인권전문가의 파격 발탁으로 인한 충격만큼, ‘소리소문 없는’ 전격적인 교체도 화제다.
강 장관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비외무고시 출신의 다자외교에서 경력을 쌓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전대미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특보로 활동하던 강 장관은 발탁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 1차 내각에서 가장 큰 조명을 받았다. 1948년 외무부 설립 이후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자, 38명의 ‘한국 외교부 장관’ 중에 국제적으로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가장 널리 알려졌다는 평가가 따른다.
강 장관 교체설은 지난해 중반부터 이어져 왔다. 본인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교체설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교체설은 번번이 사그라들었다.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된 그를 대신할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 없고 교체 명분도 약하다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연말을 넘긴 뒤에는 문 대통령과 임기 5년을 함께 하는 이른바 ‘오경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후임이 발표되며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장관도 물러나게 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7년 6월1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이 끝난 뒤 경례를 한 경비 직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7년 6월1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이 끝난 뒤 경례를 한 경비 직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외교부 혁신’이라는 목표를 들고 입성한 강 장관의 외교부는 지난 3년 7개월간 많이 달라졌다.
가장 부각되는 건 조직 문화의 변화다. 여느 조직처럼 연공서열 중심의 수직적 문화가 깨졌다는 게 내부 평가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큰 조직 중 (외교부처럼) 수평적이고 존중하는 문화를 단시간 내 만든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야근과 주말 근무가 필수였던 과거 비효율적인 업무 형태도 사라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빼미’ 기질의 전임 시절 모두가 잠 못 드는 밤을 보냈는데 강 장관이 들어오면서 그런 문화는 사라졌다”고 했다. 앞서 강 장관은 취임사에서 “대기성 야근과 주말 근무가 업무에 대한 헌신으로 평가되지 말아야 한다”며 ‘워라밸’을 강조했다. 그 탓에 일각에선 외교부 직원들의 ‘나사가 빠졌다’고 비판하지만, 외교부 직원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강 장관 임기 동안 외교부 조직 구성도 크게 변했다. 여성 간부의 비율이 높아졌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와 북미국 등 핵심 부서에서 여성 과장들이 탄생했다. 외교부 내에선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워싱턴 주미대사관으로 배치된 실무진이 “과거 북미·북핵 중심에서 다양해졌다”거나,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인사가 공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니어급의 사기를 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무관이 영어로 써서 올린 연설문을 장관이 수정한 뒤 ‘K’(케이)라고 써서 돌려주는 등 소소한 행동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식이다. 이날 강 장관의 교체 소식에 다수의 외교부 직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임기 내내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취임부터 강 장관을 따라다닌 평은 “북핵·북미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임기 초반 북핵·북한 관련 메시지를 잘못 발신해 혼선을 빚는 등 잇따른 말실수도 그런 평가에 무게를 더했다. 2018년 북-미 협상이 시작됐지만 외교부의 존재감이 약했다거나 한-일 관계가 바닥으로 치닫는 동안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강 장관이 ‘성비위 불관용 원칙’을 밝혔지만 해외 공관에서 성비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외교부에선 성희롱·성폭력 고충 상담창구를 각 재외공관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등 “신고 및 처리 체계를 공식화해 더 많이 드러났다”고 반박하지만, 강 장관 재임 기간 중 성비위 문제 해결이 큰 숙제였던 건 분명하다. 국제무대에선 경력을 인정받는 인권 전문가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강 장관을 둘러싼 평가는 앞으로도 갈릴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외교부 장관의 새로운 상을 정립했다”고 평가할 것이지만, “한국 외교의 핵심 고민인 북핵 및 4강 외교에서 성과를 못 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38명의 역대 장관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외교부 장관일 것이라는 점이다. 김지은 기자
김현종 “뉴욕 촌놈이 두 대통령 모셔…난 운 좋은 사람”
안보실 2차장 1년11개월 만에 물러나며 페이스북 소회
김현종 신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페이스북 갈무리
20일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1년 11개월 만에 직에서 물러나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맡게 됐다. 김 전 차장은 이날 인사 발표 직후 “미국 뉴욕 촌놈이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모시며 조국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두 번이나 누렸다”며 소회를 남겼다.
김 전 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부로 청와대 국가안보실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며 “좋아하고 존경하는 두 대통령님,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며 조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누렸다”고 이임사를 밝혔다. 스스로를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밝힌 김 전 차장은 짤막한 글과 함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전 차장은 또 “통상과 안보의 중책을 맡아 국민들의 땀과 눈물에 보답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익균형과 국익극대화 원칙에 따라 협상과 업무에 응해 왔다”며 “지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것을 확신하며 대한민국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그동안 공격적인 업무 스타일로 인해 안보실 내부뿐 아니라 관계 부처들과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및 최종건 외교부 차관과의 불화설 불거지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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