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하자”던 문 대통령, 해리스에 안동소주
“부임 후 한반도 비핵화 긴밀한 노력 평가”
해리스 “한국 코로나 대응 결코 못 잊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한국을 떠나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접견하고, 안동소주를 선물로 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선물로 안동소주를 줬다. 문 대통령은 해리스 대사에게 “한국에 부임한 뒤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히 노력한 것을 평가하며 이후에도 한미 동맹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해리스 대사를 접견했다고 알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대사를 만나, 지난 2018년 7월 신임장을 주며 “안동소주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언제 한잔 하자”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작별인사로 안동소주를 준비했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한미 사이에 이렇게 많은 현안들을 얘기하려면 가지고 있는 안동소주가 모자라겠다”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해리스 대사의 말처럼 많은 일들이 생겼고,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담 등이 있었다”면서 역동적이었던 2년반을 뒤돌아봤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에게 부임 뒤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히 노력한 것 평가하고 이후에도 한미동맹에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해리스 대사도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과 우정을 간직하고 떠난다고 답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년 전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을때 한국 같은 혁신 국가가 코로나에 대응하고 선거를 치르고 국민을 보살피는 것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접견을 마치며 “그동안 함께 한잔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서 해리스 대사에게 안동소주를 선물로 줬다. 이완 기자
떠나는 해리스 미국 대사 “김정은, 북-미 잠재적 기회 인지해야”
20일 대사 임기 종료 “미국대사 임지로 한국보다 좋은 곳 없어”
19일 오전 열린 제8회 한미동맹포럼 강연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화상으로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한미동맹재단 제공 영상
20일 임기를 마치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미국 대사로 일하기에 한국보다 좋은 곳은 없고 미국에게 한국보다 좋은 파트너나 전략적 동맹국은 없다”며 출국에 앞서 소회를 밝혔다.
“북한과 외교가 성공적이길 희망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19일 오전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주최한 제8회 한미동맹포럼 초청 화상 강연에서 그간의 소회와 한-미 동맹 및 북한, 중국을 둘러싼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과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희망하지만 우리 모두 그 희망만이 행동 방침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71년 전 운명적인 날을 포함해 역사적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북한은 미국 대통령과 세 번의 회담, 한국 대통령과 세 번의 회담에서 제시된 기회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계속해서 북-미 관계의 변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이제 총비서가 된 김정은 위원장이 이 잠재적 기회를 인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 동맹의 71년 역사를 되짚으며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부정적인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더이상 말 그대로 여러분의 적은 아닐 수 있지만 김정은이 지난 당 8차 대회에서 한 위협과 불의의 상황에 대비해 북한의 핵전쟁·억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이 현재 “동맹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해 “조건 기반 전작권전환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와 관련해 “미래연합사 운용 능력 검증과 한국군의 핵심역량 확보 속도가 일부의 희망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건에 기반한 계획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상호 안보는 결코 서두를 수는 없다. 우리는 이를(전환) 제대로 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기를 원하고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대한 조기에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한국은 이미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강연의 상당 부분을 중국 견제에 할애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안보동맹과 최대무역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면서 “이는 우리 동맹의 역사와 견고함에 대한 의혹을 심으려는 잘못된 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의 선택을 1950년에 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신생국이었던 한국은 1953년에 선택을 했으며 북한은 1961년에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각각 어느 편에 설지 선택을 했고, 한국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할 당시, 북한은 1961년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할 때 선택을 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선택에 대한 설명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국제 질서에 대한 접근법에서 “근본적으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며 홍콩, 위구르 티베트 문제를 비롯해 상업 스파이 시도, 한국을 향한 경제보복 위협 등을 중국의 ‘악의적인 행동’들이라고 꼬집었다.
강연 끄트머리에 해리스 대사는 한·미·일 삼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한-일 간 긴장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그 어떤 중요한 안보, 경제 문제도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에 난입한 “개탄스러운”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처한 어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힘과 회복력,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헌신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한국도 이와 같은 헌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비무장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눌려 숨지고 ‘흑인들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움직임이 미 전역을 뒤흔들 당시 미 대사관 외벽에 이 문구를 적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이틀만에 철거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외신들은 현수막 철거가 문구를 불쾌하게 여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개입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때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자유와 다양성의 나라이며 미국의 힘은 바로 이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올리기도 했다.
고압적 태도에 “내정간섭한다” 비판도
지난 2018년 7월 부임한 해리스 대사는 2019년 초 한-미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주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압적인 태도로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금강산 개별 관광 등 남북 관계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해 여당 쪽으로부터 “내정간섭을 한다”는 등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해리스 대사가 오랜 군 생활로 직설적 화법이 굳어진 탓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해리스 대사는 막걸리와 복분자를 넣은 칵테일을 제조하고 직접 김치를 담가보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공유해 친근함을 보이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2년 6개월 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1일 귀국길에 오른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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