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조사결과 누락 · 왜곡

“정권이 언론 불신 부추기면 공멸” 주장

  진정 공멸을 부추기는 건 누구인가...?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꼴찌라는 통계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한 중앙일보 칼럼이 오히려 가짜뉴스에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지난 16일자 ‘“한국 언론, 신뢰도 꼴찌”란 가짜뉴스’란 제목의 칼럼에서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해당 조사) 언론 신뢰도에서 한국이 40개국 중 최하위였다는 결과는 언론 개혁이 얼마나 절실한지 웅변하는 증거로 회자 되어 왔다”고 밝힌 뒤 해당 결과를 가리켜 “가짜뉴스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칼럼은 “정확한 질문은 ‘당신은 거의 항상 대부분의 뉴스를 믿을 수 있나(You can trust most news most of the time)’였다. 어디보다 이념적 편 가르기가 심한 한국이다. 보수든, 진보든 이들 눈에는 대척점에 선 언론의 편파 보도가 난무하는데 어떻게 ‘그렇다’고 답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당신이 보는 뉴스를 믿는가’라고 물었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뉴스 이용 편향성이 높아 나와 다른 의견을 내는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이용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물었다면 답이 달랐을 것이란 의미다.
그러면서 해당 칼럼은 “같은 질문의 답변에 가중치를 줬더니 결과가 놀라웠다. 연구소는 ‘전혀 동의하지 않음-동의하지 않음-중립-동의함-적극 동의함’이란 응답에 1~5점씩을 줬다. 그런 뒤 순위를 다시 매겼더니 한국은 36위였다. 점수가 더 낮은 네 나라가 의외였다. 영국이 37위, 프랑스 미국 칠레 순이었다”며 “현 정권 해석대로라면 최고의 신문·방송을 자랑하는 미국·영국·프랑스의 언론 신뢰도가 최악이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월16일자 칼럼.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 한국 측 파트너로 2016년부터 해당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7일 낸 설명자료에 따르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나는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you can trust most news most of the time)는 질문 항목에 답변자가 5점 척도(전혀 동의하지 않음-동의하지 않음-중립-동의함-적극 동의함)로 응답하도록 한다. 응답 중 ‘동의함’(4점)과 ‘적극 동의함’(5점)이라는 긍정 응답만 선택한 사람의 비율을 합쳐 이를 ‘뉴스를 신뢰함’으로 표시하는데, 이 조사에서 한국은 21%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40위다. 해당 지표는 4점과 5점만 선택한 사람의 비율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 국가별 뉴스신뢰도. 최하위는 한국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그런데 2020년 조사에서는 해당 질문 이외에도 ‘내가 이용하는 뉴스를 신뢰할 수 있다’(I think I can trust most of the news I consume most of the time)는 질문 역시 진행했으며 이에 대한 신뢰도 조사결과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내가 이용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에서도 한국은 27%로 역시 40개국 중 40위로 최하위였다. 중앙일보 칼럼 주장처럼 ‘완전히 다른 결과’는 없었다. 오히려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칼럼에선 이 대목이 누락됐다.
‘같은 질문의 답변에 가중치를 줬더니 결과가 놀라웠다’라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 언론재단이 따로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신뢰도를 발표하는 방식이 논쟁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5점 척도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신뢰도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를 판단한 표본 응답자 2304명의 5점 척도 점수를 1점부터 5점까지 다 더해 나눈 값인데, 이 같은 환산 과정에서 ‘가중치’를 둔 일은 없다.
한국은 36위, 영국이 근소한 차로 37위, 뒤를 이어 프랑스, 미국, 칠레 순이었다는 칼럼 내용 또한 실제는 영국과 한국이 동일하게 2.8점이어서 사실과 다르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프랑스·미국·칠레가 한국보다 평균 점수에서 낮은 이유는 극단적으로 낮은 점수와 높은 점수를 준 패널이 한국보다 많아서라고 볼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은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른 나라처럼 한국에서도 가짜뉴스의 최대 진원지로 정치인이 꼽혔다는 대목”이라며 “‘허위정보의 최대 출처’는 정치인이라는 응답이 32%를 차지해 언론사·기사(23%)와 일반 대중(20%)을 앞질렀다. 가짜뉴스를 없애려면 정치인부터 막아야 한다는 얘기”라고 한 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거짓말’을 예로 들기도 했는데, 이 대목도 왜곡에 가깝다.
조사대상 40개국에서 허위정보 출처로 ‘정치인’을 염려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한국도 정치인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 수치(40%)와 비교할 때 한국(32%)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었다. 반면 한국은 ‘언론(기자와 언론사)이 허위정보 출처’라는 답변이 23%로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 수치(13%)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이 같은 한국의 ‘특수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근거로 등장하는 한국의 언론 신뢰도 불신 지표는 가짜뉴스이며, 징벌적 손배 도입보다는 정치인의 거짓말부터 막는 게 급선무’라는 게 해당 칼럼의 요지였다. 그러나 오히려 칼럼 스스로 언론이 허위정보의 출처라는 우려를 증명하고 언론 불신 지표를 높인 꼴이어서 안타깝다. 중앙일보 칼럼은 “검찰·법원에 이어 언론에 대한 불신까지 정권이 부추기면 남은 건 공멸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 진정 ‘공멸’을 부추기는 이들은 누구인가. 출처: 미디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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