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출연한 공익재단의 밑그림을 밝혔다. 아이티 기반으로 수평적 나눔을 통해 사회적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나눔은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시혜성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몫을 다시 돌려주는 수평적인 개념이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 교육 지원, 세대간 재능 기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안 원장은 지난해 안철수연구소 지분을 출연하겠다면서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익재단이 새로운 기부문화로 더 많은 동참과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바란다. 공익재단에 정치적 해석을 덧붙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부 자체만으로도 그 무엇보다 충분히 의미있고 값진 일이다. 안 원장은 자신이 말한 대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끝없이 고민하며 살아온 사람인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이면 될 법하다.
웹이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기부자가 수혜자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고, 수혜자도 기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실제로 외국의 키바, 코지스 등은 소셜네트워크 기술을 사회활동에 접목해 100년 이상 활동한 단체 이상의 성과를 낸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안 원장이 재단 설립과 기부로 본인의 역할을 한정하고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진이 재단을 이끌어가도록 하겠다고 한 점도 신선하다. 재단 쪽 계획대로 공익법인으로 시작해 성실공익법인으로 자리매김하면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직접 공익 목적에 사용하고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갤럽이 조사한 2010년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153개국 중 81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무척 낮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각인된 개인 기부자의 이미지는 시장에서 평생 콩나물을 팔아 모은 재산을 내놓는 할머니 같은 분이었다. 재벌총수 등의 사재 출연은 사회적 물의를 빚고 면죄부를 받기 위한 방편에 머물렀고, 거액 기부는 기업의 회삿돈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가진 이들이 새로운 기부문화 조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기부를 그 자체로 바라보는 성숙한 분위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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