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두 명 잇따라 낙마 후 "위계 의한 성폭력" 증언 속출

국방부 인사국장도 성 비위 직무정지…"장관도 의혹 묵살" 곤혹

2015년 군 성비위 조사했던 전 대법관 "그후 바뀐 것 별로 없어"

 

 

캐나다군 합참의장들이 성(性) 비위 의혹으로 잇따라 낙마한 후에도 계속해서 군 지휘부의 부적절한 성적 언행이 문제가 되면서 군의 사기를 심각하게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국방부는 국방부 인사국장인 헤이든 에드먼슨 제독의 성폭행 의혹에 따라 그의 직무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 해군 승조원 스테파니 비우는 최근 CBC 방송 인터뷰에서 에드먼슨 제독이 1991년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한 전함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에드먼슨 제독의 성비위 의혹은 최근 들어 잇따라 제기된 군 수뇌부의 성 추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군 최고수뇌 합참의장 두 명, 연이어 성 비위 낙마

캐나다에서는 앞서 합참의장 두 명이 잇따라 성 비위 의혹으로 사퇴했다.

아트 맥도널드 합참의장은 자신의 성 비위 혐의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2월 취임 한 달 만에 사퇴했고, 앞서 전임자 조너선 밴스 합참의장 역시 최소 2명의 여성 부하장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으로 군을 떠났다.

밴스 전 의장은 특히 한 여성 장교와는 2015년 합참의장이 된 뒤에도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직무가 정지된 에드먼슨 제독은 밴스에 의해 국방부 인사국장에 임명된 인물로, 군 내 성 비위 근절과 복무기강 확립을 담당하고 있었다.

밴스 전 합참의장에 대한 성 비위 폭로도 계속됐다.

켈리 브레넌 중령은 최근 글로벌뉴스와 인터뷰에서 밴스가 위계를 이용해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으며 군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커리어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밴스는 내가 훌륭한 지휘관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진급을 하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했다"면서 자신의 군 경력을 묶어두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캐나다군 최장수 합참의장이었던 밴스는 성비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군 수뇌부의 성 비위 스캔들은 헌병대가 수사에 나서고 의회도 국정조사를 시작했지만,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캐나다군 여성 장교로는 처음으로 전투 중대를 이끌었던 엘리노어 테일러 중령은 군 수뇌부를 조사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이 "역겹다"면서 군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캐나다군 왜곡된 성인식 '고질'…조사했던 전 대법관 "바뀐 것 없이 여전해"

 

연방정부는 잇따른 군 최고지휘부의 성범죄 의혹에 패닉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하르짓 사잔 국방장관은 지난달 의회에서 "충격을 받았다"면서 모든 의혹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이번 연쇄 스캔들이 터지기 한참 전에 의혹을 알고서도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 캐나다군 옴부즈맨이었던 게리 왈번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2018년 사짓 장관에게 성 비위 첩보를 전했지만 "안 된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군 수뇌부의 성 비위는 캐나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난 6~7년 전에도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된 된 적이 있다.

당시 군대 내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캐나다군 수뇌부는 2014년 마리 데샹 전 대법관에게 독립적인 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

2015년 공개된 보고서에서 데샹 전 대법관은 "캐나다군 내에 여성과 성소수자들에게 적대적인 성 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성희롱과 성폭행 같은 심각한 사건을 조장하기 쉬운 문화"라고 지적했다. 특히 "장교들이 진급해 수뇌부로 올라갈수록 그런 문화에 둔감해지고, 군 내에서는 성 비위와 부적절한 언행을 수뇌부가 용인한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샹 전 대법관은 특히 군 내 성폭력이 기존의 위계를 강화하는 데 이용된다면서 피해자들은 군인으로서의 커리어가 망가질 것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공식조사보고서까지 나왔지만 군대 내 성 비위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나온 지 몇 달 뒤 밴스가 합참의장에 취임했고 그는 '명예 작전'이라는 성 비위 근절 캠페인까지 출범했지만, 정작 본인은 부하 여성 장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들통나 사임했다.

캐나다군 성 비위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라는 것이 데샹 전 대법관의 판단이다.

그는 지난달 의회에 출석해 "(군인들에게) 얘기들을 듣고 있는데 오늘날도 변한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 내각을 표방해온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연이은 군 수뇌부 성폭력과 묵살 의혹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태로 정부 내 성 비위를 근절하겠다는 트뤼도의 약속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