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탑재 우주선과 위성 도킹 성공…5년 수명 연장

“위성에 제트팩을 달아준 격”…5년후 다른 위성으로

 

 연료를 탑재한 우주선(왼쪽)과 인공위성이 도킹하는 과정을 묘사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미래의 일로만 여겨지던 우주 급유가 현실이 됐다.

고도 3만6천km의 정지궤도를 도는 통신위성들은 대개 10~15년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위성에 탑재된 장비들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가 아무리 멀쩡해도 연료가 떨어지면 인공위성은 끝이다. 이런 상태에서 활동을 종료하는 위성이 한 해 2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연료를 무리하게 싣게 되면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기가 어렵다. 우주에서 연료를 다시 공급해줄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우주 급유가 가능해지면 연료를 덜 싣고 가도 돼 인공위성 무게가 줄고, 따라서 발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위성 수명이 연장되면 새로운 위성을 준비하는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다.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을 제조했던 미국의 항공우주업체 노스럽그러먼(Northrop Grumman)이 최근 우주 급유에 성공함으로써 우주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노스럽그러먼은 지난 12일 연료를 탑재한 수명연장용 특수위성 `메브-2'(MEV-2=Mission Extension Vehicle-2)가 정지궤도에 있는 인텔샛의 통신위성과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텔샛 위성은 수명이 5년 더 연장됐다. 2003년 발사된 이 위성은 이미 설계수명 13년을 5년이나 지나 곧 폐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우주 급유의 성공은 우주선 발사 비용을 줄이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로켓 재활용 기술로 우주로 가는 비용을 대폭 절감한 것에 버금갈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 12일 도킹하기 직전 15미터 거리에서 촬영한 인텔샛의 통신위성. 노스럽그러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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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휴면상태 도킹...이번엔 작동중 궤도 내 도킹

연료탱크를 탑재한 메브-2 우주선은 앞으로 5년간 인텔샛 위성의 예비엔진 역할을 한다. 이 회사 대변인은 "메브-2는 일종의 위성용 ‘제트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스럽그러먼은 5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메브-2가 수명이 다한 다른 위성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임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브-2가 작동할 수 있는 기간이 15년이므로 2개의 위성 수명을 5년씩 더 연장해 줄 수 있다.

노스럽그러먼의 수명연장을 위한 우주 도킹 자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메브-1(MEV-1)이 다른 인텔샛 위성과 도킹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다른 위성과의 충돌 등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일단 위성을 300미터 더 높은 ‘묘지궤도’로 이동시키고 휴면 상태로 전환한 뒤 실시한 도킹이었다. 메브-1은 도킹 두달 후 자체 추진력을 이용해 이 위성을 정지궤도로 복귀시켰다. 실제 궤도 선상에서 작동 중인 위성과 직접 도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킹 후의 모습. 앞쪽이 메브-1 우주선, 뒤쪽이 통신위성.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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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과 한몸이 되는 간접 우주급유 방식

노스럽그러먼의 우주급유 방식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우주선 도킹처럼 두 우주선이 완전히 결합한 뒤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다. 현재의 위성들엔 이런 식의 도킹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메브-2와 인텔샛 위성의 도킹 방식은 완전 결합보다는 걸쇠 방식에 더 가깝다. 메브-2 우주선이 인공위성에 서서히 접근하면서 위성의 뒤쪽에 있는 원뿔 모양의 액체연료 원지점 엔진(liquid apogee engine)에 탐침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탐침이 3개의 지지대(또는 발)를 엔진 고리에 뻗어 두 우주선을 단단히 연결한다. 도킹 이후엔 자체 연료를 탑재한 우주선이 위성과 한몸이 돼 연료탱크 역할을 하게 된다. 일종의 간접 우주급유 방식이다.

노스럽그러먼은 현재 정지궤도에 있는 위성의 약 80%에는 이런 원뿔형 엔진이 있어 다른 위성들에도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 우주선끼리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급유를 하는 모습(상상도).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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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엑스, 저궤도서 스타십 우주선끼리 급유 추진

명실상부한 우주급유 방식도 추진되고 있다.

화성 여행을 목표로 한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 중인 스페이스엑스는 지구 저궤도에 연료보급용 스타십을 보내 화성행 우주선의 중간 급유기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스타십에는 10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연료를 가득 실은 스타십은 먼 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 급유 및 기착지로 활용할 수 있다. 나사는 지난해 스페이스엑스와 스타십 우주선 간에 10톤의 액체산소 연료를 주고받는 시범비행을 시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합작의 우주발사업체 유나이티드런치얼라이언스(ULA)도 73톤의 추진제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우주급유선을 개발 중이다. 이르면 2023년 첫 시험비행, 2020년대 중반 첫 우주급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사는 장기적으로 로봇팔을 이용한 우주 급유나 수리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다. 노스럽그러먼도 2024년께 로봇을 이용한 다음 단계의 우주 서비스 시스템을 시험할 계획이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