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심 유죄 근거 증언 신빙성 문제 삼아

성접대 등 뇌물 혐의 끝내 면소 · 무죄 확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 판결로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건설업자 윤중천씨한테 2006~2008년 뇌물 1억3천만원과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내놓으면서 김 전 차관이 신청한 보석을 받아들여 그를 8개월 만에 석방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일방적으로 증인을 사전 면담함으로써 그가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점은 검사가 법정 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야 하지만 항소심에서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사업가 최아무개씨가 법정 증언 전 검사를 만난 뒤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윤씨에게 1억3천만원 및 성접대를 받고, 2003~2011년 최씨한테 4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전부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지난해 10월 최씨한테 받은 4900만원 가운데 4300만원은 유죄로 인정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손현수 기자


김학의 수사 ‘롤러코스터’ 8년…결국 ‘성접대’는 처벌 못했다


  사건 발단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로 면소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뇌물도 무죄 가능성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뇌물수수' 의혹에는 언제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부실수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13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고위공직자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뒤 경찰의 초기 부실수사와 뒤이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결합해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다.

 

8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발단이었던 ‘별장 성접대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이 확정됐고,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뇌물 혐의도 10일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내면서 이마저도 무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은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임명 직후인 2013년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자신의 원주 별장에서 고위인사들을 성접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의혹 제기 뒤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하고 윤씨 별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초기 경찰 수사 때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데다, 성접대가 아닌 특수강간 등 성범죄 혐의로만 입건·송치하면서 첫 단추가 잘못 꿰졌다. 이는 훗날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로 이어진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고, 경찰에도 보완수사 요구 등 제대로 된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신청된 김 전 차관의 체포영장 등도 모두 검찰이 기각해 수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의혹 제기 7개월여만인 같은해 11월 피해 여성의 진술과 반대되는 내용의 증거 및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음해 7월 성범죄 피해 여성이 다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5개월 뒤 해당 사건을 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묻혔던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8년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재조사가 시작됐다. 김 전 차관은 진상조사단의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다 문 대통령이 김학의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한 뒤인 2019년 3월22일 한밤중에 타이 방콕으로 기습 출국을 하려다 제지당했다.

 

이후 검찰은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5년만인 2019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은 1심 재판에서 “가르마 방향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진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마지막 성접대 행위가 종료된 시점인 2008년 2월경으로부터 공소시효 10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만료 및 증거부족으로 인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20년 10월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아무개씨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받은 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별장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 판결을 받았지만, 스폰서를 자처한 다른 건설업자에게 받은 뇌물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날 2심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결정은 ‘법정에 나오기 전 검찰을 만난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은 것이어서,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가 날 경우 이번에도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의 해외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며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 기소한 상황이다. 성접대라는 본안 사건은 처벌 못 하고, 수사 절차의 위법 여부가 더 논란이 된 모양새다. 옥기원 기자


대법, 김학의 ‘뇌물·성접대’ 사건 파기환송…“2심 재판 다시하라”

2심 유죄 근거 증언 신빙성 문제 삼아..성접대 등 혐의 면소·무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받게 됐다. 검사가 재판 전에 증인을 만나 면담하는 과정에 회유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성접대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 돼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끝내 면소 판결이 확정됐다. 면소 판결이란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 없이 소송을 마무리하는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6∼2007년에는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도 있다. 그는 또한 2003∼2011년 사업가 최아무개씨로부터 49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면소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최씨로부터 받은 4900만원 가운데 4300만원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3천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강원도 원주시 별장 등에서 13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면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재판 전에 검사를 만난 뒤 법정에서 진술을 변경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검사가 최씨를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2심은 최씨 진술을 바탕으로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을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일방적으로 증인을 사전 면담함으로써 그가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점은 검사가 법정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는 1,2심 증인신문 전에 최씨를 소환해 면담했다”며 “면담 직후 최씨는 증인신문에서 종전 진술을 번복했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구체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가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 영향을 받아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가 이같은 의문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최씨의 법정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등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면소 판결한 1, 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뒤 이뤄진 증언의 신빙성을 평가하고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사전면담을 규제하는 기틀을 마련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손현수 기자

 

김학의 사건 파기환송 왜?…대법, ‘검사 일방적 증인 사전면담’에 제동

검찰, 항소심 증인신문 앞두고 사업가 최씨 소환해 면담
1심과 달라진 최씨 진술이 김학의 뇌물죄 결정적 근거 돼

 

대법원이 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성접대 사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배경은 항소심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에 앞서 최씨를 만난 검사가 그를 회유·압박해, 최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앞으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최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전 차관의 혐의는 크게 3가지다.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2006∼2007년에는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 △2003∼2011년 사업가 최씨에게 49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다.

 

1심은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면소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면소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법령 개정·폐지 등의 이유로 사건 실체에 대한 사법적 판단 없이 소송을 마무리하는 판결이다.

 

반면 2심은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린 지점은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받은 현금 등 4900만원이다. 2심은 이 가운데 4300만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가 일부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증거로 채택한 것이 바로 ‘최씨의 법정진술’이었다.

 

대법원은 유죄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된 이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가 2심 재판 증인신문에 앞서 최씨를 소환해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를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씨는 검사와 면담 뒤 증인신문에서 검찰 진술과 1심 재판에서 한 진술을 뒤집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구체적으로 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을 회유·압박했는지 등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일방적으로 증인을 사전 면담함으로써 그가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는 증인의 법정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을 통해 사전면담 시점과 이유,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혀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최씨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으려면 검찰이 최씨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사전 면담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검찰은 향후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사전 면담을 통해 최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를 적극 입증한다면 재판부가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2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이날 증인을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판결 직후 “증인 사전면담은 ‘검사는 증인신문을 신청한 경우 증인 및 관계자를 상대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적절한 신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89조에 근거한 적법한 조처”라며 “증인을 상대로 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입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