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일어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민 불법사찰의 몸통이 청와대라는 사실은 그동안 확인된 각종 정황증거가 말해준다.
여기에 또 하나의 새롭고 충격적인 내용이 추가됐다. 청와대가 총리실 지원관실의 컴퓨터 증거인멸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이다.

엊그제 나온 <한겨레21> 보도 등을 보면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장진수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내일쯤 검찰에서 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한다고 한다.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조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이틀 전 일이다. 그는 심지어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깨부수든지 컴퓨터를 강물에 갖다버려도 좋다. 민정수석실과 이미 얘기가 돼 있어 검찰에서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증언했다.
이 증언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 점이다. 최종석 행정관은 ‘불법 대포폰’을 만들어 지원관실에 건넨 사실이 드러났을 때부터 증거인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대포폰 정도에 머물지 않고 증거인멸을 진두에서 지휘했다. 그의 직속상관이 이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돼온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니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의 그림이 좀더 분명해진다.

이번 증언은 검찰이 청와대 쪽에 수사 진행상황을 귀띔해주고 증거인멸을 고의적으로 유도했을 개연성도 보여준다. 이는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장진수씨가 지난해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 내용과도 상통한다. 그는 “검찰은 처음부터 증거인멸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이라며 “지원관실 직원들은 치밀하고 교활한 계략에 의해 범죄의 도구로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것을 막는 수사였다. ‘BH(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글이 적힌 원충연 지원관실 사무관의 수첩 메모, ‘BH 하명’이라고 적힌 사건대장 등 숱한 증거가 발견됐으나 검찰은 철저히 외면했다. 
이런 검찰에게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이제는 지쳤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실이 드러날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묻혀 있던 증언들이 하나둘씩 새롭게 나오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청와대와 검찰이 진실 은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