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민중을 배반하는 권력

● 칼럼 2012. 3. 23. 20:12 Posted by SisaHan
정치권력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치인이라는 인간들은 우리 이웃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기는커녕 자신이나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루 평균 48명이나 자살할 정도로 생계의 위험에 노출된 사회라면, 대통령을 포함해서 국민을 대변한다고 자임하는 모든 대표자들은 할복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설상가상! 오히려 그들은 우리 이웃들의 신음소리와 피냄새를 가리려고 했다. 자신들은 자신 이외에 누구도 대변했던 적이 없다는 사실이 폭로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당연히 언론에 재갈을 물릴 일이다. 지금까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정점으로 현 정권은 집요하게 언론에 재갈을 물려 자신들의 치부를 애써 가려왔다. 
지금 우리는 해방 이후 유례가 없었던 일을 경험하고 있다. 공정언론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파업이 MBC, KBS, 그리고 YTN으로 들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세 언론사가 공동 조직을 만들어 연대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 각각, 그리고 각 언론사의 언론인 각각이 자발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것은 현 정권의 언론탄압이 모든 언론사에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언론인 개개인의 내면 차원에까지 이루어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해직의 위험에 노출되면서까지 언론인들이 차가운 방송사 로비에 앉아 언론의 공정성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이 우리 이웃들의 삶을 대변하기는커녕 왜곡할 때, 언론인은 이웃들의 척박한 삶의 이야기와 그 울분을 대신 말해주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사랑 때문이다.
너무나 힘든 일, 그래서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을 할 때만큼 뿌듯한 때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제 언론인들은 제대로 알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우리 이웃들을 사랑할 수도, 그들로부터 사랑받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해고라는 칼날이 무서워 권력과 사장의 나팔수가 되는 순간, 언론인들은 우리 이웃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얻을 수가 없다.
마마보이를 아는가? 스스로 주인으로 살기보다 어머니의 손님인 것처럼 살아가는 남자를 말한다. 과연 마마보이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어느 여인이 마마보이와 결혼했다면, 그녀는 사실 그와 결혼한 것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와 결혼한 것일 수밖에 없다. 남편의 모든 결정은 그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가 할 테니까.
사랑하는 여인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기에, 마마보이는 자신을 결코 사랑할 수가 없다. 
아직도 마마보이 신세를 면하지 못한 몇몇 사장들에게 너무 쫄 필요는 없다. 아니 측은하게 생각해야 한다. 권력이란 엄마를 믿고 설쳐대는 모습에 무얼 그리 일희일비하는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있지만, 그리고 해고의 협박이 비수처럼 날아다니지만, 공정언론을 외치는 언론인들, 당신들은 지금 그 자체로도 당당한 어른이다.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이제 당신들은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당당해지자. 조금만 있으면 이웃들을 제대로 사랑하고 그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환하게 웃으며 권력에게 그리고 사장에게 그리고 동료에게 우아하게 외쳤으면 한다. “나는 언론인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우리들도 그대 언론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을 테니까. 모든 것이 다 사랑 때문이다.

<강신주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