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공급 대책에 총력…중국과도 긴밀협의

● COREA 2021. 11. 10. 01:2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수입업체 보유 요소 3천t 확인…일부 차량용 요소수로 전환

정부, 이틀 연속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 열어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 수입업체가 보유 중인 요소 3천t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700t을 바로 차량용 요소수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를 열어 이같은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요소수·요소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 시행 첫날인 8일 환경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등으로 구성된 단속반을 꾸려 전국의 73개 업체를 대상으로 요소수 불법 유통 단속을 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수입업체가 보유하던 요소 3천t(차량용 2천t·산업용 1천t)을 발견해 민간업체와 협의해 차량용 700t을 10일 국내 대형 요소수 생산업체로 바로 이송하도록 조처했다. 700t은 전국의 경유 차량이 3일 가량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나머지 물량도 신속히 생산 공정에 투입해 요소수로 전환할 계획이다. 단속반은 요소수 판매업체 1곳의 매점매석 위반 사실도 확인해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매일 범부처 합동 회의를 열어 요소수 공급 부족난을 타개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틀째 열린 이날 회의에선 아직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전날 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중국에 발송하는 등 외교적 노력에 힘쓰고 있다. 군이 비축하고 있는 요소수 예비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관계 부처가 협의 중이다.

 

한편, 전국 소방관서는 3∼4개월치 요소수를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차 6700여대 가운데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은 4400여대다. 이정훈 기자

 

요소수 대란 막을까…중국 “한국과 적극 협상”

계약분 1만8천t 신속 통관 요청에

검사시한 단축 등 긍정적 뜻 비쳐

 

8일 서울 양천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국 정부의 검역 강화 조처로 발이 묶인 ‘요소 1만8천t’의 신속한 통관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도 한국 정부의 협의 요청에 긍정적인 공식 반응을 내놨다. 요소수 해갈 시점도 가시권에 들어오는 모양새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계약을 맺은 물량 중 빨리 수입하려는 요소가 1만8천t이며 이 중 이미 수출 검사를 신청한 물량이 7천여t”이라며 “요소 7천t을 신속하게 들여오기 위해 중국 쪽에 각별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외교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해관(관세 당국) 등과 전방위적인 접촉을 실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수출 검사 중인 요소 물량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세관 당국은 지난달 15일 요소 등 비료 관련 품목 29종에 대한 수출검사 의무화 조처를 단행하며 수출 검사 기한을 14일 내외로 언급한 바 있다.

 

중국도 한국의 요소수 품귀에 따른 협의에 적극 나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연합뉴스>의 질의에 “요소 등 검사 제도의 시행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며 “한국 쪽 (요소) 수요를 중시하며 해결을 위해 한국과 적극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 시한 등이 예정보다 조금 더 당겨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가 파악한 계약 물량 1만8천t 중 1만여t이 ‘차량용 요소’에 해당한다. 지난해 연간 차량용 요소 수입량(약 8만t)을 염두에 두면 한 달 보름치 분량이 연내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올 공산이 높아진 셈이다. 당장 수출 검사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는 물량 중 차량용 요소 수천t은 선적과 운송 시일(2~3일)을 염두에 두면 1주일 내에 국내 요소수 제조 공장에 입고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계약 물량 중에는 산업용 요소도 포함돼 있지만 차량용 요소가 절반 이상은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반입 이후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방침도 이날 내놨다. 수입 요소수나 국내 제조된 요소수는 유통 전에 반드시 한국석유관리원 등으로부터 품질 검사를 받아야 한다. 통상 20여일 걸리는 검사 시한을 3~5일 내로 단축한다는 게 뼈대다. 한국석유관리원 쪽은 “금주부터 품질 검사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요소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간 단위에서 다양한 경로로 요소수 수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신속히 품질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 베트남 등 여러 국가와 ‘협상 중 물량’이라고 밝힌 ‘차량용 요소’ 1만t 등에 대한 협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국가와 수만t 정도 협의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품귀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선진국이 요소수도 못 만드나”…중 누리꾼들도 ‘요소수 사태’ 관심

 

 관영매체 중심, 국내 매체 인용 보도

“특정 국가 겨냥한 옥죄기 아냐” 강조

 누리꾼 “요소수 주고 반도체 받자” 주장도

 

한국의 차량용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해 중국에서도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련 기사 누리집 갈무리

 

중국의 수출 규제 조처에 따른 한국의 차량용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해 중국 매체들도 한국 매체를 적극 인용해 보도하는 등 사태 추이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영 <중국청년망>은 9일 “차량용 요소는 경유차 배출 가스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며 “한국 언론들은 ‘석탄 가격 상승과 전력난으로 중국이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주로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차량용 요소가 부족해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는 지난달 11일 기존에 별도의 검역·검사 절차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칼륨비료·인산비료 등 29개 비료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나흘 뒤인 15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요소 수출을 위해선 중국 국가출입국검사검역국으로부터 검사·검역 보고서를 받아야 통관이 가능해졌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차량용 요소 부족 사태에 처한 한국 정부가 며칠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요소 부족 사태가 번지면서 도·소매 등 유통업은 물론 건설·철강·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처가 ‘한국 옥죄기용’이란 일부 지적에 대한 반박도 내놨다. 관영 <환구시보>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말을 따 “중국의 비료 관련 수출 감독 조치는 특정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라, 국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의 요소수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국 쪽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누리꾼들의 관심도 커지면서, 이날 오전 한때 관련 기사가 포털 사이트 바이두 뉴스 검색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선진국인 한국이 요소수도 만들지 못하느냐”거나, “한국에 요소수 공급를 공급해주는 대가로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해달라고 하자”고 썼다. 한 누리꾼은 “적이 1명 늘어나는 것보다 친구 1명이 늘어나는 게 낫다 지금 한국을 한번 도와주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동북아 안정과 국제 정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또 다른 누리꾼은 “환상을 갖지 말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은 동맹국”이라고 반박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