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 빼고 ‘구독률 · 열독률’ 시행령 공포
“광고내역 공개” 판결에 문체부 대응 주목
신문 유가부수 인증단체인 한국 ABC협회 ‘영향력’의 바탕이 됐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유가부수 부풀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뒤 정부광고에 이 협회의 인증부수를 근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던 정부는 이를 반영한 시행령을 9일 공포했다.
이날 관보에 실린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보면, 홍보매체 선정과 관련된 제4조 1항에 있던 ‘부수’라는 표현이 빠지고 ‘구독률, 열독률’이 새로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에이비시부수 대신 구독률, 열독률, 사회적 책임 등을 핵심지표로 넣은 대체지표를 거의 확정 지은 상태다. 또 ‘신문 및 잡지의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에 대한 자료요청 대신 에이비시부수공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되어있던 5조 전체를 삭제했다.
문체부는 남은 관련 시행령 개정도 다음 달 초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정부광고를 받으려는 지역 언론사들에 에이비시협회 가입을 요구하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과 시행령이 그 대상인데, 시행령의 경우 ‘부수’를 빼고 현재 지역신문발전위가 실제 활용하고 있는 다른 기준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정부입법절차를 밟고 있다. 법 개정안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상태다.
한국에이비시협회는 발행부수 공개를 통해 회원사의 경영 및 광고집행의 합리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언론사, 광고주, 광고회사 등이 참여해 1989년 설립됐다. 특히 2009년 정부광고집행 기준으로 협회 가입이 강제되면서 회원수가 급증했는데, 협회는 올해도 일간지·잡지 등 모두 1137개사가 부수공사에 참여했다고 지난달 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국지 몇곳은 올해 부수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에이비시협회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던 한국광고주협회는 일단 새로 들어선 집행부의 제도 개선 의지와 이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에이비시협회는 이번주 이사회에서 제도 개선 등 신뢰회복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다. 비닐도 안 뜯긴 채 동남아에 포장지로 수출되는 신문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알려지고, 지난달 문체부의 열독률 조사를 앞두고 무가지 배포 의혹도 또 다시 고개 든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협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국 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문체부 조사 또한 지역언론 등 규모가 작은 곳은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광고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집행 기준 정비만이 아니라 집행 결과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한 문체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응이 주목된다. 법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조협의회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언론재단을 상대로 지난해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광고 집행 내역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하며 부분공개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언론재단 쪽은 “이번주 판결문을 받아보고 문체부와 협의해 항소 여부나 공개 방법 및 범위, 방식 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기자
여야, 미디어특위 명단 확정…'징벌적 손배' 언론법 논의 재개
위원장 홍익표…언론법 · 정보통신망법 · 신문법 · 방송법 '패키지 논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본회의 일정 합의문에 서명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9월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구성하기로 합의한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의 명단을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확정된 미디어특위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장은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여당 간사는 김종민 의원, 야당 간사는 박성중 의원이 각각 맡는다.
민주당 측에선 송기헌·전혜숙·김승원·김회재·정필모·최혜영·한준호 의원이, 국민의힘 측에선 김승수·안병길·윤두현·정희용·최형두·허은아·황보승희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미디어특위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방송법 등 언론·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추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중간에 국감이 있어서 국감에 매진하는 관계로 미디어특위 위원들 위촉이 늦어졌다"며 "비교섭단체 1인은 최종적으로 국회의장이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원내수석부대표는 "정개특위와 미디어특위가 발족했기 때문에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서둘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국민의힘과 언론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여야는 '8인 협의체'를 꾸려 약 한 달간 11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끝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미디어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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