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최근 잇따라 '조율 마무리' 시사…제안 시점·방법은 추가 협의 관측

 

남북미 종전선언 (PG)

 

한국과 미국이 종전선언의 내용에 대한 협의를 상당히 진척시켰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최근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한미가 대북대화 재개방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한 조율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연이어 내놓았다.

 

한미일·한미 외교차관 협의차 지난 14일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지금 연말 국면이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전선언의 형식, 내용에 관해 미국 측과 최근 아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한미 간에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도 종전선언의 필요성,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추진해야 하는지에 관해 우리 정부와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의 유용성에 공감하고 문안에 대해 협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당국자 발언으로 미뤄볼 때 공동의 문안 마련에도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문안 조율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문안 성안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가 문안을 완성해도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을 수용하려면 전달 시점과 방식 등이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한미 간 논의가 아직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건 차관은 공항에서 취재진에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한미 간에 이견이 없고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하는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공동의 문안이 만들어져도 바로 제안하기보다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한의 기류를 살펴보고 전달 시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일면 호의적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적대시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 만큼 종전선언 논의에 당장 응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마중물로 종전선언을 먼저 북한에 제의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이를 제의하는 것인지'를 묻자 "상황 진전을 보아 가면서 북한 등 필요 부문과의 소통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종전선언을 북한에 제안하기에 앞서 상황 진전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 측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대북 제안 시점에 대해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동아태차관보는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공은 북한의 코트에 있다"며 "북한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에 응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가 대북 제안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경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셉 윤 "바이든 동맹중시, 한미간 종전선언 합의될 것"

"종전선언, 北에 어떻게 제안하고 끌고 나올수 있느냐가 챌린지"

"미 대북 인도지원 말로만으로 안돼…백신 지원 등 현실적 방안"

 

발언하는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운데)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6일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에 어떻게 제안하고,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올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챌린지(도전)"라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한 '신국제질서와 대한민국 외교의 방향'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이 중요한데, 사실 북한이 명확하게 원한다, 안 원한다, 조건이 뭐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대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동맹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동맹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원한다면 해 봐야지(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결국 둘이(한미가) 합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비핵화와 평화 투 트랙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그중 평화 트랙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게 종전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인도적 지원' 카드를 언급했다.

 

윤 전 대표는 "미국도 말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미국 쪽 생각은 인도적 지원, 백신 같은 것 돕는 것을 하면 될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나 이쪽은 제재를 좀 완화하자(고 하는데), 그건 워싱턴에서는 '낫 옛 레디(not yet ready·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한반도 주변국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 쪽에서는 물론 종전선언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의심하는 것은 일본이 지원할까(라는 것)"이라며 "일본은 아무래도 단거리 미사일이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종전선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한미가 그에 대해 상호 이해해서 이다음 정부가 누가되든 계속해야 한다"고 연속성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를 공동 주관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 말기이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는 이 기간에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미 공조가 제일 중요하다"며 "한미 간 보조와 속도, 내용에 대한 충실한 공유, 그 공유 과정에서 대원칙은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건 외교차관 "누구도 못벗어날 틀 만들어야…그게 종전선언"

한미전략포럼 연설 "서두르지 않겠다…北이 받을지는 기다려봐야"

"미 지원 없인 평화구조 못 만들어"…무역규모 거론 "중과 파트너십도 필요"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5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종전선언이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미 중인 최 차관은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의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전쟁 공포 없는 일상을 누리도록 하는 게 한국 정부의 책무라면서 평화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초점은 대북 관여를 위한 지속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평화 프로세스는 길고 고되고 고통스러운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북한은 그대로 계속하길 의심하거나 주저하고픈 마음이 들 수도 있다"며 "북한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북한에 제시함으로써 최선의 선택이 그 프로세스를 고수하는 것이라고 그들에게 확신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최 차관은 한미 동맹의 강력한 조정과 협력으로 북한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면서 "종전선언이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좋은 티켓"이라고 밝혔다. 물론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할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종전을 통해 비핵화에서 불가역적인 진전을 만들고 비정상적으로 긴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6개월가량 남았다면서 "한 번에 모든 것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2018년 남북·북미 관계 개선으로 일련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경험이 있다면서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와 세부사항을 채우는 실무 협상 모두를 보장할 수 있다면 단기간에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며 이른바 하향식·상향식 접근의 최적 조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종전선언에 대해 그는 "한국 말고 누가 그런 담대한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누가 적격이겠느냐"며 "평화체제는 남북 간 정치관계, 군사적 신뢰구축, 경제·사회 교류 등 한반도 미래를 규정하는 일련의 규범과 원칙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했다.

 

또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새 질서를 만들어가는 입구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그는 "조류를 거스르지 않으면 물러설 뿐"이라며 한반도 문제에서 현상 유지란 없다고 한 뒤 "관여하거나 폐쇄된 공간에서 끌어내기 위한 구조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미중 경쟁 속에서 중국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미중 경쟁 사이에 처한 한국의 입장을 묻자 "우린 한반도 평화 구조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고, 분명히 미국의 지지와 지원, 동의와 협의 없이는 할 수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파트너십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면서 "한중 간 무역 규모가 한미·한일 간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 우린 거기서 돈을 벌고 있다.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게 좋든 싫든 우리가 속하는 전략적 지역이며 정책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시장 점유율을 다각화하려 노력 중"이라면서 동남아, 유럽에 대한 공격적인 접근을 거론했다.

 

최 차관은 미중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외교정책 당국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인가, 나쁜 관계인가, 어떤 게 미국의 국익에 좋은가라고 반문한 뒤 "난 명확한 답이 없다"고 했다.

 

치열한 미중 경쟁 구도 속에 양자택일로 몰리는 듯한 민감한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양측 모두의 효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