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행사 취소·축소…백신 접종 · 검사는 장사진

감염 · 방역 탓 항공마비에 가족회동 · 여행 차질

대성당들도 썰렁…교황 "삶의 작은일에도 감사하자"

 

베들레헴 구유 광장의 한산한 모습 [AFP=연합뉴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오미크론 변이의 기습을 막기 위해 예배당은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여행을 계획하던 사람도, 멀리 떨어진 가족을 만나려던 사람도 일정을 미루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아기 예수가 태어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에는 드럼·백파이프 연주자 등으로 꾸려진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행사가 소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베들레헴의 명소 구유 광장(Manger Square)에는 수백 명 정도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나마 1년 전보다는 들뜬 분위기다. 작년에는 퍼레이드가 텅 빈 거리를 통과해야 했다. 팬데믹 전에는 전세계에서 순례자 수천 명이 몰려와 이 거리를 가득 채웠었다.

 

독일 쾰른 대성당 앞의 백신 대기줄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쾰른의 쾰른대성당에는 성당을 둘러싸는 긴 줄이 형성됐다. 성탄 전야 미사 입장 대기 줄이 아니라, 근처 백신 접종소 대기 줄이다.

 

성당 주임사제는 DPA통신에 "백신 접종이 이웃을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게 크리스마스의 의미"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우세종이 된 미국 뉴욕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대다수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려고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는 이들이다.

 

하지만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 녹록지는 않다. 항공사들은 구인난뿐 아니라 직원들이 코로나19 감염 등으로 출근하지 못하면서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에 항공편 수백 편을 취소했다.

 

AFP통신은 항공편 추적 사이트(Flightaware.com) 자료를 토대로 이날 현재 전세계에서 취소된 항공편이 2천300편에 달한다고 전했다.

 

2년 만에 75세 모친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그 어려움을 뚫고 버지니아에서 뉴욕으로 왔다는 한 여성은 AP통신에 "만나면 엉엉 울 것 같다. 통화는 맨날 하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건 또 다르니까"라고 말했다.

 

각국의 예배당이 크리스마스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프란시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영국 런던 동부의 한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예배를 진행하지만, 해마다 빼먹지 않던 '성탄 연극'은 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대면 종교행사 상당수가 취소됐다. 워싱턴 국립대성당, 보스턴 올드사우스 교회 등 유서 깊은 대규모 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직접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하고 성탄을 축하했다. 교황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성당의 교인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은 최대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이날은 입장객 수가 2천 명으로 엄격하게 제한됐다. 그나마도 입장객이 200명이었던 1년 전보다는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교황은 "인생의 작은 일에도 감사하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성당도 1천20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적용하면서 입장 교인 수가 137명으로 제한됐다. 예약한 사람만 방문이 가능했다. 성가를 부르려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네덜란드는 강력한 봉쇄 조치 속에 성탄을 보내고 있다. 식당, 주점 등 '비필수 업종'으로 분류된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다른 사람의 가정 방문 인원은 2명으로 제한된다. 그나마 크리스마스 당일엔 4명까지 방문이 가능하다.

 

빵집에서 네덜란드 전통 크리스마스 음식인 케르스츠톨을 사려고 줄을 선 한 남성은 "조금씩 나눠서 며칠 동안 가족들을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거꾸로 매단 안트베르펜 시민들 [AP=연합뉴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는 창문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거꾸로 매다는 집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문화 시설을 모두 폐쇄해버린 당국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다.

 

AFP통신은 "산타의 순록들이 '집단면역'을 달성했다느니, 자가격리자들이 '나홀로 집에'를 찍고 있다느니 하는 농담이 슬슬 지겨워지고 있지만, 오미크론의 확산 속에 팬데믹의 끝은 아직 멀었다"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산타클로스는 팬데믹과 상관없이 열심히 선물을 나르고 있다.

 

캐나다 항공 안전 규제 당국은 산타클로스가 백신 접종을 마치고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으므로, 캐나다 상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특히 루돌프는 코가 빨갛긴 해도 이륙 전 검사 결과 코로나19 증상이 없었다고 캐나다 당국은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연합사령부인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NORAD)는 올해도 산타클로스가 북극을 떠나 전 세계 어린이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사이트(https://www.noradsanta.org/)를 운영한다.

 

호주 항공 안전 당국은 앞서 산타의 '선물 투하 작전'이 완벽하게 수행되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산타 추적 서비스 [AP 연합뉴스]

 

오미크론 맹위에 세계 곳곳 '아듀 2021' 줄줄이 취소

베를린 · 런던 · 파리 · 로마 등…시드니 · 두바이 · 방콕 등은 강행

 

2018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새해맞이 행사 [EPA=연합뉴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새해맞이 행사 '볼 드롭'(ball drop).

 

매년 12월 31일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축제의 장이지만, 올해는 그런 광경을 볼 수 없다.

 

뉴욕시가 타임스스퀘어 새해 전야제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5만8천명을 수용하는 관람 구역에는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가진 1만5천명만 입장할 수 있고,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등 방역 규제가 강화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뉴욕시는 볼 드롭을 대대적인 축제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불과 한 달 만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급속하게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뉴욕시는 그나마 새해 전야제를 열기라도 하지만, 오미크론이 뒤덮으면서 세계 주요 도시는 잇따라 올해의 마지막 밤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베를린은 올해 연말 행사를 열지 않는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독일은 오는 28일부터 최대 10명까지만 모임이 허용되는 등 새롭게 강화된 거리두기 규제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수도 베를린에서 매년 해오던 대규모 불꽃놀이는 볼 수 없다.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은 트래펄가 광장의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20일 "코로나19 때문에 매우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그래도 런던시민의 안전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알렸다.

 

프랑스 파리도 정부의 강화된 방역 방침에 따라 새해 전야 샹젤리제 거리에서 해오던 전통적인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이탈리아 로마,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인도 뉴델리 등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 탓에 연말 행사를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세계 모든 도시가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처럼 행사를 개최하되 축소하는 도시도 있고, 최대한 방역을 강화하면서 행사를 여는 도시들도 있다.

 

호주 시드니는 대규모 신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시드니는 웹사이트를 통해 불꽃놀이가 포함된 새해 전야제를 안내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권장되지만, 미접종자가 참여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서 불꽃놀이를 예정하고 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불꽃놀이를 준비 중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태국 방콕, 타이페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도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오미크론이 망친 성탄 연휴…전세계 항공 6천편 가까이 결항

24∼26일 미국서 1천800편 취소…감염자 급증에 항공인력 부족사태

 

 미국 덴버 국제공항 전광판의 취소 안내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여파로 전 세계 여행객이 크리스마스 연휴 계획을 망치고 있다.

 

25일 미국의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이날 정오 집계 기준으로 크리스마스이브인 전날부터 일요일인 26일까지 사흘간 전 세계에서 5천755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이 가운데 미국 국내선 또는 미국으로 오가는 국제선 항공편이 1천791편으로 집계됐다.

 

결항 편수는 전날 2천380편(미국 690편)에서 이날 2천553편(미국 897편)으로 늘어났다. 26일에도 이미 822편(미국 204편)의 운항이 취소된 상태다.

 

대규모 결항 사태가 빚어진 것은 성탄절을 맞아 항공여객 수요가 많아진 반면, 전염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으로 항공업계 인력난이 심해진 탓이다.

 

다수의 조종사, 승무원, 공항 근무자들이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여기에 일부 구간에서는 악천후가 겹쳐 항공대란을 더욱 부추겼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대기 중인 여행객들 [AFP 연합뉴스]

 

미국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제트블루항공은 이날 전체 항공편의 10% 이상을 취소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대변인 매디 킹은 AP통신에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인력난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언제부터 정상 운영이 가능할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항공사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이번 주 전국적인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이 우리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고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로 항공업계 등 필수업종 근로자들의 인력난이 심화하자 영국과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은 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나섰다.

 

델타항공과 제트블루항공도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격리 기간 단축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번 크리스마스 결항 사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 동방항공과 에어차이나는 전날부터 이틀간 전체 항공편의 20% 이상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독일 루프트한자와 호주의 항공사들도 인력난을 이유로 다수의 항공편 일정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