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기한 짧아 접종 어렵다” 거부

냉장 시설 부족해 받지 못하기도

많은 물량 한꺼번에 보내 창고에 쌓여

가난한 나라 인구의 8%만 1차 접종

 

네발 카트만두의 한 학교에서 여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폐기가 임박한 백신을 개도국에 보내는 데다가 보관 시설도 부족해 개도국에 대한 백신 공급이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폐기를 앞둔 백신 제공과 보관 시설 부족 등으로 여전히 원할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유엔 아동기금’(유니세프)이 13일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개도국에 공급된 백신 가운데 지난달 수령을 거부당한 물량이 1억회 접종분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부분은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이어서 거부당했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다.

 

유니세프의 공급 담당 책임자 에틀레바 카딜리는 많은 개도국이 백신을 보관할 냉장 시설도 부족해 백신 수령을 늦추는 실정이라고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금까지 코백스가 공급한 물량은 144개국에 9억8700만회 접종분이다.

 

유니세프는 유럽연합이 제공한 백신 가운데 1500만회 접종분이 수령을 거부당했다며 이 가운데 4분의 3은 유통 기한이 10주도 남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다고 밝혔다.

 

케냐 보건부 대변인 음부루구 기쿤다는 유통 기한이 임박한 백신을 받으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보관 시설의 백신을 접종 시설까지 운송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 거부감이 큰 데다가 의료 시설도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탓에 접종하지 못한 채 쌓여 있는 백신도 늘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케어’는 유니세프의 공급·사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90개국에서 6억8100만회 접종분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케어는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 큰 나라를 포함한 30개국은 공급 받은 백신 가운데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코백스와 협력하고 있는 세계백신면역연합(가비)의 대변인은 지난해 4분기, 특히 12월에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된 탓에 보관 물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공급되는 백신은 유통 기한이 긴 것들이어서 앞으로는 접종하지 않고 버려지는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부유한 나라의 평균 백신 접종률은 인구 대비 67%인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1회 접종을 끝낸 인구도 전체의 8%에 불과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