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먼 길 돌아 돌아온 바람」수작으로 평가받아


문인협회 회원이며 시사 한겨레 칼럼 필진인 김영수 수필가가 제30회 한국 현대수필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현대 수필문학상’은 한국 수필문학진흥회에서 해마다 출판된 수필집 가운데 저명한 심사위원들이 선정해 시상하는 문학계의 권위있는 상으로, 김영수 씨는 지난해 발간한 수필집 ‘먼 길 돌아 돌아온 바람’이 탁월한 작품성을 평가받아 수상작으로 뽑혔다. 시상식은 3월 중순 서울에서 있으며, 출판기념회는 4월초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 ‘먼 길 돌아 돌아온 바람’은 김 씨의 ‘물구나무 서는 나무들’에 이은 두번째 수필집으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연민, 이민 삶을 관조하며 정체성을 가꿔나가는 다양한 상념의 편린들을 단아하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엮어낸 수작이다. 작품 중에는 시사 한겨레에 실린 칼럼들도 들어있다. 
문단에서는 “김영수의 수필들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뛰어난 통찰력과 예리한 감수성, 그리고 유려한 문장력이 잘 어우러져서 삶의 훈향이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차분한 어조로 속삭이는 듯한 그의 수필을 읽다 보면 독자는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사색의 숲에 깊숙이 들어섰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는 등 그의 글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있다.
김 씨는 수상소감을 묻자 “이제 막 글의 문턱을 넘어선 것 같은데 한국의 수필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권위있는 큰 상을 받게 되어 가슴이 뛴다. 깊은 호흡으로 차분히 가라앉히고 초심으로 돌아가 글을 쓰리라 다짐해본다.”면서 “그동안 제 글을 아껴주신 시사 한겨레 신문 독자들의 성원이 있어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고 감사의 뜻도 밝혔다.
 
한편 원옥재 한인문인협회 회장은 김 씨의 수상소식을 반기면서 “수많은 수필가들이 타고 싶어하는 권위있는 상” 이라며 “작가 자신은 물론 문협의 경사이기도 하다.”고 축하했다.  
김 씨는 상명여대 졸업 후 중등교사로 재직하다 2002년 캐나다로 이민, 2007년 ‘에세이문학’에 ‘덧없는 꿈’으로 문단에 데뷔해 한국 문인협회 회원과 캐나다 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 ‘먼 길~’은 ‘소리 너머의 세계에서’‘아름다운 나이테’까지 7장 52편의 작품이 총237 페이지(A5 판형)에 실려있으며, 지난 해 9월 에세이문학 수필부에서 펴냈다.


노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김수영 회장(왼쪽)과 정희정 씨.


10여년 한결같이 아름다운 선행…


10여 년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펴온 여성모임이 양로원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지난 7일 새해를 맞아 양로원에서 외롭게 보내는 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뉴마켓의 ‘은혜양로원’을 찾은 등대봉사회(회장 김수영) 10여명의 회원들은 이 양로원이 전해준 감사패를 받고 쑥스러워했다.
 
현재 회원이 14명인 등대봉사회는 2001년 8명의 회원으로 결성돼 한인 사회는 물론 캐나디언 요양시설 등도 위로 방문하는 등 소리없는 봉사활동을 펴왔다. 지난 96년 한인사회에서 처음 으로 룻교회(신상철 목사)가 문을 연 은혜양로원(511 Queensville Side Rd., E. Holland Landing ON L9N 0G1)에도 이들이 해마다 찾아 음식대접은 물론 노래와 춤 등으로 입주 노인들을 위문해왔다. 이번에 감사패를 준 것은 이같은 고마움에 작은 성의라도 보이자는 뜻으로 만들어 전해준 것. 은혜양로원은 이날 평소 양로원 노인들을 자주 찾아 보살펴 온 이동기-이경희 씨 부부에게도 감사패를 전하고 사의를 표했다.
 
이날도 등대 봉사회원들은 노인들께 세배를 하고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었고, 음식을 대접했다. 60년대 가수 정 시스터즈의 정희정 씨와 김수영 회장 등이 노래로 흥을 돋우고 한복차림 춤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마침 자리를 함께 한 한인회 이진수 회장과 정재열 이사장은 덕담으로 노인들을 위로했다.
김수영 등대봉사회장은 “함께 해준 회원들 덕분에 봉사를 계속해 올 수 있었고 특히 회원의 남편 분들이 적극 ‘외조’를 해주었다”고 봉사회 활동의 공을 회원과 남편들에게 돌렸다.

< 문의: 905-836-1310 >


[1500자 칼럼] 덜 채우는 슬기를

● 칼럼 2012. 1. 13. 16:00 Posted by SisaHan
임진년 새해 달력이 내어 걸린 지 벌써 일주일째다. 밖에서는 흑룡의 비상(飛上)을 연일 주지시키지만 내 안에선 그저 덤덤한 한 해의 시작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무디어 가는 것 중 하나가 세월의 흐름이라더니 역시 그런가보다. 떠들썩한 망년회에서의 감흥도 희망찬 새해의 설렘도 줄어들고 시간만 급하게 내달리고 있는 듯하다. 
부엌 싱크대 앞에 섰다. 정면에 걸린 달력에 시선이 멎는다. ‘일월’이란 활자에서 풍겨오는 뉘앙스는 차가우면서도 정갈한 느낌이다. 언뜻 설원의 소나무 숲이 연상된다. 그리고 미지에 대한 경이로움과 약간의 두려움도 엄습해 온다. 올해는 어떤 일들로 저 무언의 날들이 채색되어질까.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이 더 많았으면 하고 희구(希求) 해 본다.
 
새 달력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 해의 염원을 풀어내어도 ‘일월’은 여전히 냉기를 띈다. 자신의 등에 업힌 무수한 날들을 희망대로 운용하라는데도 방만한 자세로 일관하는 탓 일게다. 세제 범벅인 그릇들을 손으로 굴리며 ‘식구들의 무탈과 그들이 뜻하는 바를 이루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때 늦은 소망을 읊조려 본다. ‘일월’은 그런 나를 차갑게 응시하며 에둘리지 말고 너 자신의 바램을 가져보란다. 
나는 손이 큰 사람이다. 맏며느리의 건성인지는 몰라도 음식은 무조건 많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 종종 남은 음식 때문에 곤욕을 치루기도 하지만 빠듯함보다는 넉넉함이 몸에 배어 편 한대로 한다. 오늘도 큼직한 스테인리스 용기에 만두소를 버무린다. 양을 줄인다고는 했지만 십여 가지 재료가 섞이다보니 또 만만치 않은 양이 되었다. 빠듯한 시간에 만들고 쪄야할 과정이 은근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늦은 저녁 아들내외와 만두를 빚는다. 쟁반위엔 두 가지 모양의 만두들이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간다. 속을 두둑하게 채워 오동통한 모양새를 가진 놈들은 우리 내외 솜씨이고 좀 빈약해 보이긴 해도 주름을 잡아가며 모양을 한껏 낸 놈들은 아이들 솜씨다. ‘만두 맛은 속 맛’이라며 속을 더 채우길 채근해도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저희들 뜻대로 손을 놀린다.
 
만두를 쪄낸다. 열탕 속에서 풀려난 놈들을 한 김 식히느라 쟁반마다 그득하게 담는다. 부자 부럽지 않은 마음으로 하나하나 손질하다보니 예전에 비해 터진 놈들이 현저히 줄어든 듯하다. 
모양새나 쓰임새나 터진 만두만큼 만든 이의 정성을 무색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이번엔 특별한 비법을 차용한 것도 아닌데 좋은 결과가 나오니 흔쾌한 마음 되어 면면을 살펴본다. 근데 웬걸, 터진 놈은 전부 우리내외 솜씨이고 아이들이 만든 것은 하나같이 말짱하다. 더구나 생김새도 돼지와 사슴의 차이라고나 할까.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가 맥없이 결론이 난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맛을 내세우며 제한된 만두피를 넓혀가며 속을 가득채운 오랜 숙련자의 솜씨와 주어진 규격 하에서도 맛과 멋은 물론 효용성까지 잡은 비 숙련자들의 솜씨가 그것이었다. 옳지, 올해의 화두는 덜 채움이다.
주변을 관조한다. 수납장, 냉장고, 옷장, 등등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허접한 것들로 포화상태다. ‘여백의 미학’이란 어구는 철학자의 소관으로 일관하고 채우기에만 열중했던 지난날을 반추한다. 
비우고 줄이면서 덜 채우는 해, 나의 2012년은 터지지 않는 만두를 만들어 가는 해이다.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한국문단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