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기자들이 보도책임자 불신임 결의와 함께 어제 비상대책위를 구성했고, 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 운동에 나섰다. 그동안 김 사장 등 문화방송 경영진이 인사와 보도 등에서 노골적인 친여 행보를 취해온 데 따른 당연한 반발이다. 한동안 집단행동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오던 기자들이 직접 궐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문화방송 기자들은 편파·불공정 보도로 신뢰도와 시청률이 동반추락한 것을 문제 삼아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벌여 92.3%가 이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영상기자회도 97.2%의 압도적 비율로 불신임을 결의했다. 기자들이 성명에서 지적했듯이 4.27과 10.26 재보궐선거 편파 및 불공정, PD수첩 대법원 판결 왜곡, 내곡동 사저 편파 보도, 김문수 경기지사 119 논란 외면 등 잘못된 행태가 한둘이 아니다. “역사의 시계를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렸다고 해야 할 정도의 침묵과 왜곡의 연속이었다”며 “그 결과는 처참했다. 우리 스스로 시청자를 쫓아냈다. 신뢰도와 시청률이 동반추락했다”고 한 기자들의 성명서 내용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실제 지상파 메인뉴스 시청률에서 문화방송이 현 정권 들어 확실한 꼴찌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회사 쪽은 우이독경, 오불관언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기자들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기자회 회장을 아침뉴스 앵커에서 경질하고 인사위에까지 회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문화방송의 신뢰도와 시청률을 떨어뜨린 장본인은 김 사장 등 문화방송 경영진이다. ‘조인트’ 맞으면서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인사를 한다는 혐의는 벗지도 못한 채, 피디수첩 피디들을 징계하고 사회적 발언 연예인들의 출연 금지를 강행한 것도 김 사장이다. 그런 행동들이 쌓여 이 지경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자사렙 추진도 문제가 많다. 노조는 SBS가 자사렙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문화방송까지 자사렙 설립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문제투성이의 미디어렙법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김 사장은 청와대 지시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노조 주장대로 당장 인사쇄신과 함께 자사렙 방침을 철회하고 ‘1공영 1민영’의 원칙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정치권의 ‘돈봉투’ 파문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경선에서도 돈 쓰는 조직선거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건넨 후보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함에 따라 현직 입법부 수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통합당에서도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 후보가 영남권에서 돈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돈 정치’의 오염상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고승덕 의원이 받은 300만원은 빙산의 일각인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박희태 후보 쪽 사람이 들고 온) 가방 속에는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말해 돈봉투가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무더기로 살포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박 후보 쪽의 서울 및 원외조직을 책임졌던 당협위원장이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돌리도록 소속 구의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당시 전당대회에 수십억원이 살포됐다는 정가의 풍문이 근거 없는 헛소문만은 아닌 듯하다. 
박 의장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2008년 전당대회에서 청와대가 당 대표로 밀었다. 공천 탈락자를 당 대표로 기용하려는 것부터가 코미디였다. 명분이 부족한 인물을 당 대표로 만들려다 보니 무리수가 따른 것은 당연하다. 그가 살포한 자금의 출처와 관련해 친이계 핵심인사들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전당대회 당시 뿌려진 돈의 전체 규모와 출처, 돈을 받은 의원들이 누구인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박 의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만 할 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검찰이 현직 입법부 수장을 조사하는 데 따른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당에서도 대구의 한 전직 원외지구당위원장이 전당대회 예비경선 이전에 특정 후보의 돈을 받아 대의원들에게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만약 당 차원에서 진실 규명이 어렵다면 한나라당처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돈봉투 의혹은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의 명운이 달려 있는 사안이다. 각 정당은 이번 기회에 해묵은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 2012년을 맞으며 -

새로운 한 해가 밝아 왔다. 
사람마다 새해에 거는 기대와 소망은 다르겠지만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소박한 꿈은 인종과 민족을 초월하여 누구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인간의 보편적인 소망을 외면하기라도 한 듯이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테러의 위기, 환경오염, 식량난과 같은 지구촌 생존의 문제로 어수선하기만 하다. 
반면에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꿈꾸며 발전되는 과학기술은 인간복제의 가능성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오늘날  과학문명의 발달이 인간사회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며 그 가운데 인간으로서 마음의 펑안과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길은 결코 과학문명이 만들어 내는 전자기술이나 기계적인 도구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일그러진 형상을 바르게 회복하고자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자기 사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 사랑이 자신과 같은 형상을 가진 이웃의 아픔과 삶을 이해하고 관용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섬기는 사랑으로 번져갈 때에 사람다운 정취와 향기를 느끼며 행복감에 젖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새로운 세상, 그것은 결코 과학문명으로 변화된 세상을 꿈꾸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 가운데 살아가는 인간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하나 둘 모여서 소리 없이 변화시켜 가야 하는 것이다.

마치 소금이 소리 없이 녹아져서 형체를 볼 수 없게 될 때에 음식의 맛을 내듯이…. 
소금은 맛을 낼 뿐만 아니라, 또한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형체가 없어지는, 자신을 위한 삶 보다 타인을 위한 삶을 산다. 나의 유익보다도 남의 유익을 위해 사는 값진 삶의 가치를 보여준다.
만일 소금이 녹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맛을 낼 수가 없다. 녹지 않음이란 자신의 형체를 그대로 가지고 버티는 것이다. 남과 이웃을 위해 녹아 없어지는 것, 자신을 버리고 깨고 없어짐으로써 비로소 참 맛을 내는 살신성인의 고귀한 삶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새로운 한 해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세상을 꿈꾸며 소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니라.”(마 5:13)

<전인희 사관 - 구세군 토론토 한인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