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 기소 분리 올바른 방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권한을 무한 확장하고 폭주하면서 검찰 개혁의 명분을 스스로 제공했다. 정치적 편향 수사의 표적이 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공언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가장 큰 병폐로 ‘직접수사권의 남용’을 꼽는다. 검찰이 직접수사, 특히 특수부 수사를 통해 조직 논리에 맞는 수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권력을 비호하거나 정치·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의 폭주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수사권을 조정했다가, 이후 직접수사 대상을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령으로 부패·경제 사건의 범위를 재확장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은 대폭 늘었다.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에 대한 직접수사도 가능하게 해 사실상 별건수사도 허용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윤석열 전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 수사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김씨와의 대화 내용을 뉴스타파에 전달해 보도되도록 한 신학림씨 사이의 돈거래를 배임 수재·증재 혐의로 수사하면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를 한 경향신문 등 다른 언론사의 명예훼손 혐의까지 손을 댔다.

 

명예훼손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가 아니지만 ‘김만배·신학림 사건과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수사’라며 강제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을 띄우며 2023년 10월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나 6·3 대선을 1주일 앞둔 지난 5월27일 슬그머니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직접수사권을 무한 확장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심기 경호 수사까지 서슴지 않았던 대표적 사례였다.

 

‘윤석열 검찰’의 이런 폭주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가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각각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이관하는 내용의 개혁안 초안을 마련했다.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의원 14명이 ‘검찰 개혁 4법’을 발의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고,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가 중수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업무를 조정·관리·감독하도록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은 8대 중대범죄(내란 및 외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를 수사하며,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주요 범죄를 맡고, 국가수사본부는 모든 수사가 가능하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영장청구권을 갖는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최종적인 검찰 개혁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 큰 그림을

 

전문가들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남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첫째, 정치적 편향성이고 둘째, 검찰이 정치·사회 전반의 문제를 통제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기관의 수사 적법성을 통제하거나 절차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조언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수사권을 선택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은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뿐만 아니라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인사 수사에 집중한 반면, 김건희 여사 수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에서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검찰 개혁 구상은 검찰의 강력한 직접수사 권한을 중수청과 경찰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을 지낸 오선희 변호사는 “중수청에 검사·경찰 모아놓고 그 조직을 누군가 악용하면 검찰보다 무서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새 정부의 검찰 개혁은) 그런 부분에 대한 대안 없이 일단 검찰만 아니면 된다는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정책자문위원이었던 양홍석 변호사도 “검찰 힘 빼기가 필요하다면 수사권을 뺏는 방법 외에 검사 수를 줄이거나 예산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폐해를 없앨 목적이라면서 대신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에 직접수사를 맡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없애되 과거의 수사지휘권을 회복해 경찰과 중수청 수사를 감시·통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통해서 경찰에 수사권을 독립시켜주는 것이 필요한데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도 논의해야 한다”며 “(과거 검찰이 갖고 있었던) 수사지휘권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지연 문제점은 어떻게?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 집중한 개혁안이 검찰의 편향적 수사 행태를 바로잡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형사절차를 통한 국민들의 피해 구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이 노출됐는데 이를 면밀하게 진단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이 크게 늘었는데 일반적인 형사사건 수사가 검찰의 통제를 벗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6개월이 초과된 경찰 사건의 비율은 2019년 5.3%→2020년 6.5%→2021년 9.7%→2022년 14%→2023년 11.9%로,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부터 특히 증가하는 추세다.

 

송치 단계부터 사건을 접하게 되는 검찰의 사건 처리 속도도 늦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검찰이 6개월 넘도록 처리하지 못한 장기미제 사건 수(전체 사건 건수 대비 비율)는 2021년 2503건(0.21%)→2022년 3932건(0.33%)→2023년 6594건(0.52%)→2024년 9123건(0.7%)으로 크게 늘었다. 류 전 감찰관은 “수사권 조정이 검찰의 권한 축소에 도움이 됐을 수는 있겠지만, 피해자 구제의 신속성 측면에서는 아주 잘못된 제도가 됐다. 그런 단점을 보완해나가면서 개선을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오선희 변호사는 “검찰 개혁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민주당 방식이면 일반 국민의 민생사건은 다 버려지게 된다”며 “검찰의 인지수사(직접수사)를 전면 중단하고 일반 국민의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경찰이 한 수사를 검찰이 한번 더 걸러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검경 개혁과 수사 지연을 연관 짓는 것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라며 “현 제도 안에서도 사건 처리의 책임자를 분명히 하는 등의 규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수사 지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정혜민  곽진산 기자 >

 

영장 사전심문·국민참여재판 확대…형사소송 절차 변화 예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김혜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개혁 공약으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과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내놓으면서 형사소송 절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두 사안은 모두 조희대 대법원장도 취임하며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새 정부 들어 제도 도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영장 발부를 결정할 때 수사 관계자 등을 직접 심문해 그 필요성을 소명받는 절차다.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율(일부 발부 포함)은 최근 10년 동안 99%에 이르러 그 과정에서 사법적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늘면서 범죄와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까지 수사기관이 포괄적으로 압수수색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 추진됐고 조희대 대법원장도 힘을 싣고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논의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사전심문 일정 등이 노출되면 증거가 인멸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수사기관 쪽의 강한 반발로 도입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법안에 수사 지연과 밀행성 훼손, 법관 재량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도 비슷한 이유로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본권 침해를 막을 방법이 사후적으로 ‘위법수집증거’임을 주장하는 것 말고는 없다”며 “수사 기밀성 훼손이 이 제도를 도입 못 할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수사기관만 심문에 참여시키는 등 보완장치를 두텁게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도 대표적인 사법적 통제 장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는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를 바로 구속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거주 제한이나 전자장치 부착 등 일정한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이를 어길 때만 피의자를 구속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수사절차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한 상황인데, 수사절차 통제를 공약으로 내건 새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역시 주목할 만한 이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형사합의부 사건 중 미수·교사·방조죄 등과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만 가능한 국민참여재판의 범위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서 형사재판 판결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부터 시행됐지만, 매년 열리는 건수는 100건이 되지 않는다.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신청으로 이뤄지는데, 재판장이 불허할 수도 있다.

 

조 대법원장도 취임하며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한겨레에 “피고인 신청주의로 인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을 현행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오연서 기자 >

 

해묵은 과제 ‘상고심 개혁’

 

이재명 대통령 취임 뒤 ‘대법관 증원’이 사법개혁의 첫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대법관 1인의 사건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상고제도 개혁은 법조계의 해묵은 과제였다. 그만큼 폭넓은 동의를 바탕으로 논의가 필요한 제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 전 대법원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둘러 처리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법관 증원 법안을 우후죽순 발의하면서 논의는 첫 단추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임기 첫날인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법관 증원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결국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성 법안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상고제도 개혁에 더욱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관 늘리면 전원합의체는 어떻게?

 

상고심 개혁은 국민이 충실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다. 대법관 한명이 연간 3천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게 되면 사건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징역 등 개인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형사 사건은 물론이고 민사 사건 또한 피해의 유형이 다양화되는 만큼 세심한 심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법원행정처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법원은 2023년 처리한 민사 사건 가운데 70%를 별도의 심리 없이 사건을 마무리(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주심 대법관이 나름의 검토 끝에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대법원 소부에서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건의 판결이 충실한 심리 없이 확정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처럼 미국(9명), 영국(12명), 일본(15명)도 소수의 대법관이 상고심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경우 상고허가제 등을 통해 법률 해석이 쟁점인 사건들만 처리해서 선별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법관처럼 과도한 업무부담을 짊어지지 않는다. 미국 대법관 9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 수는 100여건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지난 4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처리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서는,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까지 늘리도록 했다. 1년에 4명씩 총 4년간 16명을 증원하며, 법안이 공포된 뒤 1년간은 시행을 유예한다는 내용의 부칙이 담겼다. 그러나 대법관이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전원합의체를 어떻게 운영할지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 전원합의체에서는 판례 변경이나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주요 사안에 대해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대법관 전원이 논의해 결론을 내린다.

 

법원의 가장 권위 있는 결정인 동시에 치열한 논쟁의 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원합의체 판결은 13건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관 수만 늘리는 것은 전원합의체를 오히려 부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30명의 전합은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나뉘어서 진행되어야 할 것 같은데 관련 논의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며 “실제로 한 사람당 3천건의 사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대법관들이 사건 기록을 일일이 볼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관 증원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면 엄청난 보조인력과 재정 투입도 필요하다. 현재 대법관을 도와 사건 검토 업무를 수행하는 재판연구관은 근무연수가 14년차 정도 된 판사들이 주로 맡는다. 현재 기준으로만 법관 출신 재판연구관 101명이 근무하는데 대법관 증원이 2배 이상 된다면 산술적으로 재판연구관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야 원활한 재판이 가능하다.

 

지금 당장 100명이 넘는 연구관을 증원하려면 하급심 법원에서 차출해야 한다. ‘상고심 충실화’라는 대법관 증원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상고심이 권리구제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고법 판사는 “재판연구관이 있어야 대법관이 늘어나도 업무의 질이 유지된다. 밑에서부터 구조를 만들어서 적당한 대법관 수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특위 구성해 입법하는 방식으로”

 

대법관 증원 논의 과정에선 최고법원(연방일반법원)에 130여명의 판사가 근무하는 독일 사례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독일 연방일반법원의 경우 민사부와 형사부가 나뉘어 있으며, 이들 사이에 쟁점 등이 있을 때는 민사연합부, 형사연합부 등을 꾸려 사건을 심리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민사·형사 재판부를 합친 대연합부에서 논의해 판결하면서 재판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독일은 연방일반법원 외에도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노동법원 등 분야별로 상고심 담당 법원이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숫자만 독일 사례를 따를 게 아니라 각 전문 분야를 분리하는 제도도 같이 도입해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며 “혹은 상고법원을 만들고 대법관이라는 개념보다 ‘대법원 판사’ 느낌으로 기록을 볼 만한 다수의 판사들이 100여명 들어오는 게 진정한 의미에서 상고심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가면 처리에 몇년씩 걸리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도 더 전문화된 제도를 구축하고 분야를 나누는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앞선 사법개혁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사법개혁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를 중심으로 당시 국무총리와 법조계 재야인사, 행정 각부 장관과 학계·재계 등 민간위원까지 포함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공판중심주의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등의 성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2005년 사개추위 기획추진단장을 맡았던 김선수 전 대법관은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과제에 대해 “국회 내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단기·중단기·중장기 개혁 과제로 구분해 단기는 6개월 내에 입법을 완성하고, 중장기 과제는 6개월이나 1년을 더 연장해 22대 국회에서 그간 미진했던 사법개혁 부분을 종합적으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김 전 대법관은 “특위를 구성하고 과제를 선정하며 공청회 등을 병행해 의견 수렴할 기간을 갖는다면 법원도 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김지은 기자 >

 

대법-헌재, ‘재판소원’ 도입 놓고 최고법원 지위 기싸움

대법 “사실상 4심제”-헌재 “기본권 강화”

 
 
                                    헌법재판소. 연합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법원의 재판 결과를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라는 평가와 사법체계 혼란을 부를 4심제 도입이라는 우려가 맞선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재판소원 제도는 최고법원 지위를 둘러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경합과 맞물리면서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졌다. 헌재는 1995년 11월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하도록 한 소득세법 조항이 조세법률주의와 헌법의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법률조항 자체는 그대로 두고 특정한 해석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996년 4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고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확정판결을 내렸고, 헌재는 대법원 판결이 위헌이라고 선언하며 정면충돌했다.

 

해묵은 갈등이 잠복해 있던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 상고심 뒤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재판소원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13일에는 법인세 부과의 정당성을 두고 대법원과 견해가 갈린 케이에스에스(KSS)해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헌재는 헌재법 개정안이 발의된 뒤인 지난달 15일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헌재는 의견서에서 독일·대만·스페인 등 국제적 재판소원을 예시로 들며, 헌법소원 남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재판소원 대상을 ‘확정판결’로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 재판에 관여하는 것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률 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본다.

 

재판소원의 필요성을 두고 법조계의 찬반 의견도 극명하게 갈린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설령 4심제가 되더라도, 재판이 기본권과 재판 청구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헌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김승대 변호사도 “중대한 헌법적 결함이 있는 판결을 내린 경우, 헌재를 최종 판단 기관으로 다퉈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상고심까지도 이미 오래 걸리는데, 재판소원 이후 법률 관계 확정까지 불안정한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소송 비용도 늘어나게 돼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판결의 기준을 어떻게 세우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인력 문제를 감안할 때, 재판소원 제도가 남발될 시 헌재가 마비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 장현은 기자 > 

법조계 “수사 범위 풀어야” “기소권 줘야” 의견
“수사·기소 가능해지면 ‘제2의 검찰’ 돼” 지적도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7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조기 대선이 확정된 지난 4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사법체계 혼란을 해소하고, 공수처 수사권은 검찰·경찰에 이관하겠다”며 공수처 폐지를 주장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공수처에 대해 거대 양당 대통령 후보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공수처는 약 30년 전부터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깰 수 있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꼽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됐지만 검찰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손을 잡고 신속처리 안건 형식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을 힘겹게 통과시키면서 출범할 수 있었다.

 

힘겹게 첫발을 내디뎠지만 공수처법에는 허점이 적지 않았다. 공수처는 대통령, 대법관, 헌법재판관, 국회의원, 장관, 판검사, 장성급 장교 등 고위 공무원 범죄를 수사할 수는 있지만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기소할 수 있다. 수사만 가능하고 기소는 검찰이 해야 하는 구체적인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다. 이런 법률적 미비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12·3 내란 수사다.

 

공수처법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가장 중대한 범죄인 내란죄 수사권을 명시하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수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내란 수사를 개시했다. 대통령은 또 공수처가 수사는 가능하나 기소할 수 없는 대상이어서 공수처는 수사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에서 그랬듯 추가 수사를 위한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랴부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법률적 미비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불법이라며 저항했고 결국 내란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해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공수처는 만성적인 인력난에도 시달려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연루된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의 검사 연임안을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100일 가까이 재가하지 않았다. 공수처에서 검사로 일했던 한 변호사는 “우선 기소권·수사권을 일치시켜야 공수처의 책임도 강화된다”며 “검사 정원도 늘리고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3년씩 3연임 가능)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 강화에 대한 법조계 의견은 다양하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자만 제한하고 수사 범위는 풀어야 한다”고 했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권을 동시에 주는 방식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공수처를 직접수사와 기소가 동시에 가능한 기관으로 만들면 제2의 검찰이 돼버린다. 공수처를 무조건 강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현시점에서 공수처의 역할을 강화할 것인지, 권력기관화 방지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적·물적 제한을 뒀는데, 이러한 제한을 없애려면 공수처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 곽진산  정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