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떠올린 ‘계엄 비하인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아침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동영상 갈무리
 

“있을 수 없는 우연이 수없이 겹쳐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아침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비상계엄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의 급박했던 상황을 돌이키며 한 말이다. 당시 이 대표는 계엄군에 붙잡힐 것을 우려해 국회 숲속에 숨기도 했고, 자신이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 지휘 순서’를 정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 국회로 가면서 가장 먼저 ‘방송’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어준씨가 “계엄 직후 제게 전화가 왔다. (이 대표가)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시민들에게 국회로 모이라는 방송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방송을 (먼저) 생각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여러 장면 중 (여성 시민군의) 방송이 떠올랐다. 국민 외에 (계엄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 국민이 국회를 에워싸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선무 방송을 (요청)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국회 도착 뒤 가장 우려한 것은 ‘계엄군에 의한 체포’였다. “(당대표실로) 가면 잡힐 테니까 국회에 있는 숲에 숨어있었다. 그 뒤 (의원회관에 있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실에 앉아 가지고 제가 잡힐 경우 다음 민주당 지휘자 순위를 정했다”고 했다. 자신의 체포를 대비해 민주당 내 최고위원, 원내대표, 지명직 당직자 등을 추려 ‘민주당 지휘 순번’을 적어 발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본회의장에는 왜 늦게 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잡히면 안 되니까. 당시 비서실장과 저, 한준호 의원 3명이 같이 있었는데, ‘148명이 모이면 들어가자’고 했다. (민주당 의원만으로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인) 150명이 넘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위험에 노출될 걸 최소화해야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51명이 넘어도 (해제안) 의결을 안 하기에, 잡힐 각오를 하고 ‘척후팀’과 ‘후방 경호팀’을 두고 총 3팀이 동시에 숲에서부터 (본회의장까지) 뛰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이 대표는 그날 비상계엄 선포 2시간반여 만에 해제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기적’이라 표현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오랜 시간 철저히 (계엄을) 준비했고 나름대로 계산도 다 했는데 모든 것이 어긋났다. 수없이 있을 수 없는 우연이 겹쳐 기적이 벌어진 것”이라며 수많은 ‘우연’을 나열했다. “그 시간이 아니고 딴 시간이었다면, 다른 날 했다면, 공개 발표 안 하고 미리 시행했다면, (주요 정치인) 집에 미리 (계엄군을) 배치해 잡았더라면, 군인들이 단 한명이라도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또는 우리 국민들이 조금 늦게 왔더라면…”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피청구인 배려, 이번 주 신문으로 충분…신속 종결해야”

 
 
▲헌법재판소.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11일 국회 측 대리인단이 “피청구인에 대한 배려는 이번 주의 증인신문절차로 충분하다”며 신속한 변론 종결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인인 국회 측을 대리하는 이광범 변호사는 이날 변론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부정 선거 음모론 등 허황된 말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지, 그것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 전 국민에게 중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속한 변론 종결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피청구인에게 방어권 보장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피청구인은 방어권을 오용하고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이)내란 프레임을 짜서 자신에 대한 ‘탄핵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했으며 “심판정 밖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를 해체하고, 헌법재판소를 깨부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헌재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더 이상의 사실확정이 필요 없고, 피청구인의 행위는 직접적 헌법 위배이기 때문에 위배의 중대성조차 명백한 경우”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사실 확정부터 쟁점이었고 헌법과 법률 위배가 심리 대상이었던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특정인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문제된 사안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가 금지된 행위가 대상이었고, 수사기관에 의한 직접 조사조차 있기 전이었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국회측 김이수 변호사는 “(피청구인은) 자신의 정치력 부재를 극약처방으로 해결하려고 요건에도 전혀 맞지 않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많은 국민들이 영상매체로 지켜보는 중에,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무덤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며 “탄핵을 초래한 사람이 이제는 지푸라기도 잡는 식의 탄핵공작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행태”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여섯 번의 변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의 위헌 위법성뿐만 아니라,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침탈 행위의 위헌 위법성 또한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인다”며 “하루라도 빨리 내려지는 파면결정이 대한민국을 안정시키고, 정상화시키는 첩경”이라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시작해 이번주 두 차례 변론을 마치면 여덟 차례의 예정된 변론기일을 끝낸다. 헌재가 추가 기일 지정을 하지 않으면 변론이 종결되는데, 종결 여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층 일각에서는 변론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헌재는 11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증인신문한다. 마지막 변론기일인 오는 13일엔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 신문이 진행된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진보당 “국민의힘, 느닷없이 언론에 ‘빨간펜 지적질’…

내란수괴 셀프변호 확대재생산이야말로 심각”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가운데). ⓒ연합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주요 방송사에 윤석열 대통령 옹호 집회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지적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내란지지 집회를 더 띄워달라는 요구를 이토록 버젓이 꺼내들 수가 있나”라는 야권 비판을 샀다.

 

11일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 지난 8일 윤 대통령 지지 집회(동대구역 집회)에 대한 방송사 보도를 문제 삼은 것을 두고 “느닷없이 언론에 대하여 ‘빨간펜 지적질’을 하고 나섰다”며 비판했다.

 

당시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주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뉴스에 대해 “배분이나 제목이 굉장히 편향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방송사별 집회 보도 내용과 비중을 일일이 거론했다. 윤 대통령 지지 집회가 충분히 보도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지적이) 언론 자유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도 “언론사에 제목을 수정해 달라고 하는 게 언론 자유 침해”라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탄핵찬성 주최측은 ‘시민’이라면서 탄핵반대 주최측은 왜 ‘극우’라고 표현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리며 언론의 보도가 ‘편향적’이라고 압박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민주수호 집회와 내란지지 집회에 대한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것인데, 그야말로 기함할 노릇”이라며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헌법을 존중하는 공당이 맞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란지지 집회장에서 쏟아지고 있는 ‘계엄이 정당했다는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에 ‘그런 의견을 왜 언론의 잣대로 평가하냐’고 되묻는 판이니 무슨 말을 더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신동욱 대변인이 동대구역 집회에선 ‘계엄이 성공했어야 한다’는 극언이 나왔다는 지적에 “그분들 의견을 왜 언론이 (자신들) 잣대로 평가하나” “계엄이 정당했다고 믿는 시민들이 있을 수도 있잖나”라고 주장한 일을 비판한 대목이다.

 

홍 대변인은 이어 “‘편향성’은 거꾸로 제기되어야 한다. 어제도 일일 내란대변인을 자처하며 서울구치소를 찾았던 김기현·추경호·이철규·정점식·박성민 등의 입을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의 폭력사주·내란선동 메시지가 그대로 노출되었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이 흉악범들의 궤변을 계속하여 들어야 하나. 내란수괴·내란세력의 셀프변호 목소리가 언론에 의해 가감없이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이야말로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2025년 1월 3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실에 걸린 '민심은 검열로 바꿀 수 없습니다' 문구. 사진=유튜브 '국민의힘TV' 생중계 영상 갈무리

 

나아가 홍 대변인은 국민의힘 회의장에 걸렸던 ‘민심은 검열로 바꿀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에 빗대어 “언론은 협박으로 바꿀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연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그의 입장을 언론에 전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도 이들을 통해 확산했다.

 

관련해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국민의힘이 연일 감옥에 있는 윤석열을 알현하고 하명을 받아 지지층에 전달하며 내란 수괴의 확성기를 자처하고 있다”라며 “윤석열은 뉘우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법원을 습격하고 헌법재판소 방화, 국가인권위원회 무력 침탈을 획책하는 폭동 세력을 선동하고 있다. 그런 위험천만한 내란 수괴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하다니,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도 모자라 폭동 선동까지 공조할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