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키이우/AP 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영토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보호 아래” 편입할 수 있다면 휴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쟁의 과열 국면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대신 러시아가 현재 점령한 영토를 갖는 방안이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질문에 “가능하지만 아무도 제안하지 않는다”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국경(우크라이나 전역)에 나토 가입을 제안하는 경우에만 수락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는 “외교적 방식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권을 포함한 휴전 협상을 암시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7월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점령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국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에 편입을 찬성할 경우 러시아의 통제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가장 근접한 정도라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포기-나토 가입’ 휴전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탐사 보도 언론인 시모어 허시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를 인정하는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묵인하는 내용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주장했다.
비비시 방송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제안 자체가 “굉장히 관념적”이라면서 “젤렌스키가 짚었듯 아직 아무도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또 나토가 인터뷰에서 언급된 방식의 가입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석했다. 실제 그간 계속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초청 호소에도,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원론적으로 지지할 뿐 직접적인 조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배경에는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적 갈등으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러시아는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동유럽에 배치된 나토 병력의 철수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는 양보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는 전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많은 나라가 휴전을 제안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재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휴전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만이 그러한 보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강력한 지지자”를 얻기 위해 “(미국의) 새 대통령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와 직접 일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소통을 주변의 누구도 방해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약 20%의 영토가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일제강점기 일본 기업의 생산 현장에 끌려가 강제노동한 한국인들의 피해를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30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 단독부의 구자광 판사는 지난 26일 강제동원 피해자 유아무개씨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모두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1927년 태어나 15세 무렵인 1942년 1월 일본 규슈 야하타 제철소에 끌려가 3년 넘게 일했다. 같은 재판부는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 윤아무개씨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도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윤씨는 1916년 생으로 1944년 10월부터 일본 가마시이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작업하다가 왼손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옛 일본제철의 행위는 당시 한반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 침략 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피해자들의 당시 나이와 강제노동으로 고통받은 기간, 육체적·정신적 피해의 정도, 현재까지도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피고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 한겨레 노형석 기자 >
천주교 사제 1466인은 28일 오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에는 김선태 주교(전주), 김종강 주교(청주), 김주영 주교(춘천), 문창우 주교(제주), 옥현진 대주교(광주, 이상 가나다순)를 비롯해 전국의 교구 및 수도회·사도생활단 소속 사제, 해외에 있는 사제까지 동참했다.
사제들은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니"라며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고,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다"면서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만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라고 직격했다.
사제들은 특히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서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이며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이며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제들은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이라고 불렀다"면서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제들은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한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 윤석열 씨가)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사제들은 신자와 시민들에게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우자.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하자"면서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자"고 했다.
사제들은 끝으로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4.11.23. 사진 이호 작가
전통을 중시하는 천주교회에서 1446인의 사제들이 시국선언으로 뜻을 모은 것은 그만큼 교회 내부에서도 현 정세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최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의 발언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이 주교는 지난 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50주년 심포지엄 격려사에서 박정희 유신시대와 10·26 사건 등을 언급하며, 사제단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주님의 예언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하는 한편, "세상은 이제 교회를 향해 새로운 희망의 길이 무엇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고 끊임없이 묻고 있다. 우리는 의로움 때문에 고난을 겪을지라도, 사람들이 우리를 두렵게 할지라도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희망을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주교의 발언도 현 시국에 대한 심각성과 교회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천주교 사제 1446인이 대규모로 시국선언을 낸 만큼, 종교인들 시국선언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발표 당시에도 천주교뿐 아니라 개신교와 불교 등에서 수천 명의 종교인들이 시국선언을 한 바 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다음은 천주교 사제 1446인 시국선언문 전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