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태우는 모습도 공개…오물풍선 살포 정당성 쌓기

군 당국, 오물풍선 민간인 사상자 발생하면 ‘원점 타격’ 계획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북한 국경지역에서 또다시 대북전단이 발견됐다며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함께 전단 추정 물체를 소각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 연합

북한이 14일 한국 탈북민 단체가 보낸 대북전단(일명 ‘삐라’)을 북한지역에서 발견했다며 “대가에 대해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8차 오물풍선 살포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 당국은 오물풍선으로 민간인이 다치게 되면 북한을 타격한다는 계획이다. 오물풍선으로 인한 남북 긴장이 또 다시 격화되려는 모습이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국경 부근과 일부 종심지역에서까지 또 다시 더러운 한국 쓰레기들의 삐라와 물건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대북전단 사진과 종합감기약·건빵 등 대북전단과 함께 보낸 물건을 불에 태운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은 공개했다.

김 부부장은 “현재 국경 부근의 각급 군부대들과 노동적위군(지역 예비군 격), 안전, 보위기관들에서는 전면적인 수색을 진행”하고 있으며, 발견된 대북전단은 “소각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황해북도 장풍군과 그 인접 17개 장소에 더러운 오물들이 발견됐다”고 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처리하는 과정을 밝힌 이유는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우리의 이런 상황에서의 우리의 대응방침에 대해 충분히 소개했다”며 “한국 것들은 곤혹스러운 일에 지치게 될 것이며 마땅히 더러운 짓을 한 대가에 대해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담화는 사실상 8차 오물풍선 살포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북전단 발견 → 비난 담화 발표 → 오물풍선 살포’라는 반복된 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29일 처음으로 오물풍선을 날리기 시작해 지난달 9~1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보냈다.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추가로 세 차례 더 보냈다.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지속되면 “몇십 배 대응”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보낸 오물풍선으로 민간인이 다치거나 죽을 경우 대북 경고방송을 한 뒤 오물풍선을 띄운 원점을 타격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오물풍선이 살포된 지역은 황해도·강원도 등 13곳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와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4차 오물풍선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2678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오물풍선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북한 국경지역에서 또다시 대북전단이 발견됐다며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함께 전단 추정 물체를 사진으로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 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가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의 차량과 집에서 폭발 장치가 발견됐다. 그가 더 큰 공격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지만 범행 동기는 사건 이튿날에도 명쾌히 드러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해 귀에 부상을 입히고 청중 1명을 살해한 뒤 사살된 크룩스가 근처에 세워놓은 자동차 안에서 폭발 장치 2개, 집에서도 폭발 장치 1개가 발견됐다고 수사 관계자들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크룩스가 현장에서 발견된 돌격 소총과 함께 폭발물도 공격에 사용할 계획이 있었지 않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은 크룩스 주변을 조사한 결과,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연방수사국은 “우리가 입수한 정보로 볼 때 총격범은 혼자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은 크룩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거나 그가 극단적 이념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단서를 발견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쓴 총은 그의 아버지가 적어도 6개월 전에 산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수사국은 그가 범행을 계획한 흔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총격을 받고 귀를 다쳐 피를 흘리면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유세장을 떠나고 있다. 버틀러/AP 연합

하지만 버틀러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크룩스가 왜 범행에 나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와 주변인들의 행적은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편향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들도 있다. 2022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선거인명부에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올해 11월 대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였다. 2021년 1월20일에는 진보 성향 유권자 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날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크룩스의 아버지는 자유주의자, 그의 어머니는 민주당원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 신문은 크룩스가 사는 지역에서는 이처럼 여러 정치 성향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크룩스의 이웃들은 얌전한 편인 그가 큰 사고를 친 것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의 간호·재활센터에서 식사 보조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사격 능력을 봤을 때 군 경험이 있지 않냐는 추정도 나왔지만 입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수사국 피츠버그지국 국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케빈 로젝은 “현재로서는 범행 동기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룩스의 아버지는 시엔엔(CNN)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며, 아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당국에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하고 사살된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펜실베이니아주 베설파크 집 앞에 14일 수사기관 차량들이 서 있다. 베설파크/로이터 연합

< 밀워키=이본영 특파원 >

트럼프 피격, 위험수위 넘은 미국사회 정치적 분단

● WORLD 2024. 7. 15. 12:2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트럼프 총격범은 20세 백인 남성

공화당 현역의원 “바이든이 명령했다”
“트럼프 재선 막기 위해서라면 폭력도 용인”

심각한 정치적 분단상태, 내전 우려까지

 

7월 14일, 런던 최신판 영국 전국 신문들의 1면을 장식한 트럼프 피격사건. 2024.7.14. AP 연합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4일 펜실베이니아 주 버틀러의 야외 무대에서 유세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20살의 백인 남성 토머스 매튜 크룩스를 암살 시도에 연루된 용의자로 지목했다.

범인은 20세 백인 남성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토머스 크룩스는 피츠버그 남쪽의 베텔 파크에 살았으며, 법원 기록에 범죄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아직 그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했다. 크룩스는 유권자 등록 기록상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으나 2021년 1월 민주당 기부 플랫폼인 액트블루를 통해 자유주의(리버럴) 유권자 투표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호 당국에 따르면 크룩스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하던 연단에서 1백여 미터 떨어진 집회장소 바깥 건물 지붕에 올라가 ‘높은 위치’에서 총격을 가한 직후 경호원들에 사살당했으며, 그의 시신 근처에서 AR-15형 반자동 소총이 회수됐다.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버틀러 팜 쇼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전 미국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연설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이 유세장에서 피격당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사회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7.13. AFP 연합

심각한 미국의 정치적 분단상태

크룩스가 어떤 사람인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없지만, 이미 그와 그의 범행 동기를 둘러싼 근거없는 추측과 주장들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가 교묘하게 꾸민 ‘자작극’이라는 설이 퍼지고 있으며,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파시즘에 반대하는 앤티파(Antifa. anti facist)의 범행설과 바이든 정권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앤티파 조직에 대해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공화당 현역의원 “바이든이 명령했다”

미마키 세이코 일본 도시샤대 대학원 교수(미국 정치외교)는 현역 의원 중에도 이런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정치적 분단 상태가 심각하다며, 조지아 주 하원의원(공화당) 마이크 콜린즈가 사건 직후 “바이든이 명령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사실을 들었다.(<아사히신문> 7월 14일)

사태 발생의 원인이 바이든 정권에 있다는 얘기들도 퍼지고 있다. 며칠 뒤의 공화당 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제임스 D. 밴스는 “바이든 진영이 트럼프를 독재주의적인 파시스트로 공격하면서 그의 재선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 온 것이 이번 암살 미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X(예전의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절대적인 언론 자유론자’임을 자처하는 일론 머스크가 매수한 뒤의 X는 음모론과 증오 발언에 대한 규제가 약화되면서 그 온상이 돼 왔다. 머스크는 이번 사건 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는 11월의 미국 대선은 지난 2020년 대선 때보다 더 심한 SNS상의 혼란과 대립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미마키 교수는 내다봤다.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당해 부상을 입은 뒤 뉴욕 시 트럼프 타워 주변 경비가 강화됐다. 2024.7.13. AFP 연합

내전 우려 “트럼프 재선 막기위해서라면 폭력도 용인”

한편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페이프 교수가 지난 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을 막기 위해서라면 폭력에 호소해도 좋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나 됐으며, 그들의 3분의 1이 총기 소유자였다고 우에키 야스히로 일본 조치대(소피아대) 특임교수가 전했다.(<니혼게이자이> 7월 14일)

우에키 교수는 미국사회의 분단이 심각해지고 있어 정치적 폭력을 용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내전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6일에는 트럼프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폭력적으로 점거하는 반민주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는 지난 3월에도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이 “당선되지 못하면 피바다(blood bath)가 될 것”, “내가 승리하지 못하면 다른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사회의 정치적 분단상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