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국, ‘홍콩보안법제정 강행하고 러시아, 장기집권 개헌안 투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 속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사이,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국내외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둘러온 압박과 제재에 맞서는 강경 대응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력 강화와 세계질서 재편에 나서고 있다.

지난 1, 중국은 전 세계적 반발 속에 홍콩판 국가 보안법’(홍콩 보안법) 발효를 강행했다. 같은 날, 러시아는 국민투표를 치러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30년 이상 집권할 길을 열어주는 헌법 개정안을 78%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두 나라의 이런 조처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올해 들어 갑자기 강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푸틴은 올해 115일 국정연설에서 갑자기 자신의 집권 연장을 가능케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 보안법 초안을 별안간 상정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관계 개선에 희망을 걸었지만, 오히려 이후 미-러 관계가 더욱 파편화되는 현실에 부닥쳐왔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에 발목이 잡힌 트럼프는 푸틴에게는 개인적인 우호를 표명하면서도, 동유럽 국가에 미군을 증강하고 양국 군축협정을 파기하는 들쭉날쭉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합의와 지지를 못 얻는 트럼프의 이런 대러 행보는 오히려 푸틴의 독주를 가능케 하는 역설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의 중요한 군축 조약인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이후, 러시아는 미국과의 신냉전 모드를 감추지 않아 왔다.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 양국이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은 냉전 이후 양국 관계의 상징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또 다른 중요 군축협정인 2010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참여를 주장하며 갱신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무역 압박에 시달려온 중국은 올해 들어 공격적 행보로 돌아섰다. 지난해 중국을 곤혹스럽게 했던 홍콩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가 코로나19 발생으로 잦아든 가운데, 미흡한 코로나19 대처로 지지율이 떨어진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미-중 무역협정을 살리지 못하면서 중국에 대한 지렛대를 잃어버린 상황을 파고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국은 지난 4월 국내에서 코로나19 통제가 이뤄지자, 남중국해와 인도에서 영유권 문제를 격화시키는 한편,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 등을 동시다발로 전개하고 있다.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서방 국가들에 대한 보복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내 코로나19 발생을 조사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동참한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해 수입품 제재와 유학 금지령을 내린 게 한 예다. 캐나다가 자국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의 창업주 딸이자 최고경영자인 멍완저우를 체포하자, 중국은 2018년 체포한 2명의 캐나다 시민을 간첩 혐의로 기소하는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공조도 강화되고 있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지난 4일 주요 7개국(G7) 확대 논의에 중국의 참가가 선결돼야 한다“(G7 참여를 위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게 한 예다. 트럼프의 G7 확대는 대중국 견제의 포석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러시아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 정의길 기자 >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주권국가로서 관련 수사 주도적 진행

 성착취물 범죄 예방에 상당한 이익판결

         

법원이 6일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운영자 손아무개(24)씨에 대한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국 수사기관이 수사하라며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손씨는 이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20(재판장 강영수)는 이날 손씨의 범죄인 인도 심사 3차 심문기일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에 대해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립되길 희망하며 손씨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소지자가 잠재적인 판매자가 될 수 있는 이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웰컴투비디오운영자였던 손씨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성착취물 관련)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한국에서 추가 혐의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국내에서 성착취물 제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할 정도로 실효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 한국 법정형이 현저히 가볍고,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미약한 사법 운영을 해왔다는 비판이 있었다면서도 손씨를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정의를 실현하게 하고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주권국가로서 (한국 사법기관에서) 주도적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적절한 입법 조처가 이뤄질 수 있게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도 기존 양형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이 결정이 손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손씨는 자신의 진술대로 앞으로 이뤄질 수사와 재판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지난 416개월형을 복역하고 만기출소했으나 미국 정부가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수사가 필요하다며 송환을 요구해 다시 구속됐다. 송환 재판 과정에서 손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며 아들을 고소하기도 했다. 아들을 미국에 보내지 않으려는 탄원과 함께였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손씨 아버지는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을 두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사법부도_공범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는 오는 9월 있을 대법관 제청 후보자로 추천된 강영수 재판장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밤 9시 기준 20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성의당도 논평을 내어 재판부는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한국에서는 아동에 대한 성착취를 자행해도 가볍게 처벌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고 비판했다. < 조윤영 기자 >

웰컴투비디오운영자 풀어준 판사에 비판 봇물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하라국민청원 계속 불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운영자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는 운영자 손아무개(24)씨의 미국 송환 청구를 기각한 강영수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이날 오후 7시 현재 16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국민 여론에 반하는, 기본적인 도덕심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는 자가 감히 대법관 후보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지난달 18일 공개한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 30명 가운데 1명이다.

청원인은 아울러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받은 형이 18개월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그중 가장 어린 피해자는 세상에 태어나 단 몇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아이도 포함돼 있는데, 그 끔찍한 범죄를 부추기고 주도한 손씨가 받은 형이 16개월이다. 이것이 진정 올바른 판결이냐세계 온갖 나라의 아동의 성착취를 부추기고 그것으로 돈벌이를 한 자가 고작 16개월 형을 살고 이제 사회에 방생되는데, 그것을 두고 당당하게 한국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판사 본인이 아동이 아니기에, 평생 성착취를 당할 일 없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기에 할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20(재판장 강영수)는 이날 손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3차 심문기일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립되길 희망하며 손씨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도 불허 결정에 대해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소지자가 잠재적인 판매자가 될 수 있는 이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웰컴투비디오운영자였던 손씨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성착취물 관련)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한국에서 추가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 국내에서 성착취물 제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날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따라 같은 날 오후 손씨는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 오연서 기자 >

[사설] 미국 송환 피한 성착취범, 한국에서 엄벌해야

법원이 6일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아무개씨에 대한 미국의 송환 요청을 최종 기각했다. 손씨는 20188월 미국 연방대배심에서 6개 죄명, 9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한국 법원에 의해 지난해 51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범죄수익 은닉 혐의만 인도 대상 범죄가 됐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손씨는 이날 석방됐다. 법원이 구속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등 심사숙고했던 것으로 보이나, 과연 국민들의 상식과 법감정에 부합할지 의문이다.

웰컴투비디오 사건은 32개 나라가 공조 수사를 벌여서 밝혀낸 국제 범죄다. 검거된 310명 가운데 한국인이 무려 223명에 이르러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주범 손씨가 16개월의 실형밖에 받지 않고, 사이트 이용자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의 대표적 사례로 비판받아왔다. 미국 법원이 웰컴투비디오에서 내려받은 영상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국 남성에게 징역 10년형을 내린 것과도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손씨의 아버지가 한국 검찰이 범죄수익 은닉 관련 수사와 기소를 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아 아들을 고소하고, 손씨도 법정에서 스스로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인정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 손씨 부자가 한국 검찰과 법원을 미국 검찰과 법원보다 신뢰해서 그랬을 리는 만무하다. 한국에서 처벌받는 것이 미국에서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걸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검찰과 법원은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법원은 성착취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내에서 손씨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적인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손씨를 미국으로 넘기지 않고 한국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국내에 만연한 성착취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손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처벌 수준이 미국으로 인도됐을 경우 예상되던 것과 동떨어지면 이런 취지도 무색해진다. 검찰과 법원이 입법이나 양형 기준 강화만 기다려서는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존 관행을 넘어서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피해자 이창복씨. 지난 20172월에 난 부동산 경매 개시 결정에 따라 경기도 양평의 이씨 자택이 경매에 부쳐져 소송을 제기했지만 국정원은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 이창복씨, 정부 상대 청구이의 소송, 2심 조정 갈음

국정원 동의할 합리적 근거 없어고수, 여전히 칼 휘둘러

          

법원이 1974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 이창복(82)씨가 재심 무죄 판결 뒤 가지급받은 국가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책임을 일부 덜어낼 수 있도록 조정안을 냈지만, 국가정보원이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과거사 피해자들이 받은 배상금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해온 국정원이 여전히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6<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서울고법 민사9부 손철우 부장판사는 이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항소심에서 양쪽 조정으로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씨가 반환해야 할 배상액에서 이자는 면제하고 원금 49천만원 중 2500만원을 먼저 내면 국정원이 이미 신청한 경매를 취하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1심에서 국가가 전부 승소했고 이미 다른 채무자들의 임의변제와 강제집행이 일부 완료된 상황에서 조정에 동의할 법적·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조정이 좌절된 이상 판결 선고를 받게 되면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씨는 패소할 확률이 높다.

이씨가 국정원의 강제경매집행에 이의를 제기하며 낸 소송은 2013년 국정원의 부당이득금반환소송에서 비롯됐다. 재심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인혁당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했고, 이씨는 총 배상금인 163500여만원의 65%109천만원을 가지급받았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이 2011배상금이 과다 책정됐다며 지연손해금 발생 시점을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이 아닌 손해배상 소송 변론 종결일로 바꿈에 따라 이씨가 받아야 할 34년치 이자가 사라졌다. 그 결과 배상액은 6억여원으로 쪼그라들었고 국정원이 반환금을 받아내기 위해 그의 집을 경매로 넘긴 것이다. 대법원 판결 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기간에 연 20% 이자가 붙어 국정원에 대한 이씨의 은 약 13억원으로 불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무고한 시민을 국가전복 음모 세력으로 몰아 옥고를 치르게 한 중앙정보부의 후신인 국정원이 대법 판결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배상금 환수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인혁당 재건위 재심 무죄를 이끌어낸 김형태 변호사는 법무부는 국가 소송의 최종 책임을 지는 기관임에도 역할을 하지 않고, 청와대도 과거사 문제를 풀어줘야 하는데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조정) 수용 여부에 대해 해당 기관(국정원)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소가가 10억원 미만이면 법무부 승인 대상이 아니어서 법무부에서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이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생 막바지에 거리에 앉게 된다면 그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국가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참담한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오는 16일 이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나온다. < 장예지 기자 >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나타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의 모습.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의결

1차 단죄남자 선배 110년 자격정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간 가해 감독과 선배 선수에게 영구제명이란 가장 강력한 제재가 내려졌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7시간의 회의 끝에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 경주시청 감독과 여자 선배를 영구제명하기로 했다6일 밝혔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 받는 남자 선배는 10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이 선수는 10년 동안 선수로서 자격이 박탈된다.

안영주 위원장 등 법조인 3, 대학교수 3명으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는 협회가 제공한 자료를 살핀 뒤 가해자 3명을 불러 소명을 듣는 절차를 마친 뒤 이 같이 결정했다.

이번 스포츠공정위원회 결정으로 최 선수가 세상을 등진 지 10일 만에 가해자들에 대한 1차적인 단죄가 이뤄졌다. 이들은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한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남아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7일이내 재심 요청을 할 수 있다. 또한 법원 판결에 따라 징계 감경 신청도 가능하다. 이정국 기자

고인 동료들 주장 계좌로 지원금 입금 강요트레이너 성추행도

고 최숙현 선수 동료들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 폭행에 대해 증언했다.

6일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청팀 감독과 고참 선수 등의 폭행에 대해 증언했다. 이들은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의 왕국이었고,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있었다. 경주시청 선수 시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폭행 핵심으로 김아무개 감독과 실세로 알려진 주장 선수 씨를 지목했다. 이들은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 상습적인 폭행·폭언을 일삼았다.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금전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대회 성적에 따라 나오는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나오는 지원금도 80100만원가량을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주경찰서 등 수사 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선수들은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 때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고,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혹여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를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팀 닥터로 가장한 트레이너에 대해선 성추행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트레이너가 치료를 이유로 신체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 이준희 기자 >

최숙현 동료들 “‘고소 않을 거면 말마라경찰도 진실 막았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국회에서 경찰의 축소 수사와 감독·트레이너 등의 추가 폭력을 폭로했다.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의 왕국이었고, 폐쇄적이었다.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경주경찰서 등의 초동수사 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선수들은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 때 담당 수사관이 최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고,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다.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며 사실상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폭행 주도자로 김아무개 감독과 실세로 알려진 주장 선수 장아무개씨를 재차 지목했다. 선수들은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폭언을 일삼았다.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동료를 집단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몰려든 기자 100여명은 귀를 쫑긋 세웠고, 카메라 플래시도 쉴 새 없이 터졌다. 고인이 그토록 원했던 관심과 도움이지만 사회는 한발 늦게 귀를 기울였다.

경찰 축소수사의혹

선수들은 경찰의 소극적 부실 수사가 고인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봤다. 이들은 감독 등이 벌금형을 받는 데서 그치면,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이들을 계속 만나야 한다며 공포에 떨었다.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경찰 조사 뒤 그들이 느낀 건 경찰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안도감이 아니라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의 불안감이었다. 추가 고소는 언감생심이었다.

실제 전·현직 경주시청팀 선수들은 지금도 불안을 호소한다. 전직 선수 씨는 <한겨레>차라리 팀을 해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이 다시 지도자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애초 8명의 피해 선수와 접촉했으나, 기자회견에 나선 건 2명뿐이었다. “맞고소와 선수 생활 과정에 있을지 모를 보복이 두려웠다고 선수들은 말했다. 그만큼 심적 부담이 컸다는 의미다.

감독과 특정 선수의 왕국

이들은 성추행과 금전 갈취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대회 성적에 따라 나오는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나오는 지원금 80~100만원도 주장 선수 이름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설명했다.

10-7- 최숙현 폭행자들.webp

선수들은 트레이너가 치료를 이유로 신체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성추행 의혹도 새로 제기했다. 또 트레이너가 심리치료를 받는 숙현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팀 김아무개 감독과 선수 2명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질의에 증인으로 나와 폭행한 적이 없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체육계, 자정능력 상실

지역 스포츠팀 내부 사건이 왜 국회까지 왔을까. 문제를 덮는데 급급한 체육계의 폐쇄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 체육계는 팀, 지역, 종목,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순으로 상급단체가 이어진다. 문제는 해당 팀이나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통보하지 않으면 상급단체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아마추어 체육 관계자는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팀에서 처리한다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이를 해결 못 하고 상급단체로 오면 무능력한 지도자란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선발권, 해당 팀 입단 여부 등 선수의 생살여탈권을 감독이 쥐고 있는 현실에서 부당한 폭력을 당한 선수가 이를 고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행은 선수들의 내부 고발 의지를 꺾는다. 2018년 대한체육회 스포츠 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선수 1천여명 가운데 70% 이상이 고발해봤자 도움 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대한체육회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문화연대 등 40여개 시민단체는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능하게 사태를 방치해온 대한체육회 등에 진상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진상조사단은 독립적이고 신뢰할 만한 전문인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준희 이정국 기자 >

최숙현 선수 고소 사건 축소 수사 의혹 경주경찰서 감찰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다가 팀 내집단 괴롭힘과 폭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경북지방경찰청이 내부 감찰에 착수한다.

경찰 관계자는 7"경북지방경찰청장 지시로 오늘 감찰을 시작할 것"이라며 "경주경찰서의 초동수사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경찰 조사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는지 확인된 바 없지만, 최 선수가 숨진 이후 다른 얘기들이 나오니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겠다""징계를 염두에 둔 감찰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선수의 동료들은 전날 국회에서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을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 초 최 선수가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 등을 고소한 사건을 맡아 529일 김 감독에게 아동복지법 위반·강요·사기·폭행 혐의를, 운동처방사와 선배 선수 2명에게 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027분께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