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수사자문단 소집 말라·언유착 의혹 독립적 수사 요구

대검, 2시간 뒤 곧바로 반박 입장 혐의 보완 지휘 여러차례 불응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윤 총장이 소집을 결정한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항명성 공문을 보내자 대검이 곧바로 반박문을 보내는 등 윤 총장 최측근 수사를 놓고 검찰을 대표하는 핵심기관 2곳이 둘로 쪼개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30일 오후 330분 대검찰청에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을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자문단 소집이 부적절하다며 대검에 두차례 이의제기서를 제출했지만, 대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위원 추천 요청을 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이 이에 불응했다29일 수사자문단 위원 추천 작업을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공문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수사자문단 소집은 시기와 수사 보안등의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본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도 건의했다.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최종 결과만 보고하는 특임검사와 같이 별도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하게 해달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공문을 보내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지 약 두 시간이 지난 오후 540분께, 대검 대변인실은 이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채널에이 이아무개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면 최소한 그 단계에서는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서는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시켜야 한다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하였고, 풀버전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수사팀은 지휘에 불응했고,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검찰총장은 부득이하게 자문단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의 보고가 부실해 한 검사장 등에 대한 혐의 입증이 설득이 안 된 탓에 수사자문단을 소집하게 됐다는 취지다.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수사는 인권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며 날 선 반응을 내놨다.

윤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이 수면 위로 폭발한 배경에는 한 검사장의 존재감이 있다.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은 과거 대검 중수부 때부터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고 박영수 특검팀의 국정농단 수사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때에는 특수부를 관할하는 3차장검사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의 선봉에 섰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선택을 받는 데 한 검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이 검찰수장이 된 뒤에는 핵심 요직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여권에서는 한 검사장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불렀다는 불만이 팽배했고, 한 검사장은 결국 지난 1월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의 좌천성 인사를 자신에 대한 여권의 견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은 윤 총장으로서는 조국 수사 이후 거세지고 있는 정치적 공세의 결정판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언 유착 의혹 사건 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공언과 달리 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윤 총장의 무리수가 검찰 내부의 심각한 갈등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이 수사를 하게 하고 총장은 검찰청법에 부여된 권한으로 기소·불기소를 지휘하면 됐을 일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이 총장의 기소·불기소 지휘에 따르지 않는다면 지시 불이행으로 징계를 청구하는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그런 적법한 절차를 피하려고 하면서 모양새는 이상해지고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

[사설] -언유착 수사팀의 항명부른 윤석열 총장의 독단

<채널에이(A)>와 한동훈 검사장의 -언 유착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이의 제기에도 수사의 적절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을 강행하자 서울중앙지검이 30일 소집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보냈다. 수사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는 요구도 했다. 건의 형식을 띠었지만 항명에 가까운 강한 문제 제기다.

서울중앙지검은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 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검은 “(채널에이 기자) 구속영장 청구 방침까지 대검에 보고하였으면서 이제 와서 실체 진실과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한 검사장 소환 조사는 대검의 제동으로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의 핵심 길목을 막아놓은 채 수사의 적절성을 따지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자문단은 대검과 수사팀이 각각 자문단원 후보자를 추천해야 하는데, 수사팀의 참여 거부로 대검 추천 인사만으로 구성된 상태다.

윤 총장은 유난히 이 사건 수사에 방어막을 쳐왔다. 대검 감찰부 배제, 채널에이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 공개 질책, 구속영장·소환조사 제지, 자문단 회부 독단 결정, 자문단 구성 강행 등이 모두 그렇다. 자신의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이면 뒤로 물러서 있는 게 합당한 태도인데, 주요 국면마다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의 종합판을 보는 듯하다. 이래서는 수사의 공정성이라는 외양조차 갖출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원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타당하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중대한 범죄 혐의를 수사할 때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최종 수사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검사 비위 사건에 여러 차례 적용된 바 있다. 검찰 고위직이 관련된데다 총장의 측근 감싸기비판이 제기되는 이번 사건이야말로 특임검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내부 갈등만 불거지는 검찰의 모습은 지켜보는 국민들이 지칠 지경이다. -언 유착 수사팀에 독립성을 보장한 뒤 결과를 갖고 평가받게 하는 게 옳다.

최강욱, 윤석열 야권 주자 부상에 "기가 막히는 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지지층을 흡수하며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한 것과 관련,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참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대한민국 보수를 자임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지지 의사가 갈 곳을 못 찾다 보니 가장 언론에 많이 언급되고 정부와 맞서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윤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며 가진 역량이 총장이란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면서 "총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느냐가 계속 평가받을 것이므로 일단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이 된 후부터 정치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볼 수 있는 상대방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대선에 도전할 뜻이 아주 없는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서는 "장관의 적절한 지시를 윤 총장이 제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며 "명백히 하급자인 총장이 잘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어 "민주화 진행과 더불어 법에 근거하지 않은 물리적 폭력의 행사 여지가 많이 줄어드니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검찰이 부상하게 된 것이고, 검찰총장 같은 사람이 본인이 장관급이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다""군부독재의 잔재"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이 때려서 윤 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올랐다는 평가는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너무나 무리한 정치적 수사와 추 장관의 정당한 지시를 어긴 계속된 항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정말 큰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오해를 살 만한, 말도 안 되는 수사를 한 것인지. 정말 멀리 내다보고 추 장관의 지시를 잘라먹고, 일부러 충돌하는 것인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필요하다. 제발 신중하고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30, 홍콩 경찰이 한 쇼핑몰에서 점심시간 항의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중국 전인대 속전속결 입법, 러 크림반도 강제합병과 닮은 꼴

독립성향 정당 활동 불가능해산 조슈아 웡 등 일제히 탈당 의사

-중 관계 회복 더 어려워지고, 유럽연합도 항의성 대응 나설 듯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과정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단기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닮았고, 파장 또한 국제적 차원에서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문제를 직접 챙기는 것을 뼈대로 한 홍콩 보안법은 짧은 입법 과정에서 그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달 열린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입법을 예고한 직후부터 중국 지도부는 바삐 움직였다. 통상 두달에 한번꼴로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가 불과 8일 사이에 두차례나 열렸고, 미리 초안을 공개한 뒤 세차례의 심의 절차도 생략한 채 불과 한달여 만에 서둘러 입법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로 전인대 전체회의가 연기되지 않았다면, 홍콩 보안법 제정이 앞당겨졌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의 안보 관련 사항은 중앙정부 직할체제로 재편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원장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를 정점으로 홍콩 주재 국가안전부가 신설되고, 홍콩 정부 내에도 캐리 람 행정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설치된다. 안전부엔 중앙정부 요원이, 안전위엔 중앙정부가 임명한 국가안전사무고문이 각각 파견된다.

법정 최고형 등 처벌 조항이 철저히 가려진 채 진행된 깜깜이 입법인 탓에, 전인대 상무위 통과 이전까지 법안 전문을 본 홍콩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홍콩변호사협회가 29일 공개서한을 내어 표결 처리 이전에 법안 전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탓이다.

보안법이 열거한 ‘4대 범죄분리독립 체제전복 테러활동 외부세력 결탁 등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해석의 여지가 넓은 탓에 자의적 적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콩 민주파 입법의원인 마오멍징이 <홍콩방송>홍콩 시민을 억압하고 탄압해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려는 게 보안법의 의도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보안법의 위축효과는 이미 현실화했다. 홍콩 독립 성향의 데모시스토당은 이날 오후 더이상 활동이 불가능해졌다며 단체 해산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엔 2014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초우 등 지도부가 일제히 당 탈퇴 의사를 밝혔다.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은 세계가 그동안 알고 있던 홍콩의 종말을 뜻한다. 이제부터 홍콩은 새로운 공포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썼다. 앞서 홍콩독립연맹창설자인 웨인 챈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으로 근거지를 옮겼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인한 국제적 파장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보복 조처를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미-중 관계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영국은 이미 홍콩 인구 750만명 가운데 약 300만명에게 거주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막판까지 보안법 처리 재고를 촉구했던 유럽연합 쪽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의 중국화가 진행되면 일국양제에 대한 대만의 거부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대만해협 양안관계도 격랑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인대 상무위 만장일치 통과 홍콩 보안법’, 1일부터 발효

, 국방물자와 첨단제품 등 홍콩 수출 중단 발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30, 홍콩 보안법 통과 처리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홍콩 센트럴지구의 한 쇼핑몰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5월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입법회(국회 격)를 우회해 중앙정부가 직접 보안법을 입법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한달여 만의 일이다.

관영 <신화통신>30전인대 상무위 오전 전체회의에서 참석 위원 162명 전원의 찬성으로 홍콩 보안법이 통과됐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석령 제49호로 서명해 공포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선 전국성 법률을 규정한 홍콩 기본법 부칙 3조에 홍콩 보안법을 포함시키기로 한 상무위 결정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덧붙였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정부 관보에 게재된 뒤 중국 반환 23주년을 맞는 71일부터 공식 발효된다.

앞서 지난 18~20일 열린 13기 전인대 19차 상무위 폐막 직후 중국 당국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홍콩 보안법은 분리독립 추진 체제전복 시도 테러 활동 외부세력 결탁 등을 방지·중단·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조차 법안 전문을 못 봤을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은 전인대 상무위 통과 전까지 철저히 가려졌다. 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보안법 관련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전인대 상무위의 보안법 표결을 앞두고 미국은 29일 중국과 마찬가지로 홍콩에 대해서도 국방물자와 첨단제품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맞서 단호히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대응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홍콩 보안법 제정 이후 고조될 미-중 갈등을 예고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금융허브 위상 망가지나홍콩 보안법에 국제사회 촉각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고, 미국이 홍콩 제재에 들어간 30일 오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홍콩 증시 전광판 앞을 마스크 쓴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에 대응해 29일 홍콩에 국방 장비 수출을 중단하는 일부 특별지위 박탈조처를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2단계 홍콩 제재를 언제 단행할지, 한다면 홍콩 금융산업을 직접 겨냥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 금융산업은 그 자체로 큰 시장이지만, 중국과 외국자본을 연결하는 관문이다. 중국으로서는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꾀하고 금융 자유화 실험을 벌이는 장소로서 가치도 크다. 또 외국계 자본이 중국 정부의 직접 규제를 피하면서 중국에 진출하는 발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당장 홍콩 금융산업에 대해 을 빼들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홍콩의 기업 친화적인 환경 덕분에 미국 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누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국무부 자료를 보면, 2018년 현재 홍콩에 85천명의 미국 시민이 살고 현지 진출 기업도 1300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는 금융기업과 법률·회계 서비스 기업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

홍콩 금융산업에 가장 큰 타격이 될 제재는 홍콩과의 자금 거래를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홍콩 금융시장과 홍콩달러의 위상은 물론, 미국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처다. 금융계의 복잡한 사정을 상징하는 사건이 지난 3일 벌어졌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이 홍콩 보안법을 공개 지지한 것이다. 두 은행은 홍콩달러의 발권 은행이자 홍콩 금융산업의 주요 수혜자다. 중국에 대한 보복 차원의 홍콩 금융산업 죽이기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가뜩이나 허약해진 세계 경제 전반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신기섭 기자 >

홍콩 캐리 람 "어떤 정부도 국가안보 위협 외면 못해"

       유엔 인권이사회서 화상 연설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통과에 대해 "어떠한 중앙 정부도 국가 안보와 권력에 대한 위협을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람 장관은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개막한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홍콩은 외부 세력에 부채질한 폭력 사태 격화로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런 모든 행동이 하나의 나라 '레드 라인'을 넘었고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은 표현과 집회,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다면서 홍콩 보안법은 이 기본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법의 목적은 분리·독립 활동, 국가 권력의 전복, 테러 행위,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외부 세력과의 공모 등을 예방, 억제, 처벌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범죄는 법에 분명하게 규정될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이 법은 법을 위반한 극소수의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고 홍콩 거주자의 압도적 다수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 자유는 보호될 것"이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높은 수준의 홍콩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홍콩이 정치적 폭풍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중국의 국가 안보 수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홍콩 보안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홍콩보안법, '일국양제' 불가능 증명"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30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처럼 일국양제 방식으로 대만을 통일하는 것이 중국의 구상이지만 차이 총통은 일국양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기자들을 만나 "홍콩이 (반환 이후) 50년간 그대로일 것이라고 약속했던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약속을 어긴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홍콩인 자신들이 소중히 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계속 고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공공 기구인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이 다음날부터 가동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만 정부도 성명에서 홍콩보안법에 대해 "홍콩 사회의 자유와 인권,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또 대만 국민들이 홍콩을 방문할 때 "잠재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아베 규탄 4차 촛불문화제

        

일본 언론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성격으로 대한국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오히려 일본 쪽의 타격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분과 실리둘 다 잃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1년 전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보복 대상으로 겨냥했다. 주요 소재지만 일본 의존도가 많게는 90%에 달했던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건별 허가로 바꿨다.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까다로워지면서 한국의 반도체 생산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로 적극 대응하면서 도리어 일본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도쿄신문>은 최근 타격은 일본 기업에라는 칼럼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본의 대표적 업체인 스텔라케미파가 발표한 결산(20194~20203) 자료를 보면, 순이익이 전년도보다 18.2% 줄었다. 직전 1년간 순이익이 84.4% 증가했는데, 갑자기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이 회사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으로 불화수소 수출 판매가 감소한 것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또다른 불화수소 업체인 모리타화학은 반년 가까이 한국에 수출을 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업체의 판매량이 수출규제 강화 전과 비교해 30% 정도 줄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여전히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의존도가 높지만, 수입처 다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이 주춤한 사이 미국, 벨기에, 대만 등 다른 나라가 재빨리 틈을 메우고 있다. 일본에선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탈일본화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성장할 것이라며 일본의 몫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한번 빼앗기면 다시 일본산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불화수소 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명분으로 삼았던 제도적 미비점을 한국 정부가 모두 개선했는데도, 수출규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명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정부가 수출관리와 징용공 문제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한국이 수출관리 제도의 미비점을 바로 잡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수출규제와 관련 한국이 더 취해야 할 조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추가 요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결국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미로, 수출규제가 보복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한국의 대대적인 불매운동도 일본이 예상하지 못한 타격이다. <아사히신문>일본 총리 관저(우리의 청와대)가 지난해 한국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일본 경제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하지만 한국 시민들은 (불매운동이라는) 큰 물줄기를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불매운동은 일본 패션·음식·관광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9~올해 2월까지 순이익이 11.9% 감소했다. 아사히맥주를 생산·판매하는 아사히그룹홀딩스는 한국 불매운동 등으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5.9% 줄었다. 일본 관광은 수출규제 이후부터 코로나19 발발 전인 연말까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아사히신문>“(수출규제로) 한일 관계에서 좋은 부분을 지탱해 온 경제와 문화 교류마저 냉각됐다아베 정권이 택한 강경조치로 인해 상실되는 대가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 김소연 기자 >

[사설] 수출 규제 1, 아베 정부 혐한 외교중단해야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첨단산업을 겨냥해 기습적인 수출 규제에 나선 지 꼭 1년이 됐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71일 한국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핵심 원료·부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를 우리 정부에 사전통보도 없이 발표했고, 한달 뒤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에서도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로 대응했다가, 11월 말 종료 유예를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도 수출 규제 조처를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규제 철회를 계속 미루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할 바를 다 했으니 한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외면하고 양국 관계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는 아베 정부의 태도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경제 보복으로 한국을 굴복시키려 했던 일본의 수출 규제는 1년 뒤 한국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일본에는 자충수가 되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일본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가 일본 언론과 연구기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일본총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탈일본화는 수출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성장할 것이고 일본의 몫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수출 규제의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반한·혐한외교가 자리잡고 있다. 근거도 없이 대북 제재 위반 의혹 등을 거론하며 수출 규제를 강행한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안보 문제에서 일본의 요구를 따르도록 우리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의도였다. 아베 정부가 미국 강경파와 손잡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집요하게 방해한 행적은 볼턴의 회고록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데 대해서도 아베 정부는 반대하는 등 한국을 견제하는 외교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간 혐한 외교를 멈춰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수출 규제를 조속히 철회하고, 강제동원 피해 해법 마련을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표기된 공물이 놓여 있다.

              

케임브리지 사전 ‘enshrine’ 예문으로 야스쿠니 신사 안치

예문 수정해야문제 제기, 주영대사관 전범들 묻힌 곳 부적절

         

한 취업준비생의 문제 제기로 전세계인이 이용하는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예문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우리말로 ‘(신성한 곳에) 봉안하다’, ‘소중히 간직하다라는 뜻을 담은 단어 ‘enshrine’을 설명하면서 예문에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됐다는 뜻의 문장을 사용해왔다.

주영 한국대사관은 지난 5월 케임브리지 사전 출판사 쪽에 ‘enshrine’ 단어의 예문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해 지난 20일 다른 문장으로 수정됐다30일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전자우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난 4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문제를 출판사 쪽에 수정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케임브리지 사전은 영단어 ‘enshrine’의 예문으로 거의 이백오십만 명의 망자가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돼 있다(Almost two and a half million dead are enshrined at Yasukuni)’는 문장을 사용해 왔으나 지금은 고쳐진 상태다.

케임브리지 사전 누리집 갈무리. 해당 예문은 30일 현재 다른 예문으로 수정된 상태다.

케임브리지 사전 속 예문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국의 한 취업준비생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신을 한국의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 씨는 지난 4월 국민신문고 누리집에 쓴 글에서 이 예문에 대해 “‘enshrine’은 한국어로는 소중히 간직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매우 신성한 장소에 간직한다는 의미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범 가해자들 즉, 조선,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들며 대한민국 역사 이전 우리의 뿌리를 파탄내고 난도질을 한 사람들이 묻혀져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을 신성한 장소로 칭하며 단어를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받아든 주영 한국대사관 쪽의 대응은 민첩했다. 대사관은 곧바로 사전을 출판한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 쪽에 수정을 요청했다. 대사관은 출판사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19세기에 건립된 이후 수많은 일본인들의 영혼을 기리는 곳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2차 세계대전 A(에이)급 전범들이 함께 묻혀있고,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를 미화하기 위한 상징으로 여전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장소다. 다소 신성한 느낌을 주는 단어인 ‘enshrine'의 예문으로 야스쿠니 신사 관련 내용이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고 둔감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주영 한국대사관의 요청으로 ‘enshrine’의 예문이 수정된 캠브리지 사전

이후 출판사 쪽은 대사관의 지적과 주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간과했던 점을 지적해줘서 고맙다면서 해당 예문을 지난 20일 수정했다. 현재 케임브리지 사전에는 이 예문이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무덤에 제단을 지어 그녀가 7월 그날에 입었던 옷과 신발을 안치할 계획이다(Her father plans to build an altar at her grave, enshrining the dress and shoes she wore that July day)’라는 문장으로 바뀌어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책이나 정부 공식문서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설명하는 문장에 이 단어(enshrine)가 여전히 자주 쓰이고 있다. 이번 케임브리지 사전의 수정 조처로 다른 문서들도 차차 수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영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전세계의 수많은 영어 학습자들이 참고하는 영어사전에 역사적 몰이해에서 비롯된 예문이 이것 외에도 많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이런 사례들을 꾸준히 찾아내서 출판사 등에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알리면서 왜곡되었거나 부적절한 문장들은 교체, 수정 요청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