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아시아 배우로는 63년만에 두 번째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윤여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으며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

윤여정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야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등 다른 후보를 제치고 얻은 영예다.

 

한국 배우가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두번째로, 195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1957)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이다. 우메키 미요시는 수상 당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상태였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윤여정의 수상은 일찍이 점쳐졌다.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의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윤여정이 안은 트로피만 30개가 넘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잇따라 거머쥐며 오스카 트로피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미국 현지 언론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했고, 결국 이변은 없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고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순자를 연기했다. 아이들에게 화투를 가르치는 등 전형적인 할머니의 틀을 벗어난,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오승훈 기자

 

‘오스카의 날’ 윤여정, 감색 드레스 차림으로 레드카펫 밟아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윤여정(74)이 한예리(오른쪽. 37)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25일 차분한 감색 드레스 차림으로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의 연기처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윤여정은 이날 오후 3시께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유서 깊은 기차역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관록 있는 배우임을 상징하듯 자연스러운 백발 머리에 단아한 감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은 한예리는 윤여정과 대조를 이루며 레드카펫 무대를 붉게 물들였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사진기자들의 요구에 여러 차례 포즈를 취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윤여정과 한예리뿐 아니라 <미나리> 가족들도 레드카펫 무대를 빛냈다. <미나리>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은 오후 2시40분께 도착했고, 약 10분 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도 입장했다. 오승훈 기자


윤여정 “운 좋아서 수상…경쟁이란 있을 수 없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티브이 화면 갈무리.

 

“늘 티브이(TV)에서 봐오던 시상식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 표를 던져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배우 윤여정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으며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

윤여정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기쁨에 겨워하면서도 여우조연상 후보로 경쟁했던 다른 배우들에게 목례를 하며 무대에 올랐다.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배우 브래드 핏의 시상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겸손한 수상 소감으로 시상식을 빛냈다. 윤여정은 영어로 한 수상 소감에서 “저는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저를 ‘여여~’라고 부른다”고 운을 띄워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제가 정신을 가다듬어서 소감을 말하려고 한다”며 “제게 표를 던져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같이 작업한 <미나리> 팀과 감독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예리, 스티븐 연, 앨런 김, 노엘 조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한가족이 되었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정 감독은 우리의 선장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나도 여기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경쟁 후보들에 대한 존경과 겸양도 나타냈다. “평소 글렌 클로스 배우의 훌륭한 연기에서 많이 배웠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제가 운이 좋아서 여기 서 있을 수 있다.”

 

두 아들과 고 김기영 감독 대한 감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두 아들에게도 감사한다. 아들이 내게 (연기) 일을 나가라고 종용한다”며 “김기영 감독과 첫 영화를 했다. 그에게도 감사한다”고 했다.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우가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두번째로, 195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1957)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이다. 우메키 미요시는 수상 당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상태였다.

 

윤여정의 수상은 일찍이 점쳐졌다.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의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윤여정이 안은 트로피만 30개가 넘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잇달아 거머쥐며 오스카 트로피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미국 현지 언론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했고, 결국 이변은 없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고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순자를 연기했다. 아이들에게 화투를 가르치는 등 전형적인 할머니의 틀을 벗어난,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오승훈 기자

 

74살에 최전성기 맞은 윤여정의 55년 연기인생

윤여정의 작품세계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올해 74살을 맞은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으면서 연기 인생의 최전성기를 맞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반세기 넘게 한발 한발 걸어온 길에도 관심이 쏠린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살이던 1966년 <동양방송>(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티브이(TV) 드라마에서 활동하던 그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이는 <하녀>(1960)로 유명한 김기영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 <하녀>를 리메이크한 <화녀>(1971)의 주인공으로 신인 윤여정을 낙점했다.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가정부로 취직했다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는 명자 역이었다. 명자의 광기와 집착을 파격적인 연기로 표현한 윤여정은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스페인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받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듬해 김 감독의 <충녀>(1972)에도 출연했다.

 

영화 <화녀> 스틸컷. 다자인소프트 제공

 

하지만 윤여정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이 즈음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가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며 연기 활동을 쉬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귀국하기까지 가정에만 집중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다시 연기를 시작한 윤여정은 훗날 인터뷰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연기를 했다. 아이를 키워내야 해 말도 안 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생계를 위해 직업인으로서 작품과 배역을 가리지 않고 연기를 한 것이다.

 

영화 <충녀> 스틸컷.

 

두 아들을 키우는 일에서 해방된 60살 이후에는 하고 싶은 작품만 골라 출연하고 있다. 특히 마음 맞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상수 감독(<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하녀> <돈의 맛> <헤븐: 행복의 나라로>), 홍상수 감독(<하하하> <다른 나라에서> <자유의 언덕>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재용 감독(<여배우들> <죽여주는 여자>) 등 한번 인연을 맺은 감독과 꾸준히 작품을 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공고히 해왔다. 파격적인 연기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어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60살 넘으면서부터 웃고 살기로 했어. 전에는 생계형 배우여서 작품을 고를 수 없었는데,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 영화에는 돈 안 줘도 출연해. 마음대로 작품을 고르는 게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야.” 윤여정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의 김초희 감독에게 해줬다는 말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처음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의 영화에 윤여정은 기꺼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틸컷.

 

윤여정의 이런 태도는 <미나리>로 이어졌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인아 프로듀서의 소개로 시나리오를 읽고,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진심을 느끼고는 열악한 환경인 줄 알면서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전혀 예상치 못한 오스카 트로피를 안게 됐다.

이날 오스카 수상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윤여정의 이후 활동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윤여정은 다음 작품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브이플러스의 글로벌 프로젝트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 중이며, 세계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민 기자


“윤여정이 역사 썼다”…미국·영국 언론들 보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수상 직후 보도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윤여정씨 수상 관련 보도. 누리집 갈무리

 

세계 각국 언론들도 윤여정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미국 언론인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25일 윤씨의 수상 발표 직후 ‘미나리 윤영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수상의 역사를 썼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윤여정이 일요일 밤 미국 영화 데뷔작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서 장난스럽지만 현명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수상 발표 직후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가디언>은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과분한 감사를 표시하며, 미나리 ‘가족’, 특히 정이삭 감독을 칭찬하는 등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윤씨의 수상 소식과 함께 “내가 당신들보다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한 그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윤씨는 한국에서 수십년동안 센세이션한 배우였고, 재치있고 시사점이 많은 역할들을 가장 자주 연기했다”며 그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최현준 기자

신시내티전 5⅔이닝 5피안타 1실점
데뷔 최다 탈삼진 8개도 기록
타석에서는 데뷔 첫 안타도 때려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2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KK’의 날이었다. ‘KK’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2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 5⅔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탈삼진 8개는 메이저리그 개인 최다 기록. 사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투구 수는 85개(스트라이크 53개). 평균자책점은 4.15(종전 9.00)로 뚝 떨어졌다.

 

세인트루이스가 가까스로 5-4로 승리하면서 김광현은 시즌 두 번째 등판 만에 승리를 챙겼다. 데뷔해였던 작년에도 신시내티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을 올리는 등 시즌 3승 중 2승을 올렸던 터. 가히 신시내티 천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오른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 등판 때는 최고 구속이 시속 145㎞에 불과했으나 이날은 147㎞까지 끌어올렸다. 평균 구속은 시속 144㎞.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오르니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잘 통했다. 6회초 닉 카스테야노스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내준 중월 솔로포가 유일한 옥에 티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2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전에서 3회말 타석에 들어서 내야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웃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도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소니 그레이의 커브를 받아쳤는데 3루쪽으로 느리게 굴러가면서 내야안타가 만들어졌다. 김광현의 빠른 발이 만들어낸 안타였다. 김광현이 안타로 출루하자 더그아웃의 세인트루이스 동료들은 환호하며 좋아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다음 타자 토미 에드먼의 땅볼 때 2루에서 아웃됐으나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3회에만 4점을 뽑아내면서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탓에 내셔널리그에서도 투수가 타석에 서지 않아서 김광현은 올해 처음으로 방망이를 잡고 있다.

김광현은 허리 통증 때문에 재활 기간을 거친 뒤 지난 1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시즌 첫 선발 등판했지만 3이닝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난 바 있다.   김양희 기자


외신들도 극찬 "김광현, 관중 앞에서 첫 역투…이정표 세웠다"

"1년 만에 처음 만난 팬들…오늘 같은 밤 꿈꿔왔을 것"

  실트 감독 "김광현으로부터 긍정적인 자세 배워…강하고 좋은 사람"

 

팬들 앞에서 역투하는 김광현 [AFP=연합뉴스]

 

그동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팬 중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본 이는 없었다.

김광현은 2020시즌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으며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데뷔 시즌이 무관중 60경기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단 한 번도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공을 던지지 못했던 김광현은 2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MLB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5피안타(1홈런) 8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엔 총 관중석의 32%인 1만3천196명의 관중이 입장해 김광현의 이름을 연호했다.

 

현지 매체들은 처음으로 홈 팬 앞에 선 김광현이 빅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개인 신기록을 세우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고 전했다.

MLB닷컴은 '팬들과 첫 만남에서 밝게 빛난 김광현'이라는 기사를 통해 김광현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 매체는 "김광현은 2019년 12월 17일 야구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미국 땅을 밟은 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지만, 단 한 번도 관중들이 입장한 부시 스타디움에서 공을 던지지 못했다'며 "(입단 후) 493일 만에 처음 팬들 앞에 선 김광현은 MLB 개인 최다인 한 경기 8개의 삼진을 잡으며 첫 승리를 팬들에게 안겼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김광현은 돌고 돌아 마침내 이정표를 세웠다"며 "김광현의 호투 속에 세인트루이스는 5-4로 승리했다"고 덧붙였다.

유력 지역지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김광현은 2020시즌을 앞두고 오늘 같은 밤을 기다려왔을 것"이라며 "김광현은 마운드에서 개인 탈삼진 신기록, 타석에서 통산 첫 안타를 기록하며 더그아웃과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김광현은 2020시즌을 앞두고 역대 가장 길었던 스프링캠프 훈련을 아내와 두 자녀 없이 소화했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다소 늦은 출발을 했지만, 기대한 대로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경기 전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화상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은 지난해 세상이 요동치는 가운데 외국에 홀로 남겨진 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며 "우리 선수단은 김광현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세를 배우게 됐다. 그는 정말 강하고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김광현 "부담감 때문에 허리 다쳐…차분하게 다시 준비했다"

 두 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8K 곁들이며 시즌 첫 승

 "초구 스트라이크 많이 잡지 못한 건 아쉬워 … 더 많이 고민하겠다"

 

인터뷰하는 김광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2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밝은 표정으로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MLB 화상 인터뷰 캡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 후 약 20일 만에 시즌 첫 승을 거둔 'KK'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부담감 때문에 무리하게 훈련했다고 고백했다.

김광현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MLB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서 빅리그 개인 통산 최다인 탈삼진 8개를 기록하며 첫 승을 거둔 뒤 "부담감 때문에 시범경기부터 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를 다친 뒤 복귀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차분한 마음을 가진 게 다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원동력 같다"고 밝혔다.

아쉬웠던 점에 관해선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지 못했다"며 "다음 경기부터는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광현과 일문일답.

--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 홈 경기에서 처음으로 홈 팬을 만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야구를 사랑하고 열광적으로 응원한다고 들었다. 많은 응원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많은 팬이 경기장에 왔으면 좋겠다.

-- 안타를 친 뒤 상대 팀 조이 보토가 1루에서 말을 걸던데.

▲ 첫 안타를 축하한다고 하더라.

-- (내야) 안타를 친 뒤 1루까지 굉장히 빨리 달리던데.

▲ 열심히 뛰면 안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뛰면 상대 야수들이 실책할 기회가 생긴다. 난 투수지만 9번 타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특히 해당 이닝에선 내가 선두 타자였다. 살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공을 던져야 하는 2사 상황을 제외하고는 계속 열심히 뛸 생각이다.

-- 여전히 빠른 투구 템포로 공을 던지던데. 헛스윙 삼진도 많이 잡았다.

▲ 대체로 만족할 만한 투구 내용이었다. 다만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지 못했다. 생각해야 할 점이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모든 구종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늘 경기에선 그게 아쉬웠다. 다음 경기부터는 공격적인 투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 유리한 카운트로 상대 타자를 상대하겠다.

-- 마지막으로 안타를 친 게 언제인가.

▲ 14년 전으로 기억한다. 고교 졸업 후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KBO리그에서도 단 3차례 타석에 들어선 경험이 있다. 안타를 칠 기회가 많이 없었다. 깨끗한 안타를 기록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지저분한 안타가 나왔다. 상대 투수에게 미안하다. 상대 선발 투수(소니 그레이)는 다음 타석 때 살짝 웃으면서 변화구를 연속으로 던지더라. (웃음)

-- 말한 대로 초구 볼이 많았다. 그래도 효율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 출루하려면 볼 4개를 기록해야 한다. 4구를 기록하지 않아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 오늘 경기에서 투구 수 제한이 있었나.

▲ 따로 인지하지 못하고 나갔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경기 때도 마찬가지다. 있는 힘껏 공을 던져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었다. 짧게 던지더라도 최소 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자는 생각을 했다.

-- 등장 음악을 (지코의 '아무노래'에서 블랙아이드피스의 '웨어 이즈 더 러브?'로) 바꿨던데.

▲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한국에 들어갔을 때 여동생이 바꾸라고 조언했다. 무슨 음악으로 바꿀까 고민하다가 인종차별 이슈가 있어서 알맞은 음악을 골랐다.

-- 지난 (4일) 경기에서 신시내티와 벤치클리어링을 하는 등 이슈가 있었다. 오늘 경기에 영향을 줬나.

▲ 신시내티는 자주 만나야 하는 팀이다. 지난 경기 내용은 오늘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저 최근 우리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가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소속 시절 팀 내 가장 발이 빨랐다고 하던데.

▲ 프로에 데뷔했을 때 투수들은 웨이트 훈련보다 러닝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러닝 훈련을 많이 했는데, 달리기 실력이 는 것 같다. 사실 오늘 (내야) 안타를 친 뒤 100%의 힘으로 뛴 건 아니다. 투구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 만약 투수로 출전하지 않는 날 타격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스프링캠프 때부터 (허리 부상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어떤 생각으로 극복했나.

▲ 지난 시즌 나름대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지난 시즌만큼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기대도 컸다. 이런 환경이 부담됐다. 시범경기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한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허리를 다쳤다. 부상 후 부담을 내려놓고 차근차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게 준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연합뉴스

초반 3이닝 동안 무실점 기록하며 호투했지만
4회말 2루타, 3루타, 홈런 얻어맞으며 4실점
리그에서 가장 강한 보스턴 타선에 무너지며 패배

 

류현진이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펀웨이파크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방문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보스턴 로이터/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보스턴의 강타선을 넘지 못했다.

류현진은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펀웨이파크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1-4로 뒤진 6회말 교체됐다. 토론토는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4로 패했고,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은 1승2패. 평균자책점(ERA)은 1.89에서 3.00까지 올랐다.

 

이날 류현진은 3회까지는 무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시작을 보였다. 하지만 4회말 크리스티안 아로요와 제이디 마르티네스에게 연달아 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고, 보스턴 타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잰더 보가츠에게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실점 뒤 페이스를 잃은 류현진은 마윈 곤살레스에게 좌측 2루타를 얻어맞았고, 바비 달벡에게 3루타까지 내주며 1실점을 추가했다. 류현진은 4회에만 홈런, 3루타, 2루타를 모두 허용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이 한 이닝에 장타를 모두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스턴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타선이 강한 팀이다. 전날까지 팀 타율 0.288을 기록하며 전체 30개 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날 경기로 팀 타율은 0.287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모든 구단 중 가장 좋은 기록이다.

 

4회말 류현진에게 아픔을 안긴 타자들도 대부분 3할 타자들이다. 3점 홈런의 주인공 보가츠는 이날 경기로 시즌 타율을 0.393까지 끌어올린 보스턴의 간판타자다. 홈런이 터지기 전 연달아 안타를 기록한 아로요(0.357)와 마르티네스(0.375) 역시 3할 타자다.

한편 이날 패배로 3연패를 기록한 토론토는 7승10패(승률 0.412)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이준희 기자

17개월 만에 경질…‘무관’으로 떠나

 

 조제 모리뉴 감독과 손흥민. 런던/AFP 연합뉴스

 

손흥민(29)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조제 모리뉴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부임 17개월 만이다.

토트넘은 19일(한국시각) 구단 누리집을 통해 모리뉴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를 경질한다고 발표했다.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은 “모리뉴 감독과 코치진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구단과 함께했다. 그들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팀은 당분간 라이언 메이슨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지휘한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위로 쳐져 있던 2019년 11월 모리뉴 감독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했다. 모리뉴 감독의 다양한 우승 경험 덕분에, 토트넘도 우승컵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 32경기를 치른 가운데 14승8무10패(승점 50)로 리그 7위에 머물렀고, 결국 모리뉴 감독은 무관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