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48)가 1~2라운드 합계 29오버파 최하위로 탈락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잡았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3천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아마추어 자격의 박찬호는 30일 전북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4개, 퀸튜플(5의 뜻) 보기 2개를 묶어 17오버파 88타를 쳤다. 전날 1라운드 12오버파를 합쳐 1~2라운드 29오버파 171타를 친 박찬호는 153명 중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찬호는 경기 뒤 “오늘 목표를 버디 2개와 10오버파 이하의 성적으로 잡았는데 그래도 버디 2개는 했다. 동반한 선수들이 저 때문에 방해가 됐을 텐데 수고를 많이 해주셨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성(41), 박재범(39)과 한 조로 이틀간 경기한 박찬호는 “제가 우리 세 사람 이름으로 3천만원을 KPGA에 기부하기로 했다. KPGA에서 좋은 일에 써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제가 감히 1부 투어의 좋은 경험을 했고, 동반 선수들이 이틀간 너무 수고해 주셨다”고 기부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형성은 KPGA 코리안투어 3승,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 4승을 기록했고 박재범 역시 한국과 일본에서 1승씩 따낸 정상급 선수다.
김형성은 이틀간 1오버파, 박재범은 3오버파를 기록하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박찬호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골프 선수를 준비하고 있는 딸에게 해줄 말이 더욱 많을 것 같다.(웃음) 미국으로 넘어가 본업인 야구에 집중하고 싶다. 우선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고 있는 김하성 선수의 경기를 보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동민(23)이 8언더파 134타로 선두에 나섰고, 디펜딩 챔피언 김주형(19)은 1언더파로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1라운드는… 보기…트리플 보기…더블 보기…
앞서 1라운드에서 ‘골퍼’ 박찬호(48)는 사뭇 어색했다. 스코어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29일 전북 군산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총상금 5억원)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 박찬호가 골프 프로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 김형성, 박재범 등 베테랑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18홀을 돌았지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트리플 보기, 더블 보기 포함 12오버파 83타. 그나마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것이 위안거리였다.
박찬호는 경기 뒤 쑥스러운 표정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면서 “긴장도 했고 유명한 선수들과 동반 라운드하면서 방해될까 봐서 부담스러웠다.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30일 열리는 2라운드에 대해서는 “내일은 후반 9홀부터 시작하는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겠다. 함께 한 선수들이 어드바이스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골프협회 초청…아마추어 자격 출전
그에 앞서 한국프로골프협회는 박찬호가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다고 27일 밝혔다.
아마추어 선수가 코리안투어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상비군 이상 △대한골프협회 주관 전국 대회 5위 이내 입상 경력 △공인 핸디캡 3이하의 자격 요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박찬호는 이번 달 대한골프협회로부터 공인 핸디캡 3이하에 대한 증명서를 수령해 군산CC오픈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리안투어 규정 제2장 4조의 ‘대회별 추천 선수’ 카테고리에 따르면 타이틀 스폰서는 출전 선수 규모 10% 이하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를 추천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둔 박찬호는 2018년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김영웅(23)과 함께 우승했고, 개막전 열린 장타 대결 이벤트에서도 331야드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2019년 ‘제2회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도 참가한 바 있다.
또 올해 2부인 ‘스릭슨 투어’의 1~4회 대회의 예선전에 출전했다. 스릭슨 투어 2회 예선에서 4오버파 75타로 공동 84위, 3회 예선에서는 3오버파 74타로 공동 58위를 차지하는 등 70대 초·중반의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한번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박찬호가 코리안투어 정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농구 선수인 스테픈 커리나 풋볼 선수 토니 로모 등이 2부 투어 대회에 출전한 예가 있지만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프로 최연소 우승(18살 21일) 기록을 세운 김주형(19)이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김주형은 “작년에는 7월 대회였고 올해는 4월이라 코스 상태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린이 더 딱딱하고 스피드도 빨라져 상황에 맞는 코스 공략법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올해 코리안투어 개막전 디비(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문도엽(30)이 2연승에 도전하고, 지난해 코리안투어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에 오른 김태훈(36), 지난해 신인왕 이원준(36) 등도 출전한다. 김창금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플로리다/유에스에스스포츠 투데이 연합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적색경보’가 켜졌다. 다만, 스스로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류현진은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오른쪽 허벅지와 엉덩이 쪽 근육에 이상을 느껴 중도에 교체됐다.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성적은 3⅔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는 62개였다.
류현진은 0-0이던 4회말 2사 후 마누엘 마르고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피트 워커 투수 코치와 찰리 몬토요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류현진과 얘기를 나눴고 결국 불펜 투수 팀 메이자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이 가벼운 오른쪽 엉덩이 통증을 느꼈다”고 발표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가 4회말 엉덩이 통증으로 조기 교체되고 있다. 플로리다/유에스에이투데이 연합뉴스
류현진은 경기 뒤 화상 인터뷰에서 “마르고트에서 초구를 던지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오긴 했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면서 “간단히 점검했는데 경과가 좋아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거듭된 취재진의 질문에 “부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근육이 긴장한 정도”라면서 “전혀 심각하지 않다. 부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훈련도 정상적으로 이어갈 뜻을 밝혔다. 류현진은 “내일부터 다시 훈련할 생각이다. 내일 다시 점검해봐야 하지만, 부상자명단(IL)에 오를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는 투구 내용이 좋았다. 제구도 괜찮았는데 안타까운 상황이 나왔다”며 “오늘 내가 빨리 강판해 불펜 투수가 많이 투입됐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토는 이날 류현진 이후 메이자를 비롯해 5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1-0 승리. 시즌 성적은 10승11패가 됐다. 승패를 기록하지 않은 류현진은 평균자책을 2.60으로 낮췄다. 시즌 성적은 5경기 등판, 1승2패. 김양희 기자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윤여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으며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
윤여정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야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등 다른 후보를 제치고 얻은 영예다.
한국 배우가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두번째로, 195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1957)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이다. 우메키 미요시는 수상 당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상태였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윤여정의 수상은 일찍이 점쳐졌다.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의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윤여정이 안은 트로피만 30개가 넘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잇따라 거머쥐며 오스카 트로피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미국 현지 언론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했고, 결국 이변은 없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고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순자를 연기했다. 아이들에게 화투를 가르치는 등 전형적인 할머니의 틀을 벗어난,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오승훈 기자
‘오스카의 날’ 윤여정, 감색 드레스 차림으로 레드카펫 밟아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윤여정(74)이 한예리(오른쪽. 37)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25일 차분한 감색 드레스 차림으로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의 연기처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윤여정은 이날 오후 3시께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유서 깊은 기차역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관록 있는 배우임을 상징하듯 자연스러운 백발 머리에 단아한 감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은 한예리는 윤여정과 대조를 이루며 레드카펫 무대를 붉게 물들였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사진기자들의 요구에 여러 차례 포즈를 취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윤여정과 한예리뿐 아니라 <미나리> 가족들도 레드카펫 무대를 빛냈다. <미나리>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은 오후 2시40분께 도착했고, 약 10분 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도 입장했다. 오승훈 기자
윤여정 “운 좋아서 수상…경쟁이란 있을 수 없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티브이 화면 갈무리.
“늘 티브이(TV)에서 봐오던 시상식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 표를 던져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배우 윤여정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으며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
윤여정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기쁨에 겨워하면서도 여우조연상 후보로 경쟁했던 다른 배우들에게 목례를 하며 무대에 올랐다.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배우 브래드 핏의 시상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겸손한 수상 소감으로 시상식을 빛냈다. 윤여정은 영어로 한 수상 소감에서 “저는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저를 ‘여여~’라고 부른다”고 운을 띄워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제가 정신을 가다듬어서 소감을 말하려고 한다”며 “제게 표를 던져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같이 작업한 <미나리> 팀과 감독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예리, 스티븐 연, 앨런 김, 노엘 조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한가족이 되었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정 감독은 우리의 선장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나도 여기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경쟁 후보들에 대한 존경과 겸양도 나타냈다. “평소 글렌 클로스 배우의 훌륭한 연기에서 많이 배웠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제가 운이 좋아서 여기 서 있을 수 있다.”
두 아들과 고 김기영 감독 대한 감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두 아들에게도 감사한다. 아들이 내게 (연기) 일을 나가라고 종용한다”며 “김기영 감독과 첫 영화를 했다. 그에게도 감사한다”고 했다.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우가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두번째로, 195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1957)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이다. 우메키 미요시는 수상 당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상태였다.
윤여정의 수상은 일찍이 점쳐졌다.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의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윤여정이 안은 트로피만 30개가 넘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잇달아 거머쥐며 오스카 트로피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미국 현지 언론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했고, 결국 이변은 없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고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순자를 연기했다. 아이들에게 화투를 가르치는 등 전형적인 할머니의 틀을 벗어난,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오승훈 기자
74살에 최전성기 맞은 윤여정의 55년 연기인생
윤여정의 작품세계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올해 74살을 맞은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으면서 연기 인생의 최전성기를 맞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반세기 넘게 한발 한발 걸어온 길에도 관심이 쏠린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살이던 1966년 <동양방송>(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티브이(TV) 드라마에서 활동하던 그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이는 <하녀>(1960)로 유명한 김기영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 <하녀>를 리메이크한 <화녀>(1971)의 주인공으로 신인 윤여정을 낙점했다.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가정부로 취직했다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는 명자 역이었다. 명자의 광기와 집착을 파격적인 연기로 표현한 윤여정은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스페인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받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듬해 김 감독의 <충녀>(1972)에도 출연했다.
영화 <화녀> 스틸컷. 다자인소프트 제공
하지만 윤여정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이 즈음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가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며 연기 활동을 쉬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귀국하기까지 가정에만 집중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다시 연기를 시작한 윤여정은 훗날 인터뷰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연기를 했다. 아이를 키워내야 해 말도 안 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생계를 위해 직업인으로서 작품과 배역을 가리지 않고 연기를 한 것이다.
영화 <충녀> 스틸컷.
두 아들을 키우는 일에서 해방된 60살 이후에는 하고 싶은 작품만 골라 출연하고 있다. 특히 마음 맞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상수 감독(<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하녀> <돈의 맛> <헤븐: 행복의 나라로>), 홍상수 감독(<하하하> <다른 나라에서> <자유의 언덕>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재용 감독(<여배우들> <죽여주는 여자>) 등 한번 인연을 맺은 감독과 꾸준히 작품을 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공고히 해왔다. 파격적인 연기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어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60살 넘으면서부터 웃고 살기로 했어. 전에는 생계형 배우여서 작품을 고를 수 없었는데,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 영화에는 돈 안 줘도 출연해. 마음대로 작품을 고르는 게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야.” 윤여정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의 김초희 감독에게 해줬다는 말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처음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의 영화에 윤여정은 기꺼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틸컷.
윤여정의 이런 태도는 <미나리>로 이어졌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인아 프로듀서의 소개로 시나리오를 읽고,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진심을 느끼고는 열악한 환경인 줄 알면서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전혀 예상치 못한 오스카 트로피를 안게 됐다.
이날 오스카 수상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윤여정의 이후 활동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윤여정은 다음 작품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브이플러스의 글로벌 프로젝트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 중이며, 세계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민 기자
“윤여정이 역사 썼다”…미국·영국 언론들 보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수상 직후 보도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윤여정씨 수상 관련 보도. 누리집 갈무리
세계 각국 언론들도 윤여정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미국 언론인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25일 윤씨의 수상 발표 직후 ‘미나리 윤영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수상의 역사를 썼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윤여정이 일요일 밤 미국 영화 데뷔작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서 장난스럽지만 현명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수상 발표 직후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가디언>은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과분한 감사를 표시하며, 미나리 ‘가족’, 특히 정이삭 감독을 칭찬하는 등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윤씨의 수상 소식과 함께 “내가 당신들보다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한 그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윤씨는 한국에서 수십년동안 센세이션한 배우였고, 재치있고 시사점이 많은 역할들을 가장 자주 연기했다”며 그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