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디트로이트와 시범경기서 선발승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눈도장’

 

토론토의 류현진이 15일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서 역투하고 있다. 레이트랜드/USA투데이 연합뉴스

 

‘토론토의 에이스는 나야, 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범경기서 첫 승리를 따냈다. 최고 시속 148㎞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제구를 앞세운 류현진의 피칭은 토론토의 에이스다웠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부상 등으로 부진한 사이, 맏형 류현진은 자존심을 지켰다.

류현진은 1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레이클랜드 퍼블릭스필드 앳 조커머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디트로이트 타어거즈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삼진 4개를 잡고 볼넷은 1개도 없는 완벽한 투구였다. 총 투구수는 49개.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팀은 4-0으로 완승했다.

완벽한 제구가 빛났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 패스트볼의 속도도 되살아 났고, 결정구인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구사하며 디트로이트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1회, 첫 타자 빅터 레예스를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2번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에게 2볼까지 몰린 상황에서 삼진아웃 시키는 저력을 과시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고비를 넘긴 류현진은 3번 로비 그로스먼을 우익수 플라이 아웃시키며 1회를 마무리했다.

 2회에는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미겔 카브레라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하며 6명의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3회 류현진은 안타를 허용하며 잠시 주춤했다. 윌리 카스트로와 노마르 마자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와 삼진 처리하며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레예스를 삼진 처리한 체인지업은 사인 미스가 나 잘못 던진 공이었는데, 타이밍이 좋아 레예스의 방망이가 헛 돌았다. 당시 류현진은 사인 미스에 머쓱한 듯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위기에서 벗어난 류현진은 4회 마지막 이닝서 강타자 카브레라를 땅볼도 잡는 등 3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지난 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열흘 만의 등판에서 류현진은 만점짜리 성적표를 받아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도 4.50에서 1.50으로 크게 낮췄다. 최근 현지 언론의 부정적인 전망에 맞서 통쾌한 복수를 한 셈.

류현진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투구 수를 차근차근 늘리고 있다. 오늘도 준비한 대로 경기했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2, 3주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몸을 다 만들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정국 기자


SSG 타자들이 추신수 방망이에 놀란 이유는…

 

SSG 랜더스 추신수가 지난 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케이티 위즈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에 입성한 ‘추추트레인’.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가운데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선수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와 함께 훈련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들떠 있다. 추신수가 연습 배팅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SSG 이진영 타격코치도 마찬가지다. 2009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이진영 코치는 “그때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다.

일단 추신수가 휘두르는 방망이 길이와 무게에 놀랐다. 이 코치는 15일 저녁 〈한겨레〉와 통화에서 “추신수가 한국 나이로 마흔살인데도 길이 35인치, 무게 35온스 방망이를 휘두른다. 이런 방망이는 훌리오 프랑코(전 삼성 라이온즈)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35온스는 992g으로 1㎏에 가까운 무게다. 보통 국내 강타자라 하더라도 860~900g 정도 무게의 배트를 쓴다. 무거운 배트는 타격 타이밍만 맞으면 가볍게 휘둘러도 비거리가 나오게 된다. 추신수는 좌우투수 상대에 따라 다른 무게, 다른 길이의 방망이를 쓰기도 한다. 이 코치는 “힘을 50%밖에 안 썼는데도 가볍게 담장을 넘겨버리더라. 바깥에서 훈련한 게 6개월 만인데 이런 타격감을 보여서 주변 사람들이 다들 놀랐다”고 연습 분위기를 전했다.

 SSG 추신수가 지난 11일 자가격리를 마친 뒤 동료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한국 프로팀은 처음이지만 추신수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동갑내기인 김강민의 도움 아래 선수들과 여러 대화를 나누면서 ‘원 팀’을 위한 동료애를 쌓아가고 있다. 이진영 코치는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추신수에게 여러 가지를 많이 물어본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영어를 하면서도 더그아웃 리더였는데 같은 말 하는 한국에서는 어떻겠냐. (2009년) WBC 때보다 더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수치적인 성적은 본인이 알아서 낼 것이다. 기존 SSG 선수들이 ‘신수효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원형 SSG 감독은 추신수를 연습경기가 아닌 시범경기 때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바깥 훈련이 오랜만이라서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 김 감독은 15일 저녁 통화에서 “바깥에서 적응 훈련이 더 필요하다. 시범경기 때 한국 투수들 공을 보는 정도로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시상식서 한국가수 첫 단독 공연…한국계 앤더슨 팩 · 용재 오닐 수상

빌리 아일리시 등 본상 전원이 여성, 흑인인권 다룬 곡들도 상 휩쓸어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순간이동으로 오가는 듯한 무대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단독무대는 앞서 사전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이너마이트처럼 뜨거운 무대

방탄소년단은 그래미를 상징하는 ‘그라모폰’(초기 디스크 축음기) 구조물 앞에서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부르며 등장했다. 그라모폰 나팔관 안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이들이 무대 뒤 검은 커튼을 열고 들어가니 레드카펫이 깔린 그래미 포토월이 나왔다. 마치 그래미 시상식장에 있는 듯했다. 또 다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오르니 탁 트인 옥상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강과 서울 여의도 마천루 야경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뒤 시상식 사회자 트레버 노아는 “여기 오고 싶지만 올 수 없어 한국 서울에 세트를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상을 줘야 한다”며 감탄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최고 권위 음악상인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공연을 선보인 건 한국 가수 최초다.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도 올랐으나 트로피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래미는 이들의 높은 인기를 의식한 듯 시상식의 절정인 끝에서 두번째 공연자로 배치했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를 통해 “그래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공연까지 펼쳐 영광스럽다. 모두 아미 여러분 덕분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2019년 시상자로, 2020년 합동공연 멤버로, 올해 후보 및 단독공연으로 그래미와 가까워지는 단계를 잘 밟아왔다. 앞으로도 후보에 꾸준히 오르고 수상까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검은 외침으로 가득한 시상식

시상식의 노른자라 할 수 있는 본상인 ‘올해의 레코드’는 빌리 아일리시(‘에브리싱 아이 원티드’), ‘올해의 앨범’은 테일러 스위프트(<포클로어>), ‘올해의 노래’는 허(‘아이 캔트 브리드’), ‘최우수 신인상’은 메건 디 스탤리언에게 돌아갔다. 전원 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지난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에 대한 조명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제목으로 한 허의 ‘아이 캔트 브리드’가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고, 흑인 행동주의에 연대를 표한 비욘세의 ‘블랙 퍼레이드’가 ‘최우수 아르앤비(R&B)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한국계 래퍼 앤더슨 팩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록다운’으로 ‘베스트 멜로딕 랩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했다. 래퍼 릴 베이비는 비엘엠 시위 기간 발표한 노래 ‘더 비거 픽처’ 무대에서 흑인이 백인 경찰에게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장면과 분노에 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 등을 연출했다. 밴드 블랙 퓨마스도 인종차별을 다룬 노래 ‘컬러스’를 무대에서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이날 시상식은 컨벤션센터 근처 야외 세트에서 무관객으로 진행했다. 후보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수상자 호명을 기다렸다. 공연은 실내에서 진행하거나 미리 촬영한 영상을 트는 방식으로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공연장 관계자들이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사전시상식에서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 상을 받았다.

 

BTS 그래미 수상 불발…그래도 희망을 봤다

레이디 가가 등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수상이 불발됐다.

그래미 상을 주관하는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는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 앞서 사전시상식(프리미어 세리머니)을 열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자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의 하나로, 듀오·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음악가에게 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를 차지한 노래 ‘다이너마이트’로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타이니의 ‘운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과 함께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대중가수가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이날 수상 불발로 미국 3대 음악상을 모두 받는 대기록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와 함께 미국 3대 음악상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각각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김영대 평론가는 “보수적인 그래미 선정위원들에게 방탄소년단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어서 불리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수상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이 워낙 훌륭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방탄소년단이 2018년 그래미 뮤지엄 행사에 처음 초청받아 인터뷰를 했고, 2019년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시상자로 섰고, 지난해 시상식 축하 공연을 한 데 이어, 올해는 후보에 오르고 단독 공연까지 했다는 건 그래미와 가까워지는 단계를 잘 밟아왔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그래미 후보에 꾸준히 오르고 수상까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전시상식에서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데이비드 앨런 밀러가 지휘하고 미국 알바니 심포니가 함께 연주한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와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으로 영예를 안았다. 서정민 기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감독·피디들, “내가 만난 윤여정“

                       
   ‘여배우들’ 이재용-“연륜에서 나오는 유머 매력적”
    ‘바람난 가족’ 임상수-“나이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
     ‘네멋…’ 박성수-“리액션 유연해 상대 배우 살려”
      ‘장수상회’ 강제규-“후배 꾸짖어도 뒤끝은 없어”
       ‘찬실이는…’ 김초희-“영화 포기 않도록 이끌어줘”


      윤여정 “교포2세 영화 참여 보람…모든 것에 감사”

 

                  배우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매니저는 울었지만 나는 (멍해져서) 울지 않았다. (자가격리로) 매니저와 둘이서만 자축하려 하는데, 매니저는 술을 못 해서 나 혼자 마셔야겠다. 매니저는 내가 술 마시는 걸 구경만 할 거다.”

윤여정답게 솔직하고 유쾌한 소감이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브이(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촬영차 방문한 캐나다에서 15일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한시간 만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이런 소감을 남겼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윤여정은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말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웃게 만든다. 과거엔 다소 까칠하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나영석 피디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통해 정감 있고 유머 넘치는 면모가 알려지면서 젊은층에도 친숙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영화 <여배우들> 스틸컷. 쇼박스 제공

이런 참모습을 일찍이 알아본 이들이 영화감독이다. 이재용 감독은 2008년 윤여정을 처음 만났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팬이었는데, 실제 만나보니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그분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세월과 연륜에서 나오는 촌철살인 유머가 흥미로웠어요. 이런 매력을 사람들과 나눠야겠다 해서 기획한 영화가 <여배우들>(2009)이었죠.” 세대별 여성 배우 6명이 모여 명확한 대본 없이 즉흥 연기를 펼치는 페이크 다큐는 윤여정에게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하지만 흔쾌히 수락했고 즐겁게 작업했다.

윤여정의 도전정신은 일찌감치 빛났다. 임상수 감독은 <바람난 가족>(2003)의 바람난 시어머니 역에 윤여정을 캐스팅했다. “다른 배우들은 ‘캐릭터가 너무 세다’며 거절했지만, 윤 선생님은 ‘재밌을 것 같다’며 수락하셨어요. 이후 <하녀> <돈의 맛> 등 파격적인 작품도 선뜻 출연하셨죠. 저는 그분을 ‘젊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것, 안 해봤던 것, 잘 알지 못해도 감독을 믿고 가보는 것에 대한 모험정신이 살아 있거든요.”

                 영화 <하녀> 스틸컷. 싸이더스 제공

촬영장에서도 그는 상대를 배려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 등을 함께한 박성수 전 문화방송 피디는 “상대 연기에 따라 유연하게 리액션함으로써 상대 배우를 살아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영화 <장수상회>(2015)를 함께 작업한 강제규 감독도 “대선배님이시다 보니 저나 스태프들이 부담 갖고 긴장했는데, 농담도 하고 먹을 걸 싸와 나눠주며 편안하게 해주셨다. 후배 연기자가 늦거나 실수할 땐 따끔하게 꾸짖기도 하지만, 뒤끝 없이 툭 털어낸다”고 전했다.

1980년대 중반 가수 조영남과 이혼한 뒤 생계를 위해 연기를 다시 시작한 윤여정은 훗날 인터뷰에서 “살아가기 위해 목숨 걸고 연기했다. 아이를 키워내야 해 말도 안 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자식 키우는 일에서 해방된 60살 이후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작품만 골라 출연하고 있다. 임상수, 이재용, 홍상수 등 한번 인연을 맺은 감독과 계속 작업하는 경향이 짙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씨지브이아트하우스 제공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한 것도 그래서다. 이 감독은 평소 윤여정과 대화를 나누며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곱씹으며 영화를 구상했다. 파격적인 주제에다 저예산 영화여서 망설일 법도 했지만, 윤여정은 감독을 믿고 또 한번 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성과를 이뤘다.

“60살 넘으면서부터 웃고 살기로 했어. 전에는 생계형 배우여서 작품을 고를 수 없었는데,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 영화에는 돈 안 줘도 출연해. 마음대로 작품을 고르는 게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야.” 윤여정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의 김초희 감독에게 해줬다는 말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처음 윤여정과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은 “처음엔 서먹했다가 선생님께 밥을 해드리고 함께 식사하면서 가까워졌다. 내가 영화를 그만두려 할 때도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셨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김 감독의 단편 <산나물 처녀>(2016)에 이어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에도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틸컷. 찬란 제공

윤여정의 이런 태도는 <미나리>로 이어졌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인아 프로듀서의 소개로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의 진심을 느끼고는 열악한 환경인 줄 알면서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예상도 못 한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다. 윤여정은 16일 소속사를 통해 이런 소감을 전했다.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됐네요. 영화 시나리오를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서정민 기자

 

윤여정, 한국배우 첫 아카데미 후보… ‘미나리’ 6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귄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그가 출연한 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5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발표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마리야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등과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고,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이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지만,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여정은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손주들을 돌보러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미국 안팎에서 90개의 영화상 트로피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32개가 윤여정의 연기상이다.

<버라이어티> <골드더비> 등 미국 주요 매체의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에서 윤여정은 올리비아 콜먼과 여우조연상 부문 1·2위를 다투고 있어 수상 기대감을 높인다. 만약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는다면 한국 배우로서 최초의 영예이며, 아시아계 배우로선 1957년 <사요나라>의 일본계 미국인 배우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번째다.

<미나리>는 또 작품상(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 감독상·각본상(리 아이작 정),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음악상(에밀 모세리)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건 지난해 <기생충>과 같은 기록이다.

이와 함께 재미동포 에릭 오 감독이 연출한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 <오페라>도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에릭 오 감독은 픽사스튜디오에서 <도리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로, 개인 단편 작품들로 세계 여러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4월25일 열린다. 서정민 기자

 

EPL 원정경기서 통증 호소 "회복에 얼마 걸릴지 몰라"

 

쓰러진 손흥민 [AP=연합뉴스]

 

쉬지 않고 달린 손흥민(29·토트넘)이 결국 부상에 쓰러졌다. 소속팀 토트넘은 물론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손흥민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2020-202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 19분 에리크 라멜라와 교체됐다.

전반 17분 한 차례 스프린트를 한 뒤 왼쪽 허벅지 뒤쪽을 붙잡고 주저앉은 손흥민은 통증을 호소하며 더는 뛰지 못했다.

손흥민을 잃은 토트넘은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에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축구가 이렇다. 회복에 얼마가 걸릴지는 알 수 없다. 근육 문제인데, 근육 부상은 늘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은 어떤 부상이든 빠르게 회복하는 선수"라며 희망을 걸었다.

손흥민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그간의 혹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북런던 더비' 전까지 손흥민은 EPL 27경기에 모두 출전해 2천343분을 뛰었다.

팀에서 손흥민보다 많은 시간을 뛴 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2천430분)뿐이다.

이날 교체 전까지 뛴 시간을 더하면 손흥민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2천361분을 뛰었다.

여기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카라바오컵(리그컵) 등을 더하면 41경기에서 3천140분을 소화했다.

 손흥민 위로하는 모리뉴 감독 [EPA=연합뉴스]

이달만 해도 5일 풀럼전과 8일 크리스털 팰리스 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12일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와 UEFA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에서 64분을 뛴 손흥민은 결국 주저앉았다.

손흥민의 부상을 지켜본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앨런 스미스는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는 것 같다. 좋지 않은 사인이다. 손흥민은 너무 많이 뛰었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모리뉴 감독도 "경기가 축적된 결과"라며 "유로파리그에서 그에게 30분의 휴식을 주었지만, 여전히 60분을 뛴 것은 맞다. 경기가 많을 때 어떤 선수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 리그 '톱 4' 진입을 노리는 토트넘 입장에서 핵심 멤버인 손흥민의 부상 이탈은 뼈아프다.

지난해 9월 말에도 햄스트링을 다친 손흥민은 당시 1주일 만에 복귀한 바 있으나 이번 부상은 아직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경우, 이달 25일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출전도 불발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흥민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 소집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손흥민의 부상은 장기적으로 벤투호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