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선수 못오면, IOC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핵심 간부인 시모무라 하쿠분 정무조사회장이 올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시모무라 정조회장은 지난 4일 일본의 위성방송 채널인 <비에스11>에 출연해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요국의 선수가 대거 오지 못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정조회장은 간사장, 선거대책위원장, 총무회장과 함께 집권 자민당의 4역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국외 관중 없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가닥을 잡는 등 올림픽 개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자민당의 핵심 간부가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지구촌 축제’ 도쿄올림픽 ‘해외관중 없이’ 개최될 듯

일본 정부, 감염 확산 우려 해외관중 포기

 

일본 정부가 도쿄도 등 수도권 4곳의 긴급사태를 2주 더 연장할 방침인 가운데, 올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 역시 사상 최초로 국외 관중 없이 치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도가 이번 올림픽에 국외 관중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 조정에 들어갔다고 4일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심각한 가운데, 대규모 외국인 입국이 이뤄질 경우 국민 불안이 커져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일본 안팎에서 도쿄올림픽 취소론이나 재연기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선제적 조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국외 관중 포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루카와 다마요 도쿄올림픽 담당상은 지난달 26일 스가 총리를 만나 국외 관중 포기를 조기에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고, 총리도 동의했다고 이 신문이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확정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전달할 방침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이 국외 관중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늦어도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이달 25일 이전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국외 관중을 포기하면 재정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90만장의 올림픽 티켓이 팔린 만큼, 고스란히 수입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올림픽 관계자들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고민이다. 올림픽엔 참가 선수 이외에 각국의 경기단체, 올림픽위원회 임원 등 약 5만명의 대회 관계자들이 일본에 들어와야 한다. 국외 관중은 막아놓고 올림픽 관계자들은 다 입국시키면 ‘그들만의 올림픽’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도통신>은 일본 국내 관중의 경기장 입장은 허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조직위는 경기마다 상한선을 어떻게 할지 프로야구, 프로축구 감염대책 등을 참고해 다음달 중에 확정하기로 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밤 기자단을 만나 “(수도권 긴급사태는) 2주 정도 더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스가 총리는 “감염 대책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국면”이라며 “병상 등 의료상황 개선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긴급사태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5일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

지난 1월8일부터 발령된 도쿄, 사이타마, 가나가와, 지바 등 수도권 긴급사태는 지난달 2일 한 번 연장됐으며, 이달 7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다시 2주간 연장되면 이달 21일까지 유지된다. 긴급 사태 발령 이후 수도권 4곳의 신규 감염자는 크게 줄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일본 정부 "한국도 참여하도록 도쿄올림픽 방역 철저히 준비"

 

 

일본 정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한국 선수단이 도쿄올림픽에 안전하게 참가할 수 있도록 방역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본대지진의 복구를 전담하는 일본 부흥청의 수장인 히라사와 카츠에이 부흥대신은 4일 주한일본대사관이 한국 언론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설명회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아직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쿄올림픽 개최를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 대책에 만전을 기해서 한국 선수단 여러분도 일본에 오셔서 참여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나갈 각오"라며 "일본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바흐 위원장과 함께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실현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공조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2011년 대지진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부흥올림픽'으로 치르려 한다.

히라사와 부흥대신은 올림픽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를 방문하고 지역 농산물을 소비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쿠시마현은 농림수산물에 대해 출하 전 철저한 모니터링 검사를 해 결과를 공표하고 만에 하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시장에 절대 유통하지 않는 조처를 하고 있다"며 "최근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심리적 불안감에서 소비자가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웃 나라이자 우호국인 한국 또한 안타깝게 그러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54개 국가·지역이 일본의 피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의 수입을 규제했으며, 이후 39개 국가·지역이 규제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일본산 식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홍콩, 중국, 대만, 한국 등을 포함한 15개 국가·지역은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후쿠시마산 농림수산물의 안전을 거듭 주장하면서 "일본의 엄격한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절대 일본 내 유통이나 해외에 수출되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수산성은 지금까지 검사를 거친 후쿠시마산 농림수산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이 검출된 것은 민물고기 4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에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은 우럭에서 일본 정부가 설정한 식품 허용 한도(1㎏당 100㏃)의 5배의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농림수산성은 당일 어획한 우럭을 모두 회수해 폐기하고 출하를 중단했으며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이 검출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동생 넬리 코르다 게인브리지 대회 정상

언니 제시카 코르다는 1월 개막전 우승

 

                       넬리 코르다가 28일 열린 LPGA 게인브리지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올랜도/AP 연합뉴스

 

‘코르다 자매’가 올 시즌 두 차례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연승했다.

넬리 코르다(23·미국)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앤컨트리클럽(파72·6천701야드)에서 열린 게인브리지 LPGA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상금 30만달러.

앞서 언니 제시카 코르다(28·미국)은 1월 열린 LPGA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24언더파 260타)했다. 상금 18만달러.

이로써 올해 LPGA 두 개 대회 우승컵은 ‘코르다 자매’의 품으로 돌아갔다. 코르다 자매는 LPGA 투어 역사에서 두 번째로 ‘자매 연속 우승’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넬리 코르다(왼쪽)와 제시카 코르다.

2000년 3월 안니카 소렌스탐과 샬러타 소렌스탐(이상 스웨덴)이 엘피지에이 연속 대회 자매 우승을 기록한 뒤 21년 만의 일이다.

엘피지에이에서 우승을 경험한 자매는 코르다 자매, 소렌스탐 자매, 모리야 쭈타누깐과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자매 등이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안니카 소렌스탐은 “너무 재밌고 보기 좋다. 동생과 경기했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날 넬리 코르다는 부모님과 언니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퍼트를 했다. 1월 제시카 코르다가 다이아몬드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도 부모와 동생이 함께 있었다.

코르다 자매는 테니스 스타 부모 아래서 출생했다. 아버지인 페트르 코르다는 1998년 호주오픈 단식 우승자이며, 어머니 레지나는 1988 서울올림픽 테니스 대회에 체코 대표로 출전했다. 코르다 자매의 남동생인 서배스천 코르다(21)는 2018년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의 고진영(26)은 올해 처음 출전한 게인브리지 대회에서 11언더파 277타로 단독 4위에 올랐다. 김창금 기자

 

딸 "아빠가 상 받기 기도"…정 감독 "제 딸이 영화 만든 이유"

아시아계 미국인들 "영화 보는 내내 울었다"  감상평 줄이어

 

미나리 수상 소식에 기뻐하는 리 아이작 정 감독과 딸 리비아 [골든글로브 트위터 계정 영상 캡처]

 

영화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해맑은 표정의 딸과 함께 전한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이 미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정 감독은 7살 딸 리비아를 꼭 끌어안은 채 수상 소감을 밝혔고, 온라인에서는 이 장면을 보고 감동했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 감독의 딸 리비아는 2월 28일 진행된 온라인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아빠를 와락 끌어안았고 "(아빠가 상을 받기를) 기도하고 기도했어요"라고 외쳤다.

정 감독은 품에 안긴 딸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제 딸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며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라며 "나도 그것을 배우고 (딸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 감독 부녀가 보여준 뭉클한 수상 소감은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한 네티즌은 1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딸의 모습과 정 감독의 수상 소감에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고 썼다.

또 "딸이 '기도하고 기도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울었다", "정 감독이 딸과 함께 매우 사랑스러운 수상 소감을 했다", "딸이 무척 귀여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미나리 정 감독과 딸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는 한 네티즌 [트위터 게시물 캡처]

미국 내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서 온 대만계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낸시 왕 위엔은 "미나리는 마음의 언어라고 한 정 감독의 수상 소감을 사랑하고, 그의 딸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감상평도 많았다.

한인 2세라고 소개한 아이디 '앤젤리나'는 "방금 미나리를 봤다. (영화의 내용이) 내 삶과 가족과 연결돼있어 공감했고 울었다"고 말했다.

누리꾼 크리스티나 모스는 "미나리에서 나의 태국계 가족을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고 썼다.

미국 누리꾼들은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규정 때문에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한 것을 두고 "알림, 미나리는 미국 영화다", "미나리는 미국 영화의 걸작"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가 만든 미국 영화다. 하지만,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골든글로브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상만 받았다.

아이디 '루시'는 "미나리는 상을 받았지만, 잘못된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지적했고 '와일드 샷'은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데 우리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글로브가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한 것을 꼬집은 누리꾼

 

‘미나리’ 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이젠 오스카”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려 애쓰는 가족 이야기…
    미국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
    중국계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작품상· 감독상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딸과 함께 영상에 등장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 감독은 “<미나리>는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려고 애쓰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는 미국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라고 말했다. 베벌리힐스/AFP 연합뉴스

 

‘원더우먼’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갈 가도트가 한국말로 “미나리”라고 외쳤다. 그러자 영상에 등장한 소녀가 아빠를 끌어안으며 영어로 속삭였다. “내가 기도했어! 내가 기도했어!”(I prayed! I prayed!)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호명되는 순간이었다.

<미나리>가 28일(현지시각) 저녁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와 더불어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일컬어지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전초전’으로도 불린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베벌리힐튼호텔과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참석자를 최소화한 가운데 진행했으며, 후보와 수상자는 외부에서 화상 연결로 참여했다.

제78회 골든글로브 화상 시상식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자택에서 딸과 함께 화상으로 등장한 정 감독은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등 출연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내에게 고맙다. 여기 함께한 딸은 제가 이 영화를 만든 가장 큰 이유”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미나리>는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려고 애쓰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는 미국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라고 설명했다. 가족의 사랑을 전하는 <미나리>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보편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 얘기를 담은 정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다. 브래드 핏의 제작사 ‘플랜비(B)’가 제작해, 직전까지 세계 여러 영화상에서 7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정 감독은 최근 한국 언론과 한 화상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이렇게 호평받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이야기하는 데 있어 나라와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대화의 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 영화’라는 규정을 내세워 주로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리고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를 두고 전세계 영화인과 미국 언론 사이에선 골든글로브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골든글로브는 이날 시상식에서 다양성을 좀 더 반영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선 두 상 모두 최초다. 지난해 대장암 투병 끝에 숨진 흑인 배우 채드윅 보즈먼은 <마 레이니스 블랙 보텀>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에서 전설적인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를 연기한 흑인 가수 겸 배우 앤드라 데이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울>은 음악상과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이제는 <미나리>의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나리>도 비슷한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미국 매체들은 윤여정을 강력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점치고 있다. 아카데미는 오는 15일 후보를 발표하고, 다음달 25일 시상식을 연다. <미나리>는 3일 한국내 개봉한다. 서정민 기자

 

“이민가족 사랑과 극복의 모습 보며 많은 이들이 공감“

‘미나리’ 감독·배우 온라인 화상 기자간담회

‘26관왕’ 윤여정 “나라가 넓으니 상이 많구나…아직 실감 못해”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스틸컷.

 

“(상을 많이 줬다고 하는데) 상패는 하나밖에 못 받아서 실감을 못 하고 있어요. 내가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저 ‘나라가 넓으니 상이 많구나’ 하고 있어요.”

배우 윤여정의 말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미나리>(3월3일 개봉)로 미국 내 여러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26개나 받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드라마 촬영 중인 그는 26일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한 <미나리> 감독·배우 기자간담회에서 재치있는 입담을 뽐냈다.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담아 만든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딸 모니카(한예리)와 제이컵(스티븐 연)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순자를 연기했다.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의 면모를 지니면서도 손자에게 화투를 가르치는 등 틀을 깨는 모습으로 영화에 활기를 더했다.

 <미나리> 온라인 화상 기자간담회 장면. 영상 갈무리

윤여정은 순자라는 캐릭터를 정 감독과 자신이 함께 만들었다고 전했다. “처음 정 감독을 만나서 ‘내가 당신 할머니를 흉내내야 하는 거냐?’라고 물으니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했어요. 그래서 연기의 자유를 얻었죠. 사람들은 순자가 코믹하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힘들게 사는 딸을 응원하고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더 그렇게 한 거예요.”

순자가 찐 밤을 자신의 입으로 씹어서 손자에게 먹이는 장면이나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서 자는 장면, “미나리 원더풀”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다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내가 미국에서 살 때, 친구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와서 손자에게 밤을 그렇게 주는 걸 봤어요. 그걸 정 감독에게 얘기했더니 시나리오에 반영했더라고. 또 할머니라면 손자를 침대에 재우고 자신은 바닥에서 잘 것 같다고 했더니 바로 그렇게 세팅을 바꿨어요. 순자가 영어를 못해도 ‘원더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미나리 원더풀’이라는 대사를 했고요. 그러고 보니 내가 한 게 많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정 감독은 ‘실제 할머니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제가 한국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였어요. 교수실 창밖으로 갯벌에서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 조개를 캐는 걸 보고 할머니가 생각났어요. 할머니가 한국전쟁으로 할아버지를 잃고 과부로 어머니를 키우면서 생계를 위해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셨거든요.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내가 여기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 얘기만 하면 자꾸 울컥 하네요.”

윤여정에게서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려선지 정 감독은 마지막까지 그를 각별하게 대했다. 윤여정이 마지막 촬영을 마치자 정 감독은 모든 스태프를 데리고 윤여정의 숙소로 찾아가 큰절을 올린 것이다. 윤여정은 “그의 배려심에 놀랐다. 정 감독이 할머니한테서 배웠는지 큰절을 할 줄 알더라. 가장 기억에 남고, 제일 좋았던 순간이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 감독은 <미나리>가 세계 여러 영화 시상식에서 74개 상을 받은 데 대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이렇게 호평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신기하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이야기, 시대적 상황을 담은 이민자 가족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보통의 가족이 겪는 다양한 갈등과 고충,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사랑하며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해준 것 같아요. 이야기에 공감하면 나라와 국경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자신도 이민자인 스티븐 연은 제이컵을 연기하면서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는 4살 때 부모님과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2세대입니다. 아버지를 볼 때 미묘한 세대차, 문화적·언어적 장벽을 느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이민자 1세대인 아버지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그는 배우로서뿐 아니라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유도 전했다. “미국에서 한국계 배우로 일하면서 소수인종을 다루는 대본을 자주 받았어요. 주로 관객에게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주 관객인 백인에게 주류의 시선으로 설명하려는 거였죠. 그런데 <미나리>는 그런 거 없이 대단히 한국적인 진짜 가족에 대한 이야기여서 깊이 공감했어요. 우리 의도가 영화에 잘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에 프로듀서까지 맡았어요.”

정 감독과 배우들은 현재 뿔뿔이 흩어져 있다.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미국에서, 윤여정은 캐나다에서, 한예리는 한국에서 이날 화상 간담회에 참여했다. 한예리는 영화 촬영 당시 숙소에 모여 함께 밥을 먹는 등 가족처럼 지내던 시간을 그리워했다.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다 같이 밥을 먹던 시간이 너무 그리워요. 지금 한국에 혼자 있으니 너무 외롭고, 다들 보고 싶어요. 어서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져서 다 같이 모여 밥 먹었으면 좋겠어요.” 서정민 기자

11월 유엔 기후변화총회 영국서 개최…홍보대사 블랙핑크
존슨 영국 총리 친서 “기후변화 목소리 내준 것 매우 환영”

 

지난 25일 블랙핑크는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 관저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시점에서 이런 중요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준 것은 매우 환영받을 일입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세계적인 케이팝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지난 25일 블랙핑크는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 관저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존슨 총리 친서를 전달 받았다. 영국은 오는 11월 열리는 COP26 주최국이다.

앞서 블랙핑크는 지난해 12월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서도 기후변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블랙핑크는 이 영상에서 영국에서 열리는 COP26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어·영어 자막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모두 조회수 200만회를 넘겼다. 존슨 총리는 편지에서 “여러분의 ‘Climate Action In Your Area #COP26’ 영상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천만번 이상 조회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주한영국대사관은 블랙핑크와 함께 COP26에 함께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전 세계 모든 블링크(BLINK, 블랙핑크 팬클럽) 여러분들도 우리의 여정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