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아이티인들 도강 막으려

기마 국경순찰대 채찍 휘두르며 돌진해 위협

‘트럼프와 다른 게 뭐냐’ 민주당서도 비판

아이티 위기 미국행 인파에 바이든 ‘딜레마’

 

19일 멕시코와의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아이티인들을 미국 국경순찰대가 내쫓고 있다. 델리오/AFP 연합뉴스

 

말을 탄 국경순찰대원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강을 건너온 아이티 난민들을 내쫓는 장면이 사진과 비디오로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의 국경 지대인 델리오의 리오그란데 강변에서는 지난 19일 아이티인들을 내쫓으려고 기마 순찰대원들이 출동했다.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현장을 보면, 순찰대원들은 말을 타고 아이티인들을 향해 돌진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순찰대원들은 “멕시코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몰아붙였고, 혼비백산한 아이티인들은 말을 피하려다 넘어지고 채찍을 맞지 않으려고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기마 순찰대원들을 동원한 추방 작전은 리오그란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기다리는 인원이 8천여명으로 불어난 가운데 이뤄졌다. 아이티인들은 먹거리와 생활필수품이 부족해 강 건너 멕시코 땅을 오가며 물품을 조달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행을 희망하며 국경 지대로 몰려드는 아이티인들이 늘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최근 아이티인들의 유입을 차단하려고 다리를 막는가 하면, 이들이 통로로 이용해온 댐의 배수로도 차단했다. 또 아이티행 전세기를 마련해 입국이 거부당한 이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최근 델리오의 ‘아이티 난민 캠프’를 10일 안에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국경순찰대원 600명을 증파했다. 다리 밑에서 살아온 아이티인들은 본국 송환을 피해 멕시코 쪽으로 다시 건너가기도 했다.

 

    아이티인들이 20일 아이를 들고 미국-멕시코 국경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고 있다. 델리오/AP 연합뉴스

 

단속 장면이 끔찍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장면은 과거 도망 노예 추격 작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흑인 비중이 높은 나라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의 데릭 존슨 의장은 “아이티 난민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는 아주 소름이 끼친다”며 “이 행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부 국경에서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순간들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쪽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종 혐오적이며 난민법을 무시하는 트럼프식 정책을 지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한테 이민자 문제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말을 탄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다룬 방식은 끔찍했다”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국토안보부가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델리오 현지의 국경순찰대장은 “이주민들은 계속 (미국과 멕시코를) 왔다갔다 한다”, “누가 밀입국자이고 누가 이주자들인지 분간이 안 된다”며 국경순찰대의 행동을 해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그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인도적 난민·이민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델리오에서의 단속 과정은 ‘트럼프 때와 다른 게 뭐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딜레마를 안기는 아이티 난민 문제는 2010년 50만명의 사상자와 18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대지진에서 비롯됐다. 고국을 등진 아이티인들은 브라질이나 칠레 등 남미 국가에서 하층민 생활을 했다. 이들 중 일부가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미국이 자신들을 받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멕시코를 통해 미국 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7월에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되고, 또다른 지진도 이어지면서 나라를 떠나려는 아이티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CNN>은 올해만 해도 미국행을 원하는 아이티인 3만여명이 파나마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에도 미국 입국을 원하는 아이티인이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아이티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려해 미국 영토에 이미 도착한 아이티인들에 대한 임시 보호 조처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도착한 아이티인들은 예외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델리오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이런 가운데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수마일에 걸쳐 주방위군과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차량으로 ‘차벽’을 설치하는 “전례 없는” 월경 방지책 시행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이본영 기자

 

아내 실종사건 은폐 도운 친구 살해…마이크 켜진줄 모르고 "다 죽였지"

 

더스트가 5월 휠체어에 앉아 법정에 출석했을 당시 모습. 이날 평결에는 코로나19 접촉에 따른 격리로 출석하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아내를 비롯한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미국 뉴욕의 부동산 재벌 상속자 로버트 더스트(78)가 친구 살해 혐의에 대해 21년 만에 유죄 평결을 받았다.

 

17일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잉글우드에 있는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 배심원단은 더스트가 2000년 오랜 친구인 수전 버먼(당시 55세)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평결했다.

 

이는 39년간 3개 주에서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더스트가 법정에서 받은 첫 번째 유죄 평결이다.

 

더스트는 1982년 뉴욕에서 아내인 캐슬린 매코맥 더스트가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 18년 뒤 자신의 죄를 은폐하고자 친구인 버먼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왔다.

 

버먼은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더스트는 캐슬린 살해 사건의 은폐를 도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버먼을 살해했다고 검찰은 봤다.

 

더스트는 버먼뿐 아니라 1982년 실종 당시 29세 의대생이었던 아내 캐슬린, 2001년 텍사스 주에서 도피생활 중 자신의 신원을 알아낸 이웃 모리스 블랙까지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더스트는 캐슬린 살해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블랙에 대해서는 기소됐으나 그의 시신을 토막 내 바다에 버린 혐의를 시인하고도 몸 다툼 중 벌어진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번 유죄 평결 직후 캐슬린의 친정 쪽 유족들은 더스트를 캐슬린 살해 혐의로 기소하라고 뉴욕주 검찰에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1급 살인 유죄 평결에 따라 더스트는 내달 18일 선고 기일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 기간 수감 중이던 더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되면서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못했다.

 

더스트는 뉴욕의 대형 부동산 회사 '더스트 오가니제이션' 설립자인 조지프 더스트의 손자이자 시모어 더스트의 아들이다.

 

그는 오랫동안 법망을 피했으나 그의 삶과 범죄 행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 나온 증거로 덜미가 잡혔다.

 

그는 인터뷰 촬영이 끝나고 나서 화장실에서 마이크가 켜진 상태로 무심결에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물론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고 혼잣말을 내뱉었고, 검찰은 이를 자백으로 봤다.

 

'더 징크스'란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2015년 HBO에서 방영됐으며 더스트는 마지막 편이 방영되기 전날 뉴올리언스의 호텔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731부대 죄증 진열관, 만주사변 90주년 맞아 공개

 

731부대가 실시한 '페스트 벼룩' 투하에 따른 인명피해 실험 자료 [중국중앙 CCTV 캡처]

 

일제의 중국 침략 당시 세균전을 담당했던 731부대 부대원이 당시 실험자료를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해 통과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에 위치한 731부대 죄증(罪證·범죄증거) 진열관 측은 최근 731부대원으로 세균 실험에 참여했던 가네코 준이치(金子順一)의 도쿄대 의학박사 학위 인증 자료를 공개했다.

 

논문에는 비행기에서 세균을 뿌리는 방식으로 실시한 실험 데이터가 실려있는데, 페스트 벼룩 5g을 투하할 경우 1차로 감염된 8명이 죽고 607명에게 전염된다는 내용 및 투하량을 늘릴 경우 인명피해 증가 수치 등이 제시돼 있다는 것이다.

 

진열관 측은 "관련 데이터는 1940~1942년 때 것"이라면서 "일제가 지린·저장·후난·장시성 등에서 진행한 세균전 자료로, 일제가 벌인 세균전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논문은 기존에 알려진 것인데, 학위 논문 심사 자료가 공개된 것은 중국 내에서 처음이라는 게 진열관 측 설명이다.

 

진열관 측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9년 논문 심사가 이뤄졌는데도 전문가 27명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면서 "어떠한 비판이나 질책도 없었고 모두 정상이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윤리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혼혈인 초등생 딸 곱슬머리 마음대로 잘라

 "머리 자른 사람 모두 백인,  인종차별 의도"

 학교에는 직원 관리 잘못한 책임 물어

 

   학우, 교직원에게 머리카락을 잘리기 전 저니 호프마이어(7)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혼혈인 여학생의 머리카락이 부모의 허락도 없이 잘려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는 딸의 머리카락을 자른 친구와 교직원이 모두 백인으로 인종차별적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8일 AP통신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시간주에 사는 학부모 지미 호프마이어는 지난 14일 딸 저니(7)가 다녔던 마운트플레전트 가니어드 초등학교와 도서관 사서, 수업 조교 등을 상대로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3월 저니는 통학버스에서 학우에게 가위로 머리의 한쪽 면만 잘린 채 하교했다.

 

이에 아빠인 호프마이어는 학교 측에 항의한 뒤 딸을 미용실로 데려가 머리 모양이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다시 머리를 잘라주었다.

 

그런데 이틀 후 딸의 반대쪽 머리카락도 뭉텅이로 잘린 채 울면서 하교하는 일이 또 발생,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학생이 아닌 학교 도서관의 사서가 딸을 미용실로 데려가 머리를 자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 역시 혼혈인 호프마이어는 처음 딸의 머리카락을 무단으로 잘랐던 아이와 미용실로 딸을 데려간 사서 모두 백인임을 알게 됐다.

 

머리카락이 짧게 잘린 저니 호프마이어(7) [지미 호프마이어 인스타그램(@jimmyhoffmeyer) 캡처]

 

학교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 호프마이어는 딸과 관련된 사서와 친구, 학교의 대응이 혼혈인 딸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이며, 이로 인해 딸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딸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겼으며 폭력을 행사했다면서 "학교가 직원들을 적절히 교육하고 관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인종차별과 관련된 호프마이어의 주장을 부인했다.

 

지난 6월 학교 이사회는 조사에 착수해 저니를 미용실로 데려간 사서에게 엄중하게 경고했으며, 사안을 인지했지만 보고하지 않았던 직원 2명을 포함해 총 3명이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의 허락 없이 아동의 머리를 자르게 한 행동이 학교 정책을 위반한 것이지만, 선한 의도에서 비롯됐으며 인종차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호프마이어는 딸을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