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27일 윤미향·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박덕흠·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돌입했다.
국회 윤리특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상정했다. 지난해 11월, 네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이 윤리특위에 상정된 지 두달여 만이다. 앞서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박덕흠·윤미향·이상직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윤리특위에 건의했다. 윤리특위는 네 의원의 징계안을 모두 상정하되, 성 의원의 경우 소명 내용에 비춰볼 때 징계 사안으로 볼 수 없다는 자문위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추경호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특위 위원 4명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 소집을 통보해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추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여당이 일방적으로 회의 일시를 정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혹시라도 거대 여당이 180석 의석을 무기로 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하려고 하는, 버려야 할 행태가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는다”고 항의했다. 다만 그는 “설 연휴가 지나고 바로 (회의를) 잡으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특위는 앞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징계안을 심의 한 뒤 최종적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기간 중 열리는 본회의에서 징계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윤리특위 여당 쪽 간사인 한병도 의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다음 본회의 때까지는 서둘러서 처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진행할 것”이라며 “(본회의 날짜는) 다음달 8일 야당과 만나서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리특위가 자문위 의견대로 세 의원의 제명안을 과반 동의로 의결하면, 본회의 재적 의원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라 제명안이 처리된다. 심우삼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20년 12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약 2년5개월만의 일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업무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쟁점이 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PC)의 증거능력을 1, 2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 당시 강사휴게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동양대 조교에게 강사휴게실 피시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받고, 포렌식 과정에서 정 전 교수 등을 참여시키지 않았는데, 정 전 교수 쪽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의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한 휴대전화 등을 탐색하거나 복제 및 출력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을 들어 대법원이 강사휴게실 피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전 교수 쪽 주장과 달리 강사휴게실 피시와 그 안에 담긴 자료가 정 전 교수 소유 및 관리에 속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강사휴게실 피시는 동양대가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했기 때문에 정 전 교수가 피압수자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또는 근접 시기까지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 또는 관리하면서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한 경우”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원합의체 판결 주심과 이번 사건 주심 모두 천대엽 대법관이다.
정 전 교수는 딸 조아무개씨의 동양대 표창장 등을 위조하고 자녀 입시 과정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와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2차 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 관련 호재성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1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4천여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남편인 조 전 장관과의 공모도 인정했다. 다만,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가운데 1심이 유죄로 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등을 일부 무죄로 판단해 벌금 5천만원, 추징금 1천여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 판단은 자녀입시 비리 혐의로 정 전 교수와 함께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교수의 법률대리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피고인을 변론해 오면서 느낀 마음은 ‘참 불쌍하다’였다. (대법원 판단에) 안타깝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려 “고통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오늘 저녁은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을 같이 먹을 줄 알았으나, 헛된 희망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동안 음양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대선에 집중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썼다. 전광준 기자
조국 "가족의 시련은 저희가 감당…대선에 집중해달라"
김용민 "재판운 · 판사운이라는 말 사라지는 세상 만들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부인 정경심(60) 전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참으로 고통스럽다"며 심경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저녁은 가족이 모여 밥을 같이 먹을 줄 알았으나 헛된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가 정 전 교수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린 지 약 4시간만에 나온 입장이었다.
조 전 장관은 지지자들을 향해 "음양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대선에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선진국 대한민국이 대선 결과 난폭 후진하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 가족의 시련은 저희가 감당하겠다. 송구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 전 교수의 업무방해,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증거인멸·증거은닉 교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재판운, 판사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만들겠다"며 "진실과 무관하게 오로지 판사 성향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판결은 사법개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을 비롯한 일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펴낸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고 쓴 바 있다.
허탈한 정경심 전 교수 지지자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가 1·2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 전 교수 지지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다
‘뇌물 혐의’ 김학의 무죄…사업가 증언 신빙성 불인정
파기환송심서 뇌물 혐의 무죄 선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가운데)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수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이 이는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진술을 재판부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은 이 사건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인에 대한 회유,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을 명확히 해명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사업가 최씨로부터 2003~2011년 49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천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강원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당초 검찰은 ‘별장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2013년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에 따라 2019년 6월에서야 그를 기소했다. 이후 1·2심은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는 ‘면소’ 판결을 했다.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4300만원을 받은 혐의는 2심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차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가 1심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고, 2심에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최씨의 법정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최씨가 검사와 ‘사전면담’하는 과정에서 증언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전면담이란 증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 전, 검사가 검찰 쪽 증인을 만나 질문할 내용을 미리 설명해주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을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에서 최씨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말 최씨를 증인으로 불러 검사의 회유가 있었는지 등을 비공개 신문했고, 이날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유도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최씨와 검사의 사전면담 과정에서 검사가 재판장 허가 없이 최씨에게 진술조서를 보여준 것을 두고 “증인 입장에서는 법정에서도 진술조서 내용에 따라 진술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증인신문 녹취서 원본은 법원에 있으니 그 내용을 확인하려면 법원에서 열람하면 되는데도 검사가 증인 사전면담 과정에서 이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최씨는 파기환송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전면담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재판부는 △최씨가 사전면담 당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뚜렷하게 진술하지 못해 검사의 회유·압박이 있었는지가 해명되지 않았고 △검사가 증인 사전면담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아 회유가 없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씨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민정 기자
“뭉개고 봐주고”…김학의 수사 9년 ‘별장 성폭행’ 단죄 없었다
2013년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 뒤 검찰 두 차례 무혐의 결론
경찰 내부 “수사방해 · 봐주기” 비판…27일 고법 파기환송심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파기환송심 판단이 27일 나온다. 2013년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가 ‘별장 성폭행’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9년 만에 형사 처벌 절차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검찰의 노골적인 뭉개기·봐주기 수사로 그를 둘러싼 의혹의 진상 규명과 단죄는 사실상 실패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는 27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김 전 차관의 혐의는 크게 3가지다.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2006∼2007년에는 강원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 △2003∼2011년 사업가 최아무개씨에게 49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다.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의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은 의혹이 제기된 다음 날 법무부 차관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같은 달 20일 경찰 수사팀이 이 사건을 내사에서 정식 수사로 전환하자, 다음 날인 21일 김 전 차관은 전격 사퇴했다. 별장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그해 7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특수강간 혐의 등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피해자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해 진술의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이 든 이유였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수사 방해에 이은 봐주기 수사”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신청한 김 전 차관에 대한 통신사실조회 4차례, 압수수색영장 신청 2차례, 출국금지 요청 2차례를 모두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원주 별장 등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한 이아무개씨가 2014년 김 전 차관 등을 다시 고소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해 12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김 전 차관에 대해 또다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김 전 차관을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이씨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피고소인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는 2018년 4월 이후 다시 찾아왔다.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권고하면서다. 김 전 차관은 이듬해 3월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타이로 출국을 시도했으나, 법무부의 긴급 출국금지 조처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수사를 벌인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2019년 6월4일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이어진 재판에서 1심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면소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별장 성폭행’ 의혹은 공소시효 만료로 유·무죄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진상 규명과 단죄의 시기를 놓친 것이다. 2심 역시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윤씨에게 3천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별장 등에서 13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면소 판결했다. 다만, 사업가 최씨에게 받은 4900만원 가운데 4300만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윤씨와 관련한 성접대 의혹과 뇌물수수 혐의는 원심 판단에 따라 무죄와 면소를 확정했다. 그런데 2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최씨 관련 뇌물 혐의는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파기했다. 최씨가 재판 전에 검사를 만난 뒤 법정에서 진술을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아, 검사가 최씨를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검찰이 최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직후 “증인을 상대로 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달 최씨를 증인으로 불러 비공개로 검찰의 회유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최씨가 법정에서 한 증언의 신빙성을 법원이 인정하는지에 따라 김 전 차관의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환기시킨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검찰이 제때, 제대로만 수사했다면 진상 규명과 그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검찰이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보인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 내에서는 김 전 차관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한 일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진 이도 없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2020년 10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마땅히 있어야 할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우리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는 사건”이라며 반성을 촉구하는 뜻을 밝힌 글을 올린 것이 사실상 전부다.
다만, 김 전 차관의 기습 출국을 막은 조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다. 정유미 광주고검 검사가 지난해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문서를 조작해서 출국금지를 해놓고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 하고 있다. 내가 몸담은 20년간 검찰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적은 글이 대표적이다.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 긴급 출국금지를 한 의혹이 제기된 이들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 수사팀(부장 이정섭)은 지난해 4월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당시 긴급 출금 대상이 아닌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을 강행하며, 신청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차 전 본부장은 이 검사가 보낸 요청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승인한 혐의와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에게 김 전 차관의 개인 정보를 177차례 무단으로 조회하게 하고 이를 보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지난해 5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고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사법농단 첫 유죄’ 이민걸·이규진, 항소심서도 일부 유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법관 14명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법관 2명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혐의 가운데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며 형량은 낮아졌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앞서 1심에서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실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와 특정 사건의 결론에 대해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한 혐의로,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파견 법관들을 동원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실장이 전문분야 연구회에 중복 가입한 법관들을 상대로 한 중복가입 해소조치의 실질적인 목적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였다고 본 1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당시 중복가입금지조항이 있었다는 점 등이 항소심 재판부가 든 이유다.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법관의 재판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에 속한다고 볼 수 없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는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재판부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지적사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어서 직권남용이 성립한다는 근거를 들어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들과 함께 재판을 받은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 전 법원장은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받고 자신이 담당한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민영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기존의 청와대 조직을 해체하고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 조직의 힘을 빼는 방식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민관합동위원회 구성과 대통령 집무실 이관을 뼈대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윤 후보는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을 비서실장, ‘정예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가 함께 하는 방식으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관합동위에는 학자, 전문가, 언론계 인사 등이 ‘사외이사’처럼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고, 주요 현안이나 미래전략 별로 운영되는 티에프(TF)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제왕적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 인재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열린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사실상의 ‘청와대 내각’이 형성돼 국정을 주도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국민과 대통령을 갈라놓고 주변을 둘러싼 소수의 측근들이 내각의 업무를 일일이 지시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 국정계획의 핵심은 민관합동위원회다. 그는 “코로나19 재앙이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불가역적 변화’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는 출범하게 된다. 공무원들끼리만 모여서는 문제 해결과 대안을 만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정의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은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들과 민간의 인재들이 하나로 뒤섞여 일하는 곳으로 확 바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에도 청와대는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참모들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감염병 문제를 예로 들면, 청와대 참모들이 복지부와 얘기해서 의사결정 하는 게 아니어서 전문가들에 의해 많이 비판을 받는데 그걸 미리 수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참모들이 합동위원회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관합동위원회에 힘을 싣고 대통령의 참모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윤 후보는 “국가적 어젠다를 추출해 어떻게 추진해나갈지 관리하고 이행·점검해서 민관이 합동으로 국정을 운영해나가고 대통령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밀 사안은 정부조직 안으로 이관해 관리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계획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후보가 공약 회의 때 여러 차례 민관합동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며 “일부 비선들이 주요 중장기과제 등을 좌지우지 못 하도록 투명화시키고, 각 분야의 아이디어를 넓게 청취해 반영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참모는 그동안 직급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국정운영 효율을 위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참모조직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여전해 보인다. 선대본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선언적인 의미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부 조직의 힘은 커질 수밖에 없어 풍선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태껏 민관협동 구조에서 민이 관에게 많이 밀려온 게 현실”이라며 “(실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그동안 없던 모델이라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런 구상에 맞춰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청와대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국민은 늘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대통령도 늘 국민과 소통하며 일할 것”이라며 “당장 인수위 때 준비해서 임기 첫날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관저는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삼청동 총리공관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 부지는 우선 개방한 뒤 국민의 뜻을 수렴해 용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청와대 전체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기존 청와대 부지 주변에 설정된 각종 군사규제, 건축규제 등은 이에 따라 대폭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윤석열 또 7글자 ‘주식양도세 폐지’…“큰손만 이익 볼 수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폐지 ‘부자 감세’ 논란
‘7자 공약’ 자세한 내용 없어 파악 어렵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과세 원칙 어긋나 비판
지난달 발표한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은 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를 전면 폐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이익을 거둔 개인투자자에 대해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공약으로 보이지만, 실익은 큰손 투자자에게 돌아가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일곱자 공약을 올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주식거래가 큰 손이나 작은 손·일반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가 돼야 일반투자자도 수익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주식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이번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증권거래세가 있는 상황에서 주식양도세까지 도입하면 이중과세가 된다는 이유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는 양도세를 전제로 발표한 공약”이라며 “(이날 공약은) 증권거래세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양도세는 폐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개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대주주 지분율이라든지 보유 금액 관계없이 양도세를 전면 폐지한다는 게 윤 후보의 입장”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국내 주식을 종목당 10억원을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에만 대주주 요건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역시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세법을 고쳐 대주주(종목당 10억원 이상)만을 상대로 한 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을 확대해 2023년부터 개인투자자에게도 연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최대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소액 개미투자자들이 반발했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주식양도세가 신설되는 대신 증권거래세율이 현행 0.25%에서 0.15%로 낮아지고 주식양도차익은 5000만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개미투자자의 세 부담은 감소한다고 설명해왔다.
윤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이런 현 정부 방침을 뒤집는 것은 물론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세마저 전면 폐지를 약속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대선 후보들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입을 닫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년부터 시행할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물론 대주주에 대한 과세마저 폐기하는 것이어서 불만이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일곱자만 발표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할 계획이고 5000만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데, 이를 폐기하는 것은 형평성은 물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1년에 주식 양도차익으로 5천만원 이상을 얻는 투자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대주주마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득에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과도 어긋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주식 양도세는 일반 개미투자자와는 상관이 없어 없앨 경우 ‘큰 손’들만 이익을 볼 수 있고, 세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폐지는 쉽지 않다”며 “자세한 내용이 없어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납세기준을 바꿀 가능성이 큰데도 폐지라고 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너무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정책본부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배당소득 등은 금융투자 소득에 의해서 종합 과세가 되게 된다”며 “오히려 양도세 과세로 투자자들이 외국시장으로 빠져나가면 그 피해로 한국 증시 자체의 추락이 더욱 가속화되고 개미투자자들이 막판 덤터기를 쓰게 된다. 이게 꼭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은 개미투자자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도 “우리나라 증시가 상당 부분 올라갈 때까지는 증권 거래세만 남겨 놓고, 모든 기업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우리 증시가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 오게 되면 통상 종합과세 방식으로 설계하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해정 이정훈 기자
윤석열 “김종인 ‘연기’ 발언 기분 안 나빠…연기도 쉬운 게 아냐”
‘김건희 7시간 통화’에 “이런 상대와 통화 적절치 않아”
MBC 보도엔 “공영방송 윤리 측면에서 부적절”
<에스비에스>(SBS)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연기만 해달라’는 발언에 대해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개편하며 김 전 위원장과 ‘결별’한 것이 해당 발언 때문이었다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 후보는 27일 <에스비에스>(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의 ‘연기만 좀 잘해달라’는 게 (윤 후보를) 자극했다는 기사가 많았다. 그 발언이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선거운동조직이 정말 잘 해줘서 (후보가) 연기만 할 수 있으면 굉장히 편하고 좋다. 연기도 쉬운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떤 기획사나 영화사가 있다고 할 때, 정말 뛰어난 배우 하나로 그 영화사나 관련 산업이 먹고 사는 것”이라며 “연기를 제대로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고 그야말로 대체불가능한 하나의 기량이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대통령도 그렇지 않겠나. 정말 참모조직이나 이런 데서 수정을 안해도 될 만큼 잘 해서 오면 (대통령이) 필요한 다른 일을 더 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 얘기에 기분 나빠하거나 해서 일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에게 선대위 개편을 주문하며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윤 후보 측근들 사이에선 ‘쿠데타’ ‘상왕’ 등 김 전 위원장을 비판하는 발언이 터져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이틀 뒤인 5일 “대통령 당선을 위해 선대위 개편을 하자는 것인데, 쿠데타니 상왕이니 이런 소리를 하고,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스스로 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김 전 위원장의 ‘연기’ 발언이 윤 후보를 기분 나쁘게 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이 격화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무속신앙 논란’에 대해 “다른 분들이 그런 얘길 하신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갖게 된 것에 대해 좀 저도 송구한 마음을 갖겠는데, 민주당은 뭐 선거 때마다 무속위원회도 구성하고, 위원장도 발령을 내는 입장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걸(무속) 뭐 공적인 의사결정하고 연결짓는다는 것 자체는 좀 지나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검사의 배틀필드는 법정이라고 얘기를 하고 살아왔다. 거기에서 다른 어떤 불합리한 요소가 게재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배우자 김건희씨와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 대해선 “(김씨가) 왜 이런 상대하고 통화를 이렇게 장시간 했는지, 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적인 통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등) 도덕적으로 맞지 않는 걸 공영방송이 저렇게 보도하는 것 자체가 방송의 윤리·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 성일종 단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후보 TV토론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주혜 의원, 성일종 단장, 황상무 특보.
국민의힘이 27일 더불어민주당에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사이의 양자토론을 “방송사 중계 없이 열자”고 주장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한다며 양자토론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 취지를 부정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또 28일로 예정된 대선 후보 4자토론을 위한 실무협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설 연휴 기간 텔레비전 토론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티브이(TV) 토론 협상단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서 양자토론을 개최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며 “법원 가처분 결정 취지는 방송사 초청 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한 토론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윤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에서 공영 매체가 초청하는 식은 곤란하다고 판결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면서 양당 합의 사항은 이행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선 때 다자토론을 해 보니 상대에 대한 여러 생각 등에 대한 검증과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더라”는 이유를 댔다. 사실상 ‘4자 토론 무용론’을 꺼내들었다. 전날 “국민이 대선 후보의 정견과 입장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어느 형식의 토론이든 상관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나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법원은 전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낸 텔레비전 토론회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영향력이 막대한 텔레비전 토론에서 배제된 후보자는 향후 선거 구도에서 불리해질 수 있고, 유권자의 알 권리 역시 침해당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은 선거법에 규정된 언론사 초청 토론회 형식 대신 ‘자체 토론’을 요구했다. 후보 간 토론이 성사되면 언론이 취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결국 법원의 결정 취지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협상단에 속한 전주혜 의원은 “(양자토론) 중계는 어디서 해도 괜찮다”고도 말했다.
국민의힘 쪽에선 윤 후보의 양자토론 전략이 ”이 후보와 맞대결에 자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내심으로는 4자토론 구도에서의 집중 공격 당할 우려와 티브이(TV) 토론 진행자에 대한 불신 등이 작용한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편파적인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신뢰감이 없어서 방송사가 주도권을 갖게 하는 게 맞느냐는 불신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단일화 가능성이 살아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참여하는 토론이 안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한목소리로 “사실상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 후보에게 “해치지 않을 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2자토론으로 도망가지 마시라”고 했고,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도 “법원 결정도 따르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극치”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국민의 운명을 책임질 후보들을 국민에게 비교·분석할 기회를 많이 드리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이 후보는 윤 후보와 (31일) 양자토론도 진행하고, 4자토론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4자토론이 무산될 경우에도 양자토론을 수용할지 여부엔 말을 아낀 것이다. 박주민 민주당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는 4자토론도 하고 양자토론도 한다는 것 외에 더 말할 것이 없다”며 “내일(28일) 4자토론 실무협의 결과를 보고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갖은 꼼수로 양자토론을 추진하는 속내는 분명하다. 질문을 던질 후보 수를 줄여 양강 구도를 고착화하고 유권자의 선택지를 좁히겠다는 것”이라며 “‘될 사람을 밀어주는’ 식의 폭력적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다양한 방식의 티브이 토론에 여러 후보들이 참여해 정책을 비전을 놓고 토론한다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제20대 대선을 ‘정책 선거’로 전환할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방송사 주최 다자토론회에 적극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김미나 송채경화 기자
국힘, 대선후보 TV토론 실무협상 불참통보…'31일 4자토론' 무산
국힘 '31일 양자 토론' 우선 …민주는 '양자 · 4자 동시' 수용 입장
국민의힘이 지상파 방송 3사 주관으로 28일 진행되는 대선후보 4자 토론 실무협상에 불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설 연휴 기간인 31일에 4자 TV토론이 열리는 것은 사실상 무산됐다.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룰 미팅은 오는 31일 4자 TV토론을 전제로 하자는 것이어서 KBS 측에 국민의힘은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앞서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에 오는 31일 또는 2월 3일 대선 후보 4자 토론을 여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28일 열 것을 요청했다.
법원이 양자 TV토론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양자 토론이 불발되자 4자 토론을 여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3당은 이 제안을 수용하면서 31일 개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국민의힘을 뺀 3당만 토론을 진행할지, 아예 연기될지 등은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이 4자 토론 실무협상에 불참을 통보한 것은 '양자토론 우선'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민주당에 31일 국회나 제3의 장소에서 TV 중계가 없는 양자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31일 양자 토론을 수용하면서도 같은 날 4자 토론도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심상정 “윤석열 양자토론 궁색한 꼼수…해치지 않으니 도망가지마”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오는 31일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토론을 거듭 제안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해치지 않을 테니 도망가지 말라”며 4자토론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심 후보는 27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님, 심상정은 물지 않는다”며 “해치지 않을 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2자 토론으로 도망가지 마시고 4자 토론에 나오셔도 괜찮다”고 적었다. 지상파 방송3사가 주최하는 양자토론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지만, 국민의힘이 방송사가 중계하지 않는 별도의 양자토론을 요구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심 후보는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82조에 의거한 대통령 선거 토론회 대상 후보자 자격은 △국회의원 5인 이상을 보유한 정당 추천 후보자 △직전 대통령선거 등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 추천 후보자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자”라며 “이는 다당제 정치 현실, 토론 활성화 필요성, 선거운동의 기회균등 보장 등을 감안하여 법으로 정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법원은 합리적 근거 없는 양자토론이 평등권과 공직선거법상 토론회 참여권,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음을 명확히 밝혔다”며 “늘 법대로 하겠다는 윤 후보께서 왜 토론은 법대로 못하겠다는 것인가. 불리하다 싶으면 탈법하고, 민주주의마저 부정하는 게 윤석열의 공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채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