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정책을 계엄군에 빗댄 만평 논란 만평 삭제와 ‘입장문’ 발표에도 비판 이어져 2면에 “부적절 만평 사과…재발 방지 약속”
<매일신문>이 19일 신문에 실은 만평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 모습 사진. 5·18기념재단 제공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은 <매일신문>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앞서 매일신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을 폭행하는 계엄군에 빗댄 만평과 관련한 비판이 일자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지만, 사과문은 처음이다.
매일신문은 29일 신문 2면에 사과문을 내고 “3월19일자 매일신문 26면 ‘매일희평’과 관련, 많은 분들로부터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고 아직도 그날의 아픔으로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시는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지적과 질책, 그리고 비판을 받았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 만평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부상자 여러분들에게 그날의 상처를 다시 소환하게 만든 점을 깊이 사과드립니다”며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만평 게재 뒤 매일신문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됐고, 언론시민단체와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5·18기념재단과 관련 단체들도 비판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매일신문은 만평 게재 다음 날 온라인에서 만평을 삭제한 뒤 21일에는 ‘3월19일자 매일희평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입장문에도 “이날 만평이 저희의 보도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라고 했지만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이라는 입장을 설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입장문 발표 뒤에도 각계의 비판은 계속됐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24일 주한 교황대사와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 “시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매일신문 측은 진솔한 사과와 반성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력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했다. 매일신문 소유주는 천주교 대구대교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며, 매일신문 사장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매일신문은 29일 사과문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도 사회적 공감대와 상식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5·18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의 지적을 인용했다.
매일신문은 또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앞으로 신문 제작 과정에서 유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현재 운영 중인 사내 심의기구의 활동을 지면제작 사후 평가에만 그칠 게 아니라 사전에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매일신문의 사과문은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김효실 기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군부 쿠데타 정권의 탄압이 극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찰의 총격으로 첫 희생자가 발생한 이래 300여명에 이르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급기야 집에서 아버지 품에 안겨 있던 7살 어린이가 총에 맞아 숨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로욜라 동산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미얀마 청년 세명과 서강대 재학생이 함께한 이 기도회에서 김상용 서강대 교목처장과 참석자들은 쿠데타에 항거하다 희생당한 미얀마 시민들을 추모하고, 군경의 폭력 중지와 불법 구금자 석방을 촉구했다.
‘80년 광주’와 닮은꼴인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함께하려는 이들은 재한 미얀마인과 30여개 한국 시민단체가 만든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지와 후원에 동참할 수 있다. ‘해외주민운동연대’(KOCO)에 민주화 지지 영상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면 미얀마어로 번역해서 미얀마 시민에게 전달해준다.
지난 17일 이후 미얀마에서는 친군부 매체를 제외한 모든 매체가 폐간되었다.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와 보도를 이어가는 ‘미얀마 나우’에 직접 후원할 수도 있다. 영구집권을 위한 군부 쿠데타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 걸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오늘의 광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있다. 장철규 기자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성명에서 ‘동해’로 표기한 것을 ‘일본해’ 등으로 표기했어야 했다며 정정했다고 <교도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후에 낸 성명에서 “우리는 동해상(the East Sea)으로 발사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수역을 ‘동해’로 표기했다.이에 대해 사카이 마나부 일본 관방부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해(the Sea of Japan)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일본) 입장”이라며 미국 정부에 일본의 입장을 전달해 정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동해’ 표기와 관련해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해’ 또는 ‘한반도 동쪽 바다’로 표기했어야 했다”며 정정문을 발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소연 기자
광주시민들이 2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미얀마 광주연대 제공
미얀마 군부의 학살 행위를 규탄하고 미얀마 민주항쟁을 지지하기 위해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활용한 영상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지지 광주연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광주시민들이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부터 천주교·기독교·불교·원불교 등 종교계 대표와 장애인·노동계·여성계·교육계 인사 99명은 지난 24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활용해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미얀마인 1명과 광주시민들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부른 이 노래는 영상으로 제작돼 민주화 투쟁에 나선 미얀마 민중들에게 전달된다.
2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진행된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 제작에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오른쪽)씨가 참여했다.
이번 영상은 미디어협동조합 ‘찰나’와 지역 영화감독·음악인 등이 협력해 제작한다. 1절은 한국어, 2절은 미얀마어로 부르며, 다음주께 제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는 영상을 미얀마 민주화운동 관계자 쪽에 전달할 예정이며,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송출해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호소할 예정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문화재단도 <세이브 미얀마, 리멤버 광주>를 주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어 부르는 영상을 만들어 다음 달 초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 27일 오전 11시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집회 참석자를 99명으로 제한한다. 광주연대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할 예정이다. 정대하 기자
미인대회 출전 미스 미얀마, 국제사회에 "우리 국민 도와주세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후 시민 320명 사망… "평화가 필요해"
미스 미얀마, 국제사회에 "우리국민 도와주세요" [인스타그램 @hann_may]
국제 미인대회에 출전한 미얀마 대표 여성이 국제사회에 반(反) 쿠데타 시위 중인 자국민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출전한 미얀마 대표 한 레이는 전날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많은 사람이 군부의 총에 맞아 죽고 있다. 우리 국민을 도와달라. 제발 살려달라"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전날까지 시민 320명이 군경의 발포 또는 폭력으로 사망했다.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한 국제 미인대회로, 미스 유니버스, 미스월드 등과 함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올해 대회에는 63개국 대표들이 참가했으며 미얀마에서는 양곤대 심리학과 학생인 한 레이가 출전했다.
한 레이는 "양곤대 학생들 또한 군부에 의해 구금됐다"며 "민주주의에서는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미얀마에서는 자유가 없다. 그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얀마 국민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며 "나는 미얀마 대표로서 전쟁과 폭력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미인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평화의 여신을 표현한 의상…미얀마에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 [인스타그램 @hann_may]
한 레이는 24일 진행된 각국 전통 의상 심사에서는 황금 의상을 입고 '평화의 여신'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계 모든 사람이 평화를 원한다"며 "이 의상은 현재 미얀마 사태에서 가장 필요한 '평화'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 레이는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페이스북 등 SNS에 시민불복종 운동 상황에 관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달 11일 올린 게시물에서도 "'봄 혁명'의 모든 영웅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군부는 평화롭게 시위하는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 제발 민주주의를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인스타그램 @hann_may]
이재명 면담한 국내 미얀마 활동가, 군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수배
소모뚜 공동대표 등 2명 2번째 수배 “영광이다. 조국 위해 싸울 것”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2차 총궐기가 있었던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북동부 샨주 타웅지에서 경찰이 반쿠데타 시위 참가자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타웅지/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군부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얀나잉툰과 소모뚜를 군 명예훼손 혐의로 지명 수배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만나서 미얀마 상황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다.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는 25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이 이틀 전 국영신문을 통해 미얀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군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소모뚜 등 공동대표 2명을 지명 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미얀마 국내를 통해 받은 현지 신문에는 소모뚜 주한 미얀마 노동복지센터 운영위원장과 얀나잉툰 민족민주연맹(NLD) 한국지부장의 한국 내 직함과 함께 이들의 나이, 주소, 가족 관계와 함께 혐의 내용 등 수배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 실렸다. 미얀마 군부는 현지 신문에서‘소모뚜 등이 경기도지사인 이재명을 만나서 미얀마 상황을 국제사회가 오해할 수 있도록 왜곡해서 이야기했고 군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정범래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 등과 함께 경기도청을 방문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국내 미얀마 출신 등록 외국인의 절반가량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큼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경기도에는 전국 미얀마 출신 등록 외국인 2만4985명 중 약 45%가량에 달하는 1만130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96%가량이 제조업 등 사업체가 많은 지역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미얀마는 40여년 전 5월의 광주다. 국민 스스로 만든 정부를 무력에 의해 전복하고 군사정권 지배체제로 만드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며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과 은폐가 있었으나 민중들의 투쟁으로 제대로 된 민주 시스템을 갖췄는데, 미얀마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민중들의 의지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모뚜 공동대표는 이에 “앞으로 미얀마 국민이 군부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경기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 지사는 참석자들과 함께 미얀마 민중의 저항을 상징하는 ‘손가락 3개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함께 하기도 했다.
자신의 2번째 수배소식을 전해 들은 소모뚜 공동대표는 “미얀마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에 의해 다시 수배된 것이 영광이다. 수배한다는 것은 그만큼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에 우리가 위협되는 것 아니냐.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소모뚜 등은 지난달 초 군부 쿠데타 사건 발생 직후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를 결성해 군부 규탄 시위 및 성명 발표하고 지난달 공무원 등 현지 시위대 지원을 위해 2억5천만원의 성금을 모금해 미얀마 국내로 송금했다가 군부에 의해 수배를 당한 바 있다. 홍용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