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농업기구·세계식량계획 등 보고서

영양결핍 인구 비율 아·태 지역서 최고

 

북한 주민 절반가량이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세계보건기구(WHO)·유니세프(UNICEF)20(현지시간) 공동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식량안보와 영양내용을 보면, 2017~2019년 북한 주민의 47.6%가 영양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아·태 지역 30여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동티모르(30.9%)와 아프가니스탄(29.9%), 몽골(21.3%)이 북한의 뒤를 이어 영양 부족 인구가 많았다.

보고서를 보면, 북한 6~23개월 영유아 중 최소 허용 식단’(MAD·Minimum Acceptable Diet) 이상의 식사를 하는 비율은 28.6%에 불과했다. 최소 허용 식단은 영유아들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최소 식단 다양성’(MDD·Minimum Diet Diversity)최소 식사 빈도’(MMF·Minimum Meal Frequency)를 반영해 계산된다. 하루 최소 4개 식품군을 섭취했는지 식사의 질을 평가하는 최소 식단 다양성에 부합하는 식사를 한 북한 영유아는 약 46.7%로 추산됐으며, 하루 최소 필요한 식사 횟수(모유 수유 때는 2~3, 비수유 때는 4·MMF)에 해당하는 식사를 한 북한 영유아 비율은 75%로 조사됐다. 최소 식사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북한 산모들이 6개월 미만 영아에게 완전 모유 수유를 하는 비율이 71.4%, 지역에서 네 번째로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돌이 지나서도 모유 수유를 하는 북한 산모는 68.8% 정도로, 지역에서는 중간 정도를 기록했다.

이를 수치들을 종합해보면, 북한 영유아 영양 부족은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소 식단 다양성을 만족하는 식사의 경우 도시(53%)와 농촌(37%)의 격차가 컸다.

이런 가운데 5살 미만 북한 아동의 연령 대비 발육(신장)이 부진’(stunting)한 비율은 19.1%, 이 지역 35개국 중 20번째를 차지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평균보다는 낮았다. 5살 미만 아동 가운데 신장 대비 몸무게가 적은’(wasting) 아동의 비율은 2.5%, 조사 대상국 중 낮은 수준을 보였다. 김지은 기자


세월호 7시간’  관련 재판 개입 임성근 · 이동근 판사 사직 앞둬

아무 책임 안지고 전관될 상황탄핵소추 발의 필요인원 넘어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오른쪽 두번째부터),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농단 법관 탄핵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탄희(더불어민주당류호정(정의당강민정(열린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 107명의 국회의원이 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제안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 필요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을 넘는 숫자여서 사법농단 판사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이들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도 인정한 헌법위반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의 의무라며 국회의 직무유기 상황을 중단하고, 헌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자기 직무를 다하는 국회의 모습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107명의 의원이 탄핵을 촉구한 법관은 곧 사직이 예정돼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임 부장판사는 2014~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재판장이었던 이 부장판사에게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행적 관련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입증된 것을 밝히라고 하는 등 재판 진행에 간섭하고, 본인이 판결 선고문을 미리 받아 직접 수정본을 만들기도 했다. 선고 당일 가토 전 지국장을 선처해달라는 외교부 뜻도 알리라고 했다. 이런 지시대로 이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수정하고, 선고 과정에서 외교부가 선처를 탄원한다는 내용을 실제로 공개한 사실이 직권남용 재판에서 인정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형사책임을 묻긴 어렵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피고인의 요청은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 관여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시했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탄핵 요건이 갖춰진 것이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판사 연임심사를 포기하면서 2월 말 임기 만료로 사직하고, 이 부장판사가 낸 사직서도 오는 28일 수리될 예정이다. 사법농단이 드러나 법정에 섰지만 무죄라는 면죄부를 받으면 법복을 벗은 뒤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 개업이 가능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위헌적 행위를 확인한 임성근 부장판사 등을 탄핵해 반헌법적 재판 개입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게 107명 의원들의 뜻이다.

2018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재판 개입은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뜻을 모았고 20대 국회에서도 이를 논의했지만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의석만으로 탄핵소추안 의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단독 의결도 가능한 과반 의석을 얻었지만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판사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이탄희 의원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국회가 헌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자기 직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정환봉 기자

 

이탄희 제안처럼 민주당은 사법농단 법관 탄핵에 나설까?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107명 의원의 의견을 모아 사법농단연루 판사 2명의 탄핵을 공개 제안하면서 실제로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와 탄핵 의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제안자들이 탄핵안 발의 정족수(재적의원 100명 이상)를 넘는 수치인데다, 174석을 가진 여당 의석만으로도 탄핵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찬성)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해결에 집중할 시기에 전례 없는 법관 탄핵 시도가 사법부 독립성 저해라는 논란을 낳을 우려 등이 있어 탄핵에 신중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일단 다음주 의원총회에서 법관 탄핵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날 탄핵 제안에 이름을 올린 107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96명이다. 민주당 전체 의원 174명 중 절반이 넘는 규모가 탄핵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이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제안하자 의원들이 취지에 동의하며 동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도 법관 탄핵 시도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해 탄핵안 발의 대신 탄핵 제안의 형태를 취했다. 민주당 전체의 탄핵 추진 의지가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안부터 발의하면 안 된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 내부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국면이 잦아든 상황에서 또다시 여권과 사법부 대립이 부각되는 데 대한 우려 등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칫하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동안 추미애-윤석열 갈등등 법조 이슈로 논란이 일었는데, 또다시 법조 논란을 이어가기 부담스러운 면도 존재한다“2월 임시국회 때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도부 소속 다른 의원은 법관 탄핵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 하려면 (정권 임기 중반부인) 작년에 해야 했다당위성은 있지만 지금 사법농단 문제를 꺼내 법관 탄핵을 요구할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탄핵 대상 법관 2명이 각각 1월 말과 2월 말에 퇴직하는 상황에서 탄핵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의 실형 판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처분 집행정지 결정 등을 두고 법원과 몇 차례 대립각을 세운 이후 추진되는 법관탄핵이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등이 법관 탄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법원과 대립한 사건이 있었는데 법관 탄핵을 꺼내면 감정적 대응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당에 부담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의총에서 의원들 다수가 법관 탄핵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내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국회에서 법관 탄핵안이 의결되면 해당 판사에 대한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한다. 정환봉 서영지 기자

         

법원 인사 앞두고 법관들 80여명 줄줄이 '줄사표'

법원장 등 고위법관 20여명 잇따라 사의 표명, ?

변호사 수임 제한 강화, 달라진 조직 문화도 영향

 

새달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비롯한 고위 법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한 전국 법관은 이날까지 8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만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60명가량 퇴직한 것과 비교해볼 때 아직 정기인사까지 시간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올해 법복을 벗는 판사들이 대폭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경우 작년 퇴직자는 원장 3,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원로법관 5명 등 8명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전국 최대 규모 지방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민중기 원장도 대법원에 사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서울고법 김필곤·김환수·이동근·이범균 부장판사 등도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의를 표한 법관 중 이른바 `10조 판사'(고법 판사)들도 10여명 포함됐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수준의 경력이 있는 판사들이 보임되는 고법 판사는 법관 인사규칙 10조에 따라 보임된다는 이유로 이같이 불린다.

사직서를 내지 않고 마음을 돌린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 사직 여부를 고민한 고위 법관 수는 이보다 많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부장판사들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대거 나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전보다 근무 환경이 열악해졌고 법원장 보임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줄었다고 전했다. 과거엔 고법 부장판사가 된 뒤 약 7~8년이 지나면 관행적으로 각급 법원의 법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9년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해당 법원 판사들이 직접 추천한 법원장 후보 1~3명 가운데 한명을 대법원장이 뽑기 때문에 법원장이 될 수 있다는 보장도 줄어든 것이다. 이 제도는 올해 서울회생·서울남부·서울북부·부산·광주 등 5개 지방법원까지 확대됐다.

정부의 변호사 수임 제한 강화도 고법 부장판사들의 줄사표를 가속화했다는 후문이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은 퇴직 뒤 1년간 수임할 수 없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입법예고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장이나 법원장·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3년간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뒤 3년간 수임할 수 없다. 또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사의를 고민하던 부장판사들이 변호사법 개정안 시행 전에 법복을 벗는 것이 사건 수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달라진 조직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은 1·2심 판결의 법률과 논리에 오류가 있는지만 확인하는 만큼 1심에 이어 사실상 최종적인 양형 판단을 내놓는 고법에 주요 사건이 몰려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심리적 부담감이 크지만, 고위 법관에 대한 권위나 예우 등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 결과에 따라 대법원은 올해 2월 정기인사부터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에겐 전용차를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 합의부의 경우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 사이에 세대·견해 차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 자리도 줄고, 갈 곳도 없어지는데 사직을 만류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미래가 밝지 않다는 식으로 법무법인들의 영입 전략도 판사들에게 동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들의 이탈이 장기적으로 가속화할 경우 연쇄적인 수급 부족 현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판사들의 이탈보다 시급한 문제는 주요 재판을 이끌어갈 고등 부장판사 재목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판사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초콜릿폰에서 롤러블폰까지혁신불구 빠른 흐름 적응 못해

 

초콜릿폰(2005)

 

프라다폰(2007)

      

모토롤라·노키아·블랙베리(에이치티시(HTC). 그 다음 차례는 결국 엘지(LG)?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휴대전화 시장의 스마트폰 전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휩쓸려간, ‘한때 빛났던글로벌 브랜드들이다.
초콜릿폰프라다폰성공에 취해

엘지전자가 지난 20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실상 모바일(MC) 사업 철수를 예고한 가운데, 모바일 시장의 치열한 경쟁 현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엘지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2015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한데다 지난 5년간 누적손실액 5조원대를 감수하며 분투해왔는데, 왜 흐름을 뒤바꿀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던 걸까?

모듈형 스마트폰 G5 (2016)

엘지전자 모바일 전략의 특징을 보여주는 몇몇 인상적 장면이 있다. 하나는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이던 시기의 대응이다. 그즈음 엘지전자 모바일사업본부는 피처폰인 초콜릿폰프라다폰의 성공에 힘입어 2008년과 20092년 내리 1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하고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어나던 상황이었지만, 엘지전자는 다른 길을 걸었다. 20099월 뉴초콜릿폰을 내놓고 몇 달 뒤 롤리팝2를 주요 제품으로 출시하는 등, 여전히 스마트폰을 틈새시장 정도로 판단한 것이다. 과거의 성공과 영화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혁신기업의 딜레마’(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를 연상시키는 사례다. 아이폰 국내 출시에 맞서 윈도모바일 운영체제 사용 등 완성도 논란을 부른 옴니아폰을 내놓으며 적극 마케팅에 나선 삼성전자의 전략과 대비된다. 엘지전자는 뒤늦게 옵티머스 등의 브랜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초반 실기의 대가는 컸다.

 

더블스크린 스마트폰 V50(2019)

혁신에 치중, 기본성능엔 약점

또 하나의 장면은 롤러블폰과 접히는(스위블) 스마트폰 출시다. 엘지전자는 이달 초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의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화면이 2배 가까이 커지는 롤러블폰을 선보여 혁신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돌리면 숨어 있던 보조화면이 나타나는 ’(T)자형 스위블폰 윙을 출시해, 스마트폰 형태(폼팩터)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찬사를 받았다. 폼팩터를 다양화한 엘지전자 사례는 많다. ‘G4’는 천연가죽을 커버 소재로 채택했고 ‘G5’는 이용자가 카메라 등 기능별 부품을 교환할 수 있는 최초의 모듈형 제품이었다. 스크린을 추가할 수 있는 더블스크린 모델 ‘V50’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죽 커버에선 발열이, 모듈형 모델에선 벌어짐 현상이 문제됐고, 폼팩터 혁신이라 호평받은 모델들의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략모델 갤럭시S20 국내 모델에 자사의 칩셋(AP) 엑시노스 대신 경쟁사 퀄컴 칩셋을 탑재할 정도로, 기본성능과 소비자 요구에 집중한 것과 비교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1<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장의 변곡점이 왔을 때 경영진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삼성이 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면 과거 엘지는 모바일 사업에서 한 박자 느리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완전 철수 결정은 어려울 듯

엘지전자가 모바일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데까지 이른 상황은 스마트폰처럼 수요가 큰 제품일수록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치열해, 결국 최고의 기술과 자원을 지속조달할 수 있는 극소수의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를 빼면, 스마트폰 6’ 경쟁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1·2위 경쟁 구도다. 다른 산업 부문과 달리 국내 2정도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무대다.

롤러블 폰(2021)

23분기 연속적자에도 스마트폰 사업을 고수해온 이유에 대해, 엘지전자 쪽은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시대의 콘트롤러로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미래 핵심기기임을 강조해왔다. 구광모 엘지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키우려는 인공지능, 자동차 전장, 로봇,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스마트폰 관련 기술력은 핵심적이다. 스마트폰 사업 완전 철수 결정이 결코 쉽지 않은 배경이다.    구본권 기자


현재 330여명 재심 청구소송 진행에 영향 끼칠 듯

 

제주4·3 수형 행불인 유족들이 21일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뒤 수형 생활 중 행방불명된 이른바 ‘4·3 수형 행불인들에게도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214·3 수형 행불인 10명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20196월 행방불명인들이 수형 생활을 했던 지역별로 만든 5개 위원회에서 각각 2명씩 10명을 추려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내란죄,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지만 이를 입증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재판부는 형사처벌에 대한 입증의 책임이 있는 검찰도 아무런 증거가 없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구형했다공소사실에 범죄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해방 직후 4·3의 혼란기에 반정부 활동을 이유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국가로서 국가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에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피고인들의 목숨마저 희생돼 가족들은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 살았다. 과연 국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들이 저승에서라도 마음 편하게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지법에는 이번 무죄를 선고받은 10명 외에도 330여명의 재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시 배우자를 잃은 현경아(101) 할머니는 “20대 후반에 4·3을 만나 혼자 3남매를 키우며 너무도 힘들게 살았다. 아빠(남편)는 어디 갔는지 볼 수도, 말할 수도 없지만 이제야 생각이 난다. 너무나 을큰(억울)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제주지법은 지난해 1월 수형 생존자 18명에게 사실상 무죄 취지 공소기각 판결을, 같은 해 10월 일반 재판을 포함한 수형 생존자 8명의 무죄 선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재 제주지법에서는 이들 외에 330여명의 재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허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