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야외 테이블에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주메뉴로 오찬을 함께 하며 단독 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사진

 

“바이든 대통령님과 해리스 부통령님, 펠로시 의장님 모두 쾌활하고, 유머 있고, 사람을 편하게 대해주는 분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두가 성의있게 대해주었습니다.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2021년 5월22일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글)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른 뒤 남긴 페북 글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났지만 문 대통령이 만남 뒤에 ‘인간적인 편안함’을 강조한 적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국 간 외교·군사·경제·문화 사안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때문이죠. 심지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새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것이니 그 중요성은 더욱 컸습니다. 이를 ‘성공한 회담’으로 만들기 위해 실무진에서 사전조율에 나서지만 그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결국 정상들입니다. 정상끼리 이른바 ‘케미’가 맞지 않으면 회담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종교도 같은 문 대통령-바이든…20년 만의 한-미 ‘민주당 수반’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외형상으로도 두 정상의 단독회담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사이에 놓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으며, 20분으로 예정됐던 두 사람의 단독회담도 37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회담을 했을 때 너무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논의했기 때문에 제 스태프가 ‘너무 오랜 시간을 대화하고 있다’는 메모를 계속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두 정상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정도로 말이 통한 것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출신이자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통화 때부터 종교가 대화의 소재가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고 하시니 당선 직후 교황께서 축하 전화를 주신 기억이 난다”며 “기후변화, 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문 대통령과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고 동질감을 보였습니다.

 

두 정상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루스벨트 초상화를 걸어놓았는데 문 대통령에게 그 그림을 가리키며 “문 대통령이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아주고,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해 주는 점에 대해서도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두 정상은 김대중-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마주하는 ‘민주당 정부’의 수반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진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뒤 백악관 고위 실무자가 전한 평가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케미는 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장사꾼 트럼프…문 대통령과 조화로울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반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계는 사실상 파경을 맞이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노력을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며 ‘할 말’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라며 친분을 과시했던 2017년 6월 첫 만남으로부터 4년 만이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궁합이 맞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는 전통 우방인 나토 동맹국들과도 방위비 부담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마다하지 않는 등 외교 관례보다는 장사꾼 흥정 같은 협상을 즐겼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무려 5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죠. 정상회담이나 정상 간 통화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상대국 정상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인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케미는 조화로운 관계라고 할 수 없다. 트럼프는 밀어붙이고 즉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흐름이 트럼프의 개인적인 성격과 만나 즉흥적으로 나타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순간순간 불쾌함을 느껴도 드러내 본 적은 없다”며 “대표적인 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었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는데, 문 대통령은 인내와 예의, 배려로 참고 견디면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소리 나지 않게 관리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야 그런 속내를 조금 내비쳤습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미 대통령의 일정하지 않은 행동과 트위터를 통해서 하는 외교가 불만스러웠던 듯하기도 했다”고 지난달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중단한 것에 대해 “타당하고 합리적인 산정 근거가 없는 그런 요구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29일 G20 정상회의에 앞서 정상 대기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바이든, 외형상 최고의 케미 자랑했지만…

 

문 대통령에게 ‘인내’의 시간은 가고, 이제 ‘환상의 짝꿍’을 만난 것일까요? 그러나 그렇게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정상의 발언이나 제스처라는 게 모두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외교적 움직임이니까요. 바이든 대통령은 미 상원 외교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외교 쪽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내며 본인보다 나이 어린 대통령을 8년이나 보좌했습니다.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국들을 ‘인권’, ‘민주주의’ 등의 가치로 묶어 대중 견제 전선에 나서는 노련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이런 요구에 직면한 것 같습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서는,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문구가 보입니다. 외교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는 미국 외교라인보다 문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요구하진 않았다. 그러나 중국 문제에 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에 맞서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나라임을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장에서 “중국이 대만에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이) 더 강력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진 않았냐”는 질문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답변을 준비하는 문 대통령에게 “굿 럭(행운을 빈다)”이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미국의 요구도 수용하면서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농담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며 곤란한 질문을 넘겼습니다.

 

조지 부시 “노무현 솔직화법으로 좋은 관계 형성” 회고

 

2005년의 노무현-조지 부시 정상회담은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꼽힙니다. 대북 금융제재 등을 놓고 두 정상이 직설적인 말들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 정상은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며 ‘최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201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던 부시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정상들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직설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서인지 저와 노 대통령은 편하게 이야기 했다. 이러한 대화가 양국 정상 간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들과의 ‘케미’는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합니다. 이완 기자

5월단체 "5·18 왜곡한 아버지 회고록 바로잡은 뒤 찾으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25일 광주 동구 광주아트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 관람을 마친 뒤 객석 일부에서 책임 있는 행동 등 부친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먼저라는 항의가 터져 나오자 고개 숙이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겠다"며 여러 차례 광주를 방문하고 있지만 정작 5·18 단체와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노 원장은 25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소극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를 관람했다.

5·18 단체가 지난 3일 노 원장을 향해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반성 쇼를 중단하라"고 비판한 바 있지만, 노 원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듯 다시 한번 광주를 찾았다.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와서 연극만 보고 가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공연장에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특정 언론사와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본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연극의 원작자이자 주인공인 이지현 씨가 노 원장에게 소감을 묻기 위해 무대에 올리려고 하자 시민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아버지 노태우의 사죄가 먼저다", "광주학살 원흉 5적의 자식", "다시는 광주에 오지 말라" 등 고성과 항의가 잇따르자 노 원장은 쫓겨나듯 자리를 벗어났다.

그는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키고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25일 광주 동구 광주아트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 관람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광주 시민들이 처음부터 노 원장을 냉대했던 건 아니었다.

노 원장이 2019년 8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 사죄했을 때만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노 원장은 여러 차례 5·18 묘지를 찾아 거듭 사죄의 뜻을 밝히며 아버지의 이름이 쓰인 조화를 5·18 묘지에 헌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죄 의사를 밝힌 그는 정작 5·18 당사자들이 모여있는 5월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는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소수의 관계자를 만난 것 외엔 김대중컨벤션센터나 이름 없는 시민군(일명 김군) 동상을 찾아가는 등 5·18 주변부에서만 맴돌았다는 평가다.

특히 5월 단체는 노 원장이 5·18을 왜곡한 아버지의 회고록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정하거나 삭제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분노했다.

 

급기야 5·18 단체는 그의 묘지 참배와 사죄를 '반성 쇼'로 규정했다.

5·18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그의 대리 사죄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버지의 국립묘지 안장을 희망하는 목적 외에는 그 무엇도 담겨있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매번 개인적인 일정이라며 광주 방문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언론을 통해 방문 사실을 흘리는 듯한 모습도 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요인이 됐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노 원장은 광주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5·18을 왜곡한 아버지의 회고록을 수정·삭제해 아버지의 진정한 (사죄의) 뜻을 보여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엔 그의 사과에 대해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었는데 이런 우리의 마음 자체를 부끄럽게 만들어버렸다"며 "우리를 조롱하려는 게 아니라면 회고록을 바로 잡은 뒤 광주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5·18묘역 참배하는 노재헌씨

 

문 대통령 "탄소중립과 지속가능 공감대-녹색협력 확대 계기를"

탄소가격제 등 제안 '봇물'…38개국 '녹색회복 서울선언문' 지지

 

서울선언문 공개에 박수치는 정상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토론세션에서 서울선언문을 공개하자 각국 정상들이 박수치고 있다.

 

포용적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31일 참가국들은 정상토론 세션을 통해 기후대응 정책을 소개하고 국제연대 방안에 머리를 맞댔다.

이번 세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12개국의 정상급 인사와 국제통화기금(IMF) 수장 등 13명이 참여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2050년 탄소중립은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전환 시장은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며, 이는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각국이 청정에너지 기술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케리 특사는 "2020년부터 10년간이 가장 결정적인 시기다. 이때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과학적, 물리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 탄소 집약적인 화석연료의 폐기 ▲ 강력한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 ▲ 탄소 감축을 위한 대대적이고 혁신적인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케리 특사는 제안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금이야말로 성장의 기회, 일자리 창출의 기회다. 이를 놓치면 안된다"며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민간 부분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해서도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요한 경로가 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기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탄소가격제를 포함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최근 해외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을 중단하기로 선언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P4G 정상회의 차기 의장국인 콜롬비아의 이반 두케 대통령은 정상 토론을 마친 뒤 "이번 회의를 통해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의식하게 됐다"며 "개발도상국에도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 지금은 협력하고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면서 국제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과 정상들은 토론 이후 포용적 녹색회복 노력을 다짐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38개국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등 국제기구 9곳이 지지를 선언했고, 개인 자격으로는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브루노 오벌레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 등이 지지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폐회사에서 "이번 서울선언문이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지구촌의 공감대를 넓히고 녹색 협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P4G 서울정상회의 막 올라…'포용적 녹색회복' 머리 맞대

문대통령 P4G 서울정상회의 개회사…"공존의 역사로 전환되길" 

"2023년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추진… 한국이 선제노력 할 것“

 

 P4G 개회식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탄소중립 및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30일 오후 5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2018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첫 회의에 이은 두 번째 P4G 정상회의이자, 한국에서 열리는 첫 환경분야 다자 정상회의다.

 

이번 정상회의는 '포용적인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31일까지 계속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급·고위급 47명, 국제기구 수장 21명이 화상으로 참석한다.

올해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파리협정'의 이행 원년인 만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계획이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만큼 위기 극복 및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취약층과 개도국 등이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녹색회복'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개회식은 '더 늦기 전에-지구를 위한 행동'을 주제로 한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영상과 무용 등으로 꾸며졌고, 문 대통령은 개회사를 통해 P4G 정상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 참석하는 문 대통령 내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

 

문 대통령은 이날 개회사에서 유례없는 글로벌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도국 등을 아우르는 포용적 녹색회복을 위한 강화된 기후대응 공약을 발표했다.

개회식에 이은 정상 연설세션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녹색회복, 탄소중립, 민관협력 등에 대한 주요국 정상급·고위급 34명, 국제기구 수장 20명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등이 참여했다.

 

오는 31일에는 문 대통령 주재로 정상급·고위급 인사들이 화상으로 실시간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된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이 함께한다.

정상회의와는 별도로 농업·식량,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도 진행된다.

 

P4G 정상회의 캠페인송 공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캠페인송 ‘We are One’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P4G 서울 정상회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나아지고 더 푸르른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결속을 다지고 2050 탄소중립 시대에 기후행동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동시에 한국이 기후환경 대응의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대통령 개회사... 2023년 기후변화 총회 추진 등 밝혀

"개도국 녹색회복 지원… 2025년까지 기후 · 녹색 ODA 대폭 확대

'NDC 추가상향·해외 신규 석탄발전 지원중단' 입장 재확인

 

 P4G 개회식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한국은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유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개최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사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극복 노력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주요 국제무대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또 문 대통령은 "앞으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기후·녹색 ODA(공적개발원조)를 대폭 늘려 녹색회복이 필요한 개도국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공연 관람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축하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500만 달러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할 것"이라며 "개도국들이 맞춤형 녹색성장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4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신규로 공여해 창의적 녹색성장 프로젝트가 확산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발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추가 상향 및 오는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의 NDC 제시, 해외 신규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등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와 과감히 작별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에 이웃 국가들의 동참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다양한 생물종의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P4G 개회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해운·선박 분야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며 "유엔 차원의 해양 플라스틱 관련 논의가 조속히 개시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혁신 기술·산업·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라며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은 그린뉴딜의 경험·성과를 공유하며 2050 탄소중립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P4G 정상회의에 대해 "지속가능한 세계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인류의 역사가 공존의 역사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P4G 집결 정상급들 …"포용적 녹색회복, 선진국이 기여해야"

각국 정상 국제협력 중요성 강조…"개도국 지원에 힘 모아야"

 

P4G 개회 연설하는 문 대통령

 

30일 화상으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연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정상 연설세션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녹색회복, 탄소중립, 민관협력 등에 대한 주요국 정상급·고위급 34명, 국제기구 수장 20명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이들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지속가능한 '포용적 녹색회복'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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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주요 연설 요지. (발언순서 순)

◇ 김부겸 국무총리

최근 1년은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긴 장마를 비롯해 폭우와 한파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를 마주했다. 기후 위기는 인류의 미래뿐 아니라 일상을 위협하고 있으며 바로 지금 담대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한 국가나 정부의 노력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 P4G 회원국들의 협력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인류가 직면한 전례없는 규모의 글로벌 도전과제,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는 본질적으로 범세계적 문제로 다자간 연대가 중요하다. 포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누구도 낙오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색회복을 추진해야 한다. 개발도상국, 여성, 취약계층, 미래세대를 위한 노력이 더더욱 필요하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막대한 기후 변화 대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영국은 연구개발(R&D) 투자, 기술개발 등을 통해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 리커창 중국 총리

지속가능한 녹색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개발도상국의 고충 해결 지원이 특히 중요하다. 중국은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 공약,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주최 등 저탄소 및 녹색회복 달성을 위해 기여할 계획이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대한민국의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선언과 같은 구체적 이행 정책을 각 국가에서 발표하기를 기대한다. 또 개발도상국의 기후 적응을 위해 (한국도 참석하는) G7 선진 국가들의 공여금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

 

◇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연합은 1조8천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 정책 예산 중 30% 이상을 경제의 녹색화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선진국은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 탄소가격제와 녹색금융 발전을 위해 국가들의 더 많은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독일은 2045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기후재원을 위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후목표 상향, 투자 및 기업 활동의 투명성, 공정하고 포용적인 전환이 중요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화석연료 경제에 갇혀 있지 않고 전 세계와 함께 탈탄소 경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규모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비롯한 재정지원 수단을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 어떻게 풀지… P4G 정상회의 30일 화상 개최

20여개국·21개 국제기구 참석
대응책 찾아 개도국 지원 목표
‘서울선언문’ 진전 담길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20일 오전(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 대니쉬 라디오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차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같은 글로벌 목표에 대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른쪽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 연합뉴스

 

2021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 서울 정상회의)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30~31일 서울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올해 줄줄이 잡힌 국제 기후변화 외교전의 두 번째 장이다. 1라운드 격인 기후정상회의(422일 미국 주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별 계획이 논의됐다면, 2라운드인 서울 정상회의에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지구적 협력 방안을 찾는다.

 

특히 이번 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한편,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26번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 발언권을 키울 기회이기도 하다. 탄소중립 이행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서울 정상회의 하루 전인 29일 출범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기후 협력을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20개국 참여 예정…바이든 미국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 화상 참여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로고. 왼쪽부터 농업/식량,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를 상징한다. P4G는 2015년 UN에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기후변화 대응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5개의 분야를 선정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하여 개도국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상회의다.

 

피포지(P4G)는 ‘녹색성장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약자로,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이 핵심이다. 따라서 선진국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 국제기구, 기업 등이 대규모로 참여한다.

 

참여국은 당초 알려진 12개국보다 많은 20여개국이 될 전망이다.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방글라데시(아시아), 덴마크·네덜란드(유럽), 멕시코·콜롬비아·칠레(중남미), 에티오피아·케냐·남아프리카공화국(아프리카) 등 각국 정상이 화상으로 만난다. 녹색기후기금(GCF),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유엔환경계획(UNEP) 등 21개 국제기구도 함께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선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께서 다음주 피포지 서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시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11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주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알록 샬마 영국 산업부 장관 겸 당사국총회 의장도 화상으로 참석한다.

 

개도국 협력에 초점…환경·산업·국토부 등 전방위 참여

 

국제사회 협력의 초점은 개발도상국 지원에 맞춰져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공평한 책임 분담은 오랜 과제로, 2015년 파리협정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위한 선진국의 선도적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열리는 서울 정상회의는 식량·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 등 5개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 해결책을 찾아 개도국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취지를 반영해 주최국인 한국 정부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별도 세션을 마련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을 풀어놓는다. 먼저 환경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물 관리 기술과 제로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정부 차원 계획을 소개한다.

 

이밖에 산업부는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토부는 대중교통과 건물 등 도시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전략을 논의한다. 국토부 세션에서는 탄소중립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농림부는 농업분야 탄소중립 전환,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 체계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진전된 기후목표 내놓을까

 

31일 채택될 ‘서울선언문’에 보다 진전된 기후변화 대응 목표가 담길지도 주요 관심 사안이다. 서울선언문에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파리협정 이행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 △시민사회·기업·미래세대 등과의 소통 등이 담길 예정이다. 지난달 기후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치를 제시하지 못한 만큼, 주최국으로 나선 피포지 정상회의에서 만큼은 당시보다 나아간 대응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상향된 잠정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월 초순 경 발표하고 상향된 최종 2030 엔디시를 당사국총회(COP26)까지 발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감축 목표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든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수준을 유지 중이다. 김민제 최우리 기자

 

고위 소식통 “협의과정서 한국 설득으로 방향 틀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도중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오른 쪽 일어선 이)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처음 밝히며 성김 대행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애초 북한과 대화·협상의 전용 창구 노릇을 해온 ‘대북특별대표’ 제도를 없애고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한테 맡기려 했던 것으로 24일 뒤늦게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내부 논의와 한-미 협의 과정에 밝은 복수의 고위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특별대표를 없앤다는 방침이었는데, 대북정책과 관련한 한-미 협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설득 등의 영향으로 대북특별대표를 새로 임명하는 쪽으로 막판에 극적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애초 방침대로 대북특별대표를 없앴다면 북·미 협상을 포함한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적잖이 낮추겠다는 신호로 북한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성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애틀랜타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성김 대북특별대표의 임명 발표도 기자회견 직전에 알려준 깜짝 선물이었다”는 문장은, 이런 우여곡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단순한 외교적 수사만은 아닌 셈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대표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대북 비핵화 협상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풀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법에 명시된 북한인권특사는 지명할 계획이지만, 북한과 대화를 할 때까지 협상을 이끌 (대북특별)대표를 지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5일 보도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 방침을 바꿔 대북특별대표를 없애지 않고, 그에 더해 북한인권대사보다 먼저 임명한 사실은 대북 신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반공화국 모략선동”이라며 극력 반발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앞세우지 않고 북·미 간 협상 경험이 풍부한 ‘핵 문제’부터 풀어가겠다는 정책 우선순위 조정이기 때문이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한국·중국·일본 등 비중이 높은 국가를 맡아 북한 문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대북특별대표는 핵 등 북한 문제에만 집중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역대 미국 정부의 북·미 협상 전용 창구는 1998년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초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한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과 같은 위상의 대북특별대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부활했으며(2009년 스티븐 보즈워스, 2011년 글린 데이비스, 2014년 성김, 2016년 조셉 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땐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대북특별대표로 일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