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사흘간‥ 김무성·권영세 출석 ‘평행선’

여야는 6일 파행을 거듭해온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시한과 증인 청문회 일정을 모두 늘리기로 합의하며 외견상 정상화 궤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의 출석과 쟁점 증인들에 대한 채택 여부에 따라 국정조사가 다시 삐걱거릴 수도 있다.
우선 여야는 청문회를 14일, 19일, 21일 사흘에 나눠 진행하고, 이번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14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1차 증인 청문회에 출석시키기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이들의 출석 여부와 증언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수시로 독대보고를 하며 댓글 작성 등 국정원 대선개입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고, 김 전 청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과 교감하며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증인인 이들에 대한 1차 청문회가 국정조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두 사람이 출석을 거부하면, ‘국회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마저 불응하면 고발하는 등 이들을 청문회에 세우는 조처를 마련했다. 물론 두 사람이 청문회에 출석해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겠다며 증언을 전면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고위 인사는 “생방송에서 우리 의원들이 두 사람의 혐의를 낱낱이 거론하는데도 그들이 입을 닫는다면 이를 보는 국민들이 그들의 혐의와 국기문란 행위를 잘 판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과 대선 과정에서의 활용, 김용판 전 청장의 수사 축소·은폐를 부추긴 의혹을 받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들의 증인 출석을 요구해왔지만 새누리당은 반대하고 있다.
< 송호진·송채경화 기자 >


▶검찰이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대통령의 자택 압류에 나서 그림으로 보이는 압류물건을 운반하고 있다.


검찰, 미납추징금 확보 나서
아들 재산 등 10여곳

먹구름이 잔뜩 낀 16일 이른 아침.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전담팀과 외사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87명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앞과, 큰아들 재국(54)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등에 모여들었다. 아침 9시를 전후로 압류 진행팀과 압수수색팀은 18곳을 동시에 밀고 들어갔다. 고가의 미술품을 운반하기 위한 무진동 특수차량과 숨겨놓은 금고를 찾기 위한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들어간 추징 전담팀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빨간딱지’를 붙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나무 그림으로 이름난 이대원 화백의 200×106㎝(200호)짜리 작품이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걸려 있던 그림의 값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담팀은 눈에 띄지 않는 재산이 있을까 집 안 곳곳을 뒤졌다.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쓰는 침실과 내실, 화장실까지 들여다봤다. 수사관들은 지하실로 내려가 물탱크도 살펴봤다.
 
검찰이 압류 절차를 진행할 때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집 안에 있었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압류 처분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친정어머니가 숨진 뒤 가져온 장롱에 검찰이 압류 딱지를 붙이자 울먹울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류와 재산 수색은 7시간이 지난 오후 4시께 끝났다. 압류 절차에 따라 전담팀은 압류 조서를 써내려갔다. 압류물 목록 등이 적힌 조서에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 전담팀을 안내했던 2명이 조서에 서명했다. 
검찰 수사관 10여명은 전 전 대통령의 큰아들 재국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와 이 회사 경영지원실이 위치한 ㅂ빌딩 등도 압수수색했다.
< 이정연·송경화·정환봉 기자 >



“문제되지 않을 상대와 자비로만” 조건 걸어
비서실장은 “그래도 웬만하면 스크린골프를”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할 사람이 (이해관계가 걸려) 문제가 될 만한 상대가 아니어야 하고, 골프를 하더라도 자비로 해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기간(7월29일~8월2일)에 맞춰 휴가를 갈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조건부 골프 해금’을 했다. 최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휴가 기간에 골프를 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허실장은 이렇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 뒤 “그래도 웬만하면 필드 대신 스크린 골프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실제 일부 참모들은 휴가를 앞두고 지인들과 골프 약속을 잡기도 했다.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이나 허 비서실장이 공식적으로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었다. 다만 정부 출범 직후 업무가 많은데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금껏 어떤 참모들도 골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던 지난 3월 초 현역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그런 일이 있었다. 특별히 주의를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질책한 것도 공직자들에게는 일종의 골프금지령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이제 골프를 좀 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아, 관가에서는 골프금지령이 계속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골프 약속을 잡더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골프를 쳤다는 소문 자체가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였다”고 말했다.
휴가철이 낀 이달 들어 박 대통령의 골프 관련 발언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내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과의 오찬에서 고위공직자들의 골프 허용 여부에 대해 “지난 국무회의 때도 그렇고, 캐디들도 수입이 그렇고, 자꾸 외국만 나가서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는 이야기도 있다. 여러 가지로 지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이정현 “대통령 정통성 부정”…여당, 긴급 최고회의서 성토
반발하던 민주당, 김한길 유감 표명·홍익표 대변인직 사퇴
예정된 대화록 예비열람·공공의료 국조 보고서 채택 무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후손’으로 표현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채 총공세에 나섰다.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 예비 열람과 공공의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은 잇따라 무산됐다. 민주당은 처음엔 ‘꼬투리 잡기’라고 반발했으나, 결국 9시간 만에 홍 의원이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나고 김한길 대표가 당 대변인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하는 등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즉각 수용 대신 13일 지도부 회의에서 민주당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혀, 여야 대치 국면의 수습 여부는 주말께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례적으로 이른 아침 청와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며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대선 결과 불복과 막말이 유행인데, 승복하는 것도 소양이자 자질”이라고 한 전날 발언에 견줘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인 것이다.
이 수석의 회견 뒤 새누리당도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 회의를 긴급 소집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사과와 홍 원내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명예훼손이고 모독이다. 민주당은 대표의 사과와 (홍 원내대변인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정말 해서는 안 될 극언이다. 홍 원내대변인이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면 유감’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내용을 (어제) 밤늦게 문자로 보냈는데, 이 사안은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태흠·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홍 원내대변인의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홍 원내대변인이 전날 유감 표명을 했는데도 여권이 계속해서 문제 삼는 것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려는 ‘물타기’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국 급랭에 따른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 등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과 물밑 접촉을 하는 한편 내부 논의를 거쳐 여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결국 홍 의원은 저녁 7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리핑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한길 대표는 김관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어제 발언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 국정조사 등 모든 국회 일정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뒤 국회 정상화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홍익표 의원의 사과는 사과 대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내일(13일) 아침 당 지도부 회의를 열어 사과를 받아들일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김수헌, 석진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