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윤석열 즉각퇴진 비상행동’ 집회서.. "기각은 멋대로 계엄, 살해-체포 면허주는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윤석열이 계엄에 성공했다면 이재명, 박찬대, 우원식, 김민석, 조국, 정청래 같은 야당 정치인은 독살, 폭사, 수장되고 국회는 해산됐을 것”이라며 “윤석열과 김건희는 헌법을 뜯어고쳐 영구 집권하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이날 광화문에서 따로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한데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비상행동 집회에도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탄핵 기각은 대통령 마음대로 계엄 선포해도 괜찮고 대통령을 비판하면 누구든 체포해서 살해해도 괜찮다는 면허를 주는 것”이라며 “테러가 난무하는 후진 독재 국가로 가는 지름길, 대한민국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재가 선고 기일을 지정하지 않아 걱정되고 혹시 탄핵이 기각될까 불안할 것”이라며 “온 국민이 윤석열의 위헌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헌법이 정한 요건을 위배한 비상계엄 선포, 그 자체로 명백한 위헌인 계엄포고령 1호,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국회와 선관위 침탈, 정치인과 법조인과 언론인에 대한 체포 시도,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야5당 정치인들이 함께 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박 원내대표는 “헌법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하루빨리 파면하도록 촉구하고, 독려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며 “윤석열 파면을 위해 삭발하고, 단식하고, 철야 노숙 농성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고 함께 행진하자”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날 비상행동 주최 집회에 소속 의원 170명 전원을 포함해 10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고 추산했다. < 한겨레 최종훈 기자 >

 

촛불문화제-야5당 행진-범시민대회 열려

"헌재는 윤석열 파면을 신속히 진행하라"
시민들 "촛불이 한국 민주주의를 지킬 것"
"극우 집회를 나가게 되는 구조적 문제 봐야"

야당 "촛불이 헌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
단식농성단 "윤석열 탄핵을 위해 곡기 끊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는 110만 시민이 모였다. 2025.03.15. 이호 작가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 등의 탄핵소추를 기각하고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파면' 피켓을 든 시민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안국동사거리와 광화문 일대에 모여 행진을 하면서 "반드시 윤석열 파면시키자"고 결의를 다졌다. 

 

15일 오후 2시 헌재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31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쪽 추산 7만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특급 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 "내란범들을 철저히 단죄하라"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여는 발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내란 세력의 준동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며 "이들은 윤석열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고 더욱 믿고 난폭하게 굴고 있다. 그러나 그래봐야 소용없다. 어리석은 망상에 불과한 것으로 누가 뭐라고 해도 윤석열 파면은 확정적인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국민에게 총을 겨눈 죄는 법정 최고형을 줘야 한다"며 "우리는 헌재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자. 윤석열을 도주하게 한 죄로 심우정 검찰총장도 감옥으로 보내고, 구속 취소를 시킨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도 윤석열과 똑같은 신세를 면치 못하게 하자"고 말했다.

 

그는 "내란대행 최상목도 절대 빼놓으면 안 된다"며 "헌재는 민주공화정의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 그리고 헌법을 수호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의 생각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니 헌재는 윤석열 파면을 서둘러라. 늦어진 만큼 헌재의 책임은 무거워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국회의원은 "안국동과 광화문의 함성이 헌재를 움직여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2025.03.15. 이호 작가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도 '윤석열 파면'을 촉구했다. 고 최민석 군의 어머니 김희정 씨는 "윤석열은 입으로만 법과 원칙을 주장했고 실상은 비리만 저질렀다"며 "광장에서 '탄핵'을 외친 촛불시민이 나라를 구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동참해준 시민 덕분에 외롭지 않고 역사 공부도 하면서 건강하게 싸우는 법을 배웠다. 파면 결정이 늦어져서 불안하지만, 시간이 늦어져도 진실은 알려질 거란 희망으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자"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가 눈물을 흘리자, 촛불 시민들은 '울지마'라고 말하며 함께 위로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앞둔 전남대학교 학생도 '윤석열 파면'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전남대학교 학생 이기성 씨는 "3주 뒤 국가직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평소에는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데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광장으로 나왔다. 윤석열 구속 취소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해서 허망했다. 그래서 펜을 내려놓고 피켓을 들었다"고 집회 참석 동기를 설명했다.

 

이 씨는 "윤석열 파면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내란 옹호 세력의 발악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내란 세력을 철저히 단죄할 것이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어떤 나라와도 당당하게 외교하는 그날까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종교계에서도 힘을 보탰다. 김영식 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는 "괴물 윤석열이 석방된 것은 일개 검찰과 판사의 합작품"이라며 "우리는 결국 윤석열이 웃으며 동조 세력을 선동하는 모습을 또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봄은 오고야 말며 우리가 이길 것이다. 지난 겨울 남태령을 넘고 국회를 지켰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켜온 촛불 시민들이 이길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개그맨 강성범 씨는 촛불문화제 무대에 서서 '92년 장마, 종로에서' 가요를 불러서 집회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2025.03.15. 이호 작가

 

김 신부는 "고난의 밤은 끝나게 되어있다"며 "여러분 걱정하지 마라. 더욱 단호하게 '윤석열 파면'을 외치면 된다. 그러면 여러분이 가져온 민주주의란 꽃은 이제 더 이상 병들지도 않고 시들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그맨 강성범 씨는 무대에 서서 <92년 장마, 종로에서> 가요를 불러서 집회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그는 "윤석열이 석방되는 장면을 못 보겠더라"며 "너무 기괴했다. 그래도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촛불시민들은 다함께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범들을 철저히 단죄하자"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마지막 발언도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국회의원은 "안국동과 광화문의 함성이 헌재를 움직여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윤석열은 직무가 정지된 식물 권력자이며 내란죄 우두머리로 재판에 넘겨진 형사 피의자다. 동시에 법 기술자를 동원해 구치소를 탈출한 탈옥수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동원하는 자니 위험천만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 질서와 안정을 위해 탈옥수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는 것이 국민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게 하는 길"이라며 "헌재는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헌재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너무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윤석열 파면은 국민의 명령이며 헌재를 만들어낸 민주 역사의 지상 명령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심에 헌재가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헌재 역사는 38년간 함께 동행했다. 오늘 안국동과 광화문의 함성이 헌재의 영혼을 흔들고 재판관의 양심을 흔들어 8대 0으로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낼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촛불합창단은 '촛불의 나라' '촛불같은 사람들'을 합창했다. 2025.03.15. 이호 작가

 

마지막으로 '촛불합창단'은 <촛불의 나라> <촛불같은 사람들>을 합창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국힘당을 해산하라' '내란 세력 단죄하라'라고 쓰여 있는 악보집을 들고 있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빛나는 청춘'과 노래패 '우리나라'는 함께 <우리가 바라는 대로> <주권자의 노래>를 불렀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촛불시민들은 집회가 끝난 뒤 바로 안국역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으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범시민 대행진에 합류하기 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한 뒤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테러 위협 제보에 따라 신변 안전을 고려해 불참했다.

 

범시민대행진은 주최 쪽 추산 서울 100만 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10만 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민주노총 전국집중노동자대회, 전국농민대회 등도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해 헌재의 신속한 윤석열 파면 선고를 외쳤다. 

 

8일간 단식 투쟁을 하는 양경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이 대표 발언을 시작하며 집회의 문을 열었다. 그는 "일주일 전 윤석열이 웃으며 구치소를 걸어 나오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며 "목숨을 건 우리의 투쟁, 절박하게 외친 민주주의가 조롱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청년의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졌다. 우리 역사에 3월 15일은 이승만 독재가 부정선거로 국민 주권을 강탈한 날이지만, 오늘부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진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세력을 비판하는 시민도 있었다. 자신을 아기 아빠라고 소개한 신승룡 씨는 "최근 성당에서 극우 세력을 만나 화낸 것을 고해성사했다"며 "그런데 고해성사를 잘못한 것 같다. 극우 파시즘을 외치면서 애국하는 사람들을 마냥 사랑할 게 아니라 저들을 착각하게 만든 이 구조에 대해 투쟁하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있었던 범시민대행진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 2025.03.15. 이호 작가

 

신 씨는 "100일 넘는 장기 투쟁 속에 지쳐있는 내 모습을 반성한다"며 "만약 계엄이 성공했고 윤석열 파면이 기각되면 일상은 없어질 텐데 지쳐있는 건 내 잘못"이라며 "내란 수괴의 문을 열어준 사람들이 버젓이 있는 한 윤석열 한 명을 파면한다고 세상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장기 투쟁을 하면서 삶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쉼 없이 여러분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신을 '김교수'라고 한 시민은 "언론이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복지 등이 부족해 어른들이 극우 집회에 가기도 한다"며 "(극우 집회를)개인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 내 가족이 그러니, 그 순한 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고 있어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이 파면되고 내란 세력이 처벌된 뒤 우리는 이 분열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용서하자는 말을 하진 않겠다.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에게 분노하기 전에 정말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잘못된 정치와 기득권에 대해서 한 번만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목인 씨는 "작년 12월부터 3월이 될 때까지 짜증이 최고조로 올랐다"며 "여태 잘 버틴 여러분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대답 없는 사회>와 <파시스트 패스트> 노래를 불렀다. 시민들은 김 씨의 노래가 끝난 뒤 "헌재는 신속하게 윤석열을 파면하라" "광장으로 모이자 민주주의 수호하자" "내란수괴 윤석열을 다시 감옥으로" "검찰도 공범이다 심우정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5차 범시민 대행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5. 연합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목소리는 계속 고조됐다. 이태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윤석열은 더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며 "(윤석열 12·3 비상계엄)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게 하려고 헌재가 있는 것 아니냐.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3일 방송에 나와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이미 헌재는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파면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그 일당이 스스로 체제 전복 세력임을 자인하며 내전까지 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이 우리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적대·혐오·폭력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어서 빨리 윤석열을 파면하고, 파면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다 함께 힘을 모아 승리하자"고 했다. 

 

시민 김민아 씨는 "윤석열은 2시간 계엄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일년의 4분의 1을 집회를 하며 보내고 있다"며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것이 이렇게 힘든데, 앞선 열사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간다. 동학농민운동, 3·1운동의 저항 정신을 이어받아 2025년 거리에 뛰쳐나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밀 수 있는 세상으로 결단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태워 달라'고 800일째 외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윤석열을 파면시키자"며 "현재 장애인은 감옥 같은 거주시설에서 구조적인 인권 착취를 당하고 있다. 전장연은 윤석열을 감옥으로 보내는 투쟁을 하겠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길은 윤석열을 파면하는 길"이라고 했다.

 

언론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진숙의 탄핵 심판이 4 대 4로 기각되자 '이 체제의 합법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며 "대법원도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할 거라고 했다. 그러나 1심, 2심, 대법원 모두 5인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2명이 주요 결정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고 방통위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이진숙은 방송 장악, 알박기를 멈추지 않았다"며 "온 국민이 목격한 12·3 내란을 내란이라 칭하면 안 된다 주장하는 보도 지침을 내렸다. 윤석열을 대놓고 옹호하는 언론 적폐들이 내부에 활개 치고 있으니, 언론 장악 진상을 규명하고 언론계 내부에 내란 동조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5차 범시민 대행진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5.3.15. 연합

 

야당 정치인들의 발언도 쏟아졌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이) 야당의 줄 탄핵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다 헛소리"라며 "공직자를 징계한 게 왜 계엄 사유가 돼냐. 김건희 범죄를 덮으려 한 검찰을 징계하는 것이 왜 계엄 사유냐. 진짜 계엄 사유는 따로 있다는 거 다 아는데 어디서 헛소릴 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명태균을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며 "계몽령 같은 헛소리 하는 자들에게, 신천지의 힘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 계엄이 성공했으면 야당 정치인은 수장되고 국회는 해산됐을 거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헌법을 뜯어 고쳐 영구 집권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 촉구, 독려하도록 함께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며 "이제 마지막 고지다. 고지가 눈앞에 있는데 힘들다고 지쳐있을 때가 아니라 삭발·단식·철야 노숙 농성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자"고 격려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나는 10년 전 헌재의 결정으로 국회의원 직을 잃은 경험이 있다"며 "당시 헌재는 조작된 주장을 증거로 정당 해산도 모자라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그러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됐다"고 했다.

 

그는 "촛불이 헌재를 움직인 것"이라며 "오늘 밤 헌재 재판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가장 강력한 무기는 주권자들의 단결된 의지다. 그 누구도 천금 같은 민심을 배반할 순 없다. 그런데 지금은 10년 전 상황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은 극우와 손을 잡았고 최상목 등은 공공기관 알박기에 속도를 올리고 있으며 친윤 검찰들은 승진했다"며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그마치 100년 이상을 호의호식하고 있는 친일 수구 반헌법 세력이다. 이제는 이들이 누린 100년 권력을 회수할 때"라고 밝혔다.

 

집회 발언이 끝나자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은 무대에서 별, 하트, 달 모양의 빛나는 응원봉을 들고 <한줄기 빛 어서 오라> 뮤지컬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원래 주인공은 큰 시련을 겪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주인공과 함께 캐스팅된 100만 명의 시민이 있기 때문이다. 울분으로 시작했지만 함께 웃을때까지 버티겠다"고 전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5차 범시민 대행진 참가자가 "집에서 논문 좀 쓰자"라고 적힌 피켓을 세워 놓고 있다. 2025.3.15. 연합

 

끝으로 비상행동 공동의장 단식농선단(김동명, 김민문정, 김은정, 김재하, 박석운, 양경수, 윤복남, 이용길, 이호림, 이홍정, 정영이, 진영종, 최영찬, 최휘주, 하원오)은 '100만 시민의 이름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자'며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자신이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 똑똑히 기억하라"며 "고통받고 있는 주권자 시민들의 얼굴을 바라보라. 헌법과 민주주의의 파괴를 사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 하루도, 아니 단 한 시간도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광장에 모인 이유"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시민들께 호소드린다"며 "평일 7시엔 매일 파면 촉구 집회와 행진이 이어진다. 오는 19일을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선포할 예정이다. 광장에서 그리고 회사와 집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제안하겠다. 윤석열 파면을 위해 곡기를 끊은 이들과 하루 단식, 한 끼 단식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범시민대행진은 선언문 낭독을 끝낸 뒤 바로 행진을 시작했다. 신나는 음악 맞춰 행진이 시작될 때는 어두운 밤이어서 시민들이 들고 있는 응원봉이 빛나고 있었다. 시민들은 피켓을 들고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사랑하는 이들 지키려”…다시 모인 100만 시민 ‘윤석열 파면’ 외침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14개월 딸을 둔 새내기 아빠 신승룡(34)씨가 무대 올라 수줍게 웃었다. “함께 집회에 온 제 아내, 할아버지 할머니랑 놀고 있는 사랑하는 딸 나현이, 이곳에 함께 하는 사랑하는 동지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겠다는 시민들이 15일 서울 경복궁역에서 안국역 주변에 이르는 도로 900여미터와 주변 골목·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는 시민 100만명(주최 쪽 연인원 기준 추산, 경찰 비공식 추산 4만명)이 참여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난해 12월14일 여의도 국회 앞 집회 이후 가장 많은 시민이 몰렸다. 경복궁역을 나오기까지 긴 줄을 늘어서야 했고 도보 이동 또한 쉽지 않았지만, ‘대통령 파면과 함께 봄을 맞겠다’는 의지는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결연했다. 다수 전망처럼 내주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이뤄진다면 “대통령 파면”을 외치는 마지막 주말 집회가 될 터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며 종로3가 방향으로 행진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윤 대통령 석방이 이뤄진 가운데,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 일정 또한 안갯속인 상황에 대한 불안이 컸다. 탄핵 소추 이후 오랜만에 집회를 찾았다는 이들이 많았던 이유다. 고등학교 2학년 김현우군은 “12월 여의도 집회 이후 정말 오랜만에 참여한다”며 “여당조차 극우 목소리를 이어가고,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되고, 선고도 지연되는 상황이 불안해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온 김상도(49)씨는 “그동안 그냥 잘 진행되리라 믿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 석방 뒤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들어 처음 집회에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무대 위에는 다양한 자리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염려하는 시민들이 올랐다. 광주에서 왔다는 김정경(68)씨는 12·3 내란 사태 이후 꼭 쥐고 있었다는 ‘아미밤’(가수 방탄소년단 응원봉)을 비롯해 그간 거쳐온 응원봉들을 소개하며 “계엄을 2번 겪었다. 5.18을 생각하면 시체 썩는 냄새를 줄이려 피웠던 향 냄새, 계엄군 진입할 때 들렸던 총소리, 그것들의 이미지가 4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윽고 “저들이 더 어두워질수록 힘이 난다”며 “12.3 이후에 한국 현대사를 저와 여러분들이 공동 집필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 과거가 현재를 도왔듯이 지금 우리가 미래를 돕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들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그간 탄핵 촉구 광장이 강조해 온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대표는 “우리는 모두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똑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며 “윤석열을 파면해야 장애인도 시민으로 인정받고 이동하는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외쳤다.

 

한편에선 윤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위협과 혐오에도 개인을 향한 비난 대신 그를 낳은 구조에 분노하자는 다짐도 이어졌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서부지법을 박살 낸 폭력과 우리의 선의를 조롱하는 악의를 안다. 하지만 윤석열이 파면되고 내란세력이 처벌 받고 나면 이들과도 다시 공존해야 한다”며 “용서하잔 말씀은 드리지 않겠지만, 분열을 만들고 이득을 취하는 잘못된 정치, 기득권에 대해서 한 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했다.

사회자로 나선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처장도 “저들의 구호는 언제나 죽이자, 처단하자, 말살하자다. 하지만 우리의 구호는 지켜내고, 회복하고, 바꿔내자여야 한다”며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이해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며 종로3가 방향으로 행진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15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날 시민들은 과거와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 때 거리에 울렸던 ‘아침이슬’과 ‘다시 만난 세계’를 이어 부르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어 안국동을 거쳐 종로를 돌아 집회 현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에 나섰다. 수많은 인파로 뒤에 섰던 시민이 본격적인 행진을 시작하는 데만 40여분이 걸렸다. 길게 이어진 행진 행렬로 메워진 서울 도심 거리에선 “주권자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구호가 대중가요와 함께 울렸다.  < 한겨레 김가윤  정봉비 기자 >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비상행동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인근 건물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비상행동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비상행동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야당과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소속 단체 및 시민들이 깃발, 응원봉 등을 흔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이번 주 내내 스트레스받고 힘들었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힐링 돼요. 저 말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걱정하고 있었구나… 그래도 다들 웃고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제는 정말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 (김아무개씨·40·남성)

서울 경복궁 일대가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부터 안국동 사거리까지 1킬로미터가 넘는 10차선 도로가 인산인해였다.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야당과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소속 단체 및 시민들이 깃발, 응원봉 등을 흔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주요 도로에 앉을자리를 찾지 못한 시민들이 경복궁 돌담과 인사동길, 송현광장 담벼락에 줄지어 기대 서서 "윤석열을 파면하라"를 외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차도와 보도블록을 구분하는 턱에 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 사이에 빈틈이 없을 정도였다.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종식 민주수호',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 파면처벌'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동 방향으로 행진했다. 다음 주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되면서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다시금 광장에 모인 것이다.

되살아난 응원봉 물결... 석방에 뿔난 시민들 "일상 돌아가고 싶다"

▲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야당과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소속 단체 및 시민들이 깃발, 응원봉 등을 흔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해 저무는 경복궁 앞에 모인 시민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고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자 전야제 같은 분위기가 되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최근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검찰과 법원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온 정아무개(31·여성)씨는 "윤석열이 웃으면서 구치소에서 나오는 걸 보고 열불이 나서 일주일 내내 광화문 집회에 나왔다"라며 "이번 주에 탄핵선고가 될 거라고 해서 하루하루 '오늘인가? 오늘인가?' 기다렸는데, 결국 다 지나가 버려서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김아무개(57·남성)씨는 "윤석열이 내란을 한 걸 전 국민이 다 봤는데, 다 서울대 나왔다는 놈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라며 "박근혜 탄핵 때도 그렇고, 결국 나라를 앞으로 끌고 나가는 건 민초들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씁쓸하고 슬프고 답답하다"고 했다.

▲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에서 상경한 대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15차 대학생 시국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날 이들은 “윤석열은 내란 현행범이다. 12월 3일, 군용헬기와 무장 군인들이 국회를 침탈한 것을 국민 모두가 보았다”며 “만장일치로 파면선고를 하고 내란죄로 처벌하지 않으면, 공화정이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헌재의 고심이 길어질 이유 또한 전혀 없다”며 “헌재는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신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 유성호


대학생인 김아무개(여성)씨는 집회 무대 위에 올라 "사법부가 겁도 없이 윤석열을 탈옥시켰다"라며 "12.3 비상계엄 후 우리들은 1년의 4분의 1을 거리에서 보냈는데, 헌재는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회 곳곳에서 '검찰 꺼져', '윤석열 검찰, 부끄럽지도 않냐?' 같은 팻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앞서 지난 8일 검찰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하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을 그대로 석방했다. 지난 12일 국회에 출석한 법원행정처장 천대엽 대법관이 14일까지 검찰이 즉시항고 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고,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날 끝내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시한을 넘겼다.

92일, 역대 최장 대통령 탄핵심판… "답답하다"

▲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집회 주최 측은 선언문을 내고 "헌재 재판관들은 자신이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 똑똑히 기억하라"라며 "고통 받고 있는 주권자 시민들의 얼굴을 바라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단 하루도, 아니 단 한 시간도 더 기다릴 수 없다"라며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미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기록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이날로 92일째를 맞았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같은 시각 불과 200~300미티 떨어진 광화문 광장 쪽에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벌어졌지만, 경찰이 겹겹이 쌓은 차벽으로 인해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 오마이 김성욱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야당과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소속 단체 및 시민들이 깃발, 응원봉 등을 흔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분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계산법의 문제점...법관, 헌법과 법률에 구속돼야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결정과 다음날 이어진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를 향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이 거세다. 특히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야권 의원 등은 상세한 도표까지 만들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추가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기에, 이 글을 통해 구속취소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결정의 문제점

먼저 구속취소결정과 관련된 중요한 다섯 가지 사건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체포시간: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
2. 구속시간: 1월 19일 오전 2시 53분 (서부지방법원 폭동사태 발생)
3. 체포적부심사 소요시간: 10시간 32분
(1월 16일 오후 2시 3분 ~ 1월 17일 0시 35분)
4.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시간: 33시간 7분
(1월 17일 오후 5시 46분 ~ 1월 19일 오전 2시 53분)
5. 기소시간: 1월 26일 오후 6시 52분

ⓒ 이은영


형사소송법은 기간계산의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구속기간의 초일은 1일(하루)로 계산하도록 함으로써 구속기간은 일수(날수)로 계산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초일만 일수로 계산하라는 것인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① 체포적부심사나 ② 구속적부심사 또는 ③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 소요기간도 일수로 계산하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제66조(기간의 계산) ① 기간의 계산에 관하여는 시(時)로 계산하는 것은 즉시(卽時)부터 기산하고 일(日), 월(月) 또는 연(年)으로 계산하는 것은 초일을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효(時效)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아니하고 1일로 산정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 대통령을 관저에서 체포했다. 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 ①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없이 제200조의 규정에 의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다만, 다액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제200조의 규정에 의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한다.

⑤ 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제201조의 규정에 의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이처럼 체포기간은 48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체포적부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시수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사는 1월 16일 오후 2시 3분부터 1월 17일 0시 35분까지로 10시간 32분이 소요되었다.

체포된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피의자를 심문해야만 한다(구속 전 피의자 심문: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종료해야 하는 시점과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기간'이 모두 날수로 규정되어 있다.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 ① 제200조의2, 제200조의3 또는 제212조에 따라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한다.

⑦ 피의자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 수사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제202조 및 제203조의 적용에 있어서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한 검사는 최장 10일까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인 10일의 기산점은 피의자를 체포한 시점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관저에서 체포한 1월 15일이 구속기간의 초일로 계산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1월 24일이 구속기간 만료일이 된다.

"제203조(검사의 구속기간)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한다.

제203조의2(구속기간에의 산입) 피의자가 제200조의2, 제200조의3, 제201조의2 제2항 또는 제2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인된 경우에는 제202조 또는 제203조의 구속기간은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인한 날부터 기산한다."

앞서 구속기간의 계산에서 초일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날수(일수)로 계산해야 하는 근거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기간'이 날수로 계산되어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처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기간은 구속기간에서 제외되는데 체포된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월 17일 오후 5시 46분부터 1월 19일 오전 2시 53분까지 진행되어 날수로는 3일(17일, 18일, 19일), 시수로는 총 33시간 7분이 소요되었다.

구속기간의 초일뿐만 아니라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기간'까지도 날수로 계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깨면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구속만료시한을 1월 26일 오전 9시 7분이라고 설시했다. 본래 구속만료시점인 1월 24일 자정(1월 25일 0시)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시간인 33시간 7분(하루 더하기 9시간 7분)을 추가하여 계산한 것이다.

문제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소요된 시간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기 전에 체포 상태에서 청구한 체포적부심사에 소요된 시간도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원의 영장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는 체포적부심사나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체포적부심사나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의 체포결정이나 구속결정에 관한 적법성에 대하여 다른 법원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로 이해할 수 있다.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①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관할법원에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適否審査)를 청구할 수 있다.

⑬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제200조의2 제5항(제213조의2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및 제200조의4 제1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제한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제202조, 제203조 및 제205조를 적용할 때에는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분명한 것은 체포적부심사나 구속적부심사에 소요된 시간, 그러니까 체포적부심사나 구속적부심사를 위하여 검찰의 수사 관련 서류나 증거물이 법원으로 이송되었다가 절차가 끝난 뒤 다시 검찰로 반환되는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시간은 날수로 계산된다고 명시되어 있는 반면에 체포적부심사나 구속적부심사는 "때"라는 표현으로 시수로 계산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다수의 법조인과 언론은 "날"과 "때"를 구분하여 "날"은 '날수'로 "때"는 '시수'로 계산되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석이 맞다면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구속적부심사 소요기간도 시수로 계산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데 구속기간을 날수로 계산해야 한다는 원칙과 충돌한다.

형사소송법의 "때"는 반드시 날수나 시수로 확정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형사소송법의 "때"는 기간을 계산하는 기산점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10일로 한정된 구속기간과 관련해서는 날수를 계산하는 기산점(초일)으로, 48시간으로 한정된 체포기간과 관련해서는 시수를 계산하는 기산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결정과 관련하여 구속기간 만료시한은 본래의 10일이 종료되는 1월 24일 자정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소요된 시간 33시간 7분은 형사소송법의 명시적 규정에 따라 날수인 3일로 계산되어 추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체포적부심사나 구속적부심사에 소요된 시간을 계산하는 기산점인 "때"로부터 체포적부심사의 경우에는 시수로, 구속적부심사의 경우에는 날수로 계산하여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소요된 33시간 7분에다 추가적으로 체포적부심사에 소요된 10시간 32분이 구속기간의 계산에서 연장되어야 한다.

사법기능을 넘어서 입법기능을 수행한 법원

▲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4차 범시민대행진’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렸다. 시민대행진에 참여한 버스에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사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이것이 법치인가? 정의는 무너졌다!’ ‘부끄럽지 않은가! 사법부 규탄한다!’ 구호가 내걸려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 구속기간 만료시한과 관련하여 다양한 계산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계산법①]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시간을 33시간 7분으로 계산하는 경우 : 구속기간 만료시한 1월 26일 오전 9시 7분(서울중앙지방법원 계산법)

[계산법②]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시간은 3일으로 계산하는 경우 : 구속기간 만료시한 1월 27일 자정(1월 28일 0시)

[계산법③]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시간을 시간으로 계산한 뒤 체포적부심사 소요시간을 10시간 32분으로 계산하여 추가하는 경우 : 구속기간 만료시한 1월 26일 오후 7시 39분

[계산법④]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시간을 날수로 계산한 뒤 체포적부심사 소요시간을 10시간 32분으로 계산하여 추가하는 경우 : 구속기간 만료시한 1월 28일 오전 10시 32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기간을 오로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기간만 계산하고, 그것도 날수가 아니라 시수로 계산했다(계산법①). 하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기간은 날수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고(계산법②), 굳이 시수로 계산했다고 해도 체포적부심사 소요시간 10시간 32분을 추가하여 계산해야 했다(계산법③). 물론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소요기간을 날수로 계산한 뒤 체포적부심사 소요기간을 시수로 계산하여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계산법④).

법원은 사법기관으로 법규범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국가기능(사법기능)을 담당한다. 법원이 사법기능을 넘어서 입법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헌법적 원칙인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법원의 구성원인 법관은 형사소송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특별한 경우(hard case)가 아니라면 입법기관이 결정한 문언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사법의 독립성 원칙을 근거로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수 있는 법관도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헌법 제103조).         < 이준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나흘간 모은 서명 헌법재판소에 제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대통령 '만장일치 파면'을 바라는 대학생 1만여 명의 서명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됐다. 서명 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비상계엄 직후 대학생과 청년·학생의 힘으로 내란 상황을 진압했다"며 "이번에도 대학생의 힘으로 '나의 삶과 미래를 위해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외침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아래 시국회의)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하는 대학생 1만여 명의 서명을 발표했다. 앞서 시국회의는 윤 대통령 석방 이후인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 세계 220개 대학에서 1만 1197명의 학생 서명을 받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엔 시국회의 대표자들이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이동해 취합한 대학생 서명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언성을 높였으나 경찰의 저지로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헌재, 흔들리지 말고 파면 선고하라"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한 뒤 서명지를 제출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이동하고 있다. ⓒ 이정민
 


시국회의는 이 자리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의 만장일치 파면, 대학생의 힘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국회의는 성명에서 "지난해 12월 3일 전국에 선포된 비상계엄은 끝나지 않았다"며 "윤석열의 내란을 성공시키기 위해 '작은 윤석열들'은 권력의 핵심 요직에서부터 아스팔트 광장,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지금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와 윤 대통령 석방 등을 언급하고 "이에 맞서 우리는 전 세계 220개 대학에서 1만 1197명의 대학생으로부터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서명을 모았다. 윤석열 석방 소식이 전해지고 나흘 만에 모인 열망이었다"고 알렸다.

부산대학교 학생 이승민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늘(14일) 탄핵 선고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선고가 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기 위해 부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씨는 "들어야 하는 수업도, 가야 하는 아르바이트도 있지만 모든 일상을 내려놓은 채 서울에서 사흘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윤석열 파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서명지 접수증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또 "계엄 당일 전전긍긍 집에서 유튜브 라이브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 무력감을 느꼈고, 남태령 아스팔트와 한남동에서 싸우는 동지들을 보며 감사함과 부채감이 공존했다"며 "이제 우리도 모든 걸 걸고 싸움에 나섰다. 헌재는 흔들리지 말고 당장 파면 선고를 내리라"고 강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박서영씨는 대학가의 민심은 '윤석열 파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나흘간 대학에서 서명 운동을 벌이면서 정말 많은 대학생과 마주했다. 야유를 보내거나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수고한다'며 음료수와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학생, 응원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했다.

숙명여자대학교 학생 서예진씨도 "윤석열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가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겠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서씨는 "억지 논리만 펼치는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지 말자"면서 "'내란수괴는 사라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치는 데 함께 해 달라. 역사 속에서 대학생이 언제, 어디서나 앞장서 왔듯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당당히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구에 의사봉을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기자회견 말미 대학생들은 직접 윤 대통령에게 파면 선고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준비해 온 의사봉 모양 손팻말을 들고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후 시국회의는 대학생 1만여 명의 서명을 모은 박스를 들고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향했다. 김민지 집행위원장 등이 민원실 앞에 도착하자 인근에 있던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빨갱이 아니냐", "북한으로 꺼져라" 등 수준 이하의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성명을 제출하고 나온 김 집행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대학생들이 모은 요구(만장일치 파면 촉구 서명)를 헌재가 인정해서 윤석열을 파면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헌재 주변에 있는 극우 세력의 목소리는 결코 민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박수림 기자 >

 

"석열이형 편이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윤 대통령을 당장 파면해야 할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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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시위를 벌이는 한 지지자가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새긴 태극기를 들고 있다.권우성

올해 3.1절엔 아파트 베란다에 걸린 태극기를 본 기억이 없다. 아무리 국경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예년만 못하다지만, 그래도 3.1절과 광복절이면 베란다마다 드문드문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어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다. 국경일엔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걸 법 조항처럼 여겨온 세대여서다.

태극기 배지를 가방에 매달거나 붙이고 다니던 아이들도 근래엔 보기 힘들어졌다. 요즘 아이들에게 태극기는 애국심의 표상이라기보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었다.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나 가방이 유행이었고, 야외 행사 때 태극기 문양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말 그대로, 태극기 전성시대였다.

"괜히 오해할까 싶어서 일부러 떼어 냈어요."

가방에 열쇠고리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한 아이는 태극기 액세서리들을 얼마 전 죄다 처분했다고 한다. 보통 헐값에라도 친구들에게 팔거나 선물하는데, 사거나 받겠다는 경우가 아예 없었다며 그냥 버렸다는 거다. 개중에는 태극기 문양의 필기구와 호루라기 등 쓸만한 것들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요즘 들어 그는 "너 '태극기 부대'냐"라거나 "이왕이면 성조기도 함께 달라"는 조롱을 심심찮게 받는다고 한다. 친구들끼리의 장난 섞인 말이지만, 하도 자주 듣다 보니 여간 찜찜한 게 아니라는 거다. 예전엔 디자인이 예쁘다거나 잘 어울린다며 부러움을 샀지만, 이젠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자유와 애국이라는 말이 오염됐다

한 외국 쇼핑 사이트에서 파는 'ROKA(Republic Of Korea Army) 티셔츠. 티셔츠 뒷면에는 KOREA ARMY라고 적혀 있다.ebay


지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로 아이들에게조차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 덩달아 'ROKA(Republic Of Korea Army)-티'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까지 전국 고등학생의 평상복이자 체육복으로 불렸던 티셔츠다. 현역 군인들이 입던 생활복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소비된 것이다.

'ROKA-티'나 얼룩무늬 옷을 입고 다닐라치면, 대번 '석열이 형' 편으로 낙인찍힌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탄핵 반대 집회에 가보면 군복 차림의 참가자들이 여럿이다. '전우회'라는 이름을 내건 깃발을 들고 빨간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낀 초로의 남성들이 사실상 집회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로, '석열이 형'은 요즘 아이들이 윤 대통령을 호칭하는 방식이다. 그들 중 열에 여덟아홉은 그렇게 부른다. 기성세대에겐 비아냥처럼 들릴 테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석열이 형'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기획한 웹 예능 프로그램(석열이형네 밥집)에서 등장한 용어다.

이후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되면서 아이들에게 익숙한 호칭이 됐다. 그들이 느끼기에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이력에다, 거칠고 투박한 말투와 마초 같은 몸짓에 가장 부합하는 호칭인 셈이다. 적어도 남자아이들에겐 긍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비상계엄 당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로 난입한 장면을 본 뒤, 군이라고 하면 누구든 계엄군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군의 최고 지휘관들의 한심한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아이들조차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수호한다는 국군을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조롱을 넘어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태극기와 국군뿐 아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온 가치들조차 봉변을 당하고 있다. 이제 '자유'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기 께름칙한 단어가 됐다.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기자회견과 경축사 때마다 입버릇처럼 자유를 외쳐왔다. 자유라는 단어를 빼면 아예 문맥이 연결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젠 자유가 민주주의라는 말조차 오염시키는 수식어가 됐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민주주의는 좌파 용어이고, 자유민주주의는 우파 용어라고 단정하는 아이들이 있다. 북한의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니냐며, 그들의 민주주의와 구별 짓기 위해서는 앞에 자유라는 단어를 꼭 붙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반면에 자유를 '극우'와 동일시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자유라면서, 외국인이 듣는다면 윤 대통령이 '자유의 수호신'처럼 느껴질 법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정당의 이름에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개는 극우 정당이라는 나름의 근거를 대기도 한다.

한 아이는 자유가 '극우의 폭력성을 감추는 가면' 같은 거라고 단언했다. 일단 자유라는 말을 끌어다 붙이면 누구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민주주의보다 자유민주주의가 훨씬 더 자유로운 것 같고, 폭력적 시위에도 자유라는 수식어를 쓰면 정의롭고 적법한 행동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언어도단일지언정 그렇다는 거다.

그의 말을 엿듣기라도 한 걸까.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을 저지른 폭도들을 대변하는 한 변호사는 폭동을 '자유 운동'으로 명명했다. 사법 기관을 물리적 폭력을 사용해 점거하고 판사를 붙잡아 처단해야 한다고 악다구니 쓴 이들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두둔한 거다.

"우연히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지나가다가 '애국 청년'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어요."

자유와 함께 치도곤당한 대표적인 단어는 '애국'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반대 집회는 사실상 어르신들의 '독무대'였지만, 지금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얼추 네다섯 명 중 한 명이 청년 세대일 정도로 젊어졌다. 혹자는 탄핵 반대 집회가 인기 극우 유튜버와 기독교 신도를 중심으로 꾸려지다 보니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느닷없이 '애국 청년'이라는 칭찬을 들은 그는 '탄핵을 반대하면 애국자고, 찬성하면 매국노인가?'라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단다. 가슴 뭉클하게 하는 애국가마저 순간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고작 '내란 수괴를 위한 구명 운동'을 거창하게 애국으로 포장한 저들의 인식이 우스꽝스럽다면서도, 애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척 부담스럽다고 했다.

자유에 이어 애국이라는 숭고한 단어마저 극우 세력이 독점해 악용하는 양상이다. 숫제 두 단어를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 언론에서도 그들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 쓰면서 편견을 공고화하고 있다. '애국 청년'을 '자유 청년'과 마구 혼용하면서 자유와 애국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거다.

이름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파면돼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단식 농성장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금융-사무노동자 시국선언대회'를 하고 있다.이정민


헌법 질서를 위협한 사법부 침탈을 '국민 저항권 행사'로 제멋대로 규정하고, 폭동을 '항쟁'으로 높여 부르는 이들에게 '언어'를 빼앗겼다. 우리말로도 모자라 영어까지 그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의 이름부터 'Save Korea'다.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뜻인데, 기실 그들이 구하려는 건 윤 대통령이며, 나아가 그들의 기득권이다.

'공정'과 '상식'의 개념이 더럽혀진 건 이미 오래고, '자유'와 '애국'의 가치조차 훼손되어 말 꺼내기조차 민망한 시절이다. '아닌 밤중 홍두깨' 같았던 비상계엄으로 군의 명예는 실추됐고,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이 됐다. 이 모든 게 2년 반 남짓의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요컨대, 난맥상인 단어들의 '정명(正名)'을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서둘러 파면되어야 한다. 계엄령을 옹호하기 위해 '계몽령'이라는 신조어까지 지어내는 기괴한 현실에서, '이름을 바로잡는' 일만큼 시급한 건 없다. 이러다 국어사전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이들의 낯 뜨거운 조롱에 기성세대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 서부원 기자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시당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상욱 의원은 “울산 당협의 실질적 추대가 철회된 것은, 제가 비상계엄해제와 대통령 탄핵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저는 이를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면 정당을 떠나 행동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당위이자 자격이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무리 속에 있으면서 배타 당한다는 게 좀 힘들다."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당 안에서 본인이 지속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데 대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12·3 비상계엄을 명확히 반대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찬성 표결에 나선 이후 그를 향한 당내 주류의 비난과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권성동 원내대표가 탈당을 공개적으로 권유할 만큼 분위기가 험악한 상황이다(관련기사: 탈당 권유했지만 '탈당 권유'가 아니라는 국민의힘 https://omn.kr/2bsw6).

특히, 김 의원이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에 하나라도 탄핵 기각이 된다면 저는 국회에서 죽을 때까지 단식 투쟁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한 게 기폭제가 됐다(관련기사: 국힘, 헌재에 '윤석열 탄핵 각하' 탄원... "압박 아니라 읍소" https://omn.kr/2cjri).

강민국 의원은 13일 당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이재명의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의견과 같이하는 이 발언에 대한 뜻을 말해달라"라고 날을 세웠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사무총장을 향해서도 "한 개인 의원의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사안"이라며 당 지도부가 명확한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내란 사태 이후에도 친윤계가 당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소수에 불과한 소신파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이다.

"탄핵 인용되면 화풀이 대상 찾을 것, 아마 제가 될 것"

김상욱 의원은 14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혼자인 게 아무래도 고립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무리 속에 있으면서 배타 당한다는 게 좀 힘들다"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무리 속에서는 철저하게 혼자임을 느끼고 있는데"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만 하더라도 '잘못되었다, 탄핵은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라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런 목소리를 내던 분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도 생각을 표출하기가 힘들다. 또 내부 분위기는 더 강성으로 간다"라며 "그러다 보니 더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정치라는 한자어가 바르게 다스려 간다는 뜻이지 않느냐?"라며 "지금 우리가 반드시 회복해야 되는 것, 지켜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이다. 또 헌정질서이다. 또 법치주의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탄핵 선고가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키고 훼손한 것을 되돌리는 첫 단계"라고 본인의 소신도 재확인했다. "바른 방향, 우리 누구나 다 알고 있다"라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파면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특히 '단식'을 언급했던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결연하게 이렇게 할 것이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저는 만약에 탄핵 기각이 이루어진다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서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무너졌는데 헌법을 지키기로 선서한 국회의원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탄핵이 기각되는 순간이 민주주의가 멈추는 순간"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저도 그런 결연한 마음이지만 광장에 나가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정치인이 자꾸 광장에서 국민들을 선동하고, 본인들이 해야 될 일을 국민들께 짐을 자꾸 지우면 이 사회의 갈등이 깊어진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치인들이 선동하고 이용하려고 하고 자신의 힘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이럴수록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타협하고 본연의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얘기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뒷얘기는 사라지고 앞 얘기만 (주목을 받았다)"라고 당시 단식 발언의 맥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본인을 향한 탈당 압박에 대해 "계속 있었던 것"이라며 "탄핵이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저는 매우 큰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인용이 되면 동료들이나 아니면 저희 당의 강성 지지층들은 뭔가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겠다. 아마 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제가 옳음을 추구한 데 따른 값을 치러야 된다면 값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거는 제가 정치를 하는 이상 당연한 귀결"이라며 "감당해야 될 몫"이라는 말이었다.

권성동 "그 친구한테 관심이 없다"라며 즉답 피해

권성동 원내대표 대면한 김상욱 의원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권 원내대표는, 당 일각의 김 의원 징계 요구에 대해 "그 부분 대해서는 원내 사안이 아니고 당무 사안이라 제가 입장 밝힐 처지에 있지 않다"라고 거리를 뒀다. "우리 당 당헌·당규상 중앙윤리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독립된 지위에서 업무를 하게끔 돼 있어서, 윤리위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징계 개시나 이런 게 결정되리라고 보고 있다"라며 칼자루를 윤리위에 넘긴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12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당시에도 김 의원의 발언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노 코멘트' 하겠다"라며 "이제 김상욱 의원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저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저 관심이 없다, 그 친구한테"라고도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징계 요구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통해서도 "국민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면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 위안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라며 "저의 언행이 당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