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 미얀마 의사 3인 "거리· 사설병원서 의료헌신 지속"

"비슷한 아픈 경험 한국민 응원 감사…내전나도 환자 치료할 것"

 

쿠데타 반대 의미로 빨간 리본을 매단 미얀마 의사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지금까지 가장 큰 타격을 준 저항은 시민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CDM)이다.

의료·금융·교육 등과 같이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철도·항만 등과 같이 산업의 대동맥을 차지하는 주요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군사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CDM이 병원과 학교, 도로, 사무실 그리고 공장을 멈춰 세웠다고 비판한 것이 그 방증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시위가 열려도 그들은 업무를 중단시키지는 않는다"며 "CDM은 국가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 경제가 10% 뒷걸음질 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 요인으로 '은행과 물류 등 주요 공공서비스 차질'을 거론했다.

이를 의식한 군정은 조만간 모든 주요 부문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해고는 물론이고 처벌된다"는 위협과 엄포에도 불구하고 관사에서 쫓겨나면서까지 많은 이들이 CDM을 계속하겠다며 결의를 보인다.

연합뉴스는 양곤의 한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다가 2월1일 쿠데타 이후 CDM에 참여 중인 의사 3명을 지난 12일 양곤의 모처에서 만났다.

 

지난 2월 만달레이에서 의대생들이 시민불복종운동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AP=연합뉴스]

 

미얀마 의사들은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끌었다. 기자가 만난 의사 3명도 쿠데타 이후 누구보다 먼저 CDM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들은 군부 수배령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거리에서, 사설진료소 등에서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쉬지 않고 무료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기자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원하지 않는 정부 아래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는 대답이 나란히 돌아왔다.

의사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은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CDM으로 독재정권이 마비되도록 할 수 있다"면서 "CDM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재정권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군인과 경찰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혈 사태를 최소화하면서 시민불복종 운동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인과 경찰들이 CDM에 참여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CDM 참여가 부담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국립병원에는 출근하지 않지만, 무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시위에 앞장서고, 시위 현장에서 다친 시위대에 대한 응급치료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또 사립병원에서 최저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의사들도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그래서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데도 국민들이 의사들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사 B씨도 "평생 군부독재 아래에서 독재자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공포로 인해 코로나19가 더는 무섭지 않은 것이 돼버렸다"며 국민들이 의사들의 CDM 참여에 비판 보다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CDM 운동과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연결돼 CDM이 CRPH를 뒷받침하고, CRPH 또한 CDM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반(反)군부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만으로 싸울 게 아니라 민주 세력도 무장하고 무기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C씨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쿠데타 이후부터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다"며 "모든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참여하면 우리가 원하는 연방민주정부와 연방군이 구성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CRPH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씨는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도 군부독재를 겪었다. 또 5·18을 다룬 한국 영화에서 한국민의 저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비슷한 아픈 역사를 겪었던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투쟁은 결정적인 마지막 투쟁이 될 것"이라며 "지면 군부독재 아래에서 인권을 짓밟히면서 평생을 탄압당하고 살게 되고, 이기면 5년 안에 동남아시아에서 발전하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내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위 현장에서 연결망을 구축해 놓은 단체들과 임시 장소들을 이용해 환자들을 계속 치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민 700여명 죽었어도 물 뿌리며 '떼춤'추는 미얀마 군인들

 '조용한 띤잔'과 정반대…"시민들 공포 속 사는데, 침략 외국군 같다"

  군부 방송, 반 쿠데타 인파를 전통설 띤잔 기념 인파로 '가짜 뉴스'

 

음악에 맞춰 물을 뿌리며 춤을 추고 있는 미얀마군 사관생도들.[이라와디 캡처]

 

미얀마는 이번 주 최대 축제인 전통설 띤잔(Thingyan) 연휴를 맞았지만, 유명한 물 축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700명 이상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만큼, 올해만큼은 물축제를 하지 말고 이들을 기리며 저항 의지를 다지자는 시민들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에는 이와 전혀 다른 군인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군부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1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는 만달레이의 한 사관학교에서 전날 생도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보도됐다.

 

1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백 명의 생도들이 다채로운 색상의 옷을 입고 손을 위로 흔들거나 아래위로 뛰면서 춤을 추고 있다.

주변에서는 호스와 물총 등으로 이들에게 물을 뿌리는 모습도 담겨 있다.

이라와디는 이 영상에 "2월 쿠데타 이후 숨진 수백 명의 시민들의 희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다른 곳에서는 시민들이 띤잔 축제를 벌이는 것을 거부했다"고 적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민간인들은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데, 군인들은 띤잔 축제를 기념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를 침략한 외국 군대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CPRH는 또 "명백히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칙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현재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에 대해 지난해 11월 총선 유세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로 기소했다.

한 네티즌도 SNS에 "미얀마 군인들은 700명 이상을 죽인 뒤 띤잔 축제를 펼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유튜브에도 미얀마 군인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런 영상은 미얀마 군경이 시민들의 희생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전·현직 장교 4명은 "군인 대부분이 세뇌됐다" "군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간주한다. 병사 대부분은 일생동안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 현직 장교는 "대다수 군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들에겐 군부가 유일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양곤 중심가 반쿠데타 집 모습을 띤잔 축제 기념 인파로 거짓으로 전하는 군부 방송[SNS 캡처]

 

한편 한 단체는 군부 방송이 양곤의 중심부 광장을 가득 채운 반(反) 쿠데타 집회 모습을 띤잔을 즐기려는 인파라고 속이는 방송을 내보냈다며 관련 장면을 SNS에 캡처해 올렸다.

다른 SNS에는 관영 매체들이 몇 년 전 행사 영상을 가져다가 올해 띤잔 축제 모습이라며 소개하고 있다는 '고발'도 이어졌다.

군부의 이같은 거짓 뉴스는 쿠데타 이후 대학살로 흉흉해진 민심을 가리는 동시에 현재 미얀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주장하기 위한 속내로 보인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된 시민들은 715명에 달했다.

 

미얀마군 카친 또 공습… "생라면 · 생쌀연명 숨어 지내"

카친족과 정부군 교전으로 양측 모두 많은 희생자 발생

 

미얀마군이 소수민족 주요 무장세력 중 하나인 카친독립군(KIA) 활동지역과 거주지를 다시 공습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카친독립군이 민주 진영과 손잡고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자, 전투기까지 동원해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군 전투기가 카친독립군이 점령한 초소를 공습한 모습 [카친뉴스그룹 동영상 캡처]

15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군과 KIA는 쿠데타 이전까지는 휴전 협상 중이었지만, 지난달 8일 반군부 시위를 벌이던 카친족 2명이 군부 폭력에 숨진 뒤 충돌을 계속해오고 있다.

카친족이 사는 카친주는 미얀마 최북단 지역으로 중국,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KIA는 군과 경찰을 공격했고, 정부군은 박격포 등 중화기는 물론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감행했다.

양측은 카친주의 알로 힐 등 전략 요충지를 서로 뺏고, 탈환하기 위해 교전하고 있다.

14일에도 카친주 상공에 전투기가 나타나 마을을 공습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카친주 주민들은 전투기 공습에 대항할 방법이 없기에 몸을 숨기기 급한 상황이다.

 

특히, 산으로 숨은 주민들이 전투기가 야간에 불빛을 보고 공습할 것을 우려해 요리하지 못하고, 생라면과 생쌀을 씹어먹으며 버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7세 여학생이 미얀마군 공습 당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SNS에 퍼졌다.

이 학생은 "오후 7시15분께 공습이 시작돼 달아났다"며 "달빛 아래서 달려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달아나던 누군가가 '엎드려'라고 말해서, 엎드렸고, 계속 도망쳐서 높은 곳으로 숨었다"며 "나흘 밤을 야외에서 보내면서 총소리를 들으면 더 멀리 달아났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은 "생라면 몇 개만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그걸 먹을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끓이려고 불을 피우면 공습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쌀로 밥을 짓긴 했지만, 익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생쌀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미얀마군 공습에 달아난 학생 "생라면 먹으며 버텼다" [트위터 @PVamplify]

미얀마 시민들은 정부군이 비무장 시민들한테도 공습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군의 공격으로 최소 40명이 숨졌고, 수천 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군에서도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정부군이 KIA로부터 전략 요충지를 탈환하려다 참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KIA는 전날 기준으로 정부군 38명을 포로로 붙잡았다.

포로 중에는 홀로 낙오돼 8일 동안 바나나 봉우리(banana buds)만 먹고 버티다 붙잡힌 경우도 있다.

 

미얀마 군경, 박격포 등 중화기 동원…시위대는 게릴라전

“양곤 근처 바고서 박격포 등 발사로 82명 숨져”

소수종족 반군 습격으로 경찰 최소 10명 사망도

 

   9일 새벽 미얀마 군경이 바고에서 중화기로 공격했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갈무리

 

미얀마 군경이 지난 9일 밤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처음으로 박격포 등 중화기를 발포해 8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와 소수종족 반군 단체가 게릴라전으로 군경에 응수하면서, 미얀마의 내전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10일 <로이터> 통신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를 보면, 9일 새벽 미얀마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90㎞ 떨어진 바고에서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공격했다. 이날 시위 목격자들은 군경이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등 화력이 강한 중화기를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한 바고 주민은 <미얀마 나우>에 “그들은 중화기를 발사했다. 아직도 발포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고 시민들은 이날 군경이 발사한 박격포탄의 잔해를 찍은 사진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이날 공격으로 총 83명이 숨졌고, 바고에서만 8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초 쿠데타 이후 10일까지 총 사망자는 701명으로 집계됐다. 한 시위대 관계자는 “집단학살 같았다”며 “그들은 모든 그림자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날 군경의 강력한 진압에 공포를 느낀 많은 마을 주민들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기 동원 정황까지 드러났지만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 대량 학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9일 기자회견에서 조 민 툰 군부 대변인은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시간 내에 500명도 죽었을 수 있다”며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군사컨설팅 업체인 제인스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 정보 수집과 위협 등의 목적으로 중국산 무인항공기(CH-3A)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공군은 2013∼2015년 중국으로부터 무인항공기 10∼12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전시 수준의 무력을 사용하면서, 시위대와 소수종족 무장단체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10일 미얀마 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등은 이날 샨주 나웅몬의 경찰서를 공격했고, 경찰관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현지 매체는 경찰관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군부는 소수종족 무장단체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무장단체들은 군부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을 학살했다며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군부를 공격해 군인 3명과 주민 1명이 숨졌다고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사가잉 지역의 타무 주민들은 이날 군인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마을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고속도로 부근에서 매복해 있다가, 사제 수렵총 등으로 군인들과 교전을 벌였다. 지난 4일에는 이곳에서 시위대가 군용 트럭을 향해 던진 수류탄이 터져 군인 4명이 폭사했다. 한 주민은 “군부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게릴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군경을 공격한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군부는 또 쿠데타 이후 사망자 수가 9일까지 248명(이날 AAPP 기준 618명)이라며, 군경이 16명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군법원 19명 사형선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경찰서 공격

 

시위 진압에 무기를 사용하는 미얀마 경찰 [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10일(현지시간) 동부지역의 한 경찰서를 공격해 최소 10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이 이날 샨주(州) 나웅몬의 경찰서를 공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샨뉴스는 적어도 10명의 경찰관이 공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는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미얀마 군부의 강경 시위 진압을 비판하며 군부에 맞설 연방군을 창설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단체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정부 대표위원회'(CRPH)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CRPH는 지난달 말 군부가 주도한 2008년 헌법 폐지를 선언하고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CRPH의 국제사회 대변인 격인 사사 유엔 특사는 연방군 창설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소수민족의 자체적인 군 보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새 헌법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미얀마에서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이 확인된 이는 618명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군사법원, 장병 살해 혐의로 19명에 사형선고"

"쿠데타 이후 첫 사형선고 발표… 최고사령관만 감형 가능"

 군부 "정상 돌아오고 있다… 시민 협력 덕 시위 잦아들어"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

 

미얀마 군사법원이 9일(현지시간) 장병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1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영문판 등이 군부 소유 미야와디TV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사형선고가 발표되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닛케이는 지난달 중순 양곤 등에 계엄령이 선포돼 중범죄는 군사법원에서 다뤄지게 된 이후 첫 사형선고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상급법원 항소는 불가하며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만 사형선고를 뒤집고 감형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미얀마에선 약 30년간 사형선고만 있고 집행은 없었다.

이번에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미얀마군의 날'인 지난달 27일 양곤 노스오칼라파에서 칼과 곤봉으로 장병 2명을 공격해 1명을 살해하고 다른 한 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격 후 오토바이와 총도 탈취했다고 전해졌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쿠데타 이후 전날까지 아동 48명을 포함해 614명이 군경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부 대변인 조 민 툰 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248명이 사망했고 여기엔 군경 16명도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툰 대변인은 미얀마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정부 부처와 은행들도 곧 전면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가 잦아들고 있다면서 "이는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협력 덕이며 우리는 이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부 "군경이 죽이려했다면 한시간에 500명 죽었을 수도"

 "자동화기도 사용 안해" 주장…현지 매체 "그날 중화기 총격 수 십명 사망"

 

기자회견 중인 군사정권 대변인 조 민 툰 준장.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의 '막말'이 또다시 미얀마 국민들을 자극했다.

10일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SNS 등에 따르면 군사정권의 조 민 툰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 의혹을 부인했다.

툰 대변인은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 시간 내에 500명도 죽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SNS에서 툰 대변인이 '수 시간 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툰 대변인은 이어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군부가 시위대에 대해 최소한의 무력만을 사용하는 등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CRPH는 트위터에서 "군부가 대량학살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그의 말은 군경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다른 네티즌은 "군부가 미얀마 국민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툰 대변인은 앞서 방영된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군부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어린이들까지 군경 총격에 사망한데 대해서는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이들을 최전선에 세워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와 같이 억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몬주 캬익토 지역에서 차량에 기관총을 장착한 군인들.[미얀마 나우 캡처]

그러나 툰 대변인의 주장과는 달리 기자회견 당일에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수 십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군경은 이날 새벽 시위대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중화기를 사용했으며,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 폭발하는 탄환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목격자들은 군경이 시신을 어디론가 가져가면서 정확히 몇 명이 숨졌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부가 시위대 바리케이드에 로켓추진수류탄을 발사한 장면 [SNS캡처/AFP=연합뉴스]

앞서서도 군경이 기관총은 물론, 로켓추진수류탄과 유탄발사기 등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중화기들을 사용하는 장면이 시민들의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이 확인된 이는 61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신 유기 및 행방불명된 이후 생사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사태 최소 6개월 연장 시사… "반군부 시위 줄어들어" 주장

미얀마 군부, 말 바꾸고.. "쿠데타 아냐, 어린이 학살 안했다" 변명

 

한국 등 18개국 대사 "자유로운 미얀마 시민 열망 지지" 공동 성명

 

미얀마 군부가 9일 비상사태 기간 연장을 시사했다.

2월1일 쿠데타 직후에는 비상사태가 1년이라면서, 그 이후 바로 총선을 치를 것처럼 말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뒤 본색을 드러냈다. 군부는 또 어린이와 민간인 학살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9일 수도 네피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총선은 2년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툰 대변인은 이날 방송된 미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지만,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상사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소한 6개월 이상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군부가 연장된 비상사태 기간 차기 선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선거 제도나 헌법을 고칠 가능성이 있다.

툰 대변인은 또 "시민들이 평화를 원하면서 반군부 시위가 점점 줄고 있다"면서 "정부 각 부처는 조만간 모두 완전히 정상적인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민 툰 대변인은 또 반군부 시위에 해외 자금이 돈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는 대지 않았다.

툰 대변인은 일부 국가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고, "해외 및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위사진),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발사하는 미얀마 군경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그러나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는 이날도 양곤과 만달레이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반군부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중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는 군경의 총격으로 시위대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미얀마 나우는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얀마 주재 18개국 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군부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대사들은 성명에서 "두달 전인 2월 9일 네피도에서 먀 뚜웨 뚜웨 카인이 총에 맞았다. 그녀 나이 19살이었다"면서 "그때 이후 6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어렵게 얻은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시위하다 죽임을 당했고, 아이들도 살해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정당하고 평화로운 그리고 민주적인 미얀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의 희망과 열망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는 단결한다"고 말했다.

대사들은 또 "폭력은 중단돼야 하고, 정치적 이유로 구금된 모든 이들은 석방돼야 하며 민주주의는 회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 성명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유럽연합(EU) 대표부 및 소속 국가와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18개 국가 대사들이 서명했다.

한국 등 18개국 대사들이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힌 공동 성명.

한편 미얀마 군부는 아울러 어린아이를 포함해 민간인들에게 잇달아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학살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9일 CNN에 따르면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라며 "군부는 부정 선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미얀마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부에 의해 자행된 무차별적 민간인 학살에 대해선 "시위대가 공무원들의 업무 집행을 막고 먼저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진압이 불가피했다"며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원칙에 맞춰 대응했다"고 강변했다.

군의 무차별 총격에 수십명의 어린이가 희생된 것과 관련해서도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이들을 최전선에 세워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며 "집에 있는 어린이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반박했다.

미얀마 현지 인권 단체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얀마 유혈 사태로 인한 누적 사망자수는 600명을 넘어섰고, 16세 미만 어린아이를 포함해 미성년자 최소 48명이 숨졌다.

한편 조 민 툰 준장은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지만,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2년내 투표 개최 의사를 밝혔다.

아웅산 수치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선거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고자 했다면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미얀마의 토양과 역사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서구의 민주주의와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런던 미얀마 대사관도 '쿠데타'…군부 비판한 대사 쫓겨나 배회

부대사 · 무관 등이 출입 가로막아… 대사관 밖엔 군부 비판 시위대 몰려

영, 쿠데타군부 비판-제재 하고도, 미얀마 대사 임기종료 공식 통보 수락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다가 대사관에서 쫓겨난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해 온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가 하극상으로 인해 대사관 밖으로 내몰렸다.

영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미얀마가 대사 임기 종료를 공식 통보해온 것을 수락했다.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는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런던 한복판에서 벌어진 쿠데타"라며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 건물이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입장을 위해 대사관 앞에 머물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대사관 밖에 세워둔 차에서 이날 밤을 보냈다고 AFP가 전했다.

민 대사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권력을 잃고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문민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최근 몇 주 동안 군부에 등을 돌려왔다.

소식통들은 칫 윈 부대사가 미얀마 대리대사를 맡아 무관과 함께 민 대사의 입장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 군부 인사들, 군부와 연계된 기업들을 제재하고 민주주의 복원을 요구했다.

앞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민 대사의 미얀마 군부 비판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AFP 통신은 대사가 퇴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대사관 앞에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시위자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민 대사는 자신의 퇴출과 관련한 사안을 영국 외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외무부는 8일 아침 미얀마 군부로부터 민 대사 임기가 종료됐다는 공식 통보를 받아서 외교 협약에 따라 수락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BBC가 보도했다.

외무부는 "전날밤 미야마 정부에 대사 임기 종료 통보는 적절한 외교 채널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알렸고, 이후로 통보가 왔으므로 미얀마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외무부는 그러나 칫 윈 부대사가 후임이 된다는 통보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 대사는 2013년부터 주영 대사로 재임했으며 군부 쿠데타 비판 성명을 내기 전에 지난달 8일 라브 장관을 만났다. 성명 발표 다음 날 군부는 그를 소환했다.

민 대사에 앞서 지난달 주UN 대사가 공식적으로 군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교체됐고 워싱턴 대사도 폭력적 시위 진압을 비판했다.

 

미얀마 군경 발포로 누적 사망자 600명 넘어…어린이만 48명

 현지 매체 "전날 사가잉 등지에서 최소 20명 숨져…총 606명 사망"

 양곤 관공서·군부대 부근서 폭발물 터져…중국계 의류 공장서 화재

 

군경 유혈 진압에 새총으로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경이 7일에도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20명이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수가 600명을 넘어섰다.

8일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현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 집계와 자체 파악한 신규 사망자 수를 취합한 결과 지금까지 사망자 수가 606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AAPP에 따르면 누적 사망자 수는 598명이다. 이중 48명은 어린이다.

전날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인한 희생자는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깔라이에서 11명이 사망했고, 따제에서는 7명이 숨졌다.

군경은 깔라이 골목과 도로 곳곳에 자리를 잡고 그림자만 보여도 무차별 난사를 했다.

사망자 중 3명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실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따제에서 시위대는 저격용 라이플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군경에 맞서 사체 총으로 대응했다.

바고 지역에서는 2명이 숨졌으며 군경은 시위 참가자를 붙잡기 위해 병동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대도시인 양곤의 관공서 및 군부대 주변에서 폭발이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양곤 교외에 위치한 흘라잉 타야 산업단지의 중국인 소유 의류 공장에서 불이 났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14일에도 이곳에 위치한 중국계 의복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한편 군부는 지난달 27일 미국 대사관 부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로 아예 또 까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그에게 미국과 미얀마의 정치적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고압력 공기총을 구입한 뒤 대사관 시설에 납 탄환을 발사한 혐의를 두고 있다.

한편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자행한 광범위한 인권유린 관련 증거 18만여건을 모아 유엔 산하 인권단체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비판한  '유명인 수배명단' 공개

관영매체 통해 얼굴은 물론 주소·SNS 계정 등도 유포

군사정권 비판 앞장선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 체포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 라이트' 5(현지시간)자 지면에 실린 기소자 명단. [글로벌 뉴 라이트 갈무리=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쿠데타를 규탄해온 유명인사 신상 등을 담은 '수배명단'을 배포하는 등 비판 세력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6(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 라이트'4~6일자 지면에 '국가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뉴스를 유포해 형법 505a항에 따라 기소된 사람'이란 제목과 함께 명단을 실었다.

공무원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가담하도록 고의로 선동했거나, 불법적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지지를 보여주는 정보 등을 유포한 유명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미얀마 형법 505a항은 군인과 경찰 등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이나 기사, 소문 등을 제작·반포·유포할 경우 최대 3년 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CRPH는 군부에 맞서는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 격 기구다.

수배명단에는 얼굴이 드러난 사진과 주소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계정 프로필도 담겼다.

4~6일 사흘간 명단에 실린 이는 총 60명이다.

가디언은 명단에 포함된 이들의 작품을 방송하면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정보부 서한이 방송국에 돌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다만 서한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 미아트 노에 에는 SNS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면서 "내 차례가 오면 정말로 두려울 순 있겠지만, 조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자가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60)6일 아침 군부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 사유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군부의 입장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매체는 전했다.

정치범을 다룬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한 뚜라는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을 앞장서 비판했고 여러 번 투옥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10개 소수민족 반군 "국민과 함께"…유혈 진압 비판

민주진영 '통합정부' 수립에 화답 해석

군부 휴전 제안에 '거부'의사 전달

 

카렌민족연합(KNU) 반군들이 반(反) 쿠데타 시위에 동참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의 주요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군부 폭력을 규탄하고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4일 통신에 따르면 이들 소수민족 무장단체 지도부는 전날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실탄 사용 등 무력 진압을 비판했다.

샨족복원협의회(RCSS)의 욧 슥 장군은 "군부 지도자들은 (유혈 진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렌민족연합(KNU)과 RCSS 등을 포함한 이들 소수민족 반군단체 10곳은 앞선 테 세인 정부(8곳) 및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2곳)에서 각각 휴전 협정을 체결했었다.

이들은 그러나 쿠데타 발발 20일 만에 군사정권 반대 및 시민 불복종운동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욧 슥 장군은 휴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10개 소수민족 반군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한 휴전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10개 소수민족 반군단체는)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얀마군 공습 피해 정글에 숨은 카렌족: 27일(현지시간) 미얀마 카렌주의 한 마을 주민들이 군의 공습을 피해 정글에 숨어있다. 이날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 무장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관할지역인 이곳을 공습했고,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공습을 받은 카렌주 마을 5곳 주민 3천 명가량은 28일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신했다. [프리 버마 레인저스 제공, AFP=연합뉴스]

이런 입장은 지난 1일 자로 민주진영이 2008년 군부헌법을 폐기하고 연방민주주의연합을 고리로 '민족 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한 데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진영은 소수민족 무장조직들과 연대해 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했지만, 어떤 단체가 참여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난주 군부가 일방적으로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상대로 한 달간의 휴전을 선언한 데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로도 해석된다.

군부는 당시 소수민족 반군과의 휴전을 선언하면서도 안보·행정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외라고 밝혀 반(反) 쿠데타 시위대는 계속 강경 진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욧 슥 장군은 이와 관련, 휴전에는 시위대 등에 대한 폭력 행위 중단이 요구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쿠데타 이후 남동부 카렌주 인근에서 미얀마 군부와 지속해서 충돌하고 있는 KNU는 이날도 군부의 공습 등을 비판했다.

KNU는 성명에서 "미얀마군이 지난달 27~30일 계속해서 지나친 폭격과 공습을 했다"면서 "이 때문에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습으로 인해 1만2천 명 이상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피신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을 새 · 닭처럼 죽이고 있다”…미얀마 군 ‘야만의 학살극’

‘국군의 날’ 대규모 시위, 군부 강경 진압
14살 소녀 숨지고 5살 아기도 총 맞아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현지시각)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쿠데타 이후 최대인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군경이 시위대는 물론 민가에까지 총격을 해 어린이들도 다수 희생됐다. 이날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숨진 한 남성의 가족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현지시각)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쿠데타 발생 이후 54일 만에 최대인 110명 이상이 숨졌다. 군경이 시위대뿐 아니라 민가에도 총격을 퍼부어 1살 아기가 눈에 고무총탄을 맞고 14살 소녀가 숨졌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2개국 합참의장이 28일 미얀마 군경의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국제사회가 허울뿐인 규탄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때라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인터넷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시위대 수만명이 이날을 ‘저항의 날’이라 이르며 최대 도시 양곤과 2대 도시 만달레이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군경 유혈진압으로 최소 1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은 28일에도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고, 전날 숨진 이들에 대한 장례식이 곳곳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미얀마 국군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3월27일 아웅산 장군 등이 일본군에 맞서 무장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원래 명칭이 ‘저항의 날’이었는데 군부가 ‘국군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달 1일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군은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 모두와 손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각) 양곤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민 아웅 흘라잉의 말과 달리 군부는 26일 국영방송인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앞선 비극적 죽음으로부터 머리와 등에 총격을 받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노골적인 위협 메시지를 보냈다. 27일에는 전날 위협한 대로 실탄과 고무탄 등을 쏘면서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도 불을 질러 무력화했으며, 시위대를 찾는다며 주택가를 급습해 시민들을 공격했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은 만달레이에서 40살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은 뒤 산 채로 불태워졌다고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는 숨지기 전 “엄마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군경은 특히 아기와 어린이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양곤 외곽에서 한살배기 여자 아기가 집 앞에서 고무총탄에 눈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5살 유아도 만달레이에서 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위독하다고 전했지만, 사망 여부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만달레이주 메이틸라에서는 14살 소녀 판 이 퓨가 숨졌다. 그의 어머니는 군인들이 집에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모든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어머니는 <비비시>에 “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처음에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3일 7살 소녀가 집에서 아버지 품으로 뛰어가다가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어린이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27일까지 423명(<로이터> 추산 440여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는데, 그 가운데 미성년자 20여명이 포함됐다. 만달레이주 민잔시 주민인 투 야 조는 <로이터>에 “그들(군경)은 우리를 새나 닭처럼 죽이고 있다. 심지어 우리들 집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군은 이날 오후 소수민족 카렌족이 다수 거주하는 카인주 타이 접경지대에서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졌다고, 민간단체인 카렌평화지지네트워크의 대변인이 밝혔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일부 의원이 꾸린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 임시정부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의 연대를 발표한 가운데, 공습 몇시간 전 카렌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동맹(KNU)이 이 지역 미얀마군 초소 한 곳을 점령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처로 보인다.

국제사회 곳곳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사태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군부가 소수를 위해 국민의 목숨을 희생시킬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깊은 애도를 유족들에게 보낸다”며 “버마의 용기 있는 국민은 군부의 공포정치를 배격한다”고 덧붙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위터에 “미국은 버마 군부가 저지른 혐오스러운 폭력과 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계속해서 지울 것”이라고 적었다. “버마 국민에 대한 잔혹한 폭력에 맞서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를 내기를 촉구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28일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국군의 날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그러나 국제사회가 말뿐만 아니라 본격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비등하고 있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 톰 앤드루스는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가 국민을 대량학살하는 동안,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우려의 말들은 미얀마인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정도 규모의 위기를 검토하고 조처를 해야 할 적절한 장소다. 만약 유엔 안보리가 행동할 수 없다면 미얀마 관련 국제 긴급 정상회의를 즉각 소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는 석유와 가스 부문 수출을 차단하고 무기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타이 8개국은 27일 미얀마 국군의 날 행사에도 대표단을 파견했다. 러시아는 이들 중 최고위급인 국방부 차관이 참석했고,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러시아는 진정한 친구”라고 추어올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찬성하지 않으면,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본격 제재는 어렵다. 조기원 기자

 

미얀마 탈영 장교 “군, 사회와 단절돼…시위대를 범죄자로 봐”

 

뉴욕타임스, 미얀마 장교들 4명 인터뷰
“사회와 단절…군대가 유일한 세계”
“세뇌와 감시로 명령에 의문 못 달아”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 맛본 적 없어”

 

미얀마 국군의 날이었던 27일 군경의 총격으로 시민 131명이 숨진 가운데,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부상당한 시민을 들어 옮기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그들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본다. 왜냐면 군대에 불복종하거나 저항하는 사람은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이달 초 제77 경보병 사단을 탈영한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대부분의 군인들은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를 전혀 맛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암흑 속에 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뉴욕 타임스>는 쿠데타 이후 탈영한 2명 등 4명의 미얀마 군 장교들과 한 인터뷰를 토대로 미얀마 군의 폐쇄적인 삶과 사고방식을 소개했다. 미얀마어로 ‘타마도’(Tatmadaw)로 불리는 군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시민 4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2월1일 새벽 트럭에 올랐을 때 무슨 일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는 동료가 쿠데타에 관해 귀엣말을 하는 것을 듣고 “그 순간 미얀마의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며칠 뒤 자신의 상사가 실탄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며 “군인들이 국민을 적으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 초 양곤 시내에서 탄피들을 발견하고는 시민들에게 실탄이 진짜로 발사됐다는 점을 깨닫고 그날 밤 페이스북에 접속해 시민들 여러 명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 이어 며칠 뒤 탈영해 현재까지 몸을 숨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장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얀마 군은 사회와 동떨어진 채 특권을 갖고 자기들끼리 살고, 일하고, 어울리는 한편 상급자로부터 병영과 페이스북에서 끊임없이 감시를 당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장교들은 영내에서 가족과 거주하고 모든 움직임을 감시당한다. 군부가 쿠데타 이후 이동통신 데이터 접근을 차단한 데에는 상부 명령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병력을 고립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장교들과 가족들은 쿠데타 이후에는 허가 없이 영내를 15분 이상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탈영한 한 장교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선배들의 모든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게 정당한지 부당한지 의문을 달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감시와 세뇌로 인해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라는 명령도 의문 없이 따른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심리전 훈련을 받은 장교들은 군인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계정들에 정기적으로 민주주의에 관한 음모론을 심는다. 지난해 11월 아웅산 수치가 승리한 선거를 사기로 묘사하거나, 무슬림이나 서구가 미얀마를 파괴하거나 점령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다.

한 현직 대위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계와 단절돼왔다. 그들에게는 타마도가 유일한 세계”라고 말했다. 현역 장교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뇌를 당한다”며 “군인들이 외국의 침입에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군인들은 군대 안에 쿠데타에 대한 일부 불만도 있지만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혈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양곤의 한 군의관은 “나는 관두고 싶어도 관둘 수가 없다. 내가 관두면 그들은 나를 감옥에 보낼 것이고, 내가 도망치면 그들은 내 가족들을 고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나는 군대를 정말로 사랑한다”며 “그러나 동료 군인들에게 내가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나라와 타마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제발 나라를 선택해달라”고 <뉴욕 타임스>를 통해 호소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UN·바이든, 시민 131명 살해한 미얀마 군부에 ‘말 뿐인 비난’

한국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이례적 공동성명 내 강하게 비판

 

28일 미얀마 사가잉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안전모 등을 쓰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현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7~28일 시민 131명을 사망케 한 미얀마 군부에 대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엔(UN)의 최고위급 2명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친 군부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미국 역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두루뭉술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유엔이 운영하는 <유엔 뉴스>를 보면,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학살방지특별고문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경이 도망가는 시위대는 물론 어린 아이까지 사격했다”며 “이런 수치스럽고 비겁하고 잔인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규탄 성명을 낸 유엔 안보리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다른 국제기구들이 미얀마 시민을 구하기 위해 즉시 행동해야 한다”며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는 유엔 헌장에 의거해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독립수사기구 등의 제도적 처벌도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부의) 지속적인 군사적 탄압은 용납될 수 없다. 확고하고 단결되고 단호한 국제적 대응을 요구한다”며 “미얀마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상황에 대해 “끔찍하고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은 보고에 의하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제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지금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자신들의 날(국군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군은 어제(27일)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전날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유엔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와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도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폭행을 비판했다.

국제 사회가 이구동성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장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등이 군부 인사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제재를 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미얀마 군부 편에 서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최대 사망자가 발생한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친군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면, 유엔 차원의 군사적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얀마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 대신 “보고받은 정보에 따르면”이라고 전제한 뒤 짤막하게 답했고, 제재 여부에 대해서도 “작업하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국제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은 급증하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를 보면, 사망자 수는 지난 26일 328명에서 459명으로 늘었다. 미얀마 군부는 10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총격을 가하고 시위 도중 숨진 스무살 청년의 장례식에서도 총격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군 무차별 진압 계속 "시신 탈취까지" …사망 275명 넘어

장례식 도중 부검 이유 16세 소년 시신 가져가

국제청원 등 세계각지 시민들 응원행렬 뜨거워

 

미얀마 군인들이 한 사망자의시신을 어디론가 끌고가는 모습.

 

미얀마 군부가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시신을 탈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미얀마 시민들은 물론 세계 각지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민주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미얀마 군의 이같은 비인간적 행위는 무차별 총격 만행을 은폐하고,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끔찍한 행동으로 보인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장례를 지원해주는 한 시민단체는 지난 5일 이후 시신이 없는 채 4건의 장례식을 치렀다고 매체에 말했다. 군부가 총격 희생자들의 시신을 가져가 자기들 멋대로 화장했기 때문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내에서 군경이 일련의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만큼 탈취된 시신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지난 21일 이후 군경이 사흘간이나 찬먀따지 지역내 곳곳으로 쳐들어와 총격을 가해다고 전했다.

이 기간 최소 20명이 숨지고, 100명가량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는 군경이 찬먀따지 구에서 열리던 장례식 도중 난입, 부검해야 한다며 총격에 숨진 16세 소년의 시신을 가져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또 만달레이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 숨진 것처럼 보이는 한 남성을 군경이 죄수수송 차량에 싣는 모습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린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만달레이뿐만 아니라 미얀마 곳곳에서 총을 맞고 숨진 이들을 군경이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적지 않다.

이 단체는 군경이 처음에는 시신을 부검한 뒤 가족에게 인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3일 현재 27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은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기 전에 신속하게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집 안까지 쳐들어온 군경이 쏜 총에 7세 소녀 킨 묘 칫의 가족도 이를 우려했다.

무서움 때문에 아빠의 무릎에 앉아 있던 소녀를 상대로 한 만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공분이 인 만큼,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려한 대로 일단의 군인들이 그날 밤 다시 소녀의 집으로 쳐들어왔다.

킨 묘 칫의 언니인 마이 뚜는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군인들이 오후 11시쯤 집으로 들어가더니 마구 뒤졌다. 그들이 동생의 시신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나와있었는데, 우려한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새벽 가족 및 친지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킨 묘 칫의 장례가 조용히 치러졌고, 소녀는 묘지에 묻혔다.

시민들은 군부의 이같은 만행이 무차별 총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미얀마 군의 이같은 만행과 미얀마 국민들의 항쟁이 전해지면서 유엔 등 국제정치의 무력한 모습과는 달리 지구촌 시민의 민주항쟁 지지열기는 뜨겁다. 가령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8일 시작한 미얀마 군인과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캠페인에 국내외에서 진나 18일까지만 14만여 명이 호응하고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로욜라 동산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차라리 날 쏴라'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하고,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청원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영어와 한국어로 제작된 포스터에는 무릎 꿇은 수녀에게 총을 내린 미얀마 경찰들의 사진과 미얀마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파다욱'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또 국제 청원(chng.it/Pts62b2G)에서는 '미얀마인의 생명을 구하는 글로벌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 글귀를 넣었다.

 

반크는 한국어와 영어 외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태국어로도 포스터를 제작해 SNS에서 배포하기로 했다.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한 19살 소녀 치알 신 씨의 이야기를 담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새롭게 제작해 알리는 등 2차 캠페인을 시작했다.

 

치알 신 씨가 입고 있었던 까만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Everything will be OK'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15세 소년도 숨져… 희생 줄이려 '새벽 · 무인시위' 양곤 등 확산

싱가포르 외교, 아세안 3개국 방문…미얀마 관련대책 모색 관측

 

만달레이에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군경과 대치 중인 모습.[트위터 캡처]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의 숫자가 250명으로 늘어났다.

22일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사망자는 25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AAPP는 이는 기록되거나 AAPP에 의해 확인된 숫자인 만큼,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올린 SNS를 보면 군경이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또는 사진이 적지 않다.

또 현지 매체는 행방불명된 이들 중 소식이 닿지 않는 이도 적지 않다고 보도하고 있어, 사망자 숫자는 250명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제 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전날 밤 시위대를 습격하면서 15세 소년을 포함해 최소한 4명이 숨졌다고 유가족 및 지역 주민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또 찬먀타지에서도 군경이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을 저지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 시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기관총에 사용됐다며 한 시민이 올린 탄피 사진 [트위터 캡처]

이와 관련, SNS에는 전날 밤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중기관총도 발사한 증거라며 탄피 사진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전체 길이가 12.7mm에 달하는 이 총알이 중기관총 또는 대구경 저격용 소총에 사용된다면서 "이런 총알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만달레이에서 전날 밤 기관총을 발사하는 소리라며 올라온 동영상도 SNS에 적지 않다.

 양곤에서 벌어진 '새벽 시위' [AP=연합뉴스]

군경의 막가파식 총격으로 시민 희생이 늘어나면서 최대 도시 양곤과 샨주 시포구(區) 등에서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 '새벽 시위'와 '무인 시위'가 이어졌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만달레이와 중부 몽유와 지역에서는 각각 오토바이 시위와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이날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를 22일 방문한다고 싱가포르 외교부가 밝혔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잇따라 방문한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이들 국가는 모두 아세안 회원국으로, 발라크뤼시난 장관이 아세안 3개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미얀마 유혈 사태 중단을 촉구하면서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개최를 촉구했고,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에 찬성했다.

 

미얀마 사태 악화 … 한국 교민 귀국 임시항공편 추가 편성 추진

19일에도 유혈진압에 11명 목숨 잃어…지금까지 최소 234명 사망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미얀마 쿠데타 항의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유혈진압이 계속되자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이 교민 귀국을 위한 임시항공편을 추가로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교민 귀국 지원을 위해 오는 26일과 30일에 미얀마국제항공(MAI) 임시항공편을 추가로 편성하는 것을 항공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최근 계엄령 선포 이후 심화하는 정세 불안을 고려했다면서 오는 4월 현지 신년(설)인 '띤잔' 연휴 이전에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은 이번 임시항공편을 이용해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에 재입국하는 문제로 귀국을 망설이는 교민을 위해 애초 20명가량인 미얀마 입국 쿼터를 사실상 배로 늘리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실탄 발사 등으로 지금까지 최소 23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또 다수의 중상자들도 나와 희생자가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  

전쟁터 방불케 하는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위 현장 [양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잇따라 군부의 폭력 사용 중단을 촉구한 지난 19일에도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북부 샨주(州)에서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얀마 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도덕적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또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에 동조했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도 아세안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EU도 다음 주 미얀마 군부 지도자와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 집에 있는 여고생까지 조준 사살 만행

앞서 총격으로 숨진 여성 묘 파헤치는 등 잇단 사인 조작시도 분노

 

친구 집에 있다가 미얀마군의 저격으로 숨진 여고생 [이라와디 웹사이트 캡처]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인이 대낮에 집에 있는 여고생까지 저격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지역의 한 마을에서 마 티다 에(16·여·고교 2년)가 친구 집에 있다가 군 저격수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마 티다 에는 총성이 들리자 친구 집으로 가 있다가 변을 당했고, 함께 앉아 있던 친구도 총격을 받아 손가락에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티다 에의 아버지 우 윈 차잉은 "딸은 마을로부터 300m가량 떨어진 언덕에서 저격수가 쏜 총탄에 2차례나 맞았다"면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하자마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 어귀에서 군인들이 쿠데타 항의 시위 참여자 일부를 체포하자 주민과 충돌했다. 체포된 시위대는 결국 풀려났지만, 군용 트럭 옆을 지나던 한 여성이 군인이 쏜 총에 부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다른 주민들이 지나가는 군용 트럭을 세우고 군인 5명 가운데 2명을 붙잡았다. 나머지 3명이 인근 산으로 달아나 저격용 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고 우 윈 차잉이 전했다.

그는 또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다리에 군인이 배치돼 있어 딸의 시신을 병원 근처에 묻었다"면서 "집으로 운구할 경우 군이 (사인 조작 등을 위해) 시신을 탈취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경은 지난 5일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치알 신(19·여)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도굴한 뒤 현장에서 부검하는 듯한 행각을 벌이고 다시 매장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태권도와 춤을 사랑하며 '에인절'(Angel)로도 불렸던 치알 신이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한 뒤 이 문구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자 벌인 일이다.

이날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경이 시신 도굴했던 치알 신의 묘와 도굴군경이 놓고간 물품들.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군정은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건을 조작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가 반(反) 쿠데타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실탄을 난사하면서 사망자 수가 200명을 넘어섰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돈줄 끊는 EU…시민 ‘불복종 운동’ 자금 옥죄는 군부

군부에 자금지원 기업 제재…쿠데타군은 불복 공무원 50여명 체포

 

16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한 의대생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미얀마 군부로 향하는 ‘돈줄’을 옥죄는 제재에 돌입한다. 반면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운동을 지원하는 외부 자금 옥죄기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이 미얀마 군부를 위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미얀마 군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재정적 타격을 주는 방안 등을 오는 22일 확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예산 지원을 모두 중단할 것이고,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직접 겨냥해 개인과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타격할 대책을 내놓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가 적용되면 지난달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의미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앞서 미국이 미얀마 군부 사령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원하는 외부 자금에 대한 탄압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관영언론을 인용해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 재단’의 미얀마 지부 직원들이 미얀마 외환 당국의 허가 없이 140만달러를 현지 화폐인 ‘짯’으로 인출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은 여러 단체가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열린사회 미얀마’ 재단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열린사회 재단이 당국 허가 없이 외화를 환전해 불법 용도로 썼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자금이 쓰였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다 체포된 공무원들이 무더기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남서부 에야와디 지역에서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형제 경찰관 2명은 징역 1년을, 수도 네피도 공무원 8명은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공무원 50여명을 체포했다. 최현준 기자

 

수치측 유엔특사 "유혈진압 계속되면 내전"… 군부 "반역죄 기소"

"미얀마 쿠데타 최소 183명 사망" … 계엄령 양곤 흘라잉타야  '대탈출'

수치측, 포스코 등에 "군부에 수익금 지급말라"…직원 일부 시민불복종"

 

양곤 흘라잉타야 지역의 미얀마 군경 [AF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지난 14일 하루에만 7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는 등 유혈진압 희생자 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16일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에 의해 숨진 이는 전날 현재 최소 183명으로 집계됐다.

AAPP는 지난 14일 하루에만 양곤 산업단지 흘라잉타야 및 다른 지역에서 무려 7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하루 사망자 규모로는 최대다.

희생자 중에는 15세 소녀 한 명 등 18세 이하 미성년자 3명이 포함됐다고 AAPP는 전했다.

AAPP는 또 전날에도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도 중부 꼴린에서 한 명이 사망, 사망자가 최소 184명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계엄령이 내려진 양곤 남다곤에서 이날 오전 한 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최소 185명이 이날까지 군경의 폭력에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단지인 흘라잉타야를 떠나는 이주노동자들. [이라와디 캡처]

특히 14일 하루에만 60명 안팎이 숨지고 중국계 공장 몇 곳이 불에 타 계엄령이 선포된 흘라잉타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대탈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곤에서는 흘라잉타야를 비롯해 6곳에 계엄령이 내려졌다.

흘라잉타야는 봉제공장 등이 밀집한 산업지대로 미얀마 다른 지역에서 온 노동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불타는 중국계 공장 [AP=연합뉴스]

시민 희생이 급증하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측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당선자들이 구성한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전날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군부를 압박하는) 국제적 연합세력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내전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사 특사는 시민들이 너무 절박해져 소수민족 무장 반군과 함께 군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게 되면 전면적인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사태 이후 민주진영 고위 인사가 '내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러자 군부는 사사 특사를 반역죄로 기소했다고 군부가 운영하는 미야와디TV 가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해외 거주 중인 샤샤 특사에 대해 시민불복종 운동을 부추긴 점, 국제사회 제재를 촉구한 점 그리고 불법 조직인 CRPH의 유엔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기소 이유로 들었다.

 CRPH가 포스코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공문. 군부와의 사업 중단 및 수익금 지급 유예 요청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CRPH는 한국의 포스코를 비롯, 프랑스의 거대 에너지 기업 토탈과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태국의 PTTEP 등 미얀마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해외 기업들에 대해 군부에 수익금 지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CPRH는 지난 5일 각 업체 대표 앞으로 발송된 것으로 적힌 이 문서에서 "군사정권과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정상적 기능을 재개할 때까지 수익금 지급을 유예하고, 이를 보호되는 계좌에 보관해 놓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적었다.

미얀마 나우는 한국 포스코가 운영하는 서부 라카인주 연안의 슈웨 천연가스 프로젝트 현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기술자 60명가량이 전날부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기 위해 근무를 중단했다고 근로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북부 일부 지역에서 쌀값이 최대 35%가량 상승했으며, 연료 가격도 약 15% 상승해 빈곤층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반쿠데타 지원 의혹’ 소로스 재단 직원 체포

 

조지 소로스.

 

미얀마 군부가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지원한 재단이 쿠데타 반대자들에게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현지 군부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 보도를 인용해, 미얀마 자선 재단인 ‘열린 사회 미얀마’가 외환관리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달러 자금을 송금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총 140만 달러가 당국 허가 없이 미얀마 화폐인 ‘짯’으로 교환됐고, 이로 인해 재단 직원 1명이 체포되고, 11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군부 매체는 지난달 초 시작된 쿠데타 반대 운동인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정체 불명의 단체들이 현금 지원을 하고 있다며 ‘열린 사회 미얀마’의 재무 담당자도 지난 12일부터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대인 출신인 소로스는 1984년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사회 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수백억 달러를 기부했다. 아프가니스탄과 남아프리카 등 40곳이 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열린 사회 미얀마는 미얀마의 민주화와 교육 등을 지원하는 단체로 2017년 정식 등록됐다. 지난해 예산은 460만 달러이며, 평등과 차별철폐, 교육, 보건 사업 등에 쓰였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정치인들, 반군부 대안정부 수립…소수민족도 규합

쿠데타로 축출된 의원들 중심 연방대표위 구성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 군부 타도 ‘혁명’ 촉구
무장투쟁 소수민족과 연대한 ‘연방민주주의’ 표방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결성한 연방대표위에 의해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된 만 윈 카잉 탄 전 상원 의장. <미얀마 타임스> 갈무리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간 정치인들이 대안정부 수립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구했다. 반군부 ‘혁명’을 표방하는 임시정부 성격의 이 대안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미얀마 사태 해결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안정부의 부통령 직무대행인 만 윈 카잉 탄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 첫 대중연설에서, 군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을 수행하겠다며,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새벽이 다가온 순간”이라며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연방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연방의원들은 지난주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를 구성하고, 만 윈 카잉 탄 전 연방의회 상원 의장을 부통령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를 비롯해 집권여당인 민족민주동맹(NLD) 소속 의원들은 군부를 피해 도피 중인 상태에서 연방대표위를 결성했다.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은 성명에서 “이 혁명은 수십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고통받아온 모든 민족 형제들이 정말로 희구하는 연방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합치는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연방대표위가 필요한 법들을 제정할 것”이라며, 임시 국민행정팀에 의해 공공행정이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 윈 카잉 탄의 발언은 군부에 의해 탄압받았을 뿐만 아니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간정부에서도 홀대받은 소수민족에게 “반군부 투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외신은 대안정부가 무장투쟁으로 단련된 소수민족들에게 반군부독재 연합전선을 펴자는 본격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연방대표위도 주요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표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족민주동맹 소속으로 하원과 상원 의장을 잇따라 지낸 만 윈 카잉 탄 역시 미얀마 최대 소수민족의 하나인 카렌족 출신이다. 만 윈 카잉 탄의 성명이 발표된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당신은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 모두는 당신과 함께한다” 등 지지글 수천개가 달렸다.

통행금지에 아랑곳 없이 야간시위를 벌이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

미얀마는 다수민족인 버마족이 인구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나, 나머지 135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연방국가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건국한 이후 버마족 중심의 중앙집권적 통치로 소수민족들이 반발하며, 내전 상태가 이어졌다. 카친족, 카렌족 등 소수민족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부터 자치와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벌여왔고, 이를 진압하던 군부로 권력이 집중됐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문제는 군부가 6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한 배경이 됐다. 오랜 가택연금 기간 내내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다가 집권한 아웅산 수치 정부마저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지지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민족민주동맹이 소수민족까지 규합해 반군부 혁명을 선언하자, 군부는 연방대표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선포하고 나섰다. 또 이와 접촉하는 어떤 이들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반역죄 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공포했다. 만 윈 카잉 탄의 성명이 나온 13일에도 미얀마 전역에서는 반군부 시위가 벌어져, 최소 12명이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숨졌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정의길 기자


미얀마 38명 사망 ‘또 피의 일요일’…양곤 일부 계엄령 선포

 

14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전날 군부의 총격으로 사망한 한 시민의 가족들이 주검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휴일인 14일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초 쿠데타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누적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경의 발포로 이날 하루 미얀마에서 시위 참가자 가운데 최소 38명이 살해돼, 누적 사망자가 최소 12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태까지 최다였던 지난 3일 38명이 숨진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날 사망자 중 22명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산업지대 흘라잉타야에서 나왔다. 시민들은 양곤 곳곳에서 군경의 진압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를 구축한 채 시위를 벌였다.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최루탄과 실탄을 쏘면서 진압했다. 흘라잉타야에는 중국 공장이 있어, 일부 중국인들이 다치고 중국 공장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후 양곤 내 흘라잉타야와 쉐삐타 등 두 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미얀마 국영 언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1명이 숨지고 다른 경찰 3명이 다쳤다고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밝혔다.

유엔의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미얀마 특사는 이날 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성명을 통해 “지역 내 행위자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국민, 그리고 그들의 민주적 열망과 연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의료진까지 겨냥한 지속적인 잔혹 행위와 공공시설 파괴는 평화와 안전에 대한 전망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시민이 방패로 몸을 가린 채 거리에 쓰러진 시민을 끌어 당기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에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하고 법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며, 미얀마 내 중국 기업과 직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시민들의 반중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자 이에 대한 보호를 요구한 것이다.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흘라잉타야의 피복공장들에서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의 공격으로 많은 중국인 직원이 다쳤고 중국이 투자한 공장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편,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간 정치인들이 대안정부 수립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구했다. 반군부 ‘혁명’을 표방하는 임시정부 성격의 이 대안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미얀마 사태 해결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안정부의 부통령 직무대행인 만 윈 카잉 탄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 첫 대중연설에서, 군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을 수행하겠다며,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새벽이 다가온 순간”이라며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연방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최현준 기자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무혐의 처분 사실상 수용했지만

인권침해 수사관행 등 대수술 뜻…“엄정한 합동감찰로 철저 규명”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대검찰청의 재심의 결정을 사실상 수용했다. 다만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대검의 무혐의 결정 과정 전반을 ‘합동감찰’로 강도 높게 들여다보고, 이를 토대로 검찰의 그릇된 직접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합동감찰로 검찰개혁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범계 장관은 22일 입장문을 내어 “검찰 고위직 회의에서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절차적 정의가 문제 된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이행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의 당일 제한된 시간 안에 방대한 사건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보고서와 문답에 의존해 내린 결론이라면,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검이 법무부에 불기소 처분 결정을 보고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박 장관의 입장으로, 결과는 수용하되 내용과 뉘앙스 자체는 검찰 지휘부를 향한 강도 높은 불만을 담은 것이다. 앞서 대검은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지난 19일 부장회의를 열어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지만, 기존 판단대로 관련자들을 불기소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특히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불기소 결론’이 아니라, ‘절차적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당시 부장회의가 수사팀의 징계절차를 다루는 자리가 아니었는데도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아온 엄희준 부장검사가 예고 없이 회의에 참석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가 끝난 직후 특정 언론에 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유출된 경위 등을 문제 삼았다.

박 장관은 “이번 회의는 한 전 총리의 유무죄가 아니라 재소자의 위증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도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외부로 유출했다면 이는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형사사법 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과정에서 검찰이 재소자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대가로 전화통화나 외부 음식을 제공하는 등의 의혹이 불거진 점을 지적하며, 향후 이런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 정황, 이 사건 민원 접수 때부터 대검의 무혐의 취지 결정 그리고 대검 부장회의 내용의 언론 유출 등을 법무부와 대검의 엄정한 합동감찰을 통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이날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당시 수사팀 구성원들을 심층 면담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지적은 깊이 공감하며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합동감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지현 장예지 기자

 

검찰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 무혐의 “제식구 감싸기 대단”

민주당 “검찰개혁이 계속돼야 할 이유를 확인해준 것”

 

지난 1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대검부장·고검장 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검찰청이 고검장을 포함한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 내린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검찰이 자기 식구 감싸기에 얼마나 유능한 집단인지, 그 단단한 실력을 또 보여줬다”며 “검찰개혁이 계속돼야 할 이유를 확인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가 진즉 출범해 이 사건을 다뤘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론은 안 나왔을 것”이라며 “수사와 기소 분리로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이 더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속도조절에 나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용민 의원도 “한심한 결론”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조남관(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주도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기소 결론을 냈다.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닫은 한심한 결론”이라며 “검찰개혁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개혁 긴 터널의 출발점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진실 비틀기와 제 식구 감싸기가 역사에서 사라질 제도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대검 확대간부회의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경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발언 내용을 공유하면서 “10분 만에 회의결과 유출. 지금 검찰 그리고 이와 공생하는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며 “검찰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위증 의혹을 다시 살펴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전국 고검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검 부장회의를 소집해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회의에서는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다수결 투표까지 부쳤으며, 불기소 처분 10명, 기소 의견 2명, 기권 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현웅 기자

 

“한명숙 수사팀 무혐의”…법무부, 합동감찰로 수사관행 개선할 듯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수용하되, 그가 앞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주문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합동감찰’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검은 21일 “부장회의를 거친 한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지난 5일 관련자들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다시 판단할 것을 요구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지난 19일 일선 고검장까지 참여하는 부장회의를 열어, 기존 대검 판단대로 관련자들을 불기소하기로 의결했다. 조남관 직무대행과 대검 부장 7명, 일선 고검장 6명 등 14명이 참여해 13시간30분 동안의 마라톤회의 끝에 표결한 결과다.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고, 기소 의견은 2명, 나머지 2명은 기권이었다. 대다수 참석자는 불기소 이유로 증거 불충분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이 무혐의 처분하기로 결정하면서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사실상 종결됐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2일 자정까지다.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 장관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불기소 결정이 나오면서다. 박 장관이 앞서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 참석을 받아들인 만큼, 대검 결론을 수용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도 어렵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장관이 말을 바꿔 대검과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야권의 공세가 거세질 공산이 크고 법무부와 검찰 갈등에 따른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를 할 때,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재소자를 기소하라고 직접 지시할 수 있었는데도, 한발 물러서 대검 부장회의에 재심의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합동감찰’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한 전 총리) 수사팀이 재소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제보자로 활용하고, 불투명한 소환 조사가 이뤄진 위법·부당한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며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다만, 합동감찰을 통해 당시 수사팀의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징계는 불가능하다. 징계 시효인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17일 관련 브리핑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장관이 주의나 경고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팀 문책보다는 검찰의 수사 관행을 검토해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감찰 취지다. 박 장관은 이날 대검의 보고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배지현 기자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한명숙 모해위증’ "예상대로" 불기소 결론

임은정 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계속 가보겠다”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는 임은정 검사. 연합뉴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가 20일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확대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불기소로 결론 낸 데 대해 짧은 소회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산하 시인의 시 '그는 목발을 짚고 별로 간다'의 한 구절을 인용해 "먼 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계속 가 보겠다"고 썼다.

그는 "기도해주시고 걱정해 주신 많은 분 덕분에 모래바람 거센 광야에 선 듯한 회의장에서 굳세게 버틸 수 있었다"며 "능력이 부족해 어렵게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어 준 몇몇 재소자분들에게 너무 미안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대검연구관회의에서처럼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것에 감사하며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앞서 모해위증·교사 의혹의 기소 여부를 두고 전날 열린 대검부장·고검장 확대회의에서는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고 2명은 기권해 기소 의견을 낸 참석자는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주임검사 지정 전까지 해당 사건을 조사해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재소자를 기소하고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고 보고했던 임 부장검사는 전날 확대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남아…검찰 지휘부 무마지시 확인해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대검부장·고검장 회의(대검 회의)에서 모해위증 의혹을 받는 재소자 등에 대한 결론이 예상대로 ‘불기소' 로 내려졌다.

 

1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재심의 지시로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검 회의에서는 13시간 넘는 마라톤 논의가 이어졌다. 오전에 사건 기록 검토를 거쳐 오후에는 불기소 처분 의견을 낸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과 기소 의견을 낸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임 연구관은 그간의 사건 기록과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한아무개씨의 진술 조사 기록 등을 바탕으로 위증 의혹을 받는 재소자들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대검 부장들과 고검장들의 토론에서 ‘기소 의견'과 ‘증거 불충분' 입장이 대립했지만, 표결 결과 ‘불기소’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대로 고검장 6명이 합세한 표결결과가 최근의 대검 불기소 결정을 뒤집으리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던 데서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 부장 7명, 전국 고검장 6명이 참석해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이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은 기권했고, 기소 의견을 낸 참석자는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행은 이날 회의 결과를 토대로 모해위증 관련 공소시효 만료일인 23일 전까지 무혐의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위증교사 의혹을 받아 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검사와 수사진은 사실상 기소와 처벌이 어렵게 됐다.

법무부는 대검 회의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날 대검 회의 결과를 전달받은 뒤 논의가 공정한 절차로 진행됐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불기소 결정을 한 대검 회의와 별도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검찰 수사팀이 재소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제보자로 활용했다는 정황 등이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위증교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는 검찰 지휘부의 지시 등이 있었는지 등도 감찰을 통해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옥기원 기자

 

서지현 검사 폭로 ‘검찰내 성추행’ 직무유기 사건, 공수처로 이첩

안태근 강제추행 · 인사 불이익 묵살 직무유기 혐의 … 손배 소송도 열려

 

서지현 검사에게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실을 듣고도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검찰 고위간부의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됐다. 한편 이날 서 검사가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안 전 국장 쪽은 “(강제추행 여부는) 당시 술에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권아무개 전 법무부 검찰과장의 직무유기 사건이 지난 12일 공수처로 이첩됐다. 권 전 과장은 2018년 안 전 국장의 성추행 및 인사보복 폭로한 서 검사와 면담을 했음에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서 검사는 그해 권 전 과장에 대해선 직무유기 혐의로, 서 검사의 폭로를 부인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한 문아무개 당시 법무부 대변인 및 검찰 내부망에 2차 가해성 글을 올린 정아무개 검사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이 가운데 권 전 과장의 직무유기 혐의 사건은 ‘고위공직자의 직무유기 등 직무 관련 중요범죄는 공수처가 맡는다’는 공수처법에 따라 최근 공수처로 이첩됐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두 명의 검사 사건은 서초서에서 수사 중이다.

 

이날 오후에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과 인사보복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도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재판장 김대원)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서 검사 쪽 소송대리인은 “안 전 국장의 강제추행 사실은 이미 형사사건에서 충분히 인정된 사실이고, 그 후 보복성 인사개입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국장 쪽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이 있었다”며 “(강제추행은) 당시 술에 만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2015년 하반기 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안 전 국장에 대해 원심과 달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서 검사가 강제추행에 사건 발생 당시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던 게 형사사건 기록에 나와 있다”라고도 했다.

 

서 검사 쪽 소송 대리를 맡은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은 법정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었지, 강제추행은 1·2심에서 사실인정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서 검사가 사건 발생 당시 강제추행을 문제 삼지 않으려 했던 건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강제추행이었고 상관이 가해자였다. 어차피 검찰 내부에서 이 부분이 처벌되기가 어렵고, 징계도 어렵다는 걸 서 검사 본인이 너무 잘 알아서 어쩔 수 없이 ‘문제 삼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지, 강제추행이 전혀 없어서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공동 피고인 국가 쪽 대리인은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강제추행이라 일컬어지는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은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없으니 (배상 책임을) 부인한다는 입장”이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5월14일 선고하기로 했다. 신민정 기자

 

대검, 박 장관 수사지휘 수용…“고검장들도 참여시키겠다”

“한동수 · 임은정 등 관계자들 설명 듣고 충분히 토론“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였다.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다시 사건을 심의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의에 일선 고검장들도 참여시키겠다고 밝혀 사실상 불기소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18일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입장을 내어, 향후 사건 처리 방향을 밝혔다. 조 차장은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지침에 따라 공정성을 담보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대검의 처리가)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여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하여 재심의 하겠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박 장관의 요구대로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연구관 등 조사 및 기록검토를 담당한 관계자들로부터 사안 설명을 들은 뒤 충분한 토론도 거칠 것도 약속했다. 대검은 한 전 총리 사건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증인 김아무개씨의 공소시효(22일) 전까지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조 차장은 다만 “(대검) 부장검사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고,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다”며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일선 고검장들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대검 부장단이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인사들로 대체로 채워진만큼, 향후 회의 과정에서 의견이 맞설 때 표결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은 박 장관이 지시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과정에 대한 합동감찰도 받아들였다. 조 차장은 “수사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위법, 부당한 수사절차와 관행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지시는 비록 징계 시효가 지났으나, 적극 수용하여 성실히 이행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대검은 한 전 총리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관련된 재소자 2명과 수사팀 검사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이 사건 결정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논의할 것도 검토했지만, “대검 감찰부에서 반대해 대검 각 부서 선임 연구관으로 구성된 ‘대검연구관 6인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당시 임은정 연구관에게도 의견 표명 기회를 줬으나 임 연구관이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날 박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와 관련해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아울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배당,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재소자 김씨의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와 더불어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장예지 기자

 

박범계 법무장관 “한명숙 재판 위증 의혹 재심의” 수사 지휘권 발동

 모해위증 지목 재소자 무혐의 관련…법무부-검찰 갈등 재발여부 주목

“대검 부장회의서 기소 가능성 심의, 한동수 · 임은정 의견 청취”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 취임 이후 첫 수사지휘권 행사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통해 다시 심의하라는 다소 온건한 방식을 택했지만, 공소시효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사건 처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 앞으로 보낸 수사지휘서에서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 (이 사건에 연루된 재소자) 김아무개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심의 과정에서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듣고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런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김씨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22일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 사건 수사팀의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에 대한 합동감찰도 지시했다. 한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과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 박 장관의 설명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유로 내세운 것은 ‘공정성’이다. 그는 수사지휘서에서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대검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의적 사건배당과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수사지휘권 발동은) 총장대행 권한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시간이 걸려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대검이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부장검사 7명 모두가 가치 중립적으로 판단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 교사 의혹은 지난해 4월 불거졌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씨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한씨가 뇌물을 준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다.

이 사건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검 감찰부로 넘어갔다. 지난해 9월부터 대검 감찰부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 임은정 연구관은 최근 인사발령으로 수사권을 부여받은 뒤, 대검 지휘부에 재소자 두명을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한명숙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이 사건을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배당했고, 임 연구관이 사실상 사건 수사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건 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대검은 배당 3일 만인 지난 5일 재소자 2명과 수사팀 검사들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이날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회의를 열 가능성이 크지만, 사건 처분 결정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

 

뻔뻔한 검찰…‘한명숙 사건’ 위증의혹 수사, 임은정 배제하고...

대검, 연루 재소자·검사 모두 무혐의 처분

공소시효 만료에 맞춰…연루 검사들 비호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

 

대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에 연루된 재소자들과 검찰 공무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5일 한 전 총리 사건 재판과 모해위증(피고인 등을 불리하게 할 목적으로 위증한 혐의) 및 교사, 방조 의혹 등을 받았던 당시 증인 2명과 수사팀 검사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다만 “해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공무원들의 비위 여부는 추가로 검토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지난해 7월 수사팀으로부터 모해위증을 요구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아무개씨가 대검 감찰부에 감찰과 수사를 의뢰하면서 불거졌다. 한씨는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서진 않았지만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던 고 한만호 전 한신견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 2명이 증언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중 한 명인 최아무개씨도 같은 취지로 대검 감찰부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9억원의 정치자금을 수수 혐의를 받았던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당시 수사팀이 교사·방조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대법원은 한 전 총리의 유죄를 확정짓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두 재소자가 낸 진정 사건은 대검 감찰3부에 배당됐고,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받은 임은정 부장검사도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대검은 당시 증언을 압박한 의혹을 받았던 수사팀 검사와 해당 재소자들에 대해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이다. 6일은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재소자 중 한명인 최아무개씨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날이기도 하다. 나머지 재소자인 김아무개씨의 공소시효도 오는 22일이었다.

한편 임은정 연구관은 자신이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사건 감찰에서 직무배제됐다고 주장해 대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임 연구관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총장과 조남관 차장검사 지시로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적었다. 그러나 대검은 애초 이 사건을 임 연구관에게 배당한 적이 없고, 주임검사 역시 대검 허정수 감찰3과장을 처음으로 지정했다고 반박했다. 장예지 기자


민주 "한명숙 위증교사 사건은 기획수사…실체 밝혀야"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

 

더불어민주당은 5일 "한명숙 전 총리의 위증교사 사건은 검찰의 선택적이고 기획된 수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에 대한 실체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 교사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임은정 검사가 직무에서 배제당하며,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검찰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검찰이 행한 부당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 등 응당한 조처를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작수사 처벌 '칼끝’에 전전긍긍 검찰…임은정 검사를 직무배제

    임은정  "한명숙 사건 감찰서 배제"… 대검  "배당한 적 없다"

    한 전총리 모해위증 사건 공소시효 임박, 주임검사 따로 지정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2일 한명숙 전 총리의 모해위증 사건 감찰 업무에서 강제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검찰청은 처음부터 임 부장검사에게 해당 사건을 맡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의견은 낼 수 있게 한 만큼 직무 배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수사권을 부여받은 지 7일 만에 직무이전 지시를 받아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배제 됐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소속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처리하게 할 수 있게 규정한 검찰청법 7조의2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대검 감찰부에서 한 전 총리의 모해위증 관련 사건 2건을 집중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들은 오는 6일과 22일 공소시효가 각각 만료된다.

임 부장검사는 이들 사건에 대해 "윤 총장 최측근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매우 임박하고 기록이 방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무이전 지시는) 사법정의나 검찰, 총장님을 위해서나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 한숨이 나오면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답답하다"고 썼다.

그러나 대검 측은 "임 부장검사에게 한 전 총리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며 직무 배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대검은 "오늘 처음 감찰 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임 부장검사를 포함해 사건 조사에 참여한 검사들 전원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가 그동안 정식 사건 배당도 받지 않은 채 조사를 한 만큼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것을 직무이전 지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 부장검사가 감찰3과장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직무에서 배제된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 부장검사는 "감찰부장 지시에 따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조사한 지 벌써 여러 달"이라며 "제가 직접 조사한 사건에서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 전환하겠다고 보고하자 '이제부터 감찰3과장이 주임검사'라는 서면 지휘서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 수사권을 박탈하고자 한다면 검찰총장님이 역사에 책임지는 자세로 검찰청법 제7조의2에 따라 직무이전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해 이렇게 서면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견 제시는 가능해 직무 배제가 아니라는 대검의 설명에 대해선 "조사 결과와 수사 전환하겠다는 의견은 검토보고서 등을 통해 법무부, 총장, 차장에게 다 보고했다"며 "조사 결과와 의견을 다 기록에 현출했고 이미 제시했으니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앞서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이 부여되면서 공소시효 전에 대검 감찰부가 일부 위증 혐의자를 기소함으로써 공소시효를 중단시키고 관련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임 부장검사가 한 전 총리 사건 조사를 주도할 수 없게 되면서 기소를 포함한 사건 조사 마무리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22일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이 나면서 수사권을 부여받았다.

이에 대검이 법무부에 수사권 부여의 법적 근거를 질의하자, 법무부는 이날 "수사권 부여에 관한 검찰총장의 별도 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의 감찰3과장 배당은 이날 법무부 회신 직후 이뤄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대검 감찰부에 배당됐으나, 주임검사 지정은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나서 이뤄진 셈이다.

 

법무부 "임은정 수사권 문제없어…총장 지시 불필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법무부가 2일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의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겸임 발령과 수사 권한 부여와 관련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청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인사 발령으로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이 부여됐으며, 수사권 부여에 관한 검찰총장의 별도 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연구관이 고검·지검의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15조 조항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25일 법무부에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을 준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달라'는 질의에 대한 회신이다.

법무부는 "대검은 다른 검찰연구관들과는 달리 임 부장검사에게는 수사권이 부여되는 일선 검찰청 검사 직무대리 근무명령을 내주지 않았다"며 "임 부장검사가 감찰 업무를 수행하면서 비위와 관련된 범죄 혐의를 밝히고 대응하는 데 권한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찰 기능 강화 차원에서 임 부장검사를 겸임 발령함으로써 담당하는 감찰 업무와 관련해 수사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달 22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임 부장검사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당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수사하게 하려고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까지 1,200곳 이상 … "추가 발견 계속"

중 전문가 "역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사건"

  

일본군에 점령된 중국 상하이(上海) 거리의 전쟁 폐허 속에서 일본군 위안소를 가리키는 '황군위안소'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이 사진은 1937년 말에서 1938년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쑤즈량 상하이사범대 교수 제공=연합뉴스

 

중국 상하이(上海)시 훙커우(虹口)구 둥바오싱(東寶興)로에는 전면에 아치 모양 창문이 나란히 박힌 오랜 2층 서양식 벽돌 건물이 서 있다.

이 건물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가 바로 이 건물에 있던 것이다.

일본군은 1931년 11월부터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 패전 때까지 이곳에서 일본군 장교를 위한 위안소인 '다이살롱'(大一沙龍)을 운영했다.

다이살롱은 세계 최초로 들어선 일본군 위안소였다. 또 가장 오래 운영된 일본군 위안소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 '다이살롱'이 있던 건물.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구 둥바오싱(東寶興)로의 옛 '다이살롱' 건물 앞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논문을 써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지역에서만 다이살롱처럼 실제 존재한 것으로 확인된 일본군 위안소만 해도 1천 곳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위안부문제연구센터는 28일 연합뉴스에 지금까지 중국에서 각종 사료를 통해 실재한 것으로 확인한 일본군 위안소가 최소 1천127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행 성(省)·직할시별로 보면 후베이성이 295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둥성(208곳), 저장성(183곳), 상하이시(172곳), 장쑤성(70곳), 안후이성(70곳), 후난성(50곳), 광둥성(42곳), 윈난성(37곳) 등이다.

당시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에서도 최소 137곳의 위안소가 운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대만까지 합쳤을 때 중국어권 지역에서 발견된 일본군 위안소는 '1천264곳 이상'이다.

센터 측은 1천여 곳에 달하는 일본군 위안소가 각종 사료를 통해 철저히 확인된 곳만 추려낸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동북3성, 베이징시, 톈진시, 허난성, 허베이성, 푸젠성, 하이난성 등 일본군 위안소가 다수 존재했던 다른 지역의 경우 일본군 위안소의 전체적 규모를 산정하는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존재가 확인된 일본군 위안소 규모가 수천 곳으로 급증할 것으로 센터 측은 전망했다.

나아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 각국 등 각지에서 다수의 위안소를 운영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전체 일본군 위안소 운영 규모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센터 측은 설명한다.

이번에 1차 규모가 드러난 중국 내 위안소는 한반도 출신 위안부들이 큰 고통을 받던 장소다.

센터 소장인 쑤즈량(蘇智良) 상하이사범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실 한국 출신 위안부 여성들이 주로 피해를 본 곳이 중국"이라며 "일본이 중국에 주둔하면서 북쪽의 헤이룽장에서 남쪽의 하이난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든 한국 위안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확인된 것만 해도 1천 곳이 넘는 방대한 규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지적한다.

                               중국 위안부 문제 전문가 쑤즈량 교수.

쑤 교수는 "많은 사료가 위안부가 자유를 잃고 일본군의 통제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하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위안소의 규모에 관한 것"이라며 "인류 문명사상 이런 시설이 이렇게 많이 설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군이 상하이 한 도시에서만 해도 최소 172개의 위안소를 뒀는데 이는 매우 부끄러운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10여개 성과 직할시에서 (위안소 분포를) 조사하고 있지만 계속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쑤 교수는 연합뉴스에 과거 위안소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찍힌 사진을 제공했다.

1937년 말에서 1938년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폐허가 된 상하이의 도시 한복판에 '황군위안소'(皇軍慰安所)라는 안내판이 걸린 모습이 나와 있다.

쑤 교수는 "이 사진은 일본군 점령 하의 상하이에서 촬영된 것으로서 주변이 대부분 폐허로 변한 전장 한복판에서도 일본군이 위안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쑤 교수는 "과거 위안소가 있던 건물들이 도시 개발로 대량으로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전력을 다해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 대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젊은이들이 계속 이어 연구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 주지사 26명 "아시아계 향한 폭력·증오 규탄"

아시아계 전직 고위 당국자 60명도 규탄 성명

 

무릎 꿇고 연쇄 총격 희생자 추모하는 미 애틀랜타 시민: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숍 '골드스파'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 앞에서 18일 타라 윈스턴이란 이름의 여성이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애틀랜타 일대에서는 지난 16일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아시아계 여성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애틀랜타 UPI=연합뉴스)

 

미국 주지사 26명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주지사와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 등 26명의 주지사는 2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야말로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대한 인종주의와 폭력, 증오를 규탄하며 (그들을) 보호하고 일으키며 지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아내를 둔 호건 주지사와 베이커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고 나머지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다.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전직 아시아계 당국자들 60여명도 공동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 중단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개리 로크,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노먼 미네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수백년 동안 아시아계는 이 나라의 활력과 성공에 많은 기여를 했으나 우리는 아직도 외국인이나 덜 미국적으로 여겨지고 타자로 대우받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한인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을 계기로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말 맞아 미 전역서 항의 시위 …샌드라 오도 참여

 

20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 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증오는 바이러스다.”

백인 청년이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사망케 한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말인 20일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미 경찰이 ‘증오범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명백하다며, 증오를 멈추라고 항의했다.

<시엔엔>(CNN)과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한 애틀랜타를 비롯해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 곳곳에서 각각 수백 명이 모여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와 태평양계 등 증오범죄에 노출된 이들과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백인, 흑인 등이 두루 모였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내의 주 의회 의사당 옆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인을 포함한 시민과 활동가 등 수백 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드러프 공원에서 주 의사당으로 행진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한성희씨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세상과 사람들이 분명히 알기를 원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20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증오범죄 반대 집회에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CBS 유튜브 갈무리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고 <시비에스>(CBS) 방송이 전했다. 샌드라 오는 2분여 동안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가 두려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도 중국계 등 수백여 명이 모여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곳은 아시아계에 대한 폭행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일본과 캄보디아 출신 등 여러 아시아계 시민들이 모여 증오범죄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규탄했다. 그는 에모리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걱정하면서 거리를 걷는다. 그들은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 언어적·물리적 공격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이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아시아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연설에서 “대통령과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폭력에, 증오 범죄에, 차별에 맞서 언제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단체 180여 곳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문제 대처를 위해 3억달러(3390억원) 규모의 예산을 요청했다. 백악관이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도 촉구했다. 최현준 기자

 

“할머니는 전사” “헌신하는 싱글맘”…한인 여성 4명 애끓는 사연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햄브라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 사건 항의 촛불시위에서 한 여성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앨햄브라/AP 연합뉴스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여성 4명의 사연이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현지 매체와 소셜 기부 누리집 ‘고펀드미’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온 개척자였고, 가족들에게 헌신하는 한국의 엄마였다.

1980년대 미국에 건너간 김순자(69)씨는 슬하에 남매를 두고, 손주 3명을 뒀다. 김씨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 2~3개의 궂은일을 동시에 하며 가족을 돌봤다. 그의 첫 직업은 텍사스 군부대에서 접시를 닦는 일이었고, 이후 편의점과 부동산 사무소 등에서 일했다. 밤에는 가욋일로 사무실 청소를 하며 돈을 벌곤 했다.

그의 손녀는 ‘고펀드미’에 올린 소개 글에서 “할머니는 우리 가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며 “나의 할머니는 전사였다”고 썼다. 김씨의 또 다른 가족은 “그녀는 항상 가족이 최우선이었다”며 “가족들에게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늘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김씨는 요리와 후원 등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1998년 한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꾸려진 ‘글로벌어린이재단’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워싱턴 디시(DC)에서 노숙자를 돕는 활동에 참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 가족은 말했다.

현정 그랜트씨는 4명의 한인 중 유일한 한국 국적자였다. 아들 랜디 박(23)은 최근 현지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엄마가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것을 알았고, 어머니가 걱정돼 다툰 적도 있다”며 “엄마는 (두 아들을 위해) 이곳 미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에게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말을 들었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문제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매우 가까웠다”며 “어머니는 춤과 파티를 사랑하고,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EDM 뮤지션) 티에스토를 사랑했다. 그녀는 10대 같았다”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어머니를 회상했다.

박순정(74)씨는 이번 사건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 생활을 뉴욕에서 보냈고, 친구와 가까이 살기 위해 최근 애틀랜타로 이사 왔다. 스파 관리를 도우면서 직원들을 위해 점심과 저녁을 만들었다. 그의 사위인 스콧 리는 “어머니는 일을 즐겼다. 돈 때문이 아니라 약간의 소일거리를 원했다”며 “어머니는 매우 건강했고, 모든 사람이 100살 넘게 살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영애(63)씨는 1980년대 미군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조지아로 이민 왔다. 코로나19 사태 때 실직한 뒤 한국 음식을 만들거나 영화를 보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의 아들인 로버트 피터슨은 “엄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그는 한 인간이었고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다른 희생자들처럼 엄마도 그런 일(총격)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지난해 백인경찰 과잉 진압으로 플로이드 숨진 뒤 전개된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비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StopAsianHate’(해시태그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시아인종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는 목소리를 내는 해시태그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 16일 연쇄 총격으로 한국인 4명 등 8명이 숨진 지 3일 만인 19일 인스타그램에는 #StopAsianHate가 달린 게시물이 10만건을 훌쩍 넘었다.

 

이번 해시태그 운동은 지난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해시태그 운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강조했던 해시태그 운동이 미전역 흑인 인권운동으로 발전한 전례를 따를지 주목된다.

 

미국에서 사는 아시아계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차별의 경험을 공유하고 “차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면서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증오는 바이러스다(Hate is a virus)”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공유한 응우옌은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일로 정말 마음이 아프고, 부모님의 안전이 걱정된다. 공장, 미장원, 네일아트가게, 식당 노동자로 일하는 우리 역시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미국인이다.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StopAsianHate)”고 썼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끄엉은 “모든 친척을 베트남에 두고 오직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아는 사람 한명 없는 미국으로 왔던 어머니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시 해시태그를 달았다.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배우 샌드라 오가 아시아계 미국인을 돕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번 해시태그 운동에는 영화배우 등 미국 주류사회의 유명인사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샌드라 오는 “많은 사람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를 끝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어온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의 안전과 인권 향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후원방법을 소개했다. 미나리의 주연배우인 스티브 연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원센터’의 누리집 주소를 공유했다. 아시아·태평양계 이민자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인 AAPI와 함께 연대하고 있는 이 센터는 인종차별의 경험이나 혐오범죄로 인한 트라우마를 앓는 이민자들에게 상담서비스와 여러 가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는 2천1백만명(2018년 인구조사 기준)에 이르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국사회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었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천여건에 달했다. 이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혐오범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숫자다. 미국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7천3백건가량의 혐오범죄가 일어났다. 이재호 기자

 

애틀랜타 한인 피해자 아들 “어머니는 두 아들에 헌신한 싱글맘”

범행동기 ‘성 중독’이라는 경찰 발표엔 “헛소리(Bullshit)”

현정 그랜트씨 큰 아들, ‘데일리 비스트’와 인터뷰서 언급

 

1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시아 여성을 보호하라”는 손팻말을 든 채 연대 행진을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어머니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8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총격 사건의 한인 피해자 현정 그랜트씨의 아들 랜디 박(23)은 18일 현지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인 사망자 4명 중 현정 그랜트씨를 포함해 2명의 이름이 확인된 가운데, 유족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랜디 박은 “어머니가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것을 알았고, 어머니가 걱정돼 다툰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는 (두 아들을 위해) 이곳 미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범행 동기를 “성 중독”으로 설명한 전날 경찰 발표에 대해서는 잠시 말을 고른 뒤 “헛소리(That’s bullshit)”라고 선을 그었다. 애틀랜타 경찰도 걷잡을 수 없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하루 만인 이날 롱을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19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사건이 3795건 접수됐다. 박씨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나에게 닥칠 일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이제서야 “매우 다른 렌즈를 통해 그(인종 증오범죄) 문제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로부터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말을 들었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문제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매우 가까웠다”며 “어머니는 춤과 파티를 사랑하고,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EDM 뮤지션) 티에스토를 사랑했다. 그녀는 10대 같았다”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어머니를 회상했다.

 

16일 저녁, 박씨는 조지아주 덜루스 집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골드 스파’ 생존자의 딸이 전화를 해줘서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알았다. 경찰이 사건 현장 접근을 막고 있어서 아직 현장에도 가보지 못했다. 20대 초반인 그에게 이 상황은 너무도 “초현실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돌봐야 할 남동생이 있다”며 “극도로 슬프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슬퍼하고 싶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엔 자신과 동생 둘만 남았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미국에 들어올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그는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도움을 청했다. 박씨가 요청을 올린지 약 8시간만에 8300여명이 응답했고, 약 34만9천여달러(약 3억9500만원)가 모금됐다. 전정윤 기자

 

바이든 “애틀랜타 희생자 추모 조기, 모든 공공건물에 걸어라”

22일까지 국내외 관공서·군 게양…19일엔 애틀랜타 방문,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망자 8명을 추모하는 조기가 18일 백악관에 게양돼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총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18일 연방 관공서와 군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을 발표해 “애틀랜타 대도시권 지역에서 저질러진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조기 게양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미 본토의 백악관과 모든 공공건물 및 부지, 군 초소와 기지, 군사 시설을 비롯해 해외의 미 대사관과 공사관, 영사관 및 해군 함정, 기타 시설 등이 대상이다. 조기 게양 기간은 오는 22일 일몰까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는 트위터에 자신과 부인이 애틀랜타 총격으로 충격받은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직 범행 동기를 모르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오늘 밤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커뮤니티를 향한 최근의 공격은 미국답지 않다. 멈춰야 한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백악관의 한 관리가 언론에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그 성과를 알리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애틀랜타 방문을 기존에 잡아뒀다. 그러다 지난 16일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3곳에서 총격이 발생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자 간담회 일정을 추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틀랜타에서 주정부 의원, 아시아계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만나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관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애틀랜타 총격범 ‘섹스 중독’ 무게 경찰에 “증오범죄 가리려는 핑계” 반발

   경찰  “용의자, 인종적 동기 아니라고 주장”
   아시아계·정치권 “성 중독으로 변명 말아야”

 

17일 미국 워싱턴 DC 차이나타운에서 전날 벌어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아시아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시안 혐오를 멈추라”는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아 마시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의 주요 범행 동기로 ‘성 중독’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치권과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로 보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조지아주와 애틀랜타 당국은 17일 브리핑에서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체포)의 범행을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체로키 카운티의 보안관 제이 베이커는 “롱은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는 스스로 성 중독이라고 여기는 문제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는 “롱은 이들 장소(마사지 업소)가 자신이 그곳에 가도록 만들고, 그래서 없애버리고 싶은 유혹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경찰은 증오범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그러나 초동 발표에서 범행이 성 충동에서 비롯됐다는 용의자의 주장을 여과 없이 공개해 비판을 불렀다. 이번 사건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안 여성이고, 범행 대상이 된 마사지 업소들은 주로 아시안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

경찰의 발표 이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가 “명백한 증오범죄”라는 성명을 내는 등 아시아 커뮤니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연경씨는 ‘골드 스파’에서 총격이 벌어진 직후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한겨레>에 “현장에서 직원들로부터 ‘범인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며 총을 쏘고 있으니 빨리 가게 문을 닫으라’는 말을 들었고 증오범죄가 분명한데, 경찰이 사건을 다른 쪽으로 가져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금주씨는 “당국이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회피하려 하면 아시아계 미국인과 대중의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를 직시하고 소수자 중 소수자인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게 하기 위한 법 제정과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아시아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계인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발언에서 “우리는 인종적 동기에 의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으로 변명하거나 다시 이름붙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태미 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의원도 트위터에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집착해 그들을 쐈다”며 “증오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이완계 테드 루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가능성 있는 하나의 동기가 다른 동기들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며 “음식 중독(집착)을 가진 살인자가 한국 음식점 종업원들만 쏜다고 가정해보라. 그건 거의 틀림없이 인종적 동기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계 주디 추 민주당 하원의원은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롱의 “섹스 중독”을 언급한 보안관 베이커 또한 인종주의 논란에 휘말렸다. 베이커가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코로나 맥주 로고 모양으로 “COVID19”(코로나19)라고 쓰고, “차이-나에서 수입된 바이러스”라고 적은 티셔츠들의 사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백인인 롱에 대한 수사에 이같은 편향성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베이커는 특히 브리핑에서 “어제는 롱에게 아주 나쁜 날이었고 이게 그가 한 일”이라고 말해 이번 참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비판도 불렀다.

<시카고 트리뷴> 칼럼니스트 렉스 훕케는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의 나쁜 날과 백인 범죄 가리기’라는 칼럼에서 “백인인 베이커가 롱의 변호인 역할을 했다”고 일갈했다. 이 칼럼은 “성중독이라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게 뒤얽혀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날려버리는 쓸데없는 표현”이라며 “특히 여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여성혐오나 백인 우월주의, 극우 과격주의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해 계속 반복돼온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나는 지금으로서 살해범의 동기에 관해 어떤 것도 연결짓지 않겠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롱은 이날 8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로스앤젤레스/ 이철호 통신원


애틀랜타 경찰 대변인 인종차별 논란…"용의자 변호하냐" 비판

 "총격범에게 나쁜 날" 범행 두둔성 태도에 언론 질타

  페북에  '인종차별 티셔츠' 홍보 정황도 … 계정 급삭제

  초동수사에 "범인 대변인 노릇. 희생자 2차 가해" 뒷말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 제이 베이커[AP/Atlanta Journal-Constitution=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 용의자에 대해 현지 경찰이 성중독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에게는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말해 미국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경찰은 자신의 SNS에 과거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이 담긴 티셔츠 사진을 올리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에 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용의자 롱이 겪은 하루가 "나쁜 날"이었다고 경찰이 덤덤하게 말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했고, 아시아계 이민자사회의 집중적인 분노를 사고 있다.

그가 말한 '나쁜 날'은 장난꾸러기 아이가 말썽을 피웠을 때 내뱉는 질책과 같은 어감이 있어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범인에게 온정적이거나 범행을 두둔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베이커 대변인이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 제이 베이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티셔츠 사진[트위터 캡처]

AP통신과 버즈피드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커 대변인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최근까지 명백한 인종차별 표현이 쓰인 티셔츠를 판촉하는 내용의 사진을 공유했다.

이 셔츠에는 '챠이나'(CHY-NA)로부터 수입된 바이러스'라는 글이 새겨졌고, 맥주 브랜드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코비드19' 문구가 인쇄됐다. 베이커는 지난해 4월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 티셔츠 사진을 올리고 '내 셔츠를 사랑한다'는 글을 함께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그러나 17일 밤 갑자기 삭제됐다. AP통신은 베이커로부터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아시아계 미국인들로부터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다루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 와중에 이런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반대운동 단체인 CAA의 빈센트 판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이 포스트는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과 더해져 지역인들에게 우리가 겪은 고통과 아픔, 감정들이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 역시 증오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다름 아닌 "인종차별주의자"라며 베이커의 사퇴를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증오범죄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그저 "그에겐 나쁜 날"이라고 말했고, 성중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백인 용의자에 대한 특혜", "희생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확산한 경찰 브리핑 영상[트위터 캡처]

캘리포니아주 지역방송 KESQ의 앵커 앤절라 첸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총격범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무의미한 총격으로 잃었다고 상상해보라"고 질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나쁜 날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칼럼은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설명하며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을 앓고 있고, 나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누리꾼은 "누군가에게 '정말 안 좋은 날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갓난아기가 버릇없이 굴 때나 하는 말"이라고 비난했고,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8명이 사망했는데 경찰은 총격범이 어떻게 나쁜 하루를 보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총기 반대 단체인 '맘즈 디맨드 액션' 설립자 섀넌 와츠는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이상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TV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일본계 미국 원로배우 조지 타케이는 "증오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며 "용의자를 정신병을 앓는 살인자라고 생각하게끔 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사용자 '토머스 그림'은 "경찰은 총격이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증오범죄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지-맨'은 "애틀랜타 총격은 분명히 증오범죄다. 말장난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애틀랜타 총격범 행적 보니, 종교·성중독·인종차별 ‘뒤범벅’

 

17일 미 애틀랜타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쇄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의 사진과 보도자료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연쇄살인범 로버트 에런 롱(21)의 행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종교 활동과 성 중독, 인종 차별적 언행이 한 데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미 <워싱턴 포스트> 등은 롱이 조지아주 밀턴의 크랩애플 퍼스트 침례교회를 다녔다고 전했다. 롱은 주일 오전과 저녁, 수요일 저녁, 선교 여행 등에 참여하는 등 독실한 신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청소년부를 담당한 브렛 코트럴 목사는 “롱이 애틀랜타 교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10대였다”며 “충격적이고 망연자실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를 보면, 교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2018년 동영상에서 롱은 “여덟 살 때 기독교인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때 세례를 받았다”며 “주일학교 친구들이 많이들 그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 행위에 대한 충동과 강박을 과도하게 느끼는 성 중독 치료를 받았다. 한 재활원에서 롱과 함께 방을 썼다는 익명의 한 남성은 롱이 자신의 중독 질환에 대해 말을 아꼈고 시설을 떠날 때는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롱과 2019~2020년 재활시설에서 함께 생활한 남성 타일러 베일리스는 롱이 시설에 있을 때 “병이 다시 도졌다. 성행위를 하러 마사지 가게에 갔다”고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시엔엔>(CNN)에 전했다.

롱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동양인에 대한 혐오의 시선도 드러냈다.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고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애틀랜타 지역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롱의 부모가 그의 행적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롱의 부모는 사건 현장 뉴스 속 인물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롱이 운전하는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제보했다. 최현준 기자

 

"증오 멈춰라"…애틀랜타 총격에 미 각계각층 애도·분노

    바이든· 해리스…오바마 "반 아시안 폭력 우려"

    흑인인권단체, 연예 · 스포츠계서도 잇단 성명

 

미 애틀랜타 총격사건 현장에 놓인 조화 [AP=연합뉴스]

 

한인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희생자를 낸 17일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각계각층에서 애도와 함께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기가 무엇이든지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를 향해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서 있고, 이 사건이 모든 사람을 얼마나 놀라게 하고 충격에 빠뜨렸는지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아시아계와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고 밝혔다.

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번 총격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일 직면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더욱 키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잔인한 행위"라고 규탄하고 "온 나라가 함께 '아시아인 증오를 멈추라'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희생자들의 신원은 반드시 멈춰야 하는 반(反)아시안 폭력의 우려스러운 증가를 부각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맞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미국에서 더 오래 유행병처럼 번졌던 총기 폭력을 계속 무시해왔다"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애틀랜타의 끔찍한 총격으로 사망하고 다친 분들의 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폭력의 증가는 더욱 커지는 위험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 목사는 "증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라며 "전 세계 가족의 일원인 아시아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표했다.

미국의 50개 흑인 커뮤니티 연합 단체인 '흑인 삶을 위한 운동'(M4BL)도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아시아 이민자들의 삶, 그들의 기여를 약화하려는 해롭고 부정확한 이야기들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 스포츠 선수들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계 배우 겸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는 "화가 난다. 이건 테러리즘이다. 증오범죄다. 우리를 살해하는 것을 멈춰라"라고 호소했다.

역시 한국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인종이 '당신이 마음에 증오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당신 역시 문제의 일부'라는 단순한 사실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도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가하게 앉아있는 이들이여, 당신들의 침묵 역시 공모다"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 배우 대니얼 대 김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만계 농구 선수 제러미 린은 트위터에 "나의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에게, 당신은 사랑받고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함께 일어서 변화를 위해 싸우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희망을 잃을 수 없다!"고 적었다.

린은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경기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

 

바이든, 애틀랜타 총격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걱정 알아”

범행 동기에는 신중한 태도  “법무부 · FBI 수사 결과 기다리는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화상으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의 사망자를 낸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해 17일(현지시각)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에게,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과 크리스터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발생한 사건에 대해 밤사이에 보고를 받았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잔혹행위에 관해 말해왔다”며 “이것은 매우, 매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해소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 11일 코로나19 관련 연설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는 지금으로서 살해범의 동기에 관해 어떤 것도 연결짓지 않겠다”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방수사국과 법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사가 끝나면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도 이날 뉴햄프셔주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총격 희생자 가족들에 위로를 표하고 모든 미국인들이 함께 기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직 범행 동기에 대해 분명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게 우리가 당신들 편에 서있고 이 사건이 얼마나 모든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충격받고 분노하게 하는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형제, 자매들에 대한 증오 범죄가 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하고, “우리는 그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 누구도 어떤 형태의 증오에 직면할 때 침묵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이날 전날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이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이 아시안에 대한 증오 범죄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전날 롱은 조지아주 일대 3곳의 마사지 업소에 총격을 가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롱은 17일 8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총격 용의자 성중독 가능성…증오범죄 판단 아직 일러”

 애틀랜타 수사당국 “사망자들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도”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민이 전날 총격사건이 벌어졌던 한인 마사지 업소 골드스파 계단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을 바치고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연쇄 총격 사건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이 커져 가는 가운데,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조지아주와 애틀랜타 관리들은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은 인종주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17일(현지시각) 밝혔다. 당국 관리는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 관리들은 그러나 롱이 이번 범행을 저지른 ‘골드 스파’, ‘아로라테라피 스파’,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 과거에 간 적이 있었는지, 이들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관리들은 롱이 조지아주 인근인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5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세 군데에서 총격이 발생해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안 여성 6명과 백인 남성 1명, 백인 여성 1명이 숨졌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애틀랜타 총격 한인 4명 등 8명 희생…아시안 혐오범죄 가능성

한인 밀집 지역 마사지 업소서…사망자 중 6명 아시아계
21살 백인 용의자, SNS에  ‘우한 바이러스’  중국 혐오글
공포, 불안 확산 속에 애틀랜타 관리 “범행동기 단정 일러”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벌어진 마사지 업소 연쇄총격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그중 4명이 한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피해 업소 중 한 곳인 ‘골드 스파’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세 군데의 마사지 업소에서 16일 연쇄 총격이 벌어져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시안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어져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차 총격은 이날 오후 5시께 애틀랜타 북서쪽의 체로키 카운티 액워스에 있는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벌어졌다. 이곳에서 5명이 총에 맞아 2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이 업소의 주인은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와 3차 총격은 이곳에서 약 48㎞ 떨어진 애틀랜타의 한인 마사지 업소 두 곳에서 벌어졌다. 애틀랜타는 미국의 대표적 한인 밀집 지역 중 하나다. 경찰은 5시47분께 ‘골드 스파’에서 강도 사건 접수를 받고 출동해 여성 3명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현장에 있는 동안 길 건너편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애틀랜타 한인 매체인 <애틀랜타 케이(K)>는 “생존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 사망자(4명)와 부상자는 모두 한인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신원이 확인된 한인 사망자는 ‘골드 스파’ 직원인 70대 박아무개씨와 50대 또 다른 박아무개씨이며, 이들 모두 업소에서 숙식을 해왔다고 이 매체의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겨레>에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망자 4명이 한국계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30분께 유력한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했다. 롱은 최근 에스엔에스에 “그들(중국)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며 “우리 시대 최대 악”으로 규정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고, 1명은 백인 여성, 1명은 백인 남성이다. 사건 발생 직후 골드 스파의 한 직원은 인근 한인 업소들에 “백인 남성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렸다고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팬데믹 이후 아시안 혐오 분위기가 커졌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안 혐오사건 신고 건수가 3795건에 이른다고 이날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당국 관리는 17일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리들은 또한 롱이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애틀랜타 연쇄 총격 용의자 SNS에  “중국은 최대 악”

“50만 미국인을 죽였다” 아시아인 혐오 범죄 가능성

 

                      미국 애틀랜타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용의자로 검거된 로버트 애런 롱(21). EPA 연합뉴스

 

16일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여성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에 체포된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이 에스엔에스(SNS)에 중국 혐오글과 음모론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이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롱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중국)은 우리 조사자들이 우한 연구소에 가는 것과 그들이 거기(우한 연구소)에서 한 실험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시도한 조사를 막았다”고 적었다. 롱은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애런 롱의 페이스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언급했고, 중국 쪽에선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혐오범죄’  급증 … 1년간 약 4천건

트럼프 등 선동발언에 촉발…뉴욕 경찰, 아시아계 거주지 경찰력 증강

 

아시아 마사지 업소 세 곳을 대상으로 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검시관들이 피해 업소인 ‘골드 스파’에서 주검을 옮기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현지에서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증한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천여건에 달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폭력 등 혐오범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체에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3795건의 혐오사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68.1%는 언어폭력이고, 20.5%가 따돌림, 11.1%가 물리적 폭력이었다. 접수된 사건의 45%인 1691건이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고, 뉴욕에서도 14%인 517건이 보고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사업장'이 35.4%로 가장 많았고, 길거리(25.3%), 온라인(10.8%), 공원(9.8%), 대중교통(9.2%) 순이었다. 보고서는 “우리 센터에 접수된 혐오사건의 수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일부”라며 “이것만으로도 아시아계 주민이 얼마나 차별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수차례 보도됐다. 지난 9일에는 뉴욕주에서 83살 한국계 여성이 이유 없이 폭행 당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라고 호소했지만, 일주일이 못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참사가 발생했다.

뉴욕 경찰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직후 성명을 내어, 아시아계 주민 거주지에 뉴욕경찰국 중대대응팀의 경찰력이 파견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도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특히,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차별적 언사를 하는 정치인 중에서 가장 큰 전파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이에 동조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인종주의적 선동 발언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의 아시아·태평양계 당원 모임의 회장인 주디 추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을 발원지로 공격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선동적 발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백인우월주의가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 증가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기자

 

83살 한인 할머니, 뉴욕서 아시안 혐오범죄자에 맞아 기절

   피해 할머니 "공병 줍다 공격당해…치료비에 병원 못 가"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겨냥한 혐오범죄 149%나 증가
   바이든 "미국답지 못한 일… 악랄한 증오범죄 멈춰라"

 

13일 미국 시애틀 차이나타운 지역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 할머니를 겨냥한 '묻지마 폭행'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언론은 이 사건을 중대한 혐오범죄로 지목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 화이트플레인스 경찰은 83세 한국계 미국인 여성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한 혐의로 글렌모어 넴버드(40)를 지난 11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넴버드는 지난 9일 쇼핑가를 방문한 피해자를 뚜렷한 이유가 관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행했다. 공격을 받은 피해자는 머리를 땅에 찧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넴버드가 도망친 뒤였다.

경찰은 넴버드가 노숙인이며, 적어도 네 차례 경찰에 붙잡혔던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넴버드는 2급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7년까지선고받을 수 있다.

피해자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노드스트롬 백화점 근처에서 공병과 캔을 수거하고 있었으며, 피가 났음에도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인 미리암 로카는 인종차별 혐오범죄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로카는 "혐오 범죄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면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혐오 범죄를 보게 되면 신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삼은 폭력이 미국 전역에서 빈발하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학 소속 연구소인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에서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는 작년에 전년 대비 149%나 증가했다.

뉴욕시에서 보고된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 혐오 범죄는 작년 28건으로 2019년(3건)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인종 혐오 범죄가 약 7% 감소했다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계를 향한 공격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상황이 이처럼 흉흉해지자 다양성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는 미국 정부도 아시아계 차별을 규탄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양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미국답지 않은 일이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지난 11일 촉구했다.

 


호건 주지사 "한국계 내 딸들도 차별 느껴"…증오범죄 맹비난

한국계 부인 둬  '한국 사위' 별칭 … "터무니없고 용납 안돼"

 

래리 호건 주지사의 가족 사진: 뒷줄 왼쪽 두번째가 호건 주지사. 세번째는 유미 여사 [출처 : 호건 주지사 트위터]

 

'한국 사위'라는 별칭이 붙은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미국 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증가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가족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호건 주지사의 부인은 한국계인 유미 호건 여사로, 그는 2004년 '싱글맘' 유미 여사와 결혼했다. 유미 여사의 딸 셋은 모두 가정을 꾸렸다.

호건 주지사는 "내 아내, 세 딸, 손자 모두 아시아계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일종의 차별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인의 교회 친구, 딸들의 친구 일부도 "정말 끔찍한 대우를 받았다"라고도 전했다.

또한 아시아계들이 식료품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 한국에서 오거나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중국 바이러스'라고 고함 지르는 소리를 듣는 일들도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증오범죄는 지난해 7% 감소했지만 아시아계에서는 150% 증가했다"며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아시아인 겨냥 증오범죄 규탄하는 LA시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일본타운 '리틀도쿄'에 있는 일본계 미국인 박물관 주변에 13일 시위대가 모여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 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 증오범죄에 대해 "우리가 통제해야 할 어떤 것"이라며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자신의 가족 사진을 게재한 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전미주지사협회장을 지낸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열적 언사에 종종 쓴소리하며 각을 세웠고, 2024년 대선의 공화당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미국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의 증오범죄는 7% 줄었지만 미국 16개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는 149% 늘어났다. 연합뉴스

 

미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 빈발 …의원들 "청문회 열겠다"

아태코커스 의원들 회견…펠로시 의장·한국계 의원 2명도 참여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 증가 심히 걱정"

 

미 연방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화상 회견 [CAPAC 페이스북 캡처]

 

미국에서 최근 증가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범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방 의원들이 청문회 개최 등 대응책 추진에 나섰다.

미 연방의회의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은 19일) 반(反)아시안 혐오범죄 급증에 관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주디 추(민주) CAPAC 의장은 "우리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을 거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혐오범죄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격은 우연이 아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혐오범죄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범죄가 3천 건 넘게 보고됐다면서 외모 비하와 언어폭력으로 시작된 공격이 물리적 폭력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회견에 참여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내 테러와 관련해서는 "백인 우월주의가 가장 큰 우려"라고 지적하고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라며 아시아계 혐오범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코커스 의장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도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 증오, 음모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에는 한국계 의원들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앤디 김(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의회가 증오 행위를 금지하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혐오범죄를 부추겼다는 지적과 관련, "분명히 이런 상황을 악화시켰고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면서도 "이것은 더 깊은 시스템적인 문제"라며 구조적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민주·워싱턴) 하원의원도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공동체가 존중과 품위로 대우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더카운티 지방검사실이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아시아계 미국인을 노린 증오 범죄를 신고하는 핫라인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출처=앨러미더카운티 지방검사실 페이스북 페이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혐오범죄 증가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우리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고 폭력을 조장하는 무지한 레토릭을 거부하며 이웃 지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등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혐오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중국 무술 쿵후에 빗댄 '쿵 플루' 등으로 부르면서 증오범죄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태국계 남성이 산책길에 공격을 당해 넘어져 머리를 부딪혀 숨진 데 이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선 91세 아시아계 남성이 밀쳐져 다쳤다. 뉴욕시에서도 16일 하루에만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폭행이 3건이나 벌어졌다. 연합뉴스